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아이 스콜라 창작 그림책 88
사르탁 신하 지음, 김세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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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주변에 언제나 불꽃을 피우는 사람있다면 어떨까요? 화가 나면 그 불꽃은 더욱 커지고 주변에 불똥을 마구 튀기기도 한다면요? 아마 처음에는 주변에서 그를 도우려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는데 타인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힘들지만, 자신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힘듭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주변 사람이 가장 힘들고, 후자는 자신이 가장 힘들다는 것일뿐. 아마 아이들 중에서도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과하게 표출하는 아이와 그러지 못해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아이가 있을 거에요. 어른들보다 더 많이 힘들어하고, 더 많이 스스로를 태우면서, 어른들보다 더 많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말입니다. 

 

그림책, 『불꽃아이』에서는 과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아이 틸이 등장합니다. 틸은 언제나 불꽃이 활활 일어요. 화가 나면 더욱 강렬해지고 주변을 태워버리죠. 그렇다보니 점점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어지고, 일상생활도 어려워집니다. 외로워진 틸은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불태우지만 도무지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틸에게 “너도 반짝이는구나”라며 별이 찾아옵니다. 물론 별과 틸은 무척 다른 존재지만 "빛"나는 존재라는 공통점으로 별은 틸에게 손을 내밀어주었죠. 틸은 태어나 처음 “친구”를 잘 사귀게 되었고, 별과 어울려 놀다 우연히 반딧붙을 만나게 됩니다. 반딧불을 보고서야 비로소 깜빡이는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되죠. 그때부터 틸은 자신의 불꽃을 깜빡이는 법과 불꽃의 모양을 바꾸는 법까지 연습하게 되며 "타오르는 법"과 "고요해지는 법"을 배워가게 되죠. 더이상 틸은 외롭지 않았고, 모든 어린이들이 틸처럼 반짝이고 싶어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아이들 마음이 안팍으로 타고 있을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표현하는 법, 때로는 고요히 인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화를 내면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끙끙 참다가, 때때로 엄마앞에서만 엉엉 울어버리는 우리 아이도, 틸처럼 깜빡깜빡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감정의 모양을 바꾸며 친구들에게 표현할 수도 있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도 씩씩함 뒤에 감춰놓은 여러 감정들을 지헤롭게 풀어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책 『불꽃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조절하면, 자아가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무턱대고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버렸던 기쁨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불안이, 부럽이 등이 모두 필요한 존재였던 것처럼, 아이가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잘 조절하며 스스로를 키워가는 과정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인 우리 아이들에게, 더 진실되게 반짝이는 법을 가르쳐줄 그림책, 『불꽃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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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날지 않는다
김병민 지음 / 담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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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틀렸을 때 인정하는 거. 그거 정말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 너도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낄 거 같고. 그런데 말이야. 결과적으로 어떤 생각이 틀렸다고 밝혀졌을 때,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 그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p.201) 

 

 

펭귄은 날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선뜻 유추하기 어려웠다. 펭귄은 날지 않는다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사실 이야기 안에도 펭귄이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펭귄은 날지 않는다』를 다 읽고 난 후에도 왜 제목이 이런 것일까를 고민했다. 물론 어떤 의도인지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모든 새가 날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에필로그에 등장한 '두 번째 펭귄'처럼 다른 삶을 사는 '집단 속의 다른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보다는, 다른 펭귄들을 지지하며 같이 헤엄치는 퍼스트 펭귄, 조금 다른 새이지만, 어쨌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어가리라는 자전적 의미는 아닐까로 결론짓기로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알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살다가, 비로소 그 알을 깨고 나와 자신이 무슨 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가 남긴 말처럼 청년이 지났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숙한 상태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어른의 역할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펭귄은 날지 않는다』는 소설이지만, 누군가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그 누군가가 작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로의 강력한 한 방,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킥”이라는 것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력한 한 방은 없어도 순식간에 한 권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무척이나 치밀하게 담아낸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주인공 문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 사유하는 부분까지 무척이나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펭귄은 날지 않는다』를 읽으며 나는 이런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던가, 나는 이 무렵에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었나를 생각하게 되더라. 

 

펭귄은 날지 않는다』의 후반에는 문돌이 스스로 남겨놓은 기록들을 다시 읽는 장면이 나왔는데, 과거의 자신을 읽으며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에게 타인을 비추어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는 장면에서 생각하는 바가 무척 인상 깊었다. 

 

작가보다 10살이 많지만, 여전히 나도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처럼 나의 행동이나 말, 나의 무엇인가를 배우는 사람도 있음을 순간마다 깨닫고 산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행동 하나가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는지를 깨달았고, 그래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순간마다 노력하며 산다. 또 아이에게서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며 배움의 방향이 꼭 위를 향하지는 않음도 느끼며 살아간다. 

