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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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부디, 너무 패배감에 빠져있지 말길. 그대의 패배가 끝내 그대를 승리하게 만들 것이니까. 지금의 빈곤이 그대를 부유하게 만들 것이다. (...) 천천히 가면 나무도 풀도 사랑도 자기주변의 이름들도 인생도 더 잘보인다. 그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어 그 일을 평생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 늙은 사람이 되었을 때 자기가 꿈꾸는 사람이 된 자신을 만나는 것이 성공이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그 사람의 성공일 뿐이다. 내 성공은 내 안에 있다. 내가 꿈꾸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성공이다. 일흔을 훌쩍 넘은 나이도, 내가 꿈꾸던 그 사람을 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다. (p.35)

 

 

만약 내가 한참 챗바퀴돌듯 살 때,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를 읽었더라면 나는 좀 많이 울었을 것 같다. '꽃이 피는 줄도, 꽃 다 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넨다는 그 말이 많이 슬펐을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의 나는 피는 꽃의 아름다움을, 지는 해의 감동을 온전히 느끼며 산다. 내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그런 것들이 비로소 눈에 보인다. 

 

나태주 시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이 맑은 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눈이 맑으니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눈이 맑으니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 거라고. 그러나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을 읽고나니, 그렇게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기위해 부던히 노력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좋아질거라고, 나아질 거라고 다짐같은 노력을 하셨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읽기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 자체로도 너무 좋지만, 시만 읽을 때와는 달리 에세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음이 있었다고 할까. 따뜻한 말투와 아름다운 표현은 시를 그대로 담고 있지만, 조금더 짙고 묵직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에 담아놓은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나의 삶도 큰 스캔들없이 밋밋한 일상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한번에 몇가지 힘든 일을 겪으며, 나는 불행하다고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여전히 꽃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면 또 살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지금 이대로도 나는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살아갈 가치가 있고, 나의 가치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의미가 있다.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은 오늘이 버겁고 힘든 사람에게는 위로의 손을 내밀어주고, 나처럼 조금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잘했다고 등을 도닥여준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사실 내 안에 숨어있던 행복을, 내 안에 가득했던 기적을 발견하게 하는 글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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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인문학 대화법 - 1일 1문장으로 부모는 따뜻하게, 아이는 단단하게 자라는
김종원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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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아이의 두 눈은 지금도 당신의 하루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한마디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눈에는 한 줄의 글이 되어 차곡차곡 내면에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책을 읽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삶을 통해 좋은 글을 읽은 아이는, 다시 책을 손에 잡게 되니까요. 오늘 하루도 아이들 삶을 빛낼 가장 멋진 한 줄이 되어주세요. (p.132)

 

 

요즘 김종원 작가의 『66일 인문학 대화법』을 필사 읽기 중이다. 김종원 작가님은 워낙 유명한 작가님이고 좋은 책을 꾸준히 내시는 터라 작가님의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고, 매일 작가님의 문장을 일력으로 만나며 아침을 연다. 그럼에도 확실히 필사하며 읽는 것은 다르다. 필사는 마음에도 머리에도 더 깊이 닿는 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필사를 하며 읽은 김종원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머리에 세기 듯 남았다. 『66일 인문학 대화법』은 그렇게 내게, 단순히 읽고 사라지는 문장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문장이 된다. 

 

『66일 인문학 대화법』을 읽다가 종종 코가 시큰해지는 문장들을 만나곤 했다. 나의 오늘이 아이의 삶을 빛내는 한 줄이 된다니. 책임감이 막중해 눈물이 핑 돌았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더 나은 엄마가 되어야지, 여러 번 결심했다. 독서가 가진 선한 영향력은 무척 많지만,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감사한 일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66일 인문학 대화법』은 독자를 매일 조금씩 나은 방향을 향하게 만드는 책이다. 또 그런 마음 고침을 통해 아이의 하루하루가 더 단단해지기까지 하다면 더 바랄 것이 있을까. 

