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 신나는 새싹 195
문명예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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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만 없어 고양이”가 인기 해시태그였을 만큼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열풍이었다. 비염이 심한 나는 그저 회사에 더부살이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게 다였지만 말이다. 그런 나도 집사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식집사”되시겠다. 대단한 솜씨는 아니지만 나는 십 년이 넘도록 키우고 있는 녀석을 포함하여 약 40여 개의 화분을 보유한 식물 집사다. 그래서일까, 씨드북의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를 읽는 데 왜 이렇게 공감되고 재미있는 거야!

 

나같은 식집사는 물론, 생명력이 질기다고 소문난 화분도 우리 집에선 죽는다는 는 사람들, 조화나 키우겠다 하며 식품을 포기해본 사람들,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를 만나보셔야 한다. 이 책에는 식물을 키우는 비법이 가득하니 말이다. 혹시 아는가! 사람을 대하는 비법까지 얻어가게 될지.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 속 코코는 우연히 방문한 꽥꽥 씨의 집에서 식물들을 보고 호기심에서 카랑코에 하나를 사 온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물을 주니 버텨낼 재간이 없던 카랑코에는 죽어버리고, 아쉬운 마음에 몬스테라도 들인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창문을 꼭꼭 닫아준 채 말이다. 당연히 몬스테라도 떠나버리고 화가나 식물을 바라보지도 않던 코코 씨는 또 한 번 몇몇 식물을 들인다. 그러나 그 식물들도 위기에 당도하고 화분을 포기하려던 코코 씨는 우연히 식물들이 바란 것이 바람이었음을 깨닫고 '친해질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코코 씨와 식물은 친구가 된다. 

 

일러스트로 바라본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는 섬세하고도 익살스럽다. 수채화의 물 자국이 선명한 듯 그려지는 작품인데도 다양한 화분이나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섬세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동물 하나 대충 그려진 것이 없었다. 그뿐인가.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의 내용을 찬찬 살펴보면 코코 씨의 마음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일단 식물을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지에 대해 코코 씨를 보며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코코 씨가 식물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에서 변화를 낄 수 있어 숨은 이야기들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뒤편에 마련된 식물 키우는 법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통해서는 아이들이 직접 식물을 키우며 배우고 느낄 수 있지 않으려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담당인 화분은 2개다. (개수로는 3개째) 첫 번째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었으나 나머지 둘은 어쨌든(?) 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열심히 알려주어도 코코 씨처럼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코코 씨의 식물 사귀기』 통해 배우며 아이는 한층 더 부지런하고 자연스럽게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으리.

 

진지한 표정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구경하는 아이에게 슬쩍 한마디를 보태본다. 

 

있잖아, 사람도 식물처럼 물을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빛을 좋아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단다. 그러니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상대가 몰라준다고 섭섭해하지 말아야 해. 원래 배려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먼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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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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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떻게 될까? 나중에 불현듯 자신을 돌아보니,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고, 그 탓에 만사에 금방 실망하고, 또 그 탓에 만사를 금방 포기하고, 또 그 탓에 늘 불평만 해대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인가? 아아 싫다.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라도. (P.174) 

 

 

『레벌루션 NO.3』!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혹시,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인가! 재출간인가! 하며 신이 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 역시나 가네시로 가즈키! 더구나 문예춘추사라니! 나는 문예춘추사의 셜록홈즈 전집을 시리즈별로 쌓아놓은 “찐 마니아”가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 시리즈물이 전부 재발간되길 기다릴 이유는 충분해졌다.

 

『레벌루션 NO.3』의 가네시로 가즈키는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나오키 문학상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일본 문학에 큰 관심이 없는 내겐( '찾아 읽는다'고 표현할 일본 작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귀하다.) 그리 대단한 미끼는 아니었는데, 재일교포 3세이자 재일교포 3세로서는 처음 수상하는 나오키 문학상이라는 언론 보도를 본 후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었다. 그러나 그의 글은, 그 모든 호기심을 덮을 만큼 재.미.있.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영화로까지 제작될 만큼의 글솜씨니 말해 뭐해! 그래서 문예춘추사에서 『레벌루션 NO.3』가 재출간 된다는 말을 듣곤 미어캣처럼 기다렸던 것. 

 

오랜만에 다시 읽는 『레벌루션 NO.3』은 역시나 너무 재미있었다. 그저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가지는 모습에서는 젊은 패기와 함께,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의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고, 그래서 그들의 행보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물론 특유의 일본 소설 분위기는 어쩔 수 없지만, 각 캐릭터의 특징이 오히려 일본다워서 주제를 더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라기엔 해맑고 학생들을 위한 소설이라기엔 묵직하지만, 문학의 경계나 평가는 나이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모두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레벌루션 NO.3』은 판본이 살짝 더 작고 문고판 특유의 질감도 느껴져서 더 재미있던 것은 안 비밀. 양장본을 좋아하기는 하나, 소설은 이렇게 문고판이어야 느낌이 살지. 문고판의 느낌은 살리면서도 상큼한 표지와 김난주 번역가님의 세련된 문장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완성도 높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소설 맛집, 문예춘추사!)

