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상처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 사춘기에 가려진 아이들의 진짜 고민과 마주하고 이해하기 바른 교육 시리즈 30
성진숙(우리쌤) 지음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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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사춘기에 자신을 찾지 못하면 평생 사춘기로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p.89) 

 

말 한마디의 힘,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긍정의 말이 나를 살렸다면, 부정의 말 또한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며 중요한 순간에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을 떨쳐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 나를 만나는 많은 사람, 특히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순간순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p.151)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제목부터 뼈를 때린다. 맞다, 우리는 그 누구도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아니, 아이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은 세상에서 상처 주지 않기란 너무 어려운 일. 하물며 내 아이조차도 나와 다른 인격체, 다른 성향이기에 나도 모르게 상처입히게 되는 것. 그렇다면 아이에게 상처입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도 고민할 문제다. 그때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가 내게 묻는다. “당신은 아이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온전히 들어주는 부모인가?” 과연 이 문장에 즉각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모가 존재할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뼈를 맞는 기분으로 시작한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뼈 때리는 말, 즉 맞는 말이 가득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아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줄도 모르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엄마가 아니라서 감사했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1장에서는 부모에게 말하기 힘든 아이들의 속마음을, 2장에서는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다룬다. 또 대화가 잘 통하는 부모나 아이의 성장 특성에 대해서도 다루기에 매우 유익하다 느껴졌다. 가장 정성 들여 읽은 부분은 3장, “대화가 잘 통화는 부모” 편이었다. 특히 아이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무척이나 아프고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지만, 섬세한 아이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며칠 전에만 해도 “나는 엄마가 닳지 않는 물건이라도 내 것이면 나한테 물어보고 만지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두루두루 좋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오히려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에게는 자칫 친구에 대한 불평을 키울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에 놀라고 미안해졌다. 

 

온통 내가 '저지른 일'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반성모드에 돌입해야 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이 뼈만 때리냐. 아니다. 아이에게 한발 다가설 수 있도록 여러 팁을 방출해준다. 감정을 배제한 덤덤한 말투를 통해 오히려 우리 아이와 나의 대화를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타인의 사례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배우게 하기도 한다. 또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는 중간중간 제시된 “아이 눈높이로 이해하기”를 통해 스킬을 키울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앞의 내용을 차근히 정리해보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완성형 아이'와 '과정형 아이'에 대해 다루는 4장도 읽을거리가 풍성했다. 이 장에서는 작가의 교단생활이 다뤄진다. 이 내용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이 세상에 많다면, 아니 우리 아이의 공교육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대화할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이 인생에 한둘만 있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힘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다'라는 말을 하기엔 어느새 나는 8년 차 엄마가 되어있다. 제법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나는 서투르기만 하다. 아니, 서툰 주제에 익숙해져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지우지 못할 기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막중하다. 함부로 할 수 없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에서 읽는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겠지만 그 마음만은 절대 옅어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또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긍정의 추억으로 남을지 부정의 추억으로 남을지 순간순간 고민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변화해서 세상에 아픈 아이들이 줄어들면 좋겠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세상이 안 바뀐다는 한심한 소리 하지 말고, 일단 내 아이 마음부터 안 아프게 하면 분명 세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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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 우리말 표현력 사전 6
이윤진 지음, 임광희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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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엄마는 귀에 피가 나고, 아들 엄마는 쫓아다니다 무릎에 피가 난다”라고 했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어쩜 저렇게 찰떡같은 비유를 떠올렸나. 우리 아이는 특히 나와 있을 때 수다력이 상승하곤 하는데, 미워할 수가 없는 게 대화의 70%가 질문이다. 그것도 유용한 질문. “엄마 △△이란 말이 뭐예요?”, “엄마 ~할 땐 뭐라고 말해요?”, “엄마 ○○가 영어로 뭐에요?” 등. 물론 이런 상황을 대비에 진즉 다양한 버전의 사전을 갖춰뒀지만 여전히 “엄마 사전”이 최고인지 끝없이 나를 찾아준다. 그런 우리 아이가 요즘 많이 묻는 게 단위와 한자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알찬 내용이 가득한 한솔수북의 “우리말 표현력 사전”을 슬쩍 건네준다.

