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편지
박경임 지음, 민정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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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났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우는 바람에 다리가 물에 잠겨서, 다리 건너편에서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새 친구를 기다리던 동물들은 걱정이 가득합니다. 눈물에 다리가 잠기고, 친구를 기다리던 동물들의 걱정거리라니, 어느 동네의 이야기일까요? 네, 바로 무지개다리 너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졌지만, 그곳에 모여 행복하게 살고 있던 동물들은 헤어진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손이 없는데 편지를 어떻게 쓰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우리의 뭉치는 발바닥에 물감을 찍어 쿡쿡 종이를 밟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발로 쓴 편지』.

 

사실 처음 『발로 쓴 편지』에 대해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책을 받아들고 아이와 나란히 앉아 표지를 바라볼 때만해도, 『발로 쓴 편지』가 어떤 느낌을 줄 지 상상하지 못했어요. 일단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웠고, 전체 색감이나 분위기가 전혀 슬픈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또한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았던터라, 그 슬픔과 그리움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발로 쓴 편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우리의 목소리도 마치 무지개다리처럼 잠겨갔습니다. 

 

동물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혼자서만 옷을 입은 강아지였던 뭉치는 헤어진 누나에게 다시 만날 때에는 누나도 꿀벌 옷을 입고 오라고 편지를 씁니다. 달이는 은하수마트 아저씨에게, 찹쌀이는 수빈이에게, 용맹이는 할아버지에게, 다리를 못 써 오빠의 안쓰러움이었던 하루는 이제는 쌩쌩 달리는 고양이가 되었다고. 보리만 빼고, 모든 친구들이 가족에게 남긴 편지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우리가족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람만 슬프고, 사람만 사랑을 한다는 오만함을 잊고 우리도 그저 그들 중의 한 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말입니다. 

 

아마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혹은 반려동물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내고 슬픔에 빠져계신 분들이라면, 『발로 쓴 편지』가 더욱 큰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그랬듯, 동물들도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요. 또 우리 집처럼,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충분한 감동과 배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헤어짐이 모두 슬픔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사람도 동물도 모두 슬픔도 그리움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될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요.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폭신폭신할 것 같은 색감,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그리움이 가득 감긴 스토리의 『발로 쓴 편지』. 이 편지가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이 책에 담긴 따뜻한 그리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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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옵션 - 최고를 만드는 최선의 선택
이병구 지음 / 비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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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부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나 역시 세상이 호락호락한 곳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지만, 호주로 넘어갈때는 나름 잘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의지와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실패하는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P.77)

 

나의 만족은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향해야 한다. 그러니 일을 하는 것도 회사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로 정해야 하고, 삶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재밌고 긍정적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그런 베스트 옵션이 축적되면 삶도 점차 베스트 라이프가 될 것이다. (P.192)

 

 

먼저 『베스트 옵션』을 소개하기 전에, 이 책의 저자를 소개하자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레이델의 대표이사인 이병구 CEO이다. 사실 국제 뉴스나 의약품에 큰 관심을 가진 편은 아니라 이 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검색을 해봤는데, 호주, 한국, 일본, 중국 등 13개국에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30여년 간 콜레스테롤과 고혈압 등을 위한 약을 개발해온 곳이라고 한다. 단 600달러를 들고 호주로 이민을 가 7천만 달러의 CEO가 되었다니. 그 기업의 이념이나 방향성은 모르더라도 대단한 사람임은 틀림없지 않나.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고, 그의 기업경영보다는 그의 태도, 그의 생각들을 배워보고 싶었음을 밝혀둔다. 

 

내가 그의 책, 『베스트 옵션』을 읽으며 가장 많이 “발견”한 단어는 “시도”와 “선택”이었다. 물론 내가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기에 마음에 더 닿았으리라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의 글 전반적인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선택하며 기회를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변화하는 과정들을 읽으며, 그 자체가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보다는 점차 나아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을 즐겨읽는 편은 아닌데, 『베스트 옵션』은 읽는 내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성실히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양이든 음이든 제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베스트 옵션』을 읽으며 긍정은 성공을 이끌어온다는 생각에 긍정적인 한 표를 더할 수 있었다.

