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 10대를 위한 빅피시 인문학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를 미워한 사람 중에는 특히 소피스트로 활동하는 인물들이 많았다. 소피스트는 고액의 수업료를 받고 연설 방법을 가르치는 일종의 과외교사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쳤다. 가르침을 달라는 학생들에게 자신은 아는 것이 없어서 가르칠 것도 없다고 거절하기 일쑤였지만, 사람들이 찾아와 그의 대화를 엿듣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달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모든 것을 '안다'고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보면 소크라테스는 자신들의 밥줄을 끊는 경쟁자이자 자신들을 비난받게 만드는 철천지원수였던 셈이다. (p.209)



소크라테스. 플라톤. 한나 아렌트. 프리드리히 니체. 장 폴 사르트르. 르네 데카르트. 장 자크 루소. 니콜로 마키아벨리. 아마 이 철학자들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야말로 철학의 대가들이자 (교과서를 포함한) 수많은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들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용을 채 읽어보기도 전에 '고리타분한' 학문이라며 밀어내고 싶은 이들이기도 하고. 물론 이 대부분 사람에는 나도 속했었다. 특히 '수험생' 신분일 때는 공부는 '더럽게'못하면서도 '시간이 아까운 과목'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연한 순간에 철학이라는 과목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여전히 그런 생각으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학창시절, 내가 철학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고. 


그래서일까. 『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이 참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요즘처럼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시대에, 철학이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청소년들이 '시험공부'를 하며 꽤 시간을 압출할 수 있으리라는 '현실 조언'의 마음에서다. 맞다. 『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철학사적으로 높은 의미를 지니는 25개의 철학 고전을 모았기도 하지만, 입시를 포함한 각종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철학 고전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의 글을 읽는 당신이 수험생이라면, 일단은 이 책만 읽고 급한 불을 끄고- 시간에 쫓기지 않을 때, 이 철학서들을 천천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나처럼 부족한 이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책들이니, 분명 의미를 주는 책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의 이준형 작가는 「하루 10분 인문학」이나 「첫술에 맛있는 철학」 등에서 이미, 풀이와 요약의 정수를 보여준 작가이기에 이 책 역시 기대를 하고 펼쳤다. 『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기대했던 것과 같이 삶의 방향, 세상을 위한 변화,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 후대에 영향을 준 철학, 불멸의 철학 등을 주제로 25가지 철학서를 쉽게 풀어내고, 맛깔나게 요약하고 있다. 또 각 장의 시작마다 해당하는 철학가들의 연혁과 명언을 기록해두어 청소년들의 의미부여를 도울 뿐 아니라, 세부 주제를 명확히 설정해주신 덕분에 마치 참고서를 정리하듯 명료한 요약을 듣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그러면서도 다루어야 할 이야기는 빠짐없이 눌러 담아주었기에 마치 '철학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것도 무척 좋았다. 이렇게 요약해놓은 책들의 단점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가볍다' 혹은 '겉만 핥는다' 등인데, 부족하거나 참고할만한 책들을 제시해주신 점에서 원하는 부분을 채워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요약정리된 책은 아무래도 본 권에 비해 가벼울 수도 있고, 축약된 부분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을 약간 전환해 철학에 첫발을 들이는 사람이나 수험생에게는 시간 면이나 취향 찾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반대로 이미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보기에도 좋고. (사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철학서를 거의 다 읽었는데, 당시에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부분도 있었다.) 


딱, 하루 10분. 『청소년을 위한 위대한 철학 고전 25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을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가이드로서 충분한 힘을 지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은 더 반짝일 거야 - 작은 행복을 찾아나서는 당신을 위한 짧은 메시지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하는데 한 친구가 그러더라. “종종 편안한 책도 소개해줘 봐”하고. 친구의 말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도, 인문학이나 철학 등의 책도 너무 좋지만 가끔은 그냥 가볍게, 아무 부담 없이 읽는 책도 좋지 않냐고. 맞다. 때때로 머리가 복잡한 날에는 술술 넘어가는 책도 좋다. 나 역시 종종 읽기도 하고. (소개를 자주 하지 않을 뿐) 오늘은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에세이 인기스타, 남궁원 작가의 새 책을 소개해볼까 한다. 『내일은 더 반 짝일 거야』.

