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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와 친구들 - 닥터수스상 수상 작가 그렉 피졸리의 어린이를 위한 그래픽노블 ㅣ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8
그렉 피졸리 지음, 혜다 옮김 / 북극곰 / 2023년 6월
평점 :

학습만화에 풍덩 빠진 아이들 때문에 걱정 많은 부모님들, 다 모여라!
학습만화. 유치원 무렵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습만화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많은 분이 학습만화에 적응하다 보면 일반 도서를 읽지 않는다고, 문해력 저하 요인이 된다는 말을 하셔서 학습만화를 못 읽게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생각이 다른데, 학습만화를 안 읽은 애들이 책을 읽을 확률이 높을까요, 학습만화를 읽은 애들이 책 읽을 확률이 높을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극단적인 예로 저. 학습만화부터 명랑만화까지 잔뜩 읽다가 그게 시시해질 무렵 아무도 안 시켜도 문고본으로 돌아왔어요. 재밌었으니까 지금도 매일 책을 읽고요. 저는 그림책과 문고본 사이의 연결고리가 학습만화라고 생각하기에 아이가 학습만화 읽는 거 잔소리하지 않아요. 대신 조금 더 유익한 것을 찾아요. 바로 『하하와 친구들』 같은 그래픽노블말입니다.
『하하와 친구들』은 학습만화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책 느낌이 더 강합니다. 하하와 호호, 툴툴이와 윙윙이가 일상을 이어가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철학적인 느낌도 납니다. 저와 아이는 이 책을 낭독하며 읽었는데, 그 과정에서 깨닫는 것들이 참 많았어요.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책이랄까요?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꿀꿀한 날”. 우리 아이는 주인공 하하가 돼지라서 “꿀꿀한 날”이 매일인거 아니냐며 깔깔깔 웃기도 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꿀꿀함은 가신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무척 행복해했어요. “나도 엄마랑 이야기만 해도 안 꿀꿀해”하며. 저 역시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을 또 한 번 깨달았죠.
'마술' 편은 참 기가 막히게 웃깁니다. 친구들이 피자를 먹으러 가버린 것도 모르고 친구들을 사라지게 했다고 깜짝 놀래는 하하의 천연덕스러움에 아이는 깔깔 웃어요. 이게 책의 순기능 아닐까요? 엄마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고 즐거워하고 감동하는 것. 북극곰의 책들은 언제나 “그래, 이게 책이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림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동글동글 단순하게 그려진 돼지와 말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고 이름처럼 툴툴대는 토끼는 늘 순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편견을 깨며 웃음을 보태줍니다. 표정의 변화나 동작까지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의 창작 욕구도 자극이 된답니다. 우리 아이는 원래도 책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하하와 친구들을 보고 나서 네 컷 만화를 부지런히 그리는 중입니다.
자, 이래도 만화책은 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나요? 『하하와 친구들』 한 권을 읽고 우리 집에서는 네컷 만화로 창작을 하기도 하고, 낭독하며 책을 더욱 여러모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같이 조명을 만들어보기도 하며 독후활동도 즐겼죠. 좋은 만화책은 아이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아요. 어쩌면 문고본 책보다 더 쉽고, 더 빠르게. 이렇게 책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면 분명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사랑하게 하는 귀엽고 즐거운 『하하와 친구들』이 함께 해줘서 즐거운 주말이었습니다.
아, 우리 아이와 제가 신나게 읽은 “꿀꿀한 날”과 조명을 더불어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