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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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니는 내내 “책에서는 그렇게 재미있던 역사가, 수업시간에는 이토록 재미없는가”라는 물음이 머릿 속에 있었다. 퍽 하면 시험에 안나오니까 넘어가고, 시험에 나오는 건 그냥 외우란다. 하지만 역사만큼 알아야 재미있는 영역은 없는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함이 생기는 학문이야말로 역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사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던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랙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라는 말처럼 정말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데, 일부러 아껴읽어야 하는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 세세히 소개해볼까 한다. 

 

먼저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고대 문명의 탄생으로 시작해 유럽 연합의 위기까지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방대한 역사를 다루다보니, 한 시대를 세세히 파고드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코 핵심을 빼먹은 책이 아니라고 기록해두고 싶다.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세게사의 뼈대를 세우는 채깅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을 가장 먼저 읽고, 여기에 각각의 시대를 세세히 다루는 역사서들을 붙여읽기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세계사 읽기에 도전할까 한다)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세계사의 주요 키워드를 뽑아 이해의 틀을 잡아준다. 단순히 키워드를 풀어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형태로 풀어주어, 끊임없이 “왜”를 떠올리게 하고 그 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게 하는 책이었다. 또 다양한 사료가 삽입되어 있어 읽는 내내 한번도 지루함없이, 오히려 책이 끝날까봐 조바심을 내며 아껴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정말 세계사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부터, 이미 다 까먹어서 새로 배우는 느낌의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역사서를 많이 읽으신 분들도 개념을 정리하고, 다른 화자의 스토리를 듣는 즐거움을 느낄 책이다) 명확한 주제와 풀이, 핵심문장들을 잘 정리하고 있기에 세계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이르게 돕는다. 더불어 “한 걸음 더”라는 꼭지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게 하고,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게 돕고 있기에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을 통해 세계사와 낯가림없이 편안하게 친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을 통해 잊고 살았던 것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그동안 읽었던 여러 책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역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주고 있음을 또 한번 느꼈다.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를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두번째 이유는, 적절히 나누어진 분량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채하지 않나.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적절히 분량 분배가 되어 있어, 자기 속도에 맞추어 진도를 나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나처럼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읽는 것도 좋겠지만, 정해진 분량이나 시대로 나누어 읽어도 무척 좋을 것 같다.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를 추천하는 세번째 이유는, 풍성한 스토리텔링! 사실 아무리 재미없는 유머도 맛있께 살리는 사람이 있지 않나. 이 작가님 자체가 재미있게 세계사를 풀어냈을 뿐 아니라, 번역도 무척이나 매끄러워 마치 소설이나 위인전을 읽듯 흥미진진함이 이어졌다. 이야기꾼과 이야기꾼이 만나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느낌이랄까. 

 

그 외에도 서양에만 치우치지 않고 동양의 역사도 다룬 점도 너무 좋았다. 조금더 우리 정서와 연결된, 우리 역사에 영향을 주었기에, 우리 역사와의 유기점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하반기 시작부터 두가지 목표를 잡게 되었다. 큰 것은 세계사 살붙이기, 작은 것은 “인생 처음 시리즈”뽀개기! 이처럼 『인생 처음 세계사수업』은 책을 읽으며 연결할 책을 고민하게 하고, 확장할 공부를 생각하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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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11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엘렌 베클랭 그림, 문현임 옮김 / 북극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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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도 물어본 적 없잖아.

말하지 않으면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거든.

 

둘이 이제 더는 안 싸워.

형이 떠난 뒤에는 서로 말을 한마디 안 해. 

 

 

『벌새』는 뒤로도 날 수있는 새라고 한다. 김지은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 “뒷 걸음은 왜 걸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가”라고 적어두었는데, 나는 이 말이야말로, 이 책을 표현한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말로도 저 말보다 이 책을 잘 표현할 자신은 없지만, 『벌새』를 읽은 감상을 남기는 것은,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서 닿기를, 그래서 지금은 뒷걸음 치더라도 언젠가는 앞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어두운 사춘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자신에게도 날개가 있음을 잊지말라는 응원으로 『벌새』를 전하고 싶다. 

