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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는 것은 사치였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세라는 티슈를 챙긴 뒤 문을 확 열어 젖혔고, 눈물을 훔치며 눈물을 훔치며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갔다. (p.78)
일단 이 책에 대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작가의 전작인 리얼라이즈처럼 재미있는 책이었다. 물론 조금 더 강력한 한방이 없는 게 아쉽다면 아쉽지만, 촘촘하게 심리를 이어가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한 책이었다. 사실 나는 공포영화 등을 보지 못하는 쫄보이기에 무서운 내용보다는 이렇게 심리를 치밀하게 채운 스릴러가 좋다. 참 잘 쓴 책이다.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었고. 정말 묘한 매력과 담백한 문장력에 책을 붙잡고 순식간에 읽은 책이었다.

이런 책은 스토리를 쓰면, 다음에 읽을 분들이 너무 재미없을 것을 알기에 내용을 적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래서 리뷰를 쓰기 참 어려운 종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인물을 위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먼저 주인공인 세라.
‘그 말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아서 다른 생각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p.144)’ 등의 문장이 그녀를 고스란히 이야기한다. 한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을 할 수 없고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약자의 위치에 자주 서게 되는 사람. 사실 나는 그녀가 나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가정에 관심이 없는 남편, 해도 티 나지 않는 일들, 일과 동시에 제대로 키워내야 하는 아이, 친정에 의지하는 육아까지. 성 상납을 요구하는 상사만 제외하고는 너무나 내 이야기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심리를 매우 치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깊게 빠져들었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그녀가 “29초”의 반전을 이루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남자 주인공인 러브록. 말 그대로 쓰레기, 나쁜 놈이다. 하지만 가진 게 많고 높은 위치에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가진 게 많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더욱 나쁘다. 책의 98%를 우위에 선점해 있어서 사실 읽는 내내 좀 지쳤다.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씁쓸함이 든 이유는 바로 러브록때문이었다. 왜 세상의 나쁜 놈들은 잘 사는 것인가 하고. 그리고 세라의 복수에서 끝나기는 하지만 과연 그 끝이 복수가 맞을 지, 뒷 이야기가 불안함으로 상상되었다.
그리고 문장들.
멀리서 천둥이 낮게 우르릉거렸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p.249)
단 한 줄. 그러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이 담긴. (p.306)
마음 한 구석에서, 세라는 어떤 문제가 자신을 압도하려 할 때면 언제나 하던 일을 지금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계속 바쁘게 몸을 움직여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도록, 최악의 상황에 침참하지 않도록 하는 것. (p.334)
사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꽤 아팠다. 누구에는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일지 모르겠으나 난, 내 이야기 같아 무겁고 힘들었다. 불안했다. 나 역시 힘든 일이 있으면 몸을 혹사시켜 잊는 편이다. 얼마 전에도 나는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기 위해 옷장의 모든 옷을 꺼내 털고 빨고 난리를 쳤다. 사실 그런다고 해서 내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저자의 문장을 읽으며 마음을 들킨 것 마냥 불안했다. 속이 상했다.

그만큼 이 책은 심리적인 부분을 잘 짚어냈다. 만약 이 작가가 스릴러가 아닌 연애소설을 쓴다면 그것은 분명 영화화되어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되리란 생각이 든다.
단 1센티도 빈틈이 없는 글을 읽는 느낌이었다. 부럽다 이런 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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