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 - 영혼에 새겨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상흔을 치유하는 법
리즈 부르보 지음, 박선영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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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상처를 자각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 존재를 깨닫는 순간부터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든 상처는 삶이 반복될 때마다 켜켜이 쌓인 결과다. 그러므로 그 깊어진 상처를 직시하고 맞서기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동안 해결하지 못한 상처는 그저 “치유하고 싶어”라고 말한다고 간한히 아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와 결심만 있다면 스스로를 가엾이 여기고 인내하며, 너그럽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동시에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인내심, 그리고 관용 또한 키울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당신을 치유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p.243)

 

 

그 정도의 차이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하나쯤은 갖고 있다. 그것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는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숨겨놓은 상처는 어떻게든 티가 나곤 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거나,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소모하거나,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억지로 축소하거나 하는 등. 상처를 잘 품어 없애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자신의 상처를 잘 소화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를 정확히 보고, 그것을 잘 배출해내는 일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모두가 가진 상처와 그 잔상들을 다섯 개 가량으로 분류하고, 특성에 맞게 이것을 이겨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물론 심각한 상처가 책을 읽는 것으로 다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집중하여 이 책을 읽었다.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에서는 현실도피, 과한 의존, 수치심, 배신감, 부당함에 대한 자세 등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약간씩은 여러 상처를 포함할 수도 있고, 자신의 상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진단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테스트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더욱 가까이 얻을 수 있어 좋더라. 물론 이 평가가 절대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거부당했던 사람은 도피하는 성향을 지니게 되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버려질 것이 두려워 의존형 성향이 된다는 말을 읽으며, 부모나 사회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거부당한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모욕을 자주 당한 이들이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이 된다는 내용을 읽으며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뱉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을 지녀야 할 일인지도 생각했고. 그 외에도 부당함을 반복적으로 당한 이들의 완고함과 완벽주의를 겪게 되는 것, 배신당한 이들이 오히려 지배하려는 성향을 지니는 것 등을 읽으며 많은 사회문제가 결국 심리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린 말 같지만 가정에서의 평온함이 결국 사회의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도 또 한 번 깊이 생각해보았고. 

 

하지만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를 읽으며, 가장 꼼꼼하게 읽은 내용은 마지막 장의 '치유'였다. 물론 앞의 내용도 다 의미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치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한 후에서야 모든 치유가 시작된다는 말도 인상 깊었고, 우리가 스스로 쓴 가면을 벗어나야 자신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이 아플지도 모른다.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 안에는 대부분 사람이 가진 고민의 민낯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 날 것의 자신과 마주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책을 다 읽기 전에 덮어버릴지도 모르고. 그러나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기 위해 한 번쯤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를 정면에서 바라본다는 것.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바로 설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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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추리 게임 - 과학 상식으로 25개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도전 명탐정 프로젝트 3
빅토르 에스칸델 지음, 권지현 옮김, 아나 가요 각색 / 씨드북(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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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날씨, 집 밖에 나왔는데 비가 와서 우산 가지고 다시 나오면 햇빛 쨍쨍한 오락가락한 날씨다. 너무 덥고, 너무 습하고, 비 오고- 솔직히 말해 외출하기 힘든 날씨의 연속. 이런 날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놀 여러 놀 거리가 필요한 법! 길고 긴 여름밤, 아이와 신나게 놀 수 있는 책 『과학추리게임』을 소개한다. 

 

『과학추리게임』은 씨드북의 도전 명탐정 프로젝트 3권으로, 과학상식으로 25개의 수수께끼를 풀게 하는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하는 책!

 