 

알라딘 북펀딩으로 소개되었던 『벌새』는 스위스 청소년소서상 수상작품으로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루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래서인지 펀딩도 단 2주만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록했다.)청소년추천도서인 문학도서라고는 하지만, 사춘기가 아닌 어른에게도 엄청난 감상을 남길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픽노블이다보니 분량이 많지않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 여운은 무척이나 짙은 책이랄까. 형의 죽음 이후, 온가족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가족들은 말을 하지않고, 셀레스틴은 스스로를 가두어버린다. 우연히 만나게 된 로뜨덕분에 벌새를 되살리며, 스스로도 회복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마침내 형을 떠나보내게 된다. 

 

혹자는 『벌새』의 스토리가 '흔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 뭐, 누군가를 잃고 시간에 갖혀사는 스토리도, 운명의 짝꿍을 만나 회복하는 것도 이미 익숙한 일이니까. 하지만 『벌새』가 특별하게 느껴진 까닭은, 느린 시선으로 일관된 속도를 유지하며 치유를 겪는다는 것. 분명 『벌새』안에는 형의 죽음도 있고, 자식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비정한 부모도 있다. 자식을 버린 부모도 있고, 형의 죽음에 갇혀사는 아이와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보호소에 갈 위기에 닥친 아이도 있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담담히 그려낸다. 속도의 변화도 없고, 어투의 변화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독자들은 『벌새』를 읽으며 더 깊이 동요하고 아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그래픽노블 이라고 해서 문학의 깊이를 담지 못한 것이 아닌, 오히려 그 그래픽을 통해 한층 짙은 공감을 자아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벌새』가 문학도서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느낀 까닭은 형의 죽음이나 이별 등에 섬세하게, 흔한 사춘기 청소년이 겪을 법한 첫사랑을 얹음으로 하여, 청소년 문학의 가벼움과 죽음이라는 묵직함의 경계를 예리하게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섬세한 감정선과 절제된 색체, 그것을 통해 『벌새』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굵직한 깨달음과 생각을 선사한다. 

 

덧붙이자면 좋은 책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과 공감을 주는지, 『벌새』는 이미 스위스 청소년 도서상의 수상작품일 뿐 아니라, 프랑스 제네바의 암스트람그램 극장에서 연극화 된 작품이라고 한다. 더욱이 『벌새』의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첫소설 『속초에서의 겨울』로 스위스 문학상을 수상한 분으로,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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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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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잘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온국민의 친구로 자리잡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방”. 나 역시 맛있는 음식들을 좋아하다보니 지방과의 전쟁을 치루는 일이 많다. 그런데, 어른의 비만보다 위험한 것이 아이들의 비만, 즉 “소아비만”이다. 하지만 이 소아비만은 집안 내력인 경우가 많고 성장기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며, 혹독한 운동이나 식사량 줄이기도 어려워 해결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건강을 위해, 아이들의 자존감이나 원만한 생활을 위해 관리해야 하는 소아비만. 어떻게 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할까? 또 뚱뚱한 몸때문에 겪게 되는 친구들과의 문제, 자존감 위축 등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초등 고학년을 위한 동화 『나는 뚱뚱하다』에서는 먹는 것을 사랑하는 제방이를 만날 수 있다. 먹을 때 제일 행복한 우리의 제방이는, 원래 오동통 귀여운 아이였으나 나이를 한두살 먹으며 점점 '아저씨'같아져버렸다. 친구들은 잽싸게 달려 공을 차지만 헉헉거린다. 어느새 제방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인스턴트식품이요, 위로하는 것은 달달한 간식이다. 하지만 어느날, 체육시간 흔들리는 뱃살로 인해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러나 먹보 어디가나. 극단적 금식 뒤로 이어진 폭식은 더 큰 실망만 준다. 힘든 과정을 겪고, 가족들의 지지아래, 여전히 뚱뚱하지만 건강해진 제방이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그렇게 제방이는 몸도 마음도 점점 건강한 아이로 바뀌어간다. 