 

평소에도 다양한 생각을 깨워주는 책이었으나 『66일 인문학 대화법』이 유독 마음에 닿은 이유는, 내가 양육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 창의력, 독서능력, 사회성, 긍정적인 마음 등뿐만 아니라 주도성과 지성까지 갖출 수 있게 돕는 대화 가이드를 제시해주셨다. 어떤 날은 아이와 실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아이와 주고받는 쪽지에 내용을 적어주기도 했는데, 그러는 동안 나도 조금 연습이 되었는지 처음보다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더라. 지금은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대화할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지만,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더욱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또 부모를 위한 체크리스트, 대화가 이들, 필사할 문장 등을 다양하게 제시해주시기에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의 나와, 66일 뒤의 나를 스스로 확인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만약 아이와 대화가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거나,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나은 방향을 보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66일 인문학 대화법』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많은 분량의 책을 읽지 못하는 분들도 딱 하루 치, 66일간 도전해본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난다면 분명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의 부모가 될 수 있으리라. 더불어 책을 읽는 습관도 길러지게 될 테고. 여력이 된다면 소리 내 읽거나 필사를 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리고 싶다. 분명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마음에 깊이 남을 것이니 말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내가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는 부모보다는 '아이가 뭔가를 하게 하는 엄마'가 훨씬 되고 싶다. 보석 같은 내 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품을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66일 인문학 대화법』을 게을리 읽을 수 없다. 66일의 대화법 중 단 하루만 성공한다고 하여도 손 놓고 있던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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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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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슬픔, 속상함, 억울함, 행복, 불안 등의 감정은 사람이 지니고 태어나는 기본적인 능력이에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객관적으로 '그럴 만하다'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어요. 내가 기쁘면 기쁜 것이고, 내가 슬프면 그것은 슬픈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슬픔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반복된 생각, 자책, 걱정들이 나를 끊임없이 힘들게 합니다. 기쁨도 마찬가지예요. (p.15) 

 

 

나는 은근히 고지식한 사람이라, 여전히 내 마음을 글씨로 적어야 속이 편하다. 그런데 매일 나에 대해 글을 적는 연습을 해도 때때로 내 마음을 나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참 웃긴 것은 모르는 감정은 실제보다 더 아프고, 더 힘겹다.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라는 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자주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터.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는 감정 다이어리 북이다. 쉽게 말해 작가의 가이드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그를 통해 위안을 얻도록 하는 책인 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인 작가의 글과 독자가 기록하는 페이지인 Q&A가 번갈아 이어지는 이 책은, 단숨에 읽기보다는 천천히 읽으며 마치 상담을 받듯 느리게 진행하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또 군데군데 필사를 할 수 있는 페이지와 명언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작가의 글 자체도 위로가 되었지만, 우울, 분노, 슬픔, 불안, 행복, 수치심, 감사, 질투, 외로움, 사랑 등 우리가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 10가지를 바탕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느끼게 될 것들이 더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물음은 대답하기 어려워 한참을 고민할 수도 있고, 어떤 물음은 마음의 소리를 그대로 기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감정에는 정답도 기준도 없기에 누구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불안에 대한 질문이 무척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는 선물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일단 페이지마다 다채로운 색감과 디자인을 만날 수 있어 무척 예쁠 뿐 아니라, 지인들에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해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를 적음으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덜 아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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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 - 인간 본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와 광기에 대하여
토드 로즈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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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스스로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자존감을 망가뜨리는지, 그리하여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고 마는지, 나는 아주 힘든 길을 돌아서 배웠던 셈이다.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 습관은 놀라울 정도로 큰 치유를 가져다주었다. 글을 쓰면 내가 순응하고 있던 것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서 좌절하는지, 무엇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규명해나갔다. 예전에는 그저 잊어버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반응을 들으면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내가 사실 신경 쓰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고 배척당한다고 불안해하며 힘들어했던 이유를 이해했다. (p.293) 

 

 

“적당히 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 말은 의욕을 통째로 없애버리거나 집단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등의 말로 집단평균을 강요하지 않나. 그뿐인가. “다들 그렇게 해”, “다 그렇게 살아” 등의 말은 강제로 수긍을 요구한다. '그렇지않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구겨지는지는 관심도 없다. 나는 그런 집단의식에 아주 아팠던 “굳이 열심히 사는 애”였기 때문에 『집단 착각』을 읽는 내내 끄덕임을 멈출 수 없었다. 

