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방꽃상 - 박미영의 교방음식 이야기
박미영 지음 / 한국음식문화재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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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아침은 꿈길이다. 섬진강이, 화개천이 자욱한 물안개를 피워낸다. 몽환적인 풍경 너머로 젖은 초록이 강을 건너 시야를 채우는 녹차밭. 하동은 다습하고 일교차가 커 찻잎 생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췄다. 

 

속옷 젖는 줄도 모르게 내리는 봄비가, 고조곤히 곡식에게 다가가 겨울잠을 깨우는 곡우. 우전은 곡우 전까지 채취한 차이고, 입하 전에 채취한 것은 세작이다. 

(P.252, 호수에 달 띄워 차를 달이다 중에서)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지금, 한국의 매력이 전 세계인의 마음에 꽂히고 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활을 척척 쏘는 주몽의 후예들! 그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음식이, 우리의 예술이 전세계를 향해 쭉쭉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연장선에서 만나게 된 한국음식문화재단의 『교방꽃상』. 이 책은 교방음식, 전라도 음식을 다루고 있지만 한식세계화, 한식문화선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너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잔뜩 만나볼 수 있으니 한국적인 미, 음식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만나볼 것! 

 

사실 나는 『교방꽃상』의 내용을 전혀 모른채, 표지가 너무 예뻐서 홀렸다. 그리고 『교방꽃상』을 받아들고 휘릭,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더라. 이렇게 예쁜 음식이 있다니! 음식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릴 수 있다니! 그런데 『교방꽃상』을 읽으면서는 그 문장들에 또 한번 감탄이 나왔다. 시보다 아름다운 문장도 여럿 만났고, 음식에 대한 사랑, 지역에 대한 사랑, 한식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문장들도 숱하게 만났다. 『교방꽃상』을 읽는 내내 나는 눈으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고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진주 지역에 내려오는 교방문화를 문헌으로 고찰하여 잠자던 교방음식을 복원한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한데, 그 깊이나 진하기 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책이었다. 책에서나 만나봤던 교방음식이 마치 생생하게 내 주변에 살아나는 기분이 들고, 이 아름다운 음식이- 술과 아름다움과 맛에 취하던 음식이, 다시 한번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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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7권)기탄영역별수학 도형측정편7~13과정 세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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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학습, 체험을 하며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몇군데 여행을 다녀왔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습니다. 또 방학동안 아이와 마음먹은 것이 문해력 키우기와 수학에 대한 개념을 잡고자 하는 욕심을 내보았답니다. 저는 수포자엄마라 늘 아이에게 수학을 공부하자고 할 때 두려움이 앞서지만 기탄의 수학탄탄 덕분에 그런 두려움을 슬쩍 숨겨놓을 수 있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영역별 수학』 도형.측정 편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아! 기탄의 수학탄탄에는 여러가지가 있단 거 아시죠? 지난번 소개해드린 사고력수학, 단계별 기탄수학, 맛있는 빵 수학, 그리고 영역별 수학까지! 무척 알찬 단계를 구성하고 있기에 아이가 몇 살이라도- 수학에 대한 이해가 높고 낮더라도 아무런 걱정없이 다양하게 이용해볼 수 있답니다. 

 

이 중 『영역별 수학』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어 있어요. 1과정은 도형, 측정, 표와 그래프 등으로 초등 저학년들이 수학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수학이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배울 수 있답니다. 두번째 단계는 규칙찾기와 비교, 이 후에는 비례식과 비례배분, 규칙과 대응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아이의 수준대로 학습할 수 있단 거! 지난 번에 한번 소개했는데 많은 분들이 특히나 『영역별 수학』에 관심이 많으셔서 오늘은 『영역별 수학』 도형.측정 편을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해요. 먼저 『영역별 수학』 도형.측정 편은 두 권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1단계는 모양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단계는 비교에 대해 다루고 있답니다. 어쩌면 초등 저학년인 지금 이런 부분을 개념을 확실히 잡아두지 않으면 자칫 쉬운데 발목잡는 영역이 될 수 있다고 하기에 아이와 여러모로 학습해보았습니다. 

 

직접 『영역별 수학』 도형.측정 편을 학습해보며 느낀 것! 

각각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문제와 예시로 이해를 돕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흔히 만날 예시로 접근이 쉽고, 다양한 문제를 반복인듯 반복아닌 듯 노출하기 때문에 익숙하게 풀어 자신감과 성취를 얻을 수도 있고, 같고도 다른 문제, 적절한 분량 덕분에 지겨움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여러번 언급하고 있지만 기탄의 학습지는 분량이 잘 나누어져있어 아이와 홈스쿨링으로 진행하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전 수포자 엄마지만, 좋은 학습지를 만난 덕분에 걱정없이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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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룩이 토독톡!
사토 마도카 지음, 야마무라 코지 그림, 한귀숙 옮김, 이동주 감수 / 키위북스(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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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괴성을 지른다. “으악, 엄마! 콧수멍에 날파리가 들어갔어!! 대체 이 생명체는 왜 이렇게 작아서 내 콧구멍에 들어가는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책쟁이 엄마머리에는 “오늘 잠자리 독서는 큰 생명, 작은 생명들이다!”하는 생각이 스치더라. 마침 오늘 수학의 영역도 “비교하기”였겠다, 우리집 책장에서 “큰 생명체”, “작은 생명체”들을 찾아봤다. 그 중 우리가 뽑은 “가장 작은 생명체”는 바로 물벼룩! 우리가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지만, 만난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기도 하는 물벼룩을 재미있게 다룬 그림책, 『물벼룩이 토독톡!』을 소개한다. 