 

고학년을 위해 씌여진 동화다보니, 저학년인 우리아이와 『나는 뚱뚱하다』를 읽는 것은 꽤 긴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아이와 『나는 뚱뚱하다』를 읽으며 나누는 대화는 그 시간을 모두 보상할만큼 알차고 의미있었던 것 같다. 진짜 건강한 다이어트는 무엇인지, 다이어트는 누구를 위해 야하는지, '날씬함'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을 아이와 이야기나누며 우리 아이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사실 아이에게 『나는 뚱뚱하다』를 읽자고 권했던 까닭은 우리아이도 약간 통통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조그맣게 태어나 또래보다 작은 게 마음에 걸려 부지런히 먹인 탓인지, 요즘 들어 사랑하게 된 치킨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는 꽤나 오동통해졌고, 나는 이것이 건강에 문제를 줄까 매일 저녁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뚱뚱하다』를 읽으며 진짜 건강한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앞으로도 어떤 방향의 다이어트를 해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몸이 날씬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자존감을 잃지않는 것, 자신의 기준을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디어의 발달로 어린 나이부터 외모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게 자연스러워진 지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아이들도 그런 '얼평'에 상처입을 수 있기에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뚱뚱하다』가 주는 메시지는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 스스로 나아지려고 하는 것, 타인의 말에 휘둘리고 상처받지 않는 것. 굵직한 메시지를 툭툭 던져주는 책, 『나는 뚱뚱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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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 - 복합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는 법
아리엘 슈워츠 지음, 김준기 외 옮김 / 수오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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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감정과 감각을 다시 연결할 때는 부드럽게, 압도되지 않는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불편감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p118)

 

 

지금 생각해보면 불과 20~30년.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만 해도 우리는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를 무척 극단적으로 나눠왔던 것 같다. 그저 예민한 사람과 미친 사람. 그 사이에는 그 어떤 단어도 존재하지 못한 채 외면받고, 더 상처받으며 산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불안이나 강박, 공황과 수치심 등을 느낀다. 그저 그 강도가 달라, 그 순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말이다. 그래서인지 '복합 트라우마' 증상에 대한 이해와 해결을 위한 안내서라 이름 붙여진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은 현대인에게는 필수적이지 않나 싶다.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부터 우울증, 감절조절장애, 해리, 대인관계 문제, 자기인식문제, 학대, 절망감 등의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고 나아가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최신 연구를 총망라한 트라우마 치유법 등이 포함되어 있으니, 심리적 고립을 경험한 이들에게 많이 읽히길 바란다. 물론 이런 분야를 다루는 책은 많지만,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처럼 트라우마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와 치료법,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에 실린 여러 내담자의 사례를 읽으며 트라우마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또 그것을 떨쳐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여러 번 생각했다. 또 책에 제시된 해결 방향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안아줄 수도 있구나, 하며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해결서가 될 것이고,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의 가족이라면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질 것 같다. 더불어 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그 어떤 참고서보다 다양한 내담 사례, 치유 사례 등을 담긴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언제인가 친구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학대받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커서, 아이들에게 절대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순간순간 감정이 격해질 때면 악마 같은 자신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고. 그럴 때 자신에게서 자신의 부모가 보일 때면 미칠 듯 싫다고. 사실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을 읽으며 과거를 떨쳐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트라우마 속에 성장한 사람이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배웠다. 더불어 그런 시간을 참고 이기는 내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조만간 친구를 만나면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을 슬쩍 내밀어주고 싶다. 그리고 잘 지나왔다고, 잘 이겨냈다고…. 조금만 더 걸어 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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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양말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9
권민지 지음 / 북극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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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 ‘구밀복검’, ‘경이원지’, ‘권상요목’ 등은 “겉과 속이 다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사자성어다. 이 중 ‘구밀복검’, ‘경이원지’, ‘권상요목’ 등은 겉과 속이 다른 부정적인 의미가 크고, ‘외유내강’은 “겉과 속이 달라 더 매력적”인 의미가 더 크다. 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친숙한 단어가 “겉바속촉”이 아닐까? 사자성어 이야기하다가 뭔 소리냐 싶겠지만, ‘겉바속촉’이야 말로 겉과 속이 달라 매력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최고의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극곰의 신간 『새우 양말』을 “겉바속촉”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하고 싶다. (겉바속촉도 좋은 의미를 가진 네 글자니까, 사자성어로 끼워줍시다.) ⁣