 

1년 중 360일 정도를 책을 읽는 나도, 소설은 좀 한가할 때 읽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바쁠 때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의 영역으로 빼는 것이 소설이 아닐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소설이 주는 재미는 실익은 넘어선다. 나만 해도 가끔 소설을 읽을 때면 화장실도 참아가며 책을 읽는다. 그 재미를 안다면 두세 시간을 투자하여 만나기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원래도 재미있는 소설을 완벽한 번역가와 소설 맛집 출판사가 만나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것. 

 

아! 혹시 『레벌루션 NO.3』이라서 3권일까 봐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 아니다. 『레벌루션 NO. 3』은 NO. 3가 첫 번째 시리즈고 플라이, 스피드, NO. 0이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지금이 “레벌루션 항해”를 시작하는 적기다. 우정, 꿈, 청소년기 등 우리가 앓던 많은 것들- 또 우리 아이들이 만나게 될 많은 것들을 엿보는 모험을 함께 하고 싶다면 어서 『레벌루션 NO. 3』호에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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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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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아보는 건 좋지만 지나친 자기비판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객관화한 자신을 조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과도한 자기비판은 '자기 태만'의 한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자신을 비판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거죠. 이럴 때는 자신과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거죠. 그리고 쓰다듬어주세요. 내가, 나를요. (p.235) 

 

 

김선현 작가의 전작, '그림의 힘'을 읽고 나는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책.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반 고흐'나 '클로드 모네', 혹은 '프레더릭 레이턴'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냐고 말을 걸어오는 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난 그녀의 책,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사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울렸다. 늘 마음속에 품은 꿈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살다 보니 퇴화하여버렸는데, 날지 않아도 괜찮다니. 그 한마디에 날개가 있던 마음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는 다소 특별한 '그림'책이다. 그녀의 전작들처럼 그림과 함께 토닥임을 기록해두셨는데, 이번에는 '나'를 들여다보게 돕는다. 내가 왜 아픈지, 나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바라보게 하고, 힘들 때는 바닥을 보고 걸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여러 그림들을 통해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사춘기가 길어도 된다고, 슬픔을 간직해도 된다고 등을 토닥여주신다. 특유의 다정함과 그 속에 숨은 힘으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그림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그림이 거는 위로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의 특별한 점은 그게 다가 아니다. MBTI로 그림을 읽어준다. 혹자는 그림에까지 MBTI를 갖다 붙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의 성향에 맞는 그림을 보며 조금 더 '가까워진'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나에게 맞는 브랜드처럼- 나에게 맞는 그림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는가.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속에서도 나는 ENFJ로 정의롭고 배려심이 많은 편이며 자신만의 '시선'을 가진 유형이라고 한다.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나 스스로에게는 그렇지 못해 자신을 힘겹게 하는 타입이라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같은 유형에게 작가님이 추천하신 그림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이라는 작품과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스트란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이라는 작품. 

 

“꿈”이라는 작품을 바라보며 문득 무표정이지만 강인함이 느껴졌고, 쌓아놓은 책을 보며 조금 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스트란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을 바라보면서는 자신을 어두운 방에 가두었지만, 햇빛은 결국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며, 작가님이 이 그림을 추천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스스로에게도 더 관대해도 된다고, 더 따뜻해도 된다고 말이다. '그래, 나도 나를 쓰다듬어줘야지' 하고 느낄 수 있었으니,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는 나에게 넘치는 역할을 해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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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다는 건 - 새들은 어떻게 먹고, 느끼고, 사랑할까
팀 버케드 지음, 캐서린 레이너 그림, 노승영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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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아이는 가리는 건 다양한 책들을 좋아한다. 가끔 자신이 읽으려 해서 문제지만, 어릴 때 전화번호부 책(이거 알면 최소 30대 후반)까지 읽고 앉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평생 꿈꾸던 “책 읽고 대화 나눌 친구”가 생겼다. 원래도 사이좋게 책보길 좋아하는 모녀가 가장 가까이 머리를 맞대는 순간을 말하자면 원화가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을 때가 아닐까. 아이와 딱 붙어 앉아 일러스트의 색감과 표현력에 감탄을 연달아 내뱉게 했던 책, 『새가 된다는 건』을 소개한다. 

 

앞에서도 잠시 거론했듯, 『새가 된다는 건』은 케이트 그림 어웨이 상을 받은 캐서린 레이너의 눈부신 색감과 생동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세밀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새들의 깃털 하나하나가 선명한데, 그러면서도 새들에게서 느껴지는 온도나 표정은 그 어떤 그림책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는 각 페이지의 새들을 오래 관찰하기도 하고, 한참이나 물러나서 보기도 하며 온전히 감상했다. 

