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 돌알 사계절 그림책
벼레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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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서로 기대어 사는 형상을 본 떠 만들었다는 '사람인'처럼, 사람들은 어울려 살아가기를 좋아한다. 취미가 같은 사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 같은 학교인 사람 등 '나'의 인간관계는 물론, 아이와 같은 반 학부모, 아이 학원 친구네 엄마 등 무척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누군가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내게 위해를 가해서, 아이한테 피해를 줘서 등 직접적인 사유뿐 아니라, 인상이 별로라서, 나랑 달라서, 누가 별로래서, 무슨 얘길 들어서 등 합리적인 못한 이유도 많다. 이 비합리적인 이유는 미움, 차별, 외면 등으로 싹을 틔운다. 

 

뉴스가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요즈음에 경종을 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어 편견과 혐오가 아닌, 이해와 수용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계절 출판사의 신간, 『쌀알돌알』을 소개한다. 

 

 

편견이나 혐오 등의 단어가 자칫 아이들에게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벼레 작가의 『쌀알돌알』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유쾌한 문체로,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표지부터 쌀들이 바글바글 한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사람처럼 수영하기도 하고, 오리배도 탄다. 속표지도 마치 밥그릇을 확대하기라도 한 듯 바글바글 자리 잡은 쌀들이 우습다. 『쌀알돌알』에 등장하는 쌀들은 모두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어딘가 단점이라 부를만한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목욕탕이나 이발소를 찾기도 하는 쌀들은 마치 인간 세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기분. 작은 글씨 하나하나 저마다의 웃음과 저마다의 생각을 담고 있어 마치 쌀들과 수다를 떠는 듯한 기분으로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많은 생각 씨앗을 얻게 된다.

 

“돌알만 골라내라!”라는 지령을 받은 쌀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 다른 말투지만 합심하여 돌알을 골라낸다. 쫓겨난 돌알은 엄청난 말을 남긴 채 떠난다. “너희 중엔 불량이 없을 것 같냐!”라는.

 

'불량'이라는 말은 쌀알 사회에 큰 불안을 준다. 이때부터 쌀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와 '다른 점'을 찾기 시작한다. 더 작거나, 울퉁불퉁하거나, 많이 불었거나, 쌀가루가 되었거나, 금이 갔거나, 왕겨가 있거나, 푸석하거나. 쌀알들은 점차 무수히 많은 '차이'를 찾아내고, 모두 흠집으로 취급하며 '차별'로 만든다. '우리'였던 쌀알들도 '나'로 쪼개져 서로의 흠집을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나 선구자처럼 등장한 할머니는, 돌이나 골라내랬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불량쌀알들을 다시 한데 넣어 신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다 괜찮다고, 밥이나 맛있게 지어 먹자고. 

 

『쌀알돌알』을 읽는 내내 쌀알이 어른들 모습 같아 부끄러워졌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잣대로 편견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른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차별과 혐오를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쌀알돌알』은 더 많은 가정에서 읽으면 좋겠다. 엄마도 읽고 아빠도 읽어서 아이들에게 이해와 수용을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아이들도 『쌀알돌알』을 통해 나는 어떤 쌀알인지, 친구의 다른 점을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다시 '사람인'자를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길이와 모양이 다르다. 하지만 서로 기대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부디 우리 세상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의지가 될 수 있기를, 너른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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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2
김신희 지음 / 북극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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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내 마음을 다 아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신나는 일이 있을 때도, 친구랑 싸웠을 때도- 엄마는 기가 막히게 제 마음을 읽어내더라고요. 엄마가 되어보니, 그 능력은 '관심'에서 나오는 거였습니다. 아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기분은 어땠을까 하는 관심.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지만, 때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밥을 줬을 때! 

 

대체로 편식을 하지 않는 착한 딸이지만,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을 때는 함박웃음을, 싫어하는 반찬 앞에서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곤 하잖아요? 아마 다른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에, 오늘 북극곰의 신간, 『마녀식당』을 소개해봅니다. 

 

제7회 상상 만발 책 그림전 당선작인 『마녀식당』은, 일단 표지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귀신(!)들이 가득합니다. 호박부터 미라까지!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 채소 파와 양파도 귀신이 되어 주방을 돌아다니는 익살스러운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끕니다. 그뿐인가요? 속표지 안의 마녀 코스요리는 아이들이 “징그러워”를 연발하면서도 깔깔 웃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림체도 얼마나 귀여운지! 『마녀식당』은 어느 페이지 하나 웃음 포인트가 빠지지 않고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꽉 차 있답니다. 밥상에 앉은 아이는 오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반찬이 있는지 뱉고, 토하고, 기절도 합니다. 엄마 역시 머리에 불도 나고, 거품도 물고 파스스 타기도 합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익살스러운지 글씨를 한 줄도 읽지 않아도 아이는 깔깔 웃기 시작해요. 그러던 아이에게 낯선 초대장이 도착합니다. 마녀와 유령이 그려진 기괴한 초대장이죠. 깨알같이 맞춤법도 틀린 이 초대장을 따라가면 호박 농사를 가득 짓는 마녀의 식당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빅재미! 여기저기 숨은 거미, 유령 느낌 가득한 소품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나 몰라요. 우리 아이는 꼬마 이마에 거미가 뚝!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기겁하면서도 좋아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전체 페이지에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가 가득합니다. 지렁이에 기름칠도 하고, 눈 달린 채소를 썰기도 하고, 수프가 냄비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온갖 기괴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 지독히(?) 한결같은 해독제에 아이도 엄마도 깔깔!