 

『내일은 더 반짝일 거야』는 「네가 오니 봄도 왔다」는 남궁원 작가의 신간으로, 사랑과 인생, 사람과 노력 등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다. 십여 줄의 짤막짤막한 글에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고 전하는 메시지도 꽤 분명해 틈틈이 읽기도 좋고, 캘리그라피 등을 하시는 분들께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남궁원 작가의 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미 꽤 유명하기 때문에 내가 말을 보태지 않아도 아시는 분들은 아실 듯. 연인에게 말을 걸듯, 친구를 위로하듯 편안한 문장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안정적인 온도'라는 제목의 글이 공감되더라. 

 

  ☞소중한 관계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 

     너무 좋다고 딱 달라붙어 있으면 여름이 되어 땀띠가 나고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있으면 겨울이 되어 서로에게 서먹해지고 관계가 싸늘해진다. 

     봄가을이 가장 쾌적하고 여행 가기도 좋은 날이듯

     서로의 건강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거리고 꼭 필요하다.

 

 

사실 평소에 자주 읽는 스타일의 책이 아니라 읽으며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건조한 문체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잔잔한 위로를 얻는 이들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일상에 사용하는 문장이기에 편안하게 다가오고, 누군가의 말을 듣듯 편안하게 읽히는 문장이다 보니 한결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힘들었던 하루의 끝, 마음이 흐린 것 같은 어느 날, 남궁원 작가가 건네는 편안한 위로를 만나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 - 상처 주지 않고 양육하기 위해 알아야 할 4-7세 마음 법칙
김원경 지음 / 심야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느새 만 7년 차 엄마지만 여전히 종종 아이 마음을 모르겠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육아서도 많이 보고 부모강좌도 엄청 열심히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초보 엄마다. 아이를 존중하고자 노력하지만 때때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죄책감이 드는 날도 여럿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신이 아니니 아이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지. 내일은 조금 더 알도록 노력해보자”라며 나를 다독였다. 자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게 더 적합할지 모를 말이지만, 아무튼 나는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잘 읽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이번에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를 읽으며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 조금 더 노력하는 엄마가 되리라 생각하며,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는 4~7세 아이들의 마음 법칙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더 어린 나이부터 조금 더 많은 나이의 아이들까지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모든 아이가 같은 방향 똑같은 속도로 크지 않기에, 다양한 육아서를 읽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에서는 아이의 학습과 훈육, 인지능력과 지능, 자아, 정서와 사회성, 발달환경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주제마다 세부항목으로 잘 나뉘어있고 각각의 단락이 길지 않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읽기 좋았다. 또 각각의 키워드가 세부적으로 잘 나뉘어있기 때문에 필요한 주제만 찾아보기에도 좋다. 내가 특히 집중하여 읽은 부분은 정서와 사회성. 섬세한 성향이 있는 딸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동전의 양면을 만나게 될 때가 많은데, 가령 감수성이 풍부하여 표현력이 뛰어난 대신 감정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편이고, 주의집중력이 뛰어난 대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들을 만날 때 어떤 것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또 어떤 것에는 조금 덜 민감히 반응해주는 것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또 발달환경에 대한 부분도 많은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때가 있을까. 내 아이만 잘 키우는 게 잘하는 세상도 아니지만, 남의 아이에게 훈수들 수 있는 세상도 아닌 세상이기에 모범이 되는 부모, 도덕성을 가르칠 수 있는 부모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장의 주제인 “주변의 모든 것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말을 곱씹으며 책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의 가장 작은 울타리인 가정에서 사회까지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음을 깨닫는다. 또 이것은, 가정에서 충분히 이해받고 사랑받은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쉽다는 이야기임도 느낀다. 

 

유명한 학원 하나 덜 보내더라도, 맛있는 유기농 반찬 하나 덜 먹이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마음이 잘 자라고 있는지는 매일매일 생각해보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인성은 보통 10세 이전에 형성되고 자리 잡는다고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각 발달영역과 단계, 상황을 세부적으로 잘 나누어 담은 책,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가 많은 엄마에게 명쾌한 가이드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을 잃은 충격에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고 있지만 어떤 절규도 들리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 고통의 순간을 처연한 오페라의 간주곡만이 조용히 채워나간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울지않는 시칠리아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시칠리아 출신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둔 파치노 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고 시칠리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울부짖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입은 크게 벌어져있고, 절규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왔으나, 시칠리아 사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숨이 멎도록 처절한 고통이 계속된 땅,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p.356) 

 

 

사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기다리던 책이였다. 김상근 작가님의 「초격차」를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을 뿐 아니라, 몇년 전 「삶이 축제가 된다면」을 통해 그가 그리는 베네치아를, 김도근 작가님의 아름답고도 깊은 사진을 이미 만난 적이 있었던 터라 (이 후 로마와 피렌체도 찾아 읽었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의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었던 까닭. 더욱이 시칠리아라니. 근 1년간 지중해에 관련한 책들을 계속 읽어오며 가장 관심이 많았던 시칠리아라니. 

