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 부모의 말 공부
이현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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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은 뭐가 되었든 '내 마음'이 중요해요.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라 방법을 몰라 헤매면서도 아이 스스로,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못하겠다.”,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망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뿐이에요. 

“도움이 필요해”, “나 지금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줘”라는 말이라 생각하고 아이가 노력하고 있는 점을 인정해주세요. 인정하고 접근하는 것과 한심하다는 듯 접근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p.79) 

 

 

부모와 자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는 한편으로는 아이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라고 늘 생각해왔기에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도록 두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넘쳐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싶은 욕심을 부린다. 분명 정도만 다를 뿐, 모든 부모는 이렇게 온수와 냉수에 발을 담그고 아이를 키우는 중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면 현자이거나 개망나니 둘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와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부모의 말 공부』라는 책을 보고, 최소한 개망나니 엄마는 되지 않기 위해 나를 잡아주시는 분들이 많다 생각했다.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부모의 말 공부』와 짝꿍 책으로, 딸 엄마라면 딸 편을, 아들 엄마라면 아들 편을 보시면 되겠다.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는 딸의 사춘기 형태, 공부를 대하는 변화, 일상의 변화, 부모나 친구 관계, 신체 변화 등에 대한 대처 및 멀티미디어 사용이나 장래희망 등 아이 인생과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다룬다. 예쁜 일러스트와 더불어 부모의 속마음, 딸이 속마음을 다루어주고 대화 솔루션을 제시해주기에, 상처 주지 않고 사춘기 딸과 대화하는 스킬을 키울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개인적으로는 각 대화에서 아이가 가지게 될 힘을 기록해주신 점이 참 좋았다. 모든 것을 다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평소 우리 아이가 조금 덜 가진 힘과 관련된 부분은 더욱 조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결론이 앞장에 있는 책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한번은 통독하고, 두 번째부터는 “사춘기 딸을 이해하는 법”안에 담긴 알짜는 매번 다시 읽고, 그때그때 필요한 대화를 찾아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와의 대화를 위해 아이 방문을 벌컥 열기 직전! 필요한 대화 스킬을 찾아본다면 아이에게 예의와 교양을 지키며 대화할 수 있을 터. (부디, 제발요!) 

 

아직 나에게는 먼일 같이 느껴지는 '딸의 사춘기'지만, 성장이 빨라진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도 우릴 때보다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그렇기에 언제일지 모를 순간을 위해 더 부지런히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아이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아이와 평생 친구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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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 모르니까 서툴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대화의 기술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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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것만이 경청이 아니다.

경청이라고 하면 그저 잘 들어주고 알맞은 리액션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경청은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청은 한자어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경청할 때는 그저 교과서적으로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아닌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자세로 듣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상대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 대화에 알맞은 태도와 말투는 무엇인지까지 고려해서 듣는 것이다. 그러니 경청은 결코 쉬운 태도가 아니다. 오직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만이 할 수 있는 고난도의 수행과 같다. (p.179)

 

 

사실 세상에는 말센스에 관련한 책이 너무도 많기에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을 처음 만났을 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정돈된 어휘라는 느낌을 받았고, 다양한 대화사례를 통해 한층 이해를 쉽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각각의 상황마다 필요한 말 센스가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을 구분 짓자면, 사람을 대하는 직종에 계신 분들이 읽어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사람을 대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할까.)

 

아무튼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을 사람을 대하는 직종, 소위 '영업직'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대화의 물꼬 트기, 관계가 편해지는 사고 전환, 공감과 반발의 활용 등의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주제들은 도움을 주겠지만, 특히나 관계를 잘 형성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직종에서 가장 유용하리라 생각이 들더라. 

 

솔직함과 무례함의 한 끗 차이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며 많은 사람이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을 보고 상처 주지 않는 말투에 대해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건방지지 않은 선에서 자신의 말을 하는 기술은 잘 익혀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을 내치는 기술을 진작 알았더라면, 나의 직장생활이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의 좋았던 부분은 '관계를 이어주는 최고의 말 센스'를 따로 정리해둔 점과 나쁜 말투/평범한 말투 / 센스있는 말투로 나누어 풀어주는 점이었다. 예문을 통해 평소 나의 말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달까. 