 

아이가 『새가 된다는 건』의 베스트 일러스트라고 뽑은 페이지는 부엉이로, 마치 옛날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밤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퍼트리기라도 할 것 같다며 여러 상상력을 꺼냈다. 엄마가 뽑은 『새가 된다는 건』 명장면은 바닷새들의 모여앉은 페이지. 새들의 표정이나 동작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둘기도 무서워하는 겁보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새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새가 된다는 건』은 내용도 시와 노래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저명한 조류학자 팀 버케트는 새들의 특성을 세세하게 전달하면서도 '가지 위의 문워크', '눈 미끄럼틀', '슬픔 속의 희망 키우기' 등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일러스트 틈새에 써진 가장 작은 글씨는 소곤소곤, 제목 등의 볼드체는 큰 목소리로 읽었다. 그러자 책의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새가 된다는 건』을 읽는 내내 탄탄한 내용의 다큐멘터리와 아름다운 시를 동시에 읽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공감하실 수 있을까. 이 책을 만나지 않고서는 이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의 짧은 문장력이 아쉬워진다. 

 

사실 『새가 된다는 건』은 책 자체가 그런 생동감을 품고 있다. 매에 관한 이야기에서 '번개같이 하늘에서'라는 제목도 하늘에서 꽂히는 느낌이었고 '쐐애액!”하는 글씨는 점점 커져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읽게 되었다. 빨간모자무희새 역시 “딱! 딱! 딱! 딱!”이 각기 다른 폰트 사이즈로 적혀있어 나도 모르게 강약을 조절하며 스타카토로 읽게 되었고, 물결로 적힌 합창연습, 여러 폰트 사이즈로 난타를 이루는 듯한 “꽥꽥꽥” 역시 실제 자연에서 듣는 것처럼 여러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에, 서사시 같은 지식, 섬세한 편집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책이랄까. 

 

신기하게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런 효과들을 기막히게 눈치챈다.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림책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운율을 찾아낸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독서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를 숲으로 늪으로 강으로 산으로 여행을 가게 만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게 한다. 그래서 또 한 번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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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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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너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처음 모습 같은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진느 것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거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오해한 그들은 영화 같은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것안에 뭐가 담겼는지 결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p.33) 

 

 

그녀의 책, '지선아, 사랑해'를 그렇게 엉엉 울며 읽어놓고도, 사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이 그녀의 책인지 몰랐다. 5월 독서모임 도서를 투표할 때, 이 책으로 하자는 다른 학부모봉사자에게 이 책이 누구 책인지 듣고 나서야 제목에도 꾹꾹 눌러담겼을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나도 얼굴에 화상 상처가 있다. 직경 1센치 정도의 얼룩뿐인 작은 상처지만, 찢어짐과 동반되어 꽤 크게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눈에는 10센치처럼 보이던 그 상처는 나이를 먹어가며 주름과 합쳐져 그냥 짙은 주름처럼 보인다.) 손톱만한 화상상처도 거울을 볼때마다 신경이 씌이는데, 전신에 화상을 입고 화상으로 손가락까지 절단해야 했을 그녀가 말하는 해피앤딩이라니.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온전한 진심임을 알기에 이 책은 더욱 감명깊고 눈물겹다. 

 

비교행복으로 작은 힘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소재삼아도 좋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는 진짜 행복을 깨달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나의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나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깨달았기에 『꽤 괜찮은 해피앤딩』 속 그녀의 문장들은 큰 공감이 되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그녀가 대단한 것은 엄청난 사고에서 살아남았고 수십회의 힘겨운 수술을 버텨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기 때문이다. 그녀의 화상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타인에게 희망과 위로를 부지런히 전한다. 마음이 아픈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전한다. 그것이 항우울제든 마음챙김이든 글쓰기이든 자신이 경험해온 시간들을 소재삼아, 타인의 안녕을 빈다. 나의 아픔을 드러내며 타인의 회복을 비는 마음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가 전하는 위안이 더 감사했다. 

 

누군가의 응원과 위로로 42.195를 완주한 경험을 쉬이 잊지 않고, 자신도 그런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함께 하면 덜 힘들고 더 잘 해낼 수 있으리란 내용을 읽으며, 나는 살며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뜨거운 응원이었던 적이 있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가족, 친구들에게는 그런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러닝메이트가 되어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지선이의 오까'가 되어 비빌언덕이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 역시도 려나씨처럼 내 자체를 더 사랑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봐주어야지 다짐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은 나에게 “꽤 괜찮은 현재진행형 행복”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의 리뷰 마무리는 그녀의 문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말만큼 이 책을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다. “당신이 있어 내가 혼자가 아니듯,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자고 얘기하면 좋겠다. 지금 옆에 있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전하면 좋겠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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