 

시칠리아, 지중해 최대의 섬인데다 지중해의 중앙부, 이탈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하다보니 과거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꼽혀 수없이 '지배자'가 바뀌었던 지역이다. 수려한 풍경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산물 덕분에 지금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아픈 땅'이었던 시칠리아는 다양한 입지조건을 가지고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그저 피스타치오와 아몬드가 많이 나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생각했던 시칠리아지만, 지중해의 역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칠리아에 대해 궁금해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 마음으로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읽으며 마음에 품었던 궁금증은 해소되고, 복잡한 마음은 안타까움과 응원이라는 조금 더 명확한 마음으로 변경되었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고대 시칠리아의 고통부터 그리스, 로마, 스페인 등 열 네번이나 이어진 침략을 천천히 이어간다. 여러 수탈 과정을 겪으며 심신이 억압받아온 과거를 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칠리아는 여전히 정치적으로도 경제적 고립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도 정서도 메마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어쩌면 표지 사진 속 어부의 모습은 그 한 명이 아니라, 시칠리아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해서 김상근 작가님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이어지는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속 시칠리아가 슬픈 모습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시칠리아의 역사나 현 상황을 면밀히 다루다보니 가슴아픈 면이 없지 않아있지만, 다양한 민족과 종교 등에서 파생된 문화나 예술을 사실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도해서, 어쩌면 시칠리아의 민낯을 제대로 살펴보는 기분이 든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 위에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김도근 작가님의 사진은 마치 지금 내가 시칠리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생함은 물론, 사진 속에는 감정도 느껴지는 것같아 천천히 감상하게 된다. 김상근 작가님의 수려한 문장들이 김도근 작가님의 사진을 만나 더 깊고 진한 이야기로 탄생되는 기분이랄까.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시리즈가 해박한 지식의 인문학이자 감성적인 기행문이고, 사람냄새나는 다큐멘터리로 느껴지는 것은 진솔한 이야기꾼과 마음을 찍는 이의 만남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중해 중앙부에 위치하여 2800년간 뺏고 빼앗기는 역사를 겪다보니 수많은 세계사 책에서 늘 거론되는 곳, 시칠리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칠리아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자주 만나볼 수 없다. 그래서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더 특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시칠리아가 오롯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님들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처럼 부디 '슬퍼도 울지 않는 나라', 시칠리아가 부디 '슬프지 않아 울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행 속에 행운이 있지요” 나는 동의했다. 

불행 안에, 행운이 있다. 

이렇게 말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겨울을 노래하자.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우리 목소리가 이 계절과 조화로울 수 있을 것인가?” (P.189) 

 

 

이미 여러 리뷰에서 이야기한 것 같지만, 나는 「월든」을 세번 읽었다. 그러나 앞의 두 번은 '글씨를' 읽었고,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읽었다. 이것은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를 읽고 난 후의 일이었다. 정여울 작가가 소로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토닥였다면,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소로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 자연, 관계 등을 치밀하고 섬세히 기록한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관찰기 같기도 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읽는데, 우리가 지나는 이 시간의 소중함,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자연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로와 함께 한 산책』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의 작가 역시 지친 마음으로 소로와의 산책에 발을 내디뎠다. 소란스러운 꿈에 잠을 설친 후 충동적으로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한 것.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가 걸리든 삼 일이 걸리는 상관없었다(P.15)”라는 그는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제 나쁜 꿈을 꾸면 마음한테 그곳에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P.58)”라고 말할 수 있는 레아를 만난 덕분인지, 그의 여정이 박차를 가했기 때문인지 그의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산책을 온전히 뒤따랐다. (사실 「월든」을 읽으며 느낀 '거리감'을 그 역시 종종 표현하기도 해 더욱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작가의 산책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여행 에세이이자 성장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식이 변했어도, 과거의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것도 있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그의 깨달음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쉬이 나아지지 않는 마음의 병을 끌어안고 다시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걷는 그의 모습에서 분명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의 병을 고치고, 사랑을 시작한 후에도 헨리의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야말로 인간에게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 걸음이 그에게 주었던 가르침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성장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의 걸음은 분명 그를 키웠고, 그를 치유했고,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디든,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우리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곧게 설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밤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낮은 땅에 서 있을 때도, 고도는 높아진다. (P.286) 

이 리뷰는 그의 문장으로 마치기로 한다. 이 문장만큼 완벽히 이 책을 드러내는 말은 없는 것 같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