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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뚱뚱하다 ㅣ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평점 :

나라가 잘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온국민의 친구로 자리잡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방”. 나 역시 맛있는 음식들을 좋아하다보니 지방과의 전쟁을 치루는 일이 많다. 그런데, 어른의 비만보다 위험한 것이 아이들의 비만, 즉 “소아비만”이다. 하지만 이 소아비만은 집안 내력인 경우가 많고 성장기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며, 혹독한 운동이나 식사량 줄이기도 어려워 해결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건강을 위해, 아이들의 자존감이나 원만한 생활을 위해 관리해야 하는 소아비만. 어떻게 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할까? 또 뚱뚱한 몸때문에 겪게 되는 친구들과의 문제, 자존감 위축 등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초등 고학년을 위한 동화 『나는 뚱뚱하다』에서는 먹는 것을 사랑하는 제방이를 만날 수 있다. 먹을 때 제일 행복한 우리의 제방이는, 원래 오동통 귀여운 아이였으나 나이를 한두살 먹으며 점점 '아저씨'같아져버렸다. 친구들은 잽싸게 달려 공을 차지만 헉헉거린다. 어느새 제방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인스턴트식품이요, 위로하는 것은 달달한 간식이다. 하지만 어느날, 체육시간 흔들리는 뱃살로 인해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러나 먹보 어디가나. 극단적 금식 뒤로 이어진 폭식은 더 큰 실망만 준다. 힘든 과정을 겪고, 가족들의 지지아래, 여전히 뚱뚱하지만 건강해진 제방이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그렇게 제방이는 몸도 마음도 점점 건강한 아이로 바뀌어간다.
고학년을 위해 씌여진 동화다보니, 저학년인 우리아이와 『나는 뚱뚱하다』를 읽는 것은 꽤 긴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아이와 『나는 뚱뚱하다』를 읽으며 나누는 대화는 그 시간을 모두 보상할만큼 알차고 의미있었던 것 같다. 진짜 건강한 다이어트는 무엇인지, 다이어트는 누구를 위해 야하는지, '날씬함'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을 아이와 이야기나누며 우리 아이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사실 아이에게 『나는 뚱뚱하다』를 읽자고 권했던 까닭은 우리아이도 약간 통통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조그맣게 태어나 또래보다 작은 게 마음에 걸려 부지런히 먹인 탓인지, 요즘 들어 사랑하게 된 치킨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는 꽤나 오동통해졌고, 나는 이것이 건강에 문제를 줄까 매일 저녁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뚱뚱하다』를 읽으며 진짜 건강한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앞으로도 어떤 방향의 다이어트를 해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몸이 날씬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자존감을 잃지않는 것, 자신의 기준을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디어의 발달로 어린 나이부터 외모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게 자연스러워진 지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아이들도 그런 '얼평'에 상처입을 수 있기에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뚱뚱하다』가 주는 메시지는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 스스로 나아지려고 하는 것, 타인의 말에 휘둘리고 상처받지 않는 것. 굵직한 메시지를 툭툭 던져주는 책, 『나는 뚱뚱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