 

오늘 성당 마당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읽은 『펭귄은 날지 않는다』는 마치, 오늘의 나에게 “삶에서 배운 것들을 절대 간과하지 말자. 모든 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날지 않는 새라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음을 잊지 말자”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뭔가를 배우러 갈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 지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지. 순간순간의 행복, 내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만날 수 있는 배움들을 성실히 느끼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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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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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유령이 쓱, 고개를 내밀고 있어 웃음부터 픽, 나는 사랑스러운 표지의 『유령은 이사 중』! 하지만 작년 즈음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그림책, 『고양이는 이사 중』을 만나본 독자라면 일단 겁부터 덜컥 난다. 유령이 들어앉은 상자에서부터 “슬픈 예감”이 스멀스멀 느껴지기 때문. (스포주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에 반전의 매력으로 그림책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곽수진 작가님의 그림책 『유령은 이사 중』! 『유령은 이사 중』 역시 『고양이는 이사 중』에서처럼 “찡”한 포인트가 가득하니 부디 이 그림책은 천천히 즐기시길 추천해 드린다. 

 

우리의 귀여운 유령이 이사할 집을 구한다. 유령이 무슨 집을 구하냐고? 외로워서 환자는 못 살겠으니 룸메이트라도 구해야지! 그렇게 시작된 유령의 집 구하기는 처음부터 평탄치 않다. 꼬마의 침대 밀도, 어린이의 옷장도 비명이 난무할 뿐. 그렇다면 유령의 집은 어때? 으스스한 친구들은 다 모이라더니 왜 진짜 유령을 보고는 도망을 가는 거야. 마녀의 성도, 해적선도, 드라클라의 성도, 핼러윈 파티장도 유령이 지내기는 그렇게 마땅치 않은 듯하다. 

 

『유령은 이사 중』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 귀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것. 각 페이지에서 우리의 꼬마 유령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자. 우리 꼬마는 마녀의 집에서 유령을 찾은 뒤 한참이나 깔깔 웃었다. 특유의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 사이에서 찾는 유령은 그 어떤 숨은그림찾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유령이 숨어있는 곳뿐 아니라 유령을 보고 놀란 사람들과 동물들을 관찰하자. 단숨에 그림책이 더 좋아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다. (『고양이는 이사 중』을 안 본 독자라면 그 책까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확신한다..) 

 

하지만 『유령은 이사 중』의 찐 매력은 엄청난 반전에 숨어있다. 누구와 살아야 할지 망설이던 유령은 “익숙한 소리”에 이끌려 어느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엄마는 액자를 본 순간부터 가슴이 찡해졌고, 아이는 한 박자 늦게 멍하니 “유령의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뒤로 넘어가지 못하고 아이와 가족에 대해,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만약 최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유령은 이사 중』을 읽으면 좀 울게 되겠지만, 소소한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 혹시 꼬마 친구들과 읽기에 너무 무겁지 않으려나 고민한다면 걱정하지 말 것. 작가님 특유의 섬세함으로 귀가 뿅 생겨나거나, 쥐가 덜덜 떠는 모습 등으로 무겁지 않게 마무리되었으니 말이다. 찡함과 웃음, 사랑스러움과 익살 모두를 섬세하게 다룬 그림책 『유령은 이사 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어느 것 하나 넘치지 않아서 더욱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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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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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관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의 관곌르 소홀히 합니다. 파스칼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과 깊은 유대와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p. 129)  



 

“인간 불행의 대부분은 혼자 있지 못하는 데서 왔다”

이 문장을 읽어본 사람이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과거에도 이 문장을 읽은 적이 있고, 『파스칼 인생공부』를 받아들고도 가장 먼저 찾아본 문장이 이거였다. 사실 과거에는 이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그러면 혼자 살으라는 거야? 생각한 적도 있으나, 나이를 먹으며 점점 혼자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외부자극들을 소화시킬 시간이 너무도 필요함을 느낀다. 나이를 먹어보니 정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만이, 사람 속에서도 외롭지 않다.

