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 - 상처 주지 않고 양육하기 위해 알아야 할 4-7세 마음 법칙
김원경 지음 / 심야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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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새 만 7년 차 엄마지만 여전히 종종 아이 마음을 모르겠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육아서도 많이 보고 부모강좌도 엄청 열심히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초보 엄마다. 아이를 존중하고자 노력하지만 때때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죄책감이 드는 날도 여럿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신이 아니니 아이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지. 내일은 조금 더 알도록 노력해보자”라며 나를 다독였다. 자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게 더 적합할지 모를 말이지만, 아무튼 나는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잘 읽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이번에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를 읽으며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 조금 더 노력하는 엄마가 되리라 생각하며,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는 4~7세 아이들의 마음 법칙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더 어린 나이부터 조금 더 많은 나이의 아이들까지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모든 아이가 같은 방향 똑같은 속도로 크지 않기에, 다양한 육아서를 읽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에서는 아이의 학습과 훈육, 인지능력과 지능, 자아, 정서와 사회성, 발달환경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주제마다 세부항목으로 잘 나뉘어있고 각각의 단락이 길지 않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읽기 좋았다. 또 각각의 키워드가 세부적으로 잘 나뉘어있기 때문에 필요한 주제만 찾아보기에도 좋다. 내가 특히 집중하여 읽은 부분은 정서와 사회성. 섬세한 성향이 있는 딸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동전의 양면을 만나게 될 때가 많은데, 가령 감수성이 풍부하여 표현력이 뛰어난 대신 감정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편이고, 주의집중력이 뛰어난 대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들을 만날 때 어떤 것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또 어떤 것에는 조금 덜 민감히 반응해주는 것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또 발달환경에 대한 부분도 많은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때가 있을까. 내 아이만 잘 키우는 게 잘하는 세상도 아니지만, 남의 아이에게 훈수들 수 있는 세상도 아닌 세상이기에 모범이 되는 부모, 도덕성을 가르칠 수 있는 부모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장의 주제인 “주변의 모든 것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말을 곱씹으며 책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의 가장 작은 울타리인 가정에서 사회까지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음을 깨닫는다. 또 이것은, 가정에서 충분히 이해받고 사랑받은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쉽다는 이야기임도 느낀다. 

 

유명한 학원 하나 덜 보내더라도, 맛있는 유기농 반찬 하나 덜 먹이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마음이 잘 자라고 있는지는 매일매일 생각해보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인성은 보통 10세 이전에 형성되고 자리 잡는다고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각 발달영역과 단계, 상황을 세부적으로 잘 나누어 담은 책,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가 많은 엄마에게 명쾌한 가이드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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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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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충격에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고 있지만 어떤 절규도 들리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 고통의 순간을 처연한 오페라의 간주곡만이 조용히 채워나간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울지않는 시칠리아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시칠리아 출신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둔 파치노 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고 시칠리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울부짖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입은 크게 벌어져있고, 절규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왔으나, 시칠리아 사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숨이 멎도록 처절한 고통이 계속된 땅,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p.356) 

 

 

사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기다리던 책이였다. 김상근 작가님의 「초격차」를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을 뿐 아니라, 몇년 전 「삶이 축제가 된다면」을 통해 그가 그리는 베네치아를, 김도근 작가님의 아름답고도 깊은 사진을 이미 만난 적이 있었던 터라 (이 후 로마와 피렌체도 찾아 읽었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의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었던 까닭. 더욱이 시칠리아라니. 근 1년간 지중해에 관련한 책들을 계속 읽어오며 가장 관심이 많았던 시칠리아라니. 