 

『집단 착각』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시작으로 집단의 침묵을 이야기한다. 물론 '미투 운동'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지기도 했고, 남들이 찬성할 때 'no'를 외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해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집단에 속한 우리는 '남들처럼' 행동하고 말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악어를 보고 앞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모든 승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승무원이나 '왜'를 생각하지 않는 우리는 모두 집단의 굴레에 살지 않나. 그렇기에 『집단 착각』에서 주장하는 이야기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집단 착각』을 읽으며 '사회적'이라는 단어에 묶인 수많은 것에 대해 생각을 할 계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규칙과 규범을 잘 지키는 나는,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 의심해보기 전에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로 믿으며 내가 지킨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도 그것을 은연중 강요해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당연하다 믿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더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감정을 소모하거나 나를 힘겹게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또 『집단 착각』은 위에 인용한 내용처럼, 다른 사람의 기준보다는 '나의 기준', '나의 만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세상이 바라는 기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세상의 욕구보다는 나의 욕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지만, '사회적 동물'이라는 족쇄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의 욕구를 쉽게 접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두꺼워서 혹은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아서 『집단 착각』을 읽기도 전에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 뒤표지에 적힌 “당신의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판단인가”하는 말에 쉬이 대답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의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라도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나의 지성과 가치관까지 지배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들이 집단의 욕심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겠다. 바쁘게, 그러나 행복하게 살아낸 한 주를- 멋지고 의미 있게 마무리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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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 - 지나온 삶에 짓눌려 왔던 모든 여성을 위한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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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는 페르소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하며,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직책을 말합니다. (...) 자아는 페르소나를 통해 외적 세계와 만남으로써 사회에 적응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페르소나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 페르소나가 곧 그 사람의 인격은 아닙니다. (p.65) 

 

 

나는 딱 한 번,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몸도 마음도 아팠던 시절, 병원 진료를 받고 나와 차 키를 찾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건물에 “심리상담. 심리치료”라는 말이 적혀있었고 무엇에 이끌리듯 올라갔다. 보통 예약 없이는 상담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날은 상담이 없었는지 직원들끼리 티타임을 하고 계셨고 나에게도 차를 한잔 내주셨다. 가볍게 호응하며 내 이야기를 듣던 중년의 선생님은 “돈 욕심으로는 더 상담받으러 오라고 말해야 하는데, 좀 쉬고 햇빛도 좀 쐬고, 하고 싶은 걸 좀 하면 다 나아질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 참 웃기게도 잘 들어주기만 하셨는데, 그날 나는 오랜만에 노래를 따라부르며 집으로 왔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아하는 지인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들도 자신을 위해 많이 울고, 미워도 해보고, 사랑도 해보면 좋겠다고, 지금도 참 괜찮은 이들이지만, 마음도 더 괜찮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라는 심리치료사 박성만 작가의 책으로 크게는 '나', '자식', '남편', '전환기', '자유' 등으로 나누어 여러 명의 고민과 상담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명의 사례를 천천히 읽으며 나도 느꼈던 고민이나 갈등에 고민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실제 상담을 하듯 느긋하고 평온한 문체 덕분에 내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어떤 상담내용에서는 마치 내가 상담을 받듯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공감하고 생각한 부분은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는 첫 번째 장인 “지금은 익숙한 나에게서 벗어날 때”와 “자유를 찾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았기 때문. 몸이 아프며 내려놓고 난 후 돌아보니 나는 나의 행복을 가장 아래의 기준으로 두고 있더라.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쥐고 있던 것들을 돌아보기도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정작 자신의 행복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여성이 사회적 제약이나 규범에 더 많은 족쇄를 가진 경우가 많았기에, 해소되지 못한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분들이 모두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처럼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신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상담의 아래 칸에 등장하는 “내 삶에 적용하는 Q&A”를 통해 내 마음을 점검해볼 수도 있었고, 심리학 이론을 쉽게 풀어주기도 하셔서, 더욱 풍성한 읽기를 만들어주었다. 작가님의 이야기 중에서도 공감과 감동을 주신 문장이 꽤 많았는데, “기대를 내려놓을수록 행복해진다(P.244)”라는 말이 마음을 둥둥 울렸다. 

 

50살가량이 여성들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내가 채 공감하지 못할 부분을 종종 만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큰 위안이 되었고 힘이 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많이 울고, 미워하고 화내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야 다시 꿈꾸고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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