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국어 탐정단 5 - 기억의 땅과 타임캡슐 수상한 국어 탐정단 5
이향안 지음, 조승연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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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는 요즘 관용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작년에는 속담에 풍덩 빠져있었는데, 요즘은 관용어를 배우고 활용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모르긴 몰라도 같은 말도 관용어를 사용하면 더욱 풍성해지는 한국어의 매력을 여러방향으로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놀배시리즈(카시오페아, 놀면서배우는초등필수~)를 통해 학습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이제 굳히기 들어가야지! 그저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관용어나 속담, 고사성어 등이 들어간 문장을 배울 수 있는 『수상한 국어탐정단』을 소개한다. 

 

 『수상한 국어탐정단』은 수수께끼 왕자 이도가 궁궐을 수호하는 해치와 함께 책 속으로 빨려 들어와 대한민국에 오게 된다는 설정으로, 앞선 '신비한 책과 수수께끼 왕자', '까망 마법사의 저주', '흑망토단의 도전장', 사라진 왕자와 거미 숲'에 이어 최근 제5권, '기억의 땅과 타임캡슐' 편이 출시되었다. 일단 5권까지 쭉쭉 출시된다는 것은,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이어보고 있다는 것! 내 생각에도 재미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빠지는 게 없으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다. 

  

우리는 5권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수상한 국어탐정단』이 출시됨과 동시에 만나보았는데, 역시나 재미있고, 알차고! 아무래도 왕자가 시공간을 이동해 모험하니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것은 물론, 끊어 읽기 좋은 분량, 군데군데 삽입된 만화형태의 일러스트, 다양한 어휘, 직접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다. 

 

 『수상한 국어탐정단』를 보다 자세히 소개하자면, 한 단락은 5~6장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중간중간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기에 저학년생들도 읽을 수 있을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수상한 국어탐정단』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배워두면 좋은 표현을 표시해두었다는 점! 본문 속에 다양한 표현을 녹여내어 내용으로 이해하고, 이 어휘를 선명하게 다시 읽어보니 훨씬 쉽게 자신의 어휘로 만들 수 있다. 또 다양한 어휘들을 책 뒤편에 속담, 고사성어, 관용구, 고유어, 맞춤법으로 나뉘어 두었기에 책을 읽고 난 후 다양하게 활용하기에도 좋고, 기억나지 않는 어휘를 다시 찾아보기에도 좋다. 

 

 『수상한 국어탐정단』의 두 번째 매력, 알찬 게임! 단락이 끝날 때마다 내용과 관계된 게임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그저 재미있게 문제를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개념을 익히기도 하고 여러방향으로 생각을 하도록 돕는다. 즉, 『수상한 국어탐정단』은 단순히 국어학습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력까지 자극하는 책이라는 것! 그 외에도 내용의 재미나 일러스트의 익살스러움 등도 『수상한 국어탐정단』을 더울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매력 요소!

 

우리 집에서는 아이와 『수상한 국어탐정단』을 읽고 나면 어휘퀴즈를 풀어본다. 이도 왕자가 왕에게 내듯 그림으로 속담퀴즈를 내기도 하고, 몸으로 어휘를 표현해보기도 하며 『수상한 국어탐정단』을 여러모로 즐기는 중이다. 아이가 평생 사용해야 할 우리나라의 소중한 언어이기에 더 다양하게, 더 즐겁게, 더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수상한 국어탐정단』이라면 한글의 소중함과 다채로움을 모두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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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고장 난 사람들 - 불면증부터 기면병까지,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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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수면박탈의 대상이 됐다고 상상해보자. 1분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어 미칠 것이다. 생각과 시야 사이가 흐리멍덩해지고 엄청난 피로감 때문에 팔다리도 엄청나게 쑤실 테다. 그런데 여기서 당신을 고문하는 존재는 잠을 깨우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당신의 뇌다. 불면증 말이다. (p.399) 

 

