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
필립 드와이어.마크 S. 미칼레 엮음, 김영서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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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많은 역사학자가 폭력이 -그리고 특히 과거의 폭력을 은폐하려는 욕망이- 역사에 대한 선별적 기억상실의 지배를 받아왔음을 깨닫고 있다. 거듭된 사례에서 밝혀진바, 과거 역사로부터 배제된 인간 집단은 종속적 지위의 집단이었다. 이것은 격언처럼 (윈스턴 처칠 덕분에 유명해진) 단순히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승리는 대개 엄청난 피를 흘리고 나서야 확보되었다. (p.586)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 반발하기 위해 18가지 반박을 모아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사실 그걸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늘 좋은 책을 추천해주시는 몇몇 분들이 거품을 물고(?) 시간 낭비였다고 말씀하셨기에 이 책을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는데, 도대체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는 무슨 말이 씌어있었을까 하고.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총 18장으로 이루어진 다소 방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서문에서부터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셨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역사의 기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는 그럼에도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달된 역사 앞에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감히 “당연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논할 때는 할 말이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역사의 이면에 상처받고 고통받은 “산증인”들이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계시지 않나. 또 사회가 발전하며 오히려 약자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정신적, 기타 등등의 폭력이 날로 민감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종종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내용을 스티븐 핑거가 읽으면 상처받지 않을까, 그것 또한 '기록의 공격'은 아닐까 생각해본 것도 있지만 (사실 그래서 더욱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가 읽어보고 싶어졌고, 혹시 이것은 노이즈마케팅인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펼쳐지는 내용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에 만연한 여러 모습의 폭력과 전쟁이 과거의 그것보다 가혹하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인권과 불평등, 폭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스티븐 핑거가 계몽사상에 담긴 복잡성과 모순을 태평스럽게 무시했다며 이어간 내용이 매우 치밀하여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역사는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짚으며 역사의 여러 시각을 파악하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사실 나의 지성이 부족하여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저자들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이어 역사의 빛과 그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나도 이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분명 다른 분들은 더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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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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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 더 만족스러운 삶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삶의 만족과 행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소득에 도달한 후에는 재산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물건을 구매하든 체험을 구매하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뭔가를 찾는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지위를 알리고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p.221) 

 

 

나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는 '사물'은 단연 책이겠지만, 그 외에도 '사랑하는 물건'들이 있다면 포스트잇과 볼펜(독서를 기반하는 물건들), 옷과 신발, 가방 등이 뒤를 따를 것이다. 가격이나 유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에 때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분명 그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표현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한 단톡방에서 남의 사진까지 퍼다 나르며 자신의 '소유품'인듯 과시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소유욕도 '비이성적'일 수 있겠다는 것 싶어지더라.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는 내내 나의 정체성이라 생각해온 것들을 되짚어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기 전에 나의 소유욕은 나의 정체성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물질만큼 정신적인 쌓기에도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 반성이 들었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라는 다양한 방면의 욕구를 다루고 있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일말의 지루함도 없이 나를 집중케 했다. 아이를 향한 소유욕이나 포퓰리즘 등에 대해서 다룰 때는 엄마로서의 사회를 향한 욕구와 대중으로서 사회를 향한 생각에도 나의 삐뚤어진 욕구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늘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이 닿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집과 소득이 있어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구분된 집단 속에서 불만하지 않았나. 이 생각은 '불의와 불평등'을 읽으며 한층 짙어져 나를 고민에 빠져들게 했다. 