 

요즘은 실력보다 센스라는 말이 당연히 여겨진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실력은 좋지만, 센스가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센스있는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설 수 없겠지만, 센스는 그만큼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그런 센스를 타고났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천적으로라도 배워야지! 특히 말 한마디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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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피피 스포지토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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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읽은 것이 『두  도시 이야기』였다. 찰스 디킨스 작품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번, 깊이 이해하지 못해서 한 번 더, 독서 모임을 해서 한 번 더, 타인의 감상평을 듣고 진짜 이렇게 좋은 책을 나만 느끼지 못하나 해서 한 번 더- 그렇게 여러 번 다시 읽은 책이 『두  도시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의 매력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에게 『두  도시 이야기』를 읽게 하면서도 과연 아이가 재미있어할까, 이해는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사실 아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은 『두  도시 이야기』에 등장하는 프랑스혁명도 모를 뿐 아니라,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였다. 나의 걱정과 달리 매우 쉬운 문체로 『두  도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바람에, 아이가 상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두도시이야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되지 않은 점은 안타깝지만,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잘 간추려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도시이야기』를 그냥 읽게 하면 다소 어려울 것 같아서 아이에게 책을 주기 전 프랑스혁명과 격변하던 사회상황을 간략히만 이야기해주었고, 깨달음이 사람을 얼마나 변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어려워하면서도 결국은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되었고, 시드니의 마지막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완전히 엄마의 욕심으로 시작했던 '찰스 디킨스' 읽기는 우리 집 독서에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이미 아이는 여섯 권의 찰스디킨스를 읽었는데, 다른 책도 출간되면 사달라고 하더라. 스푼북에서 고전 시리즈로 출간하는 S클래식은 꼭 읽어야 하는 필수고전을 쉬운 호흡으로 풀어냈기에 아이도 어려워하지 않고 고전문학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두  도시 이야기』 역시 문제가 쉽고 문장이 호흡이 짧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해가 쉽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우리 아이가 찰스디킨스를 완전히 소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줄여진 책이니 언제인가 찰스 디킨스를 다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도 여전히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얻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첫 번째 찰스 디킨스를 만나는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엄마의 욕심과 우려가 뒤범벅된 찰스디킨스였지만, 『두  도시 이야기』까지 잘 읽어 내준 아이가 무척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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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북멘토 그림책 13
조수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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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였던 나는 거의 모든 사람 그림에 “꼬추”를 그렸다고 한다. 맞다. 남자의 생식기 말이다. 고지식한 집안 장남의 둘째 딸로 태어난 바람에 태어남과 동시에 구박을 받아야 했던 아이. 모르긴 몰라도 엄마와 아빠의 깊은 사랑이 아니었다면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인해 동생을 몹시 미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그토록 부지런히 꼬추를 그려댄 덕분인지 나는 남동생이 생겼다. 남동생 덕분에 “쟤가 아들이었어야지” 소리에서 해방되었기에 나는 그때도 지금도 내 동생이 그렇게 이쁘고 귀하다. (살짝 질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동생이 무척 귀하지만, 모든 형님이 동생이 귀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다. 천사 같은 우리 언니도 나의 여우 짓 때문에 아빠에게 혼나서 미울 때도 있었다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동생이 생긴 형님들에게 주고 싶은 책,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를 소개한다. 

 

조수현 작가님의 귀여운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리는 마음, 동생으로 인해 섭섭해지는 마음, 동생에게 심통을 부리는 마음, 다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단계별로 담고 있어, 동생이 생긴 첫째들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다. 만약 동생을 기다리거나, 동생이 생긴 첫째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실 수 있다면 좋겠다.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아주 어린 '형님'들부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단 문장이 쉽고 간결하다. 간결한 문장이다 보니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빗대어 표현하기에 더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짧은 문장을 함께 읽으며 아이의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을 듯하다. 

 

일러스트도 매우 매력적이다.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동그라미나 네모 등, 어린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도형으로 구성되어 잇기 때문에 도형 모양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다. 또 무척 알록달록한 색으로 구성되어 처음 모양이나 색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리라 예상된다. 

 

사랑은 강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동생을 예뻐해야지”. “동생은 어리잖아” 등의 말로 사랑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게 가능하다면 세상에 짝사랑으로 우는 사람도 없겠지. 나는 사랑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첫째도 둘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를 통해 첫째에게 둘째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간을 주면 어떨까.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첫째가 된 모든 첫째에게 응원을 담은 책, 『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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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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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출근했던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고, 방바닥에 넓게 이부자리를 펴는 시간. 