 

글씨를 하나도 읽지 못해도 이 책은 아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터. 우리 꼬마는 실제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한참이나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며, 대사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요리의 맛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듯 이 책을 맛있게 즐겼답니다. 물론 본문을 읽으면서도 더 재미있어하기도 했고요. 

 

『마녀식당』을 다 읽은 후에 먹은 밥이요? 말해 뭐해요. 엄마가 준 반찬들을 골고루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죠. 평소에 편식이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마녀식당』을 읽은 후 더 모든 반찬을 야무지게 음미하려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귀여웠답니다.

 

편식을 고치는 것은 물론, 깨알 같은 디테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웃음까지 잡은 『마녀식당』! 

기발한 상상력을 맛보실 수 있으니 꼭 주문(?)해보세요. (아직 배민에는 없답니다.)

 

아참! 『마녀식당』의 치명적 단점! 아이가 자꾸 요리에 참여하고 싶어 하고, 채소를 해독제라며 엄마 입에 넣어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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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 가장 쉽게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 심리검사
박소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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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서 심리검사 등이 소개될 때 또 하나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나의 검사만을 가지고 한 사람에 대해 평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색의 풍선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후, 그 색을 선택한 사람들을 단일하게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5가지의 색이면 모든 사람이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 각각의 유형에 속한 사람들의 개인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는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 그림 하나만 가지고 그 사람이 우울하다거나 불안하다거나 편집증이 있다거나 분열이 의심된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척이나 위험하다. 

 

심리검사는 주소호(피검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부터 그 사람의 외양과 행동, 태도, 그리고 각각의 검사들이 재는 것들을 모두 통합해 평가되어야만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p.47~48)

 

 

요즘 공감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이야기를 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 “너 T야?”. 이는 MBTI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는지, 감정적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지만, '공감을 아예 못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언어로 바뀌었다. 이것뿐 아니라 마치 MBTI가 개개인을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에 걱정과 우려가 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학생이었을 때 “A형=소심해”가 공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MBTI는 어디까지나, 다른 심리검사처럼 사람을 '이해'하는 한 요소라 생각해왔기에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이란 책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MBTI부터 그림검사, 지능검사, MMPI 등 심리검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물론 임상 및 상담심리학자들이 공부의 기반으로 쓸 만큼 전문지식을 포함한 '교재'에 가깝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타인을 이해하는 한 방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지식을 가지지 않아도 이 책을 권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심리검사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심리검사가 필요한 이유, 종류, 각종 심리검사에 대한 이해, 지능검사, 지능검사의 해석과 고려사항 등에 걸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 즉, 심리검사나 지능검사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이 책을 통해 개념을 익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을 더욱 상세히 읽으며 도움을 얻었다. 

 

흔히 심리검사라는 말에 심리테스트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심리검사는 오랜 기간 임상을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된 것을 의미한다. 심리테스트는 그저 재미로, 심리검사는 성격ㆍ지능ㆍ적성ㆍ정서ㆍ심리적 측면 등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고 양적ㆍ질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MBTI에서부터 도형으로 시각 운동능력이나 뇌기질 등을 확인하는 BGT, 그림검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검사라는 MMPI 등의 심리검사에 대한 이론과 검사방법, 해석 등을 자세히 다룬다. 또 지능검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심리학 전문가뿐 아니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개념을 익히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리학책들을 읽으며 귀동냥했던 검사들에 대해 지식을 얻는 것도 좋았고, 너무 흔해져서 심리테스트 같아져 버린 몇몇 심리검사들에 대해 지식을 재정비하는 과정도 좋았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심리검사를 배우거나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심리학ㆍ심리검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심리학 또는 심리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질적 도움을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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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믿는 일 -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최원석 지음 / 마음시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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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했다. 진정한 만남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과 글을 접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말이나 글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남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p.61) 

 

 

