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이
최윤석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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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힘들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윤재가 그랬다. 

“이게 다 아빠가 짊어진 외로움의 값이라고.” 

그래,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으며 해준은 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재빨리 차를 몰고 서울을 향해 나갔다. (p.397)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체로 보름달이 뜬 풍경을 보고 풍요로움이나 평화로움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볼 때에도 어떤 내용인지 쉽사리 상상되지 않았다. 달의 풍요로움으로 소설을 쓸 만큼 할 말이 있을까, 하고. 그러다 우연히 책 홍보물을 보았는데 너무 강렬한 소개에 빠져들어 이 책 제목 뭐야! 하고 찾아본 것이 바로 이, 『달의 아이』였다. 아이들이 달로 빨려 들어간다니! 달이 뜨는 것을 재난방송을 해야 한다니! 

 

그렇다. 『달의 아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이례적인 슈퍼문 현상으로 아이들이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스토리를 담은 재난 sf 소설이다. 아이들을 되찾으려 하는 부모들의 간절함과 괴이한 현상을 연구하고 해결하려는 과학자들,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재난 예상, 이것을 이용하려는 야비한 사람들 등, 한 페이지도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한반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디 『달의 아이』을 읽어보시길.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치밀한 스토리와 넘치는 상상력이 온 머릿속을 헤집어놓을 테니. (책을 읽는 내내 문장 속에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가 KBS 현직 PD, 심지어 정도전을 연출한 분이라고 한다. 어쩐지!) 

 

더욱이 『달의 아이』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 재난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 등을 매우 섬세히 묘사하고 있어 인간의 모습이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순간순간 울컥했고,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며 이 책에 오롯이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미 한 편의 영화인 듯 생생하고 긴밀한 스토리를 가진 『달의 아이』. 사실 이 책을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엄청 흥미진진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생각한다. (책만큼 제한 없는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너무 늦은 시간에는 이 책을 펼치지 말 것. 다 읽을 때까지 잠들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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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대화술 -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이노우에 도모스케 지음, 오시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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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사람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신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을까 걱정되면 일을 키우지 않고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결코 그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적응 장애나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니까요. (P.49)

 

 