나는 잠이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잠을 자면서도 진동 소리, 아이가 부스럭대는 느낌까지 다 느낀다. 종종 제대로 자지 못해 꺼칠한 얼굴로 새벽에 책을 읽고 있으면 푹~자고 나온 남편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머리만 대면 맛있게 자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이해될 리가! 반대로 나는 잠이 깰 만큼 시끄럽게 코를 골고 쿨쿨 자는 남편을 발로 차본 적도 있다. (그래도 안 깨더라)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곤 한다. 결국, 흡족한 수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은 제목부터 고맙더라. '고장' 난 것은 고칠 수 있으니 불치의 병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비록 이 책에서는 잠이 잘 오게 하는 묘책을 만날 수는 없지만, 수면무호흡, 잠꼬대 등 비교적 친숙한 수면장애부터, 입면 환각, 수면 관련 섭식장애, 클라인-레빈 증후군 등 낯선 수면 질환까지를 고루 만나볼 수 있다. 또 잠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진짜 수면'이 무엇인지도 만나볼 수 있다.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은 신경의학자인가 수면장애 센터 전문이의 책으로 어떤 면에서는 의학서적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치료에세이같기도 하다. 그에게 병원 혹은 자신의 집에서까지 진료를 받은 이들의 기록이다 보니 그들의 생활이나 수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 그것의 의학적 견해, 환자들이 만나게 된 변화 등을 모두 접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유익하다. 즉,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통해 내가 '양질의 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올바른 '잠'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도 있게 되기 때문. 

 

사실 나 역시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을 읽기 전에는, 아닌 줄 알면서도 '몇 시간 잤다'에 신경을 썼다. 내 몸이 피곤한 여러 이유 중 굳이 '조금 잔 것'을 끄집어내 탓하곤 했던 것.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처럼 나도 “깨고 나서 개운한 기분을 느끼며, 낮에 쌩쌩하게 활동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 쉽게 잠드는 수면(p.428)” 정도가 적절한 시간이라고 고쳐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의 나는 정해진 시간에 자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잠이 오면' 자려고 했기에 내가 나의 잠을 더 나쁘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했다. 

 

사실 나보다 심각한 상태를 겪는 타인의 사례에서 안도감을 얻는 일은 나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에 비하면 나의 수면은 그리 많이 고장 난 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더 빨리 고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함께. '잘 자'라는 흔한 인사가 계속 흔한 인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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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는다 - 흔들리는 내 손을 잡아 줄 진짜 이야기
이지은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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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선택이 나와 타인에게 유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오로지 오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p.180)

 

 

사실 '대부분'의 에세이는 재미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일, 누군가의 싸움을 구경하는 일,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 다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지 않나. 그 '이야기'들이 글로 모이면 에세이가 되는데 재미가 있을 수밖에. 그런데 어떤 에세이는 그냥 재미있고, 어떤 에세이는 나도 이렇게 살아가야지, 하는 응원이 된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완전한 후자였다. 

 

『나는 나를 믿는다』를 읽고 싶었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말이, 나는 당신을 믿는다는 말보다 그럴 듯하다고 말하면 '너 T야?'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는 완전 대문자 F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타인이 아무리 나를 믿어도 그 믿음은 힘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스스로 단단히 다진 '힘'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그녀의 힘에서 나의 힘을, 그녀의 꿈에서 나의 꿈을 보았다. 그렇게 며칠간 나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짤막한 글이지만, 그 안의 시간은 절대 짧지 않았음이, 생각들은 얕지 않았음이, 문장 기호하나 쉬이 쓰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내가 가장 마음이 닿았던 것은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였다. 다른 달팽이들이 어떻게,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가라는 말을 읽으며 오늘도 잠시 내보았던 조바심을, 내 방식대로 쌓아온 나의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되더라. 나는 무엇하나 빼어난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걸어온 나의 시간들을 내가 더 사랑해주자 생각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지금의 내가, 나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나의 오늘에 집중하게 된다는 말을 읽으며 순간순간을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에게 핑계 대기보다는 '하려고 했던 거'를 부지런히 하며 행복해야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가진 것도 없어서 겁이 없고 나이를 먹으면 가진 것이 많아서 겁도 많아진다고. 『나는 나를 믿는다』를 읽고 나니 이런 마음이 든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가진 것은 많지 않으니, 얼마 가지지 못한 것을 지키려 겁내지 말고 겁 없이 살아보자고. 내가 나를 믿는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가님은 '어른'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어린 친구가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른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적어도 살에 대한 책임이 어른의 정의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P.165)”

 

당신은 바라던 어른이 되었는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나는 나를 믿는다』는 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여러번 묻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보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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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 -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사회정서 교육법
김소연 지음 / 웨일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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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어떤 감정이 찾아오는지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감정을 지혜롭게 해소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그 결정권은 전적으로 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 (p.223) 

 

 

아이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상처에 울고 때론 지쳐서 절망에 갇혀 아프지 않게 마음을 다해 그대의 위로가 되길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윤하, 기도)”라는 가사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처는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 아이가 스스로에게 무리해서 아픔을 참지도 않고, 반대로 스스로를 상처입히지도 않기를, 즉, 마음에도 근육이 붙길 바랐다. 꽤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지만, 딱 맞은 거다! 하는 마음이 드는 책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만난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아이의 정서를 살피고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것(p.5)이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작가님의 책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몇 번을 반복해서라도 완전히 소화하고 싶은 책이다.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는 '정서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감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의 성격이나 관심사, 가치관을 형성하고, 타인이 형성한 가치관을 존중하여 상호 충동적 감정을 줄이고 사회적 규범에 부합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 쉽게 말해 “나도 너도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수학 문제나 맞춤법 등을 배우는 것보다 먼저 받아야 할 교육이 아닐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나라'라는 말은 너무 슬프지 않나.

