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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덕분에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책임을 지고,
또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p.61)

언제인가 다른 리뷰에도 쓴 적이 있는 듯하지만 나는 번아웃 증후군의 정확한 예시다. 나는 멍하게 앉아 나를 식히는 시간을 잠시도 가지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읽어야 하고, 닦아야 하고, 정리 해야 하고, 메모 해야 하는 정말 “하루 종일 뭔가 하는 애”인 것이다. 물론 이 일개미 성향은 대체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아왔다. 바지런한 이미지, 정돈된 집 등. 그러나 정작 나를 돌아보게 된 어느 날, 내가 나에게 느낀 감정은 “나 왜 이렇게 바쁘게 살지” 였다. 손미나 작가의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눈물이 났다. 카푸치노 같은 색으로 적어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p.6) 하는 글씨에 나도 모르게 격해진 것이었다. 사실, 나의 눈물 자체가 정답이었다. 나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눈물도 나는 거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으니 지치는 것일 테다. 사실은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답만 찾으려 했다. 난 진짜 행복한지, 진짜 나는 괜찮은지.
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서 성장했고, 그리 넘칠 것도 없지만 그리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만나게 되는 결핍의 원인은 대체로 내 안에 있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공허함과 제자리에 멈춘 무료함 등. 이 책을 읽으며 느낀 한가지는, 내 내면의 민낯을 대할 때,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 핑계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서 때로 불행했고, 때로 아프고, 때로 길을 잃었다. 늘 정도를 걷자고 말하면서도 나는 매일같이 길을 잃거나 나를 잃었다. 오늘도 감정의 물을 먹은 스펀지 같은 나를 힘겹게 꺼내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이 책처럼, 내가 걷는 길이 꽃길이니 부디 내 길을 잃지 말자며.

배경이 달라졌을 뿐 대부분 웃는 얼굴인 그녀의 사진들이 말하듯, 그녀는 수많는 긍정 메시지를 나에게 전한다.
- 때때로 뒤통수를 맞기도 하지만,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옯겨 가는 발걸음에는 언젠가 행운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인생에 완벽한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된통 당하더라고 가능성이 보이는 길이라면 한번 더 속아주며 열심히 내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p.79)
-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맞닥뜨렸을 때 상황을 유리하게 발전시키는 힘은 바로 자기 안에 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당황하는 대신 상대와 자기 자신을 치밀히 분석해 알맞은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p.97)
-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 어느 누구도 그 모든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이,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가지 않은 길을 마냥 부러워하거나 동경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을 더 좋은 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 말이다. (p.173)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주어진 삶에서 행복 찾기”라는 소제목을 만났고, 문득 행복을 다시 생각해봤다. 매일 쓰는 육아일기에, 늘 만족하는 삶을 살자고 쓴다. 사실은 그것이 행복을 찾는 포인트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만족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안다. 하지만 정작 내 스스로의 일에 있어서 나는 종종 만족하지 못했고, 불평을 잔뜩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늘 행복하고자,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버둥대며 하루를 산다. 그런 내게 그녀가 묻는다. “이미 답을 알고 계시지 않나요? 단지 용기가 나지 않는 건 아닌가요?” (p.190)

맞다. 나는 이미 답을 안다. 내가 나에게 집중한다면, 내 소리에, 내 마음에, 내 삶에, 내 하루에, 내 시간에, 내 가족에, 그리고 그 수많은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귀를 기울인다면 나는 분명 훨씬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 상처받을 주변 사람들, 커리어의 타격 같은 것보다 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그 어떤 것도 나 자신보다, 또 나를 꼭 닮은 내 아이보다 귀한 것은 없는데 내 길이 아닌 길을 걷고자 힘겨워하고, 내 삶이 아닌 것을 탐내느라 진짜 내 삶의 아름다움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돌아보려 노력했다. 오늘의 나를 보려 노력했다. 나는 정말 내 삶에서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정성을 다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 고민의 끝에 내게 남은 것은 열 손가락도 채우지 못한 단어들이었다. 딸, 가족, 책. 그리고 글. 맞다, 나는 이미 답을 안다. 내가 찾아낸 이 단어들이야 말로 내가 평생에 걸쳐, 가장 정성을 들이며 키워온 화분과도 같다. 그 화분이 장미처럼 화려한 꽃을 피울지, 강아지풀처럼 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꽃인지는 그 화분이 꽃을 피우고 나서야 알게 될 일이다. 그러니 비어있는 화분을 바라보며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자라나는 열매 그대로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매일 꽃길만 걸으라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꽃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내가 나를 사랑하면 자갈밭도 꽃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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