 

특히 우리말표현력사전 6권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아이의 궁금증뿐 아니라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어 엄마에게도 무척 유용하더라.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서 만날 수 있는 어휘는 무척 다양하다. 흔히 사용하는 명, 마리, 인, 개, 자루 등에서부터 두름, 쾌, 올, 홉, 되 등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단어까지를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요즘 마트는 다 g이나 ml로 표현되는데 이게 왜 필요하냐고? 모르는 소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는 “바늘 한 쌈과 오징어 한 축, 고등어 두 손을 합치면 모두 몇 개인지 쓰시오”라는 등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우리 또래 엄마들에게도 어려운 문제지만,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을 읽은 아이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 

 

더욱이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부모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니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읽고, 서로에게 퀴즈를 내는 형식으로 읽는다면 정보도 얻고 재미도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우리 아이처럼 실제 예문을 만들어서 말해본다면 더욱 빠르게 자신의 재산으로 만들 수 있을 터.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 나오는 어휘들은 실생활과 교과학습에 필수적인 내용을 엄선한 것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유용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익해도 어려우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다양한 예문과 일러스트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인다. 아이들이 알쏭달쏭하다 느끼기 쉬운 우리말 표현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무척이나 좋았다. 

 

아이들과 매일 하는 소꿉놀이. 그저 사고파는 것으로 그쳤다면, 오늘부터는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 등장하는 표현들도 더불어 사용하면 어떨까? 분명 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수학과 국어 모두를 공부하는 살아있는 학습지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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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 필로니모 8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에밀리 바스트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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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한적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자유를 빙자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나의 영역을 침해받는 것이 싫듯 나 역시 타인을 침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공공장소 등에서 더 잘 누리기 위해 제시되는 규칙들을 꼼꼼하게 읽고, 그 규칙을 잘 지킨다. 물론 그런 성격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잘'사는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도 나의 권리와 의무만큼 타인의 권리와 의무도 중요하다고 가르치며, 아이에게도 허용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완전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도 나와 비슷한 성향인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그 균형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이에 관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아이 역시 이 책 덕분에 엄마가 말하는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듯하다. 

 

노란상상의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는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라는 주제로 한계 안에서 누리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때때로 일상 속에서 방해를 받거나 구속을 당한다고 느낀 것들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하고, 더 성숙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돕는 것. 공기의 저항 때문에 더 높이 날 수 없다고 착각하는 비둘기가 사실 바람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를 둘러싼 '구속'이 울타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규칙 등을 지키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의 삶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는 것.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자유와 의무에 대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게 생각하던 것을 비둘기 이야기로, 또 공원의 규칙으로, 엄마와의 약속 등으로 풀어 이야기하니 아이는 이내 쉽게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도 병원에 가야 빨리 낫는 것도 칸트의 사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더라.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철학이기에, 이런 생각을 나누며 아이의 생각이 자라기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더불어 엄마 역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더 쉽게 철학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물론 처음 철학가들의 사상을 접할 때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노란상상의 『필로니모』 시리즈는 선명한 그림체와 간결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한때는 나도 철학이라는 영역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철학만큼 '거의 모든 영역'인 학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철학을 쉽게 접하고 이해하게 해주고 싶기에 『필로니모』는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 『필로니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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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아니 바실리 지음, 에다 에르테킨 토크쇠즈 그림, 김경희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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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모든 엄마들은 '아이와 책'이라는 주제로 할 말이 많다. 진짜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다. 반 이상의 엄마는 “아이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걱정”이고, 우리집처럼 책을 좋아하는 집은 “아이가 밥 먹을때도 책을 봐서 걱정”이거나 “책때문에 눈이 나빠질까 걱정”이다. 그뿐인가. 무슨 책을 읽게 할지도 걱정, 책을 그냥 읽기만해도 되는지도 걱정, 이런 책을 읽게 해줘도 되는지 걱정, 몇살까지 읽어줘야 할지도 걱정, 정말 끝도 없는 걱정이 가득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에 아이에게 더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고, 책을 더 좋아하게 재미있는 독후활동도 해주고 싶고, 이왕 읽는 거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음 좋겠다. 그런 모든 엄마들에게 한권의 책이 말한다.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라고. 