 

내가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읽으며 가장 집중한 파트는 '자신의 마음을 아는 아이'였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다 보니 불안감과 두려움도 꽤 많은 편인데, 조심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쉬이 드러내지 못하고 아파하다 감정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그래서 아이가 더 쉽게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낼 방법들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었다. 특히 복합감정에 대한 부분은 마음에 닿는 것이 너무 많아,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각각, 또 섞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했다. 

 

또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를 대처하는 법, 감정 대화를 나누는 법도 무척 큰 도움을 받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나눠보는 부분은 아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단지 생각을 전환했을 뿐인데 즉각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내가 물길을 잘 터주면 아이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또 그림책을 활용한 감정코칭도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 이 부분은 이미 익숙한 영역.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더 유익한 활동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자아가 탄탄한 아이', '사회성 좋은 아이'에 속한 이야기들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특히 제대로 공감하는 법과 아이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법 등에 대해 읽으면서 반성과 다짐을 번갈아 했다. 물론 육아서를 읽으며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 가책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위해 가책보다는 노력에 중점을 두기로 하지 않았나. 그 자책할 시간에, 수첩에 빼곡히 옮겨적은 말들처럼, 적어도 나는 내 아이가 스스로를 지키는 활동들에 가장 적극적 옹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는 것에 집중해야지.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지 않았다. 여전히 '읽고 있는 책' 자리에 있다. 그 이유는 몇 번을 다시 읽어서라도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요즘, 우리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바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그래야 한다. 

 

아이가 걷기 전 아이에게 사주었던 아기 체육관과 보행기 등을 기억하는가. 물론 그것들이 없어도 걸을 아이는 언젠간 걷겠지만, 그것들로 인해 아이는 더 '잘' 걸을 수 있었다. 바로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가 그 아기 체육관이고 보행기다. 마음이 탄탄하지 않아도 수학도 영어도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이 탄탄한 아이는 자신의 삶도, 학습도 분명 더 '잘'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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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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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연정이었어? 다른 사람 다 놔두고 왜 부모도, 형제도 없는 박연정이었냐고.”

“부모도 형제도 없었으니까. 죽어도 울어줄 사람도, 찾을 사람도 없으니까.” (p.247)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보험사기.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입하여 '역시나' 타 먹지 못하는 것이 보험이지만, 보험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보험을 타 먹는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보험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하니, 정말 시쳇말로 “아는 놈만 배부른 세상”이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라는 그 보험사기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다. 이 책이 궁금했던 까닭은 사회에 존재하는 '사각지대'의 어둠 속에서 활개 치는 이들이 궁금했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지만 원래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 그렇게 읽기 시작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불을 털다 9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하반신이 으스러진 박연정. 그녀가 청구한 후유장해 진단비를 위해 파견된 보험조사원 김지섭. 박연정의 사고를 조사할수록 지섭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굳이 집 밖으로 이불을 털어 추락한 박연정에 대한 의심, 찾아올 가족도 친구도 없는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과하게 한 사람에게 의지해온 삶에 대한 답답함 등이 지섭의 마음을 휘감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사건들에 계속 휘말려 들어 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보험의 맹점, 현대사회의 민낯에 같이 분노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라는 무척이나 전개도 빠르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휘몰아친다. 그런데도 단숨에 술술 읽힐 만큼 몰입력이 좋고 사건들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대부분 소설이나 드라마의 초입만으로도 범인이나 스토리를 대강 맞출 수 있는데, 이 책은 범인과 스토리를 모두 예상하고 읽었음에도 읽는 내내 긴장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가 상상한 그대로 전개가 되는데도 순간순간 불안함이 들었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사고의 주인공들'과 같을까 하는 생각에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옮겨둔 것 같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를 읽고 나니, 이 내용이 간절히 소설이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이용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분명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희생되는 이들이 존재하겠지. 슬프지만. 

 

소설을 읽었음에도 우리들의 도덕성에 대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흡입력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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