 

 『물벼룩이 토독톡!』은 키위북스에서 출간된 그림책으로 0.5~2mm 크기의 물벼룩을 세세히 다루고 있다. 논이나 연못 등 '이끼'가 사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지만 너무 작아 쉽게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친구. 『물벼룩이 토독톡!』에서도 친구들에게 인사는 건네지만 보이지 않는 물벼룩의 모습으로 첫 장을 연다. 키위북스의 『물벼룩이 토독톡!』이 참 신기한 것은 그림책이면서도 마치 자연관찰책처럼 상세하게 물벼룩을 다룬다는 것. 심지어 옆에 동동 떠있는 나뭇잎도 같이 확대해주어 얼마나 작은 생명체인지를 실감하게 하고 어떤 동물을 닮았는지, 어떤 점이 비슷한지를 아이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물벼룩이 토독톡!』에서는 물벼룩이 무엇을 먹으며,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종류가 있는지까지를 무척이나 자세히 다루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연관찰책에서 만난 물벼룩의 복안은 무척 징그러워보였는데, 이번에 『물벼룩이 토독톡!』로 다시 만나며 비로소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후에는 자연관찰책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어려울 수 있는 용어를 풀이해주기도 하여 자연관찰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다정한 대화체를 이루고 있어 그림책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들이 누리과정연계로 읽기에도 좋고, 여름방학 독후활동을 하기에도 무척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벼룩이 토독톡!』같은 내용은 자연관찰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그림책으로 만나면 아이들은 새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연관찰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도 작은 생명체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어 좋다. 우리집처럼 아주 작은 동물과 큰 동물, 혹은 물 속에 사는 동물 등의 테마로 그림책을 연결해보는 것도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우리가 쉬이 만날 수 있지만, 눈치채기 어려운 친구 물벼룩을 만나러 가볼까 한다. 『물벼룩이 토독톡!』에서처럼 물벼룩이 머리를 뾰족 내민 모습까지를 상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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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사회 -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
이세이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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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똥찬 말을 들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 자녀는 사회에서 상처받으며 독학한다.”는 거였다. 맞는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귀하게 키우려 안간힘을 써도, 아이는 종국에 이 거친 세상을 사는 법을 배우고야 만다. 그걸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느냐, 혹은 사회에서 상처받으며 독학하느냐의 차이일 뿐. 아이이 마음에 굳은살이 생기게 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욕심은 한동안 아이의 고양감을 드높일 테지만, 그 애는 '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 부모가 꾸며진 세상과 진짜 세상 사이의 낙차를 겪어내야 한다. (p.260)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홀로서기가 가능한 어른이 되는 것” 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육아서도 열심히 읽고 강의 등도 부지런히 찾아듣지만, 아직도 나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쏟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내가 독립이 어려운” 엄마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라는 사회』라는 에세이를 읽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똑바로 사지 못하면 나의 아이를 세상과 맞짱(!)을 뜨게 해야한다. 내 아이를 진짜 귀하게 사랑하는 방법은, 나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욕먹지 않는 사람으로 길러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사회』는 10년 차 교사가 교실 안팍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다. 물론 교사 한 명의 기록이 절대적일 수도 없고, 절대적이어서도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실은 작은 사회'라는 말을 공감할만한 사례와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단 생각이 든다. 에세이답게 술술 읽힌다. 어려운 문장도 없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없다. 오히려 늘 교단에 서온 구력답게 강의를 듣듯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도 무엇인가 마음에 남기는 것이 많았고, “나는 어떤 엄마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큰 기대없이 시작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에는 왜 이 책에 수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지지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문장에 웃고, 어떤 문장에는 울컥하며 이아이 저아이의 엄마라도 된 듯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어떨 때엔 나도 이렇게 잘 키워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부모로 인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인가 들었던 한 부모강의에서 “진짜 문제있는 부모는 이런 강의를 들으러도 오지 않아요.”했던 말이 가시처럼 마음에 박히기도 했다. 진짜 이 책을 읽어야 할 10%의 부모는 이 책을 읽지않겠지. 그래서 『어린이라는 사회』에도 작가가 걱정하던 “사회가 걱정해야 할 아이”도 생겨버리겠지 싶어서 안타까워졌다. 