일단 『과학추리게임』은 일러스트부터 익살이 가득하다. 아이는 아인슈타인의 머리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동물들의 표정에서 웃음이 났다. 일러스트가 전반적으로 익살 넘치고 과장된 표정이라 아이들에게는 만화같이 느껴져 과학퀴즈를 푸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과학추리게임』의 내용도 재미가 가득하다. 첫 페이지에 수수께끼를 잘 푸는 법대로 책의 문제들에 하나씩 접근하다 보면 과학상식을 배울 수도 있고, 생각 주머니도 키울 수 있어 아이들의 창의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혼자 풀거나, 팀플레이를 할 수도 있기에 아이의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퀴즈를 풀며 즐겁게 지낼 수 있을 듯. 25개의 수수께끼는 물리학, 지리학, 광학, 자연과학 등 여러 가지 영역을 골고루 담고 있어 여러 가지 상식을 배울 수 있다. 한 장씩 넘기며 아이와 같이 문제를 풀다 보면 책에 빨려 들어가듯 집중하는 아이를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아이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는 따로 표시해두었다가 과학 백과를 함께 본다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 『과학추리게임』 중에서 가장 유익하다고 느낀 부분은 과학원리! 책의 뒤편에는 과학원리들을 따로 담아두었는데,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들이 제시된다. 그저 물과 종이 등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들로 해볼 수 있어 준비가 간단하지만, 아이들이 과학상식을 직접 깨달을 수 있어 좋다. 또 긴긴 여름밤이나 여름방학을 보다 알차게 채울 '엄마표과학'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터. (실제 우리 집은 하고 싶은 실험에 순위를 매겨두었다.) 

 

한편 도전 명탐정프로젝트는 추리 게임, 세계사추리게임, 과학추리게임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주제의 수수께끼들이 이어지는 시리즈로 재미와 상식 두가지 모두를 얻을 수 있으니 꼭한번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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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기다리는 숲 - 콤포스텔라 국제 그림책상 수상작
파비올라 안초레나 지음, 문주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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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환경에 관한 책들을 자주 읽는다. 아이가 환경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나 역시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부지런히 읽는다. 이번 주에는 동물권(우리는 동물권리에 진심@봄나무)에 관한 문고 도서와 환경파괴에 관련한 그림책 하나를 읽었는데, 오늘은 그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인간의 이기심에 어두워진 숲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아침을 기다리는 숲』은 반복하여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언제나처럼 일러스트를 먼저 감상하고자 『아침을 기다리는 숲』을 펼쳤는데, 숲이 불타는 장면에서 아이가 눈물을 글썽였다. 불씨인 줄도 모르고 다가서는 동물들을 보며 사람들은 너무 나쁘다고, 같이 살아야 하는 지구를 혼자서만 욕심낸다며 무척이나 속상해했다. 불타는 숲 사이의 동물들 표정이 너무 슬퍼서, 아이의 속상함이 온전히 전해져서 나도 슬펐다. 

 

『아침을 기다리는 숲』은 내용을 함께 읽을 때 더욱 가슴 뜨거워진다. 동물들의 관점에서 쓰인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들은 파괴된 환경에 대해, 오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겨우 찾아온 아침 역시, 태초의 아침과는 다름을 느끼며 우리가 인간의 이기심에 죄책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든다. 

 

하지만 『아침을 기다리는 숲』은 파괴의 온상과 슬픔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더디지만 노력으로 아침이 찾아올 수 있음을, 다시 동물들의 터전을 되찾아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후반에서는 희망을 엿보기도 하고, 나아질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와 함께 『아침을 기다리는 숲』을 읽고 아마존 숲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우리나라에도 일어났던 산불 사진을 검색했다.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동물들을 보고, 산불의 원인이나 환경을 파괴하는 여러 요인을 찾아보기도 했고. 하지만 나 역시 작가님처럼, 아이에게 공포와 슬픔만을 전이시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환경을 지키고 숲의 보호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도 찾아보았다. 물론 우리가 당장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지는 않더라도, 그런 의식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분명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늘 아침, 아이와 다시 『아침을 기다리는 숲』을 펼쳐 읽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 나무 그늘이 없는 숲의 동물들을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에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디 많은 가정에서 『아침을 기다리는 숲』을 읽고, 작가님이 하신 말씀처럼, “그들이 하는 일을 지지하고 알리는 것으로 위대한 일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이 참혹하고 슬픈 어둠이 아닌, '아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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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밥상머리 대화법 - 아이의 50년을 결정하는 하루 5분 식탁 대화의 비밀
김종원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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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말은 아이의 삶을 조각하는 매우 섬세한 지적도구입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망으로만 아이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에 맞게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조각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p.264)

 

아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저절로 사라지길 바라지 마시고, 부모가 나서서 빠르게 치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을 혼냈고, 단지 기분이 나빠서 벌을 줬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p.160)

 

 