 

『베스트 옵션』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시절은 대부분이 가난했겠지만, “병들 병자에 구더기 구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정도의 환경의 외양간에서 태어나, 친척집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삶. 그는 그 시절을 “꿈조차 굶주리게 하는 가난”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환경에서도 “내가 바뀌어야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노인의 한마디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우연히 들었던 말처럼 스스로를 잘 될 놈이라고 다독였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될 성 부른 나무”였던 것이다. 또, 일상의 경험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낚시로 잡은 도미에서도, 진상고객에게서도, 로열젤리에서도 그는 무엇하나 쉬이 놓치는 법이 없었다.

 

『베스트 옵션』을 읽으며, 그는 무엇으로든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배움인 사람이 무엇을 이루지 못할까. 나 역시 긍정적인 편이지만, 『베스트 옵션』을 읽는 내내 보다 배움의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 나의 아이도 세상의 모든 것이 배움이고 깨달음이 될 수 있도록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꼭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큰 도움을 얻으리라 생각되는 책, 『베스트 옵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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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AI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모나이 히로무 지음, 안선주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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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다. 자기 몸의 소리를든 는 첫걸음은 지금 자신이 어느 부위를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감각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 말할 때는 어디에 혀를 두는지를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런데 막상 주의를 기울이면 제법 적절히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는다. (p.140)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의 책을 읽었다. 사실 책을 처음 접할 때에는 내용도 어렵고, 재미도 없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으니 정말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랐다. 평소 내가 가장 신뢰하는 힘인 “지구력” 영역에 뇌도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터라 “뇌지구력”이라는 단어는 몹시 낯설었는데, 이것이야 말로 수시로 달라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실패의 상황에서도 다시 생각하고 뇌를 사용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깨ㄷㄷ게 된 것. 급변하는 사회에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유연한 사고, 조금 더 능동적인 사고를 하길 바란다면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들이 종종 했던 말.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 데 노력을 안해요”. 하지만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취업을 할 때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정말 머리라도 좋았던 걸까”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뇌와 공부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구태어 나누자면 머리가 좋지 않아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뇌의 기능과 지능은 별개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에서도 IQ가 좋다고 해서 마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의사소통이나 사회성, 감성지능 등은 지표로 표현할 수 없기에 뇌의 능력과 지식의 수준이 같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훈련을 한다면 뇌를 더욱 잘 이용할 수 있기때문에 기억력이나 응용력이 개선될 수는 있다.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에서는 이런 특성들을 바탕으로 세상과 통화는 뇌, 모험을 즐기는 뇌, 망각하는 뇌, 몸과 교감하는 뇌, 예술을 추구하는 뇌, 공감하는 뇌, 뒷정리잘하는 뇌 등에 대해 무척 다양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던 부분은 감수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민감도를 어떻게 풀어내야 뇌 발전에 도움을 줄 지 읽으며, 우리 아이 특성에 맞는 교육이 정말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감정과 행동 사이에서 뇌가 하는 일 등을 풀어놓은 부분을 보며, 내 감정을 조금 더 간단하게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의 중심이자, 가장 궁금했던 영역인 AI였다, 최근에는 AI의 발달로 직업을 잃는 이들도 생기고, 우리 아이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기에 절로 관심이 기울여졌다. 뇌와 AI의 차이를 읽으며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부분을 보다 발달시키고, 보다 똑똑하게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기간, 기계의 발달로 인간의 뇌자체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었던 것 같다. 하지만 뇌지구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고 발전시킨다면 AI도 인간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리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꼭 필요한 읽기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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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광대 난장 UMZIPS 2
김윤지 지음 / 칼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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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햄릿광대 난장』이라는 책으로 햄릿을 바탕으로 한 배리어프리 공연의 희곡이다. 사실 희곡이라는 장르 자체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이 책도 읽히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햄릿을 읽은 사람이라면 색다른 시선으로, 햄릿을 읽지않은 사람이라도 인물간의 감정선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이 만들어진 의도 자체가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을 위한 공연이고, 이 책도 연극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공연의 감동을 나누어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도이니, 그 선함 자체로 이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삽화도 발달 장애의 창작자의 작품이다.) 우리가 이런 작품들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작가의 바람대로 모든 장애유형을 위한 극본이 탄생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햄릿광대 난장』은 햄릿에 등장하는 광대를 재해석한 내용이다. 햄릿의 대사가 군데 군데 등장하기도 하고, 황진이의 시를 활용한 대사 등도 있어 읽는 내내 “아는 문장”찾기를 하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또 햄릿과 광대의 원 캐릭터와, 이 작품에서의 캐릭터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의 전개와 새로운 형태의 복수를 읽으며 아주 작은 전환으로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이 상상력과 창작물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우리 역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스토리 자체도 무척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극을 위한 분위기 등도 내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앞 부분에 연극, 극본 등에 대해 무척이나 쉽고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어 우리 아이도 『햄릿광대 난장』을 나눠 읽으며 태어나 처음 접해보는 극본에 큰 흥미를 느껴했다. 사실 희곡이 글로 읽을 때, 다른 문학에 비해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왔는데 『햄릿광대 난장』를 읽으며 그런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햄릿광대 난장』은 쉽게 씌여진, 또 다르게 씌여진 햄릿이다. 아니, 우리 이야기다. 원래 사람의 감정이란 복합적으로 뒤섞여 자라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햄릿광대 난장』을 읽는 내내 복잡미묘한 사람의 감정들을 되짚어보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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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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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와 인성은 살아온 궤적으로 형성된 주름 같은 것이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따라서 태도가 좋은 직원과 함께 일해보는 경험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다. (p.92)