 

“무제한의 사랑을 주는 대신, 그들의 서툰 시도와 실패와 성공을 응원한다”는 작가의 말에 오히려 진실되다 느낀 것은 사회가 너무 보여주기에 급급하기 때문일까, 요즘의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이 너무 많아서일까.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이라는 사회』를 읽고 난 후 들었던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단 하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무제한의 사랑을 주어야지. 하지만 그것을 시도 때도 없이 티내지는 말아야지.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더 많이 보여주어야지. 내 아이가 자신의 사회에서 더 단단하게 살 수 있도록, 선 뒤에서 부지런히 사랑하고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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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역사의 쓸모 -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선택을 위한 20가지 지혜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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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책으로 꼽는 몇 권의 책 중,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꺼내 읽는 것이 최태성 선생님의 『일생 일문』이다. 내가 어디를 향하는지 모를 때마다 “내 일생으로 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나를 다독여준 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역사서를 읽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을 제대로 살고 싶어서. 『뭉우리돌을 찾아서』의 김동우 작가님의 책에서 “과거가 없는 지금은 성립될 수 없고 지금 없는 미래는 도래할 수 없다”라는 문장을 읽고 가슴이 둥둥 울린 것도, 단 하루도 함부로 살 수 없음을 깨달아서였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역사를 공부해야 할 이유가 되어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당연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나는 학생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사람이지만, 시험에 안 나온다고 넘어가고, 시간이 없어서 넘어가고 하며 “편집된 역사”를 배워야만 하는 입시를 벗어난 나이가 되어서야 역사가 “나보다 앞서 산 이들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를 공부하게 하는 학문”임을 배웠다. 바로,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에서였다. 지금 『다시, 역사의 쓸모』를 마주하는 지금,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나아져 있을까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그때의 나보다 많이 단순히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매일 물어야 하니 말이다. 

 

 

다시, 역사를 찾는 이유

내가 하고 있는 이 작은 일이 역사의 발전 방향에 부합한다면 시대정신의 한 조각을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고, 앞으로 다가올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나의 옆 사람, 또 그 옆 사람에게 분명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 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역사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된다는 사실. (p.28) 

『다시, 역사의 쓸모』의 첫 장 “다시, 역사를 찾는 이유”는 정말 그의 강연을 듣듯 술술 넘어갔다. 왜 역사를 공부하는 '지적 유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우리가 역사를 품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의미가 얼마나 단단한 것이 되는지 이야기하는 문장들을 읽으며,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지만,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역사의 매력을 다시 발견했다.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지만, “진짜 이야기를 알아가는 지적 기쁨”은 우리가 모두 내면 깊은 곳에서 탐하는 요소가 아닐까. 최태성 작가님은 이렇게 또 한 번 우리에게 역사를 탐하게 만든다. 

 

 

삶의 품위를 지켜주는 역사의 통찰

이것저것 해서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것보다 하나에 매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p.86) 

어느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맞는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p.100)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그저 올바른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p.119) 

직접 강의를 들었던 '김득신'의 일화로 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마음에 닿는 문장이 많았기 때문인지 나는 두 번째 장, '삶의 품위를 지켜주는 역사의 통찰'이 유독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최근 사람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며 타인의 잘못에 은근 나의 미운 모습을 당연한 방어라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나의 존엄을 스스로 낮추는 행위일 뿐 정당화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먹었다. 

 

 

일상에 정성을 더하는 오래된 지혜 

만적은 시대에 갇혀 있던 사람이 아니라 시대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p.183)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해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역시 성공적일 것이라 함부로 짐작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단한 성공 앞에서 우리가 작아지는 것은 결과만을 바라보고 그 결과가 이루어질 때까지의 과정을 등한시했기 때문일 거에요. (p.215)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수고로움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시, 역사의 쓸모』를 읽으며 역사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더욱 배울 것이 많아짐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후대에 남긴 것들. 시대에 준 것들이 무척이나 크고 깊다. 진짜 노력을 바라볼 수 있는 선한 눈들이 많아야, 지혜로운 눈들이 많아야 앞으로의 “역사”가 조금 더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여정의 끝에서 비로소 깨달은 것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중 하나는 다채로운 감정을 갖기 위해서예요. (p.263)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크고 원대한 목표에 사로잡혀 소박한 오늘의 행복을 외면하지 말 것. 나의 삶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그리고 하루를 정성스럽게 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 (p.278) 

사실 이 부분을 읽는데 울컥했다.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사는 지금, 행복하고 좋으면서도 종종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지?” 하는 확인을 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역사의 쓸모』를 읽으며 나는 바라봐야 할 곳을 바라보며 잘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주춤했다면, 그걸로도 분명 배운 것이 있겠지. 대신 다시 일어나 잘 걸어봐야겠다. 나의 속도로. 나의 길을. 

 

누군가 내게 『다시, 역사의 쓸모』를 읽어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다시,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 알기 위해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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