동생과 이불 위에서 콩콩 뛰며 앞구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동생은 외할머니 옆에서 금세 잠이 들었고 나는 엄마 옆에서 알콩달콩 시간을 보냈다. 

목 부분이 터져 하얀 솜이 비집고 나온 빨강 털옷을 입은 인형을 수선해주는 엄마와 눈을 맞추며 어린 가슴이 행복으로 차오르는 순간, 어린 나의 전부였던 것들. (전부였던 것들 p.61)

 

 

“내 마음이 아픈 날이 읽어 더 좋았을까? 아무튼, 이 책은 내 아픈 마음을 토닥여 주는 엄마 손 같았다. “엄마 손은 약손, 지니 배는 똥배~” 하는 그 토닥임처럼,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온기처럼 말이다.” 강진이 작가님의 「너에게 행복을 줄게」를 읽고 난 후 내가 기록해둔 말이다. 그 따뜻함이 두고두고 생각나서, 작가님의 팬이 되기를 자청했다. 소심한 관종인 나는 책을 무척 좋아함에도 팔로우하며 “팬”인 티를 내는 작가님이 몇 없는데, 열 손가락에 꼽히는 “평소의 언어도 닮고 싶은 작가님”에 강진이 작가님을 예정(!)해왔다. 그래서 그녀의 신간,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는 출간도 되기 전부터 목이 빠지라 기다렸다. 

 

따끈따끈한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를 받아들자마자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리고 그 날밤 다시 차를 마시며 한 번, 다음 날 아침 햇빛 아래에서 또 한 번 읽었다. 세번이나 연달아 읽으며 따뜻함에 흠뻑 취해있는데, 반찬을 주러 왔던 엄마가 책을 훑어보다가 한마디 툭 한다. “옛날에 우리 00 아파트 샀을 때, 쪼들려서 매일 거실에 이불 펴고 잘 때- 엄마는 그때가 진짜 행복했어.” 순간 까맣게 잊고 살던 시절이 거짓말처럼 확 생각나고 그때의 행복이 온 가슴에 들어찼다. 엄마와 나는 히비스커스를 마시다 말고, 히비스커스보다 더 빨간 코가 되어 추억을 회상했다.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는 그런 책이다. “일생에서 가장 강력한 추억”이 아니라 매일매일 있는 추억,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일”이 아니라 갓 지은 쌀밥을 입에 넣듯 편안하고 익숙한 행복. 책의 어느 페이지든 내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너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그런 책. 나이가 더 어렸을 때는 강력한 행복이나 추억을 쫓았던 것 같다.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가치를 지니는지 미처 몰랐기 때문에. 그러나 이제는 안다. 하루하루가 우리의 호시절이고, 매일 화양연화라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은 우리 모두의 호시절이다. 우리 모두의 추억이고, 우리 모두의 일상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강진이 작가님의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는 한번 읽고 끝날 책이 아니라,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만나보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날에는 그저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고, 어떤 날에는 강진이 작가님의 문장을 만나며 공감하고, 끄덕이고.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지만, 강진이 작가님의 그림에는 온도가 묻어난다. 아이와 공원에서 느끼는 햇볕의 따뜻함, 엄마가 해준 밥에서 느껴지는 온기, 친구들과 학창시절에 찍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그런 온도가 묻어나는 그림이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이 무엇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림이다. 그녀의 문장도 참 특별하다. 그렇다고 해서 화려하고 튀는 문장력이라는 말이 아니다. 분명 친근한 단어, 편안한 필체인데 거기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독자의 눈을 붙잡는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하지만 빠져들게 하는 말투의 사람이리라. 그녀의 문장을 가만히 읽고 있자면 정다운 친구와 소곤소곤 수다를 떠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소박한 친구의 편지같이 따뜻하다.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를 읽는 내내 나의 소박한 하루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기분이었다. 많이 아프던 시절,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준 작가님이 “그것 봐, 살아보니 또 좋지? 아픈 거 다 지나간다 했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네 맞아요. 아프고 보니 하루하루가 진짜 빛나게 아름다워요”하고 소곤소곤, 대답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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