나는 거의 매일 책을 읽는다. 모닝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여력이 있을 때마다 읽고, 아이가 잠든 후에도 두 시간가량 읽는다. 한 지인은 '전업 독서가'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책은 나에게 일상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대에 따라 장르를 나눠 읽는 편이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는 자기계발서나 육아서 등을, 밤에는 재미있는 책(문학)을 읽는다. 낮에는 뭘 읽냐고? 말해 뭐해, 에세이지!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는 등 바쁘게 보내는 시간대에 읽는 에세이는 마치 라디오처럼, 친구와의 수다처럼 위로와 응원이 된다. 이번 주 내가 만났던 사람 사는 이야기는 일명 최초딩, 최원석 작가의 『내 마음을 믿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작가님을 안 것이 꽤 된 것 같다. 나 역시 그가 'OO동네'에 있을 때 운영하던 계정의 팔로워였고, 그의 아버지 소식을 읽으며 나도 눈물 꽤 훔쳤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두 번째 에세이, 『내 마음을 믿는 일』의 표지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그가 넘었어야 할 슬픔의 시간과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자 걸어온 길이 절대 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는 어쩌면 쉽지 않았기에 더 단단해졌을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은 술술 읽히는 책이다. 어려운 단어도 전혀 없고, 호흡이 긴 문장도 전혀 없다. 정말 라디오라도 듣듯 일상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어간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편안함에서 위로가 느껴지더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누군가가 공감하고 힘을 내주기를 바랐던 작가의 말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보통사람'이 하루하루를 부지런하고 촘촘히 이어가는 마음을 많이 느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와 깨달음, 지친 날 작은 위로가 되는 소소한 것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깨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부지런히 먹고 사는 '보통'의 하루들. 이미 여러모로 보통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가 『내 마음을 믿는 일』에 기록해둔 그의 '똑같고도 다른 날들'은 나의 '그런 날'들을 돌아보게 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을 읽으며 두어 번 울었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외롭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다면, 체면치레 따위 필요 없었다”(P.178)를 읽으면서는 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 혹은 '중요하다고 착각한 것'을 지키기 위해 정작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나 역시 욕심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지고 나서야 멈추지 않았던가. 욕심에 현혹되어 흘려버린 소중한 것들을 후회한들 소용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후회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내 마음을 믿는 일』은 여리고 약한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 했다. 나를 살펴주고 보듬어주는 일이라 했다. 맞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채울 수 없다. 내가 내 마음을 안아주지 못하면, 나는 그 누구도 안아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진짜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했고, 소중한 이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도 전혀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은, 나를 소중한 이들을- 더 사랑하게 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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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의 시 바람동시책 4
김개미 지음, 경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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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엄마아빠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드라큘라는 사람의 피를 먹고, 어두운 곳에 사는 하얀 얼굴의 '괴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드라큘라는 무서운 느낌보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그 외로운 드라큘라가 아이라면? 

 

늘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김개미 작가의 신작, 『드라큘라의 시』에서는 그동안 '늙지않은 중장년층의 남자'였던 드라큘라 이미지를 '어린아이'로 바꾸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드라큘라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김개미 작가의 전작이었던 「티나의 종이집」에서도 “너는 작은 신처럼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있어”라는 말로 나를 울리더니, 『드라큘라의 시』역시 혼자일 때 느끼는 외로움, 강한 속마음에 가려진 여린 마음 등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 아이가 『드라큘라의 시』를 감상하는 것을 보며, 또 한번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잠시 덧붙이자면, 위에서 언급한 「티나의 종이집」은 바람동시책 1권이자, 김개미 작가의 전작으로 '귤향처럼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노래한다. 「티나의 종이집」이 아프리카 소녀 티나를 향한 진규의 설렘, 불편함, 망설임, 사랑 등을 고루 느낄 수 있어 감성적인 동시집이었다면,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신간인 『드라큘라의 시』는 모든 사람이 느낄 법한 외로움이나 깨달음 등 내면에 더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와 『드라큘라의 시』를 읽으며, 자칫 가볍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외로움이나 두려움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 뜻깊었다. 

 

아이는 『드라큘라의 시』의 구성부터, 내용까지 모두 흥미로워했다. 일단 여러 동시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보였는데, '동시'는 짧아서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동화책처럼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놀라워함과 동시에 재미있어했다. '혼자보는 번개'를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흐린 날의 독백'을 읽으며 슬퍼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고운 심성으로 자라고 있음에 감사했다. 

 

동시가 낯선 아이들도 『드라큘라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편의 시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점에서 동화처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드라큘라라는 소재에서 오는 신선함이 동시도 지겹지 않도록 맛깔스러운 양념이 되어주는 것. 더욱이 개성넘치는 일러스트와 색감은 아이들이 『드라큘라의 시』를 더 사랑하게 하는 요소! 동시와 함께 일러스트를 감상하다보니 아이는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드라큘라라는 소재에 선입견부터 가진 나와 달리, 있는 그대로 드라큘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또 한번 순수한 마음과 선한 눈을 배우게 되었다. 아마 『드라큘라의 시』를 만나는 모든 가정에서는, 아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편,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동시 시리즈인 '바람동시책'은 시를 품은 이야기이자 이야기가 있는 동시집으로, 동시를 한 편 한 편 읽으면 자연스레 큰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동시책이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읽게 하고 싶지만,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졌다면 부디 바람동시책을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동화책을 읽듯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시의 함축성과 표현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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