길다면 긴 시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회사라는 곳은 다닌 기간과 관계없이 어느 순간 '현타 포인트'를 맞으면 순식간에 정이 떨어져 버리는 마법 같은 곳이다. 회사를 그만둘 무렵의 나는 아팠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고민도 많았는데,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의 내 마음에 누군가 던진 작은 돌멩이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위 'MZ직원'이라 불리는 후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말로 상사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던 것. 그동안 '초보라서' 넘어갔던 수많은 질투를 많은 이들이 '꼰대'기 되고 싶지 않아 입 다물고 있었던 것을 정말 몰랐던 걸까, 하는 생각과 이런 생각이 드는 자체가 나도 꼰대인가 하는 자책이 나를 버겁게 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칸에는 언제나 직장생활에 관한 조언들이 넘쳐난다. 최근 출간된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역시 직장생활에서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특별한 것은 타인과의 관계개선이 아닌,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중점을 두는 것. 그래서 혹시 직장생활 속에서 자책하며 힘겨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를 통해 문제를 나에게서 찾는 '나쁜 습관'을 버릴 수 있다면 관계는 한결 나아질지도 모르니.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은 방어하는 대화술, 심리적 거리 두기, 거절하기, 마음 보호하기 등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나를 방어하는 것은 타인을 바꾸는 것에 비하면 쉬우므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한평생 다르게 살아온 이들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그럴 시간에 내 마음을 더 돌보고, 내 마음을 더 지킬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마음 먼저 보호하기'였다. 사실 아무리 좋은 팁을 주어도 마음을 뱉기 힘든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기도 한데,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타인을 바꾸려 노력하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사실 결과는 훨씬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직장에서의 심리적 압박'이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기에 '내 마음 보호하기'라는 말이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심리 대화술』 저자의 말처럼 내 마음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을 피해 마음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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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공부의 본질, 문해력 - 읽기, 쓰기, 말하기, 미디어 문해력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 바른 교육 시리즈 31
김지원 지음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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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 감사 일기를 쓰게 하라, 부정적 정서를 없애라, 경쟁이 있는 운동을 통해 승리를 맛보게 하라 등의 조언을 합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저는 이야기 체험을 통해 마음 근력을 키울 것을 제안합니다. 제가 초등 6년 동안 책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독서야말로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운명처럼 다가온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지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P.222)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에게 “이 책 좋아요!”라고 말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세상에 좋은 책은 너무 많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내가 좋다고 해서 다 좋은 책도, 내가 나쁘다고 해서 다 나쁜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읽기, 쓰기, 말하기, 미디어 등에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문해력을 키우는 핵심 전략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교과성적이 좋기를 바란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지식이 많아도 문해력이 나쁘면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성인 중에서도 “분명히 아는 내용인데 잘 못 이해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 않나. 이것이 문해력 부족에서 올 수 있는 문제인데, 미디어 의존이 높은 요즈음의 아이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것 또한 문해력 부족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기에,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을 꼼꼼히 읽으며 많은 내용을 옮겨적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가 특히 좋았던 점은 학년별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문해력 향상법과 문해력을 어느 정도 갖춘 후에, 그 문해력을 기반으로 다질 역량을 다룬다는 점. 또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를 30권씩 나열해둔 것도 실제 부모들이 아이들과 학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또 읽기, 쓰기, 말하기, 미디어로 나누어 문해력을 설명하는 점도 좋았다. 모든 영역이 고루 발달하면 가장 좋겠지만, 아이의 특성에 따라 특정 영역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필요한 부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물론 읽기가 잘 되는 아이들이 잘 쓸 가능성도 크고, 잘 읽고 쓴 아이들이 말을 잘할 가능성도 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아닌가. 내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 유용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 나이에 맞춰 1, 2학년 문해력에 대해 가장 집중해서 읽었다. 다행히 꽤 많은 부분을 실천하고 있어 안도감이 들기도 했고, '책소개 하기'는 자주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를 읽은 후부터 '제대로'시도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야무지게 설명하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또 초등학생이 된 후로는 미디어도 종종 접하고 있기에 올바른 사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발전에도 글이나 말을 이해하는 능력, 잘 질문하는 능력은 아이의 '모든 생활'에 기반이 된다. 결국 아이의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기위해서는 문해력이 없어서는 안된다. 원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문해력이지만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집을 지을 때에도 땅이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자재를 사용해도 불안한 집을 짓지 않나. 그렇기에 『초등공부의 본질 문해력』은 아이의 땅을 단단히 다지는 역할을 하는 책이다. 부디 많은 부모님이 이 책을 읽고, 기본부터 단단한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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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 - 한 줄 쓰기부터 챗GPT로 소설까지
남궁용훈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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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원석이 깨지고 다듬어져 찬란한 보석이 되듯, 막연한 생각은 독서라는 활동으로 깨어지며 구체적 질문으로 다듬어집니다. 생각의 파편들은 보석의 파편과 달리 또 다른 생각의 씨앗이 됩니다. 생각의 씨앗은 또 다른 질문으로 커갑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라. 의문을 갖는다. 반문하라”

이것들이 질문의 씨앗이 됩니다. 더 많은 질문이 생기면, 독서와 강의로 질문의 해답을 찾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할 때 자문자답하며 생각을 다듬습니다. (p.70) 

 

 