몇 달째 김종원 작가의 『66일인문학』시리즈를 필사하고 있다. 요즘 쓰고 있는 것은 『66일 밥상머리 대화법』. 개인적으로 아이의 평생에서 가장 초석이 되는 교육이 밥상머리 교육이라 생각하기에 제목부터 마음에 닿았고, 한 줄도 허투루 읽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에 앞서 필사했던 『66일 인문학 대화법』에서도 그랬지만 어떤 구절에서는 마음이 아팠고, 어떤 구절에서는 찡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실 꽤 자주 했던 말이지만 책에서 배운 주옥같은 말들을 매번 잊어버리기에, 잊기 전에 또 읽어서 나를 단단히 해야겠다 다짐하곤 하는데, 김종원 작가의 구절들은 나에게 늘 그런 도구가 된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야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늘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김종원 작가의 문장들이 나를 두드렸다. “지금 아이의 표정 한 번 보세요.”, “지금 한 그 말, 내일 돼서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요?”하고. 

 

맞다.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정작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올바른 대화를 꺼내지 않는다면 밥상머리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을 읽으며 나도 8살 엄마라는 것을 수시로 상기했다. 내 아이가 이제 1학년이라 서툰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도 여전히 서툰 엄마인 것이 당연하고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작가님의 문장에서 뼈를 맞고 아파하기보다는, 나아지고 생각하고 싶어서 말이다. 

 

책 한 권 더 읽는다고 해서 내가 훨씬 좋은 엄마가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한꺼번에 확 좋아지는 사람도 없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혀 공부하지 않는 엄마보다는, 매일 공부하고 생각하고 나아지려 노력한다면 아이의 마음에 조금 더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나는 책장을 덮는 대신 다시 첫 장부터 펼쳐 들었다. 노트에 적으면서도 어느새 가물가물해진 앞 장의 내용을 다시 마음에 꼭꼭 눌러 적어야지.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마음이 조금 더 평온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공부해야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돼야지, 끝없이 다짐하게 하는 책,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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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무 풀빛 그림 아이
석양정 지음, 조영지 그림 / 풀빛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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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조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막둥인 탓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는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이었기 때문. 다행히 좋은 부모 밑에 자라 충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막연히 조부모의 사랑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양쪽 조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 중이다. 특히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3일만 안 만나도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 그런 아이와 같이 읽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 나무』를 준비했다. 그런데 나 역시 『할머니 나무』를 읽으며 이런 게 할머니에 대한 사랑인가, 하는 생각을 막연히 배우게 된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면, 『할머니 나무』는 찡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만약 할머니를 떠나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 눈물 버튼이 될 듯. 

 

『할머니 나무』의 표지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개장 모양이다. 마치 장롱을 열듯 책장을 열고 들어가면 털실에 주렁주렁 매달린 추억들이 줄지어 나온다. 먼저 『할머니 나무』의 일러스트를 살펴보자면, 정말 자개장처럼 오색의 빛을 느낄 수 있어 “와! 아름답다”하는 탄성이 먼저 나온다. 털실의 오묘한 색도, 할머니의 털실을 따라가다 만날 수 있는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 내내 탄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페이지는 '할머니의 봄'. 우리는 우리보다 어른들의 젊은 시절을 모르기에 그 시절을 쉬이 상상할 수도 없는데, 우리네 할머니에게도 아기였던 시절이, 젊은 시절이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 생각에 닿으면 이내 '할머니'의 시간들이 문득 궁금해질 듯하다. 우리 아이 역시 할머니가 아기였을 때,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고 싶다며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할머니 주변에 털실 나비들이 춤을 추는 장면. 분명 평면의 그림인데도 나비들이 날갯짓하는 것처럼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할머니 나무』의 내용은 무척이나 찡하다.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작품 같았다면 내용은 슬픈 편지 같다. 할머니의 털실을 따라 이어지는 스토리도, 그 털실로 이어지는 가족들도, 그리고 순환하는 계절도 마치 우리네 인생사 전체를 보듯 이어지니 온 마음이 찡해진다. 아이들이 삶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리움에 대해,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최근 조부모님을 떠나보낸 아이들이 있다면, 분명 언어로 슬픔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슴 깊이 슬픔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책들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품은 이들에게는 더욱 뜨겁고, 그런 사랑을 잘 모르는 나같은 이들에게도 찡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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