자, 그러면 왜 『새우 양말』이 겉바속촉이냐! 지금부터 찬찬히 풀어보겠다. ⁣
먼저 바삭바삭한 겉모습(?)을 이야기해보자. 아무래도 그림책의 첫인상은 일러스트가 책임지고 있으니, 그림책의 ‘겉’이라 말할 수 있는 일러스트! 화려한 컬러와 익살이 가득한 동물들의 얼굴에서 재미가 가득한 그림책임을 눈치챌 수 있다. 더욱이 동물이 양말은 신은 등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양말을 신고 수영한다거나, 그 양말 속에 숨은 비밀은 웃음이 빵빵 터질 재미 요소! 침을 질질 흘리며 도기를 쫓아오는 물고기들까지, 『새우 양말』의 처음과 끝까지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

스토리도 너무 재미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비구출 대작전’과 “이 양말이 네양말이냐?냐”까지 어른도 아이도웃을 수밖에 없는는 재미들이 가득하다. 혹 ‘흥부와 놀부’, ‘금도끼은도끼’ 등을을 아직 읽지 않은 어린이라면 이럴때 슬쩍 전래동화를 들이밀어 보자.새우 양말양말』과 더불어 전래동화의 매력까지 풍덩 빠질 수 있을 터.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스토리에 신나게 수다떨다 보면보면 어느새 『새우양말』을 사러 가고 싶을지도 모를만큼 구석구석 웃음요소가 뚝뚝 묻어난다. ⁣

하지만 『새우양말』의 매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촉촉한 ‘속’이 남아있기 때문. 우리의 도기가 왜 양말을 신게 된 것인지, 도기 양말에 숨은 비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새우양말』의 진짜 매력을 깨닫게 된다. 사실 나는 처음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어머, 도기 비밀은 발냄새였구나~”라며 깔깔 웃기만 했는데, 우리 아이가 그러더라. “일부러 나고 싶어 나는 게 아닌데, 수영하면서까지 이걸 숨기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고 말이다. 그제야 문득 이 그림책의 진짜 매력은 나의 약점, 또는 친구의 약점이나 비밀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그것으로 위축되거나 놀림감으로 삼지 않는 착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직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적은 우리 아이들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약점이나 비밀로 인해 상처받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고 도움받는 긍정적인 마음을 배우게 하는 게 『새우양말』의 진짜 매력이었던 것!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의 『새우양말』이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우리 아이가 가진 약점을 안아주고, 당당히 세상에 설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말이다. 나아가 우리 아이도 친구의 약점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놀리거나 비웃는 사람이 아닌, 『새우양말』처럼 감싸주는 아이가 되도록 키워야지. ⁣

겉으론 깔깔 웃고, 속으로는 깊은 이해와 보완을 배우게 하는 멋진 그림책, 『새우양말』.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강.력.추.천!⁣


『새우양말』 이렇게 즐기면 더욱 좋아요!⁣
1. 『새우양말』의 표정들을 따라해보고, 감정을 유추해봐요. ⁣
2. 『새우양말』과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기곰은 수영을 하는 도기가 자라를 만나는 스토리, 도기를 따라 일부러 양말을 빼앗기로 간 친구들이 혹을 달고 오는 스토리 등을 상상했어요. ⁣
3. 『새우양말』에 숨은 비밀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봐요. 우리 가족의 비밀도 이야기해보며 서로를 더 잘 아는 시간을 가져요. ’비밀’을 털어놓으면 더이상 비밀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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