 

'점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생각해보게 된 것도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덕분이었다. 뱅크시를 사례로 들어 '누구의 것도 아닌' 것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작가의 시각에 놀라움을 느꼈다. 정작 작가는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길가에 그림을 그려두었는데, 그것을 두고 미술관과 땅 주인의 싸움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을 보며 소유욕의 모든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더라. '정서적 소유'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우리 아이는 보들보들한 이불에 깊은 안정을 느끼는 아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곰돌이에 집착 좀 해본 사람 출신이기에 아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재빨리 이불을 빨고 말리는 선수가 되어 있다. 그저 '애착'이라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나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것은,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5장과 6장, 과시욕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자아의 확장'이라는 핑계로 사치하고 물건을 숭배해온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기도 했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한 나머지 봐야 할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후회도 들더라.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는 내내 어쩌면 이 책은, 앓는 시대를 사는 중인 우리가 모두 읽어야 할 책은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더 갖지 못해 안달하고 아프지 않나. '욕망'이라는 흔한 감정을 거의 모든 학문으로 빗대어 풀어주는데도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내가 진짜 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덕분에 나는 현명하지는 못해도, 미련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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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 - 내 안의 깊은 난제를 털어낼 지성인 50인의 위로
신진상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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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적응하려면 변화의 방향을 알기 위해 독서와 공부가 필요합니다. 고전은 배움과 공부에 관한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해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반드시 되돌아봐야 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논어의 처음도 공부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우리는 공자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시대가 중국 역사에서 최대의 난세였고, 구질서가 신질서로 대체되는 과도기이자 혼란기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p.104)

 

 

책을 부지런히 읽는 편이고, 집중해서 읽는 성향이다 보니 소위 '벽돌 책'이라 불리는 책들을 여럿 격파(!)하기도 하고, 책쟁이들이 보통 읽는다는 장편들도 부지런히 읽었지만, 여전히 깃발을 꽂지 못한 성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전”이다. 물론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논어 등의 동양고전부터 소크라테스 등의 서양 고전도 분명 읽기는 읽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읽을 때 마다 낯선 문장을 발견하고, 읽을 때마다 모르는 내용이 툭툭 튀어나오니 과연 그것을 읽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의 고전 읽기는 언제나 진행 중이다.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던 논어 필사에 다시 불을 지핀 책이 있었으니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다. 고전에서 인생을 찾는다는데 다시 펼치지 않고 배기나.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는 소문난 다독가 신진상 강사의 신간으로, 그가 매년 천 권에 달하는 책을 읽으면서도 고전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깊이 다룬다. 그에 비하면 나의 독서는 보잘것없는 수준이겠지만, 고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가치관, 갈등, 공부, 습관, 목표, 사랑, 자아실현 등의 7가지 영역에 대해 고전에서 답을 찾아가는 형식의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를 읽으며 또 한 번 고전을 놓지 말자 다짐했다. 

 

구어체로 한 주제에 대해 짤막한 사유를 풀어내며 감명받았던 고전의 구절을 옮기는 형태로 이루어진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는, 고전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이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은 수준의 책이라 부담 없이 읽기 좋았고, 혹 만난 적 있는 고전이라면 작가와 나의 감상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에서 작가가 말하듯, 고전을 통해 갈등을 벗어나고, 습관을 새로 고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부단히 읽고, 그것을 기반으로 변화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부족해서 흔들리고, 내가 모자라서 이루지 못한다는 자책 대신에, 우리가 모두 흔들리기에 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백 년 전의 현인들도 흔들리고 고민하던 것들을, 나도 고민한다고 생각하면 '나만 힘들다' 생각하던 때보다 나아진다. 그렇다고 안주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깊이 사유하고, 가르침을 얻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거다.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의 표지에는 다소 강경히 고전만이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가르침이라고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도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가르침”이라고 고쳐 적고, 그렇게 기라성같지만은 않으니, 같이 읽자고 말하고 싶다. 

 

꼭 뭔가 이루어야 하고, 이겨야 하고, 올라가야 하지는 않는다. 그저 가만히 살아도 된다. 그러나 적어도- 내 마음속의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나의 기준에는 닿아야 하지 않나. 그 마음으로 다시 고전을 펼치게 한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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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렇게! -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태윤 지음, 김석주 그림 / 청림Life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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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나를 칭찬하자.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아.