근 30년째 욕심내는 것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 나는 30년째 한결같이 잘 쓴 글의 주인이 되고 싶지만, 여전히 머리에 맴도는 말들과 후에 읽으면 후회가 남는 문장들이 많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건 평생 포기하지 못하고 안고 갈 나의 욕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을 자주 읽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그나마도 있는 창의력마저 획일화되거나 사라져버릴까 두려워서다. 그러던 차에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이란 책을 선물 받았다. 만약 이 책이 단순히 글을 쓰는 스킬만을 가르치는 책이었다면 나는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채팅 GPT나 논술, 독서기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발췌독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은 글쓰기의 기본을 다지는 7가지 방법, 글을 쓰는 스킬 9가지, 고난도 글쓰기 스킬, 실전 글쓰기 비법, 비즈니스 글쓰기 로드맵, 챗GPT글쓰기 등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을 이렇게 “몇 가지 방법”으로 말할 수 있으려나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다소 있었으나,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안에는 무척 세부적인 이야기가 잘 담겨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쓰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글에 대한 기본개념과 스킬을 고루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챗GPT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제 챗GPT를 배제하고는 '앞으로의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진 세상이기에 궁금함도 두려움도 많은 영역이 아닐까. 챗GPT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 SNS 활용, 자기소개서 등에 대해 자세히 담고 있어 많은 도움을 얻었다.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은 간결한 문장과 잘 짜인 로드맵이 무척 돋보이는 책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써보고자 마음먹었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을 통해 다양한 스킬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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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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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들이, 우리가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별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불을 밝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위에 있어. (p.178)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돼. 나에게 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지. (p.202)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모르기 어려운 책, 『어린왕자』. 그만큼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기도 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명을 얻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만 해도 8종류의 『어린왕자』를 가지고 있고, 20번은 읽은 듯하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어린 왕자는 바로 요즘, 딸과 함께 쓰고 있는 '나만의 필사책' 버전의 『어린왕자』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의 『어린왕자』 필사는 처음이 아니다. 끝을 맺지 못한 것까지 합친다면 이번이 4번째다. 하지만 내가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날 즈음의 딸과 나누어 쓰는 『어린왕자』는 그동안 만난 그 어떤 시간보다 다정하고, 뜻깊다. 

 

사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가 『어린왕자』를 쓸 수 있을지 걱정했다. 얇지만 분량이 적은 편도 아니고 어휘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왕자가 전하는 빛나는 문장들을 꼭 한 번은 만나보길 바라기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어린왕자』 '나만의 필사책'을 시작했다. 아이는 본문 텍스트가 짧은 페이지와 그림을, 나는 긴 페이지를 전담하기로 했다. 아이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양들을 따라 그리며 어린왕자의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서툰 글씨로 『어린왕자』를 옮겨적으며 “참 예쁜 말이 많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필사는 책을 눈으로 한번, 손으로 한번 읽다 보니 매우 깊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 외에도 마음에 안정을 주고 집중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기에 꾸준히 이어온 취미인데, 이것을 아이와 해보니 새로운 장점들이 많이 보였다. 먼저, 글씨를 쓰는 아이의 얼굴과 눈, 손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잘 쓰고 있나 불안함에- 나중에는 그 모습이 예뻐서 아이를 자꾸 바라보게 되더라. 꽃도 고운 눈으로 바라보면 곱게 자란다는 말처럼, 나의 눈길이 닿을 때마다 아이의 자세와 글씨는 점점 예뻐졌다. 두 번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뜻깊어졌다. 원래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지만, 나의 취미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취미가 아이의 취미가 되어간다는 것이 너무 멋지고 뜻깊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아이와 느리게 읽는 어린왕자의 묘미, 서로의 글씨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어간다는 기쁨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의미가 되었다. 아직 『어린왕자』가 한참 남긴 했지만, 이 책을 다 쓰고 난 다음에도 아이와의 필사를 계속 이어가리라 생각할 만큼 행복한 시간이다. 

 

 

전에 당 출판사의 다른 필사책을 쓰면서도 한 말이지만, 마음시선의 필사책은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로 편집되어 어떤 페이지를 쓰더라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편안하게 쓸 수 있고, 왼쪽에는 본문을 오른쪽에는 필사 칸을 배치하여 필사를 처음 하는 어린아이들도 편안하게 읽고 쓸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필사를 즐기시는 분이 만든 책이다) 또 종이의 질이 무척 좋다. 수많은 필사책을 써봤지만, 만년필, 마카, 플러스펜 등 그 어떤 펜으로 써도 뒷면에 배겨 나오거나 번지지 않아 무척 좋았다. 학생들이 필사할 때도 마음시선의 필사책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우개로 여러 번 지워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주니, 필사를 처음 해본 사람도 완성도 높은 한 권을 만들 수 있으니 성취 면에서도 좋을 듯하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필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실제 내가 아는 초등고학년 어린이도 마음시선의 『어린왕자』를 필사 중이라고. 필사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고 문해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활동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혹시 아이가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한 편이라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필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책을, 글씨를, 함께 있는 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 멋진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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