 

한빛에듀의 신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는 책에 대한 다양한 개성을 가진 10마릐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읽은 책은 잊어버리는 코끼리 콕콕이, 책을 수집하는 개미 바리바리, 책을 깨끗하게 보관하는 야무진느, 잠이고 뭐고 책이나 읽고 싶은 콩콩이, 읽고 또 읽는 똘똘이 등 현실에서도 닮은 꼴을 찾을 수 있을 듯한 동물들의 모습에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엄마는 이름을 '바리바리 콩콩똘똘 씽씽뿌부 야무진느'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고 키득거렸다. 얘야, 너는 안그런 것 같지? 너는 '바리바리 콩콩똘똘 씽씽뿌부 야무진느 2세'야. )

 

사실 대부분의 애서가들이 자신과 닮은 모습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는 그 내용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주지만, 이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도 엄청나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는 것이 좋은지 등 우리가 그동안 책을 놓고 고민했던 그 모든 정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답이 뭐냐고? 물어서 뭐해. 책 제목처럼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지!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를 읽는 내내 책은 사실 어떻게 읽어도, 어떤 것을 읽어도 좋다는 것을 다시 깨닫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도 좋지만 일단은 재미를 붙여야 한다는 것도 새삼 생각했다. 책에서 만나본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를 아이와 읽어보며 책을 진짜 사랑하는 법에 대해, 책을 진짜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어른을 포함하여, 이세상 모든 '독자'들이 꼭 한번 만나보면 책에 대한 애정과 마음가짐을 정비해볼 수 있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였다. 아, 물론 재미있는 건 당연하고!

 

덤으로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 10가지”를 덧붙이니, 그대들이여, 그저 자유롭게 책을 즐기고 사랑하라. 혹시 누가 당신들의 책사랑을 방해한다면 큰소리로 외쳐라.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라고.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 10가지

1. 읽은 책을 잊을 권리

2.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쌓아둘 권리

3. 깨끗하게 책을 보관할 권리

4. 보던 책을 다 읽고 잠잘 권리

5. 읽은 책을 또 읽을 권리

6.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을 권리

7. 재미난 책을 함께 읽을 권리

8. 책을 원하는 속도로 읽을 권리

9.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을 권리

10.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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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 - 춤을 만나고 인생을 배웠다
팝핀현준 지음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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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돈이 없어 느껴야 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 대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넘쳐나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 때문에 생겨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아쉬움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내 무제는 지금보다 더 멋질 것이다. (p.67)

 

 

솔직히 말해 팝핀현준이 꽤 유명한 사람이긴 하나, 나는 이분에 대한 사전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명한 국악인과 결혼한 것도 이 책을 읽는 중 엄마가 “국악인이랑 결혼한 춤추는 사람이네”라고 할 때에야 알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제목이 너무 미칠 것 같이 멋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라니. 

 

무엇인가에 심취해본 사람은 안다. 세상이 온통 그것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가슴 뛰는 시간을. 나 역시 한 가지에 오래 매진한 사람이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의 제목만으로도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게 된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는 나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감사하게도 나는 팝핀현준의 사인본 도서를 선물 받았는데, 꾹꾹 눌러진 획과 물 흐르듯 흐른 선이 절묘하게 섞인 사인이 마치 춤추는 모습 같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사인처럼 그의 문장에도 리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흡이 길지 않은 간결한 문장에, 기승전결이 분명한 전개까지. 모르긴 몰라도 그는 춤꾼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꾼이 되었을 것 같다. 

 

앞쪽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어떻게 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재능을 키우고 이주노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음 편하게 읽었다. 사실 중반까지 읽을 때는 그가 완전 노력형의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나를 놀라게 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장력도 좋고 흡입력도 좋지만, 한방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을 할 뻔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몇몇 구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나처럼 한방을 찾는다면! 진짜 매력은 후반에서 쏟아지니 부디 앞에서 책을 덮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공감한 문장이 꽤 되었는데, 상단에 인용한 문장도 그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이 중요하다고, 깨닫고 나면 현실이 달라진다는 말도 그랬다. 무대 위의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더 어렵지 않나.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만큼 발전의 가능성을 여는 일도 없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채는 것만큼 날개를 펴는 일도 없다. 그는 멈추지 않는 노력과 정확한 눈으로 자신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고, 들린다. 그런데 힘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호흡까지 완벽하게(p.297”. 나는 “꿈”이라는 의미를 알 무렵부터 지금까지 딱 하나의 꿈만 꾼 사람이다. 30년간 같은 꿈을 꾸며 힘이 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나,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는 생각은 수십 번은 한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쓴 저 문장을 읽는 순간, 재능이고 뭐고 저런 느낌을 진짜 한번은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내가 꾸는 꿈에 초점을 두고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는 기분이 무엇인지 꼭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가 말한다. “어차피 우린 늘 전쟁 중이니, 현재의 결과네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p.299)”고. 

 

책을 덮은 후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데, 비로소 그가 뒤표지에 적어놓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도 했으니,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그 덕분에 나도, 또 한 번 용기를 내본다. 또 꿈꾸고, 또 일어서본다. 나의 내일은 언제나 더 나은 날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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