따뜻한 말과 행동은 멋진 외모보다 큰 힘이 있지. (p.124)

 

 

요즘 아이와 함께 읽고, 일기장처럼 작성해보는 책이 있다.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 사실 평소 육아서 많이 읽는 청림출판에서 나왔다고 하기에, 어떤 책인지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일단 데리고 와서 펼쳤는데, 웬걸. 이 책 왜 이렇게 구성이 좋은 거야!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아이 몰래 살짝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를 공개해보고자 한다. (우리 아이의 고민은 못 본 척해주세요~)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는 어린이들이 학교생활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알쏭달쏭한 상황, 복잡한 친구 관계 등에서 지혜롭고, 씩씩하게 상황을 해결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더욱이 작가는 도덕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할 만큼, 아이들의 교과과정이 등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아이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갔다. 

 

저마다 성격이 다를 텐데 무슨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에는 발표나 수행평가 등 수업시간에 겪을만한 고민부터, 급식이나 친구 관계, 물건 분실 등 학교의 기초생활과 관련한 고민 등을 고루 담고 있어 지금 당장 우리 아이가 겪는 고민이 아니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마음 상태,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잘 다루어, 아이에게 기억하게 하고 싶은 내용이 무척이나 많았다.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는 총 40개의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황마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아이에게 막연히 “발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라고 묻는 것보다 사례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끌어내게 하는 과정이 참 좋았다. 또 아이가 아직 겪지 않은 상황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어, 훗날 그 상황을 만나게 될 때 긴장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의 핵심페이지는 “나의 고민 일기장”이란 생각이 든다. 이 페이지를 통해 아이가 느낀 마음이나 기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도와주어 아이의 자양분이 되는 것. 아이가 생각을 정리해본 후 몇 가지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짤막한 팁으로 응원을 곁들이기도 하는 등,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진 솔루션 책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

 

물론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하여 아이들의 모든 고민이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라도 덜 고민하게 해준다면, 마음이 덜 아프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또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곤란한 상황을 만날 확률도 무척 줄어들 테고.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럴 땐, 이렇게!』는 아이가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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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기억 노란상상 그림책 98
소연 지음, 조아름 엮음 / 노란상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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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가 내가 읽고 있던 책을 넘겨보며 “엄마, 민주화운동이 뭐야?”하고 물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야”라고 대답했더니 “우리가 주인인데 왜 그걸 노력해야 해?”하고 묻는다. 아이가 독도 교육 지정학교를 다니다 보니 4월 내내 “일본은 왜 독도를 욕심내는가”가 생각 주제였는데, 5월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아이에게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연했다. 그 찰나, 『느티나무의 기억』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집 민주화운동의 첫 번째 책이 된 『느티나무의 기억』은 『느티나무의 기억』은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으로 민주화운동이 발발하게 된 계기나 진행 과정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민주화운동의 어두운 단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울 때 가장 먼저 만날 책으로 적합하다 싶다. 

 

200년 된 느티나무 주변에서 평온하게 놀던 아이들이 총을 맞는 것, 자신이 살기 위해 총을 쏴야 했을 어느 군인들의 마음을 알 길이 없는 아이는 연달아 서너 번 책을 읽었다. 연거푸 몇 번이고 책을 읽더니 “엄마, 이 군인은 일본 사람이야?”하고 묻더라. 아니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아이가 “일본군도 아닌데 왜 아이들을 죽여? 군인이 왜 아이들을 죽여?”라고 되묻는데 아무런 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그저 “그러게”만 반복하게 되더라. 말문이 막힌 엄마를 대신해준 것은 심진규 작가님의 독후활동지였다. 

 

출판사에서 주신 『느티나무의 기억』 독후활동지에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매우 상세히 설명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사건을 정리하고 홍보지를 만들어보도록 돕는 등, 민주화운동에 대해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아이와 독후활동지를 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동안은 아이의 머릿속에서 “왜”가 떠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없는 활동은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이 던져준 불씨가 반갑다. 물론 아이가 아직 어리기에 완전한 이해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생각에 많은 도화선이 되어 호기심과 지식을 이어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의문을 제공하는 책이다. 군인들은 왜 아이를 쏘았는지. 옆집 누나는 왜 오지 않았는지 아이는 꾸준히 생각하고 답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책을 만나고자 하겠지. 그래서 이 책은 민주화운동을 교육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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