 

 

사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의 굵은 맥락은 내가 20년을 고민해온 문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의 일치. 나 역시도 평생을 좋아해 온 일로 밥을 먹고 살고 싶다고 늘 말하지만, 내 솜씨로는 내 주린 입을 채울 자신이 없기에 나는 매일 “직장인”으로서 나를 불태운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점점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게 남겨두자는 생각도 들고.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고 살면,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아무튼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은 그렇게 책의 시작점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오서재에서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시리즈로 만든 “작고 단단한 마음”의 1권. 이렇게 매력적인 시리즈의 첫 권이 왜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일까 하는 궁금증은 열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풀렸다. “나의 노력은 여전히 정상 운영을 향해 진행 중(p.15)과 “좋아하는 일을 만나면 돈이 따라온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p.31)”이라는 두 문장에서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일을 대하는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던 것. 일이 즐겁기만 한다는 사람에게는 신뢰가 부족하고, 일에 과중한 책임감만을 느끼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체득한 덕분인지, 먹어보지도 않은 그의 커피가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에는 그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커피를 밥벌이로 삼으며 느낀 즐거움과 고충, 그 일련의 과정, 조직을 구성하고 키워가는 시간, 커피에 대한 애정, 일에 대한 책임감과 보람, 커피 덕분에 배우게 된 세상,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담겨있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장황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는 이 책 한 권에 자신의 십여 년을 성실히 기록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좋은 직원과 일을 하는 감사함을 담은 부분과 '내 일'이란 책임감과 같은 말로도 읽힌다. 일은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낳는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p.152)는 문장이었다. 

 

먼저 조직구성원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까닭은, 구성원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때문이었고, 가이드라인을 잡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 더불어 “내동댕이쳐지면서 배운 것들은 생채기처럼 잊힐 수 없는 흔적을 남겼고 경험은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p.101)”라는 문장에서 모든 경험은 배움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는 “촘촘한 사람”이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문장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일상의 경험을 소중히 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결과들을 더 많이 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더불어 마음에 품어온 생각들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스스로의 일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균형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느껴졌다. 때때로 나는 나를, 먹고 살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비겁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문장을 읽으며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일의 언저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돈만을 쫓아 살지는 않았기 때문임을 느꼈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을 읽기 시작할 때는 '덕업일치'의 사람이 부러워 마음에 바람이 들까 걱정도 조금 들었다. 그러나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을 읽고 난 지금은, '덕업일치'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을지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려면, 먹고사는 고단함을 달랠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지 않으려나 하고 말이다. 

 

꿈에 가는 길을 너무 오래 걸어서,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슬퍼지던 즈음이었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엉뚱한 샛길'을 걷는다고 좌절하기보다는 풍성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도달하지 못해도, 성실히 걸어 만든 내 지도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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