 


사실 파스칼의 문장들은 은근 이곳저곳에서 만나보았으나, 이 좋은 날씨에 가을볕아래서 만나니 정말 너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파스칼 인생공부』의 서두에 왜 팡세를 읽어야 하는지 무척이나 꼼꼼히 기록해두시기도 해서 꼭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인문학자 김태현 작가님의 통찰력으로 선별된 『파스칼 인생공부』를 읽으며 “아, 이 문장!”하며 순간 순간 깨닫게 되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정말 나의 인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파스칼 인생공부』를 읽으며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파스칼 인생공부』의 첫 장부터 정독하는 것도 무척 좋았지만, 그날그날 마음에 닿는 주제를 발췌하여 읽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전체를 읽은 후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더 성숙해질 수 있다”파트를 다시 읽었다. 최근 “진짜 행복”에 대해 고민이 많기도 했고, “내면이 올곧고 단단한 사람”을 향해 걷고 싶었기에,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깨닫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파스칼 인생공부』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한가지 주제로 '여는 문장'과 '닫는 문장'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인데, 서두와 말미에서 각각 파스칼의 문장을 만나니 작가님의 풀이가 더욱 풍성히 느껴지기도 했고, 마음에 남는 내용도 더 많았다. 또 말미의 문장들에는 각각의 키워드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단순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남겨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에서 그날 그날 닿는 내용을 읽으면 더 좋겠다고 말한 까닭이 사실 이 때문이기도 한데, 그날 그날 마음에 닿는 주제를 읽고 말미의 키워드로 자신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면 그 삶 자체가 철학 아닐까 생각했다. 

 


 

『파스칼 인생공부』를 읽는 내내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자체가 좋았고, 그 순간 순간이 잔잔한 위로였던 것 같다. 『파스칼 인생공부』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런 고요한 응원이 되어주길 바라며, 그로 인해 일상이 주는 위안을 깨닫게 되길 바라며. 

 

위안-

작은 일들이 큰 위안을 줄 때도 있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인사, 친구와의 짧은 대화, 잘 정돈된 책상 등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줍니다. 이러한 작은 즐거움들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큰 불안 속에서도 작은 평화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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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2
강효선 지음 / 북극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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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저는 신선한 채소의 달큼함과 아삭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월남쌈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신선한 오이의 아삭함, 파프리카의 달큼함, 양배추를 씹다 보면 느끼는 든든함까지! 다행히 저희 꼬마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우리 집에서는 엄청나게 자주 해 먹는 음식 중 하나죠. 그런데 이 채소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물으면 나무나 땅, 흙 속 같은 대답이 아닌 “마트”라고 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고 해요. 물론 아이들은 모를 수 있지만, 자라면서도 자연의 고마움을, 고마운 음식들의 출처를 몰라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꼬꼬마 때부터 조금씩 이런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효선 작가님의 새 그림책, 『비가 와요』에서는 이런 채소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재미있게 바라는 시각을 키울 수 있답니다. 오랜만에 소개하는 “꼬꼬마 그림책”인만큼 더욱 자세히 소개해보겠습니다. 꼬꼬마들도 손 다칠 걱정 없이 만날 수 있는 도톰한 보드북으로 제작된 『비가 와요』는 물감으로 쓱쓱 그어놓은 듯한 색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비가 와요』를 읽으면서 진한 색과 연한 색, 그리고 색의 경계까지 관찰해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또 강아지와 꼬마, 채소들의 표정까지 관찰하다 보면 온 가족이 똑같은 표정으로 미소짓게 됨을 경험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비가 와요』는 글씨를 모르는 꼬꼬마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에요. 아이들이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채소를 고르게 그려주셨기 때문에, 색깔 놀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실제 자연의 색도 함께 만나본다면 더 좋은 경험이 되겠죠? 또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 비에 젖은 세상의 색을 만나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일러스트를 배부르게 감상하셨다면 『비가 와요』의 다음 매력을 만나봐야죠. “아그작아그작”, “길쭉길쭉”, “꿈틀꿈틀” 등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소리 내보세요. 아이들이 잘 따라 하지 못해도 괜찮고, 우리 가족들이 느끼는 소리로 바꾸어봐도 좋아요. 혹시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정말 이런 소리가 나는지 도전해보자며 채소를 경험하게 하면 가장 좋겠죠? 책도 읽고 채소도 먹고! 이런 일석이조가 어디 있담! 

 

신나게 책을 맛보고 즐겼다면 이제 이 채소들이 어디에서 자라는지, 어떤 맛을 주는지, 이 채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인지 신나게 이야기해보면 더욱 좋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채소를 말해보는 것도 좋고, 내가 싫어하는 채소가 “왜” 싫은지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아요. 왜 좋은지, 왜 싫은지를 말해보는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활동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참 신기한 것은 『비가 와요』를 만나고 나면 빗방울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채소 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리를 키워주는 고마운 존재처럼 보이게 되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비는 채소뿐 아니라 우리도 키워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요? 하나하나 차곡차곡 배워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영양분이 되어줄 그림책, 『비가 와요』였습니다. 우리 집 꼬마가 크다 보니 꼬꼬마들 그림책을 점점 덜 소개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비가 와요』 같은 좋은 그림책을 더 많이 소개해드리길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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