 

시칠리아, 지중해 최대의 섬인데다 지중해의 중앙부, 이탈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하다보니 과거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꼽혀 수없이 '지배자'가 바뀌었던 지역이다. 수려한 풍경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산물 덕분에 지금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아픈 땅'이었던 시칠리아는 다양한 입지조건을 가지고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그저 피스타치오와 아몬드가 많이 나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생각했던 시칠리아지만, 지중해의 역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칠리아에 대해 궁금해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 마음으로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읽으며 마음에 품었던 궁금증은 해소되고, 복잡한 마음은 안타까움과 응원이라는 조금 더 명확한 마음으로 변경되었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고대 시칠리아의 고통부터 그리스, 로마, 스페인 등 열 네번이나 이어진 침략을 천천히 이어간다. 여러 수탈 과정을 겪으며 심신이 억압받아온 과거를 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칠리아는 여전히 정치적으로도 경제적 고립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도 정서도 메마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어쩌면 표지 사진 속 어부의 모습은 그 한 명이 아니라, 시칠리아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해서 김상근 작가님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이어지는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속 시칠리아가 슬픈 모습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시칠리아의 역사나 현 상황을 면밀히 다루다보니 가슴아픈 면이 없지 않아있지만, 다양한 민족과 종교 등에서 파생된 문화나 예술을 사실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도해서, 어쩌면 시칠리아의 민낯을 제대로 살펴보는 기분이 든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 위에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김도근 작가님의 사진은 마치 지금 내가 시칠리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생함은 물론, 사진 속에는 감정도 느껴지는 것같아 천천히 감상하게 된다. 김상근 작가님의 수려한 문장들이 김도근 작가님의 사진을 만나 더 깊고 진한 이야기로 탄생되는 기분이랄까.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시리즈가 해박한 지식의 인문학이자 감성적인 기행문이고, 사람냄새나는 다큐멘터리로 느껴지는 것은 진솔한 이야기꾼과 마음을 찍는 이의 만남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중해 중앙부에 위치하여 2800년간 뺏고 빼앗기는 역사를 겪다보니 수많은 세계사 책에서 늘 거론되는 곳, 시칠리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칠리아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자주 만나볼 수 없다. 그래서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더 특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시칠리아가 오롯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님들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처럼 부디 '슬퍼도 울지 않는 나라', 시칠리아가 부디 '슬프지 않아 울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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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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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속에 행운이 있지요” 나는 동의했다. 

불행 안에, 행운이 있다. 

이렇게 말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겨울을 노래하자.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우리 목소리가 이 계절과 조화로울 수 있을 것인가?” (P.189) 

 

 

이미 여러 리뷰에서 이야기한 것 같지만, 나는 「월든」을 세번 읽었다. 그러나 앞의 두 번은 '글씨를' 읽었고,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읽었다. 이것은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를 읽고 난 후의 일이었다. 정여울 작가가 소로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토닥였다면,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소로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 자연, 관계 등을 치밀하고 섬세히 기록한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관찰기 같기도 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읽는데, 우리가 지나는 이 시간의 소중함,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자연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로와 함께 한 산책』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의 작가 역시 지친 마음으로 소로와의 산책에 발을 내디뎠다. 소란스러운 꿈에 잠을 설친 후 충동적으로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한 것.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가 걸리든 삼 일이 걸리는 상관없었다(P.15)”라는 그는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제 나쁜 꿈을 꾸면 마음한테 그곳에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P.58)”라고 말할 수 있는 레아를 만난 덕분인지, 그의 여정이 박차를 가했기 때문인지 그의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산책을 온전히 뒤따랐다. (사실 「월든」을 읽으며 느낀 '거리감'을 그 역시 종종 표현하기도 해 더욱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작가의 산책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여행 에세이이자 성장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식이 변했어도, 과거의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것도 있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그의 깨달음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쉬이 나아지지 않는 마음의 병을 끌어안고 다시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걷는 그의 모습에서 분명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의 병을 고치고, 사랑을 시작한 후에도 헨리의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야말로 인간에게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 걸음이 그에게 주었던 가르침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성장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의 걸음은 분명 그를 키웠고, 그를 치유했고,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디든,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우리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곧게 설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밤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낮은 땅에 서 있을 때도, 고도는 높아진다. (P.286) 

이 리뷰는 그의 문장으로 마치기로 한다. 이 문장만큼 완벽히 이 책을 드러내는 말은 없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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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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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모도, 셋이나 되는 자식들도 자신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빠에게는 종교도 없다. 하느님도 없고 부처님도 없다.

둘째 딸처럼 글을 쓰지도 않는다. 다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술기운에 잠이 들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또 말이 없어질 것이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 의문도 지나간 자리에는 

안쓰러운 마음만 남는다. (p.90)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에서 가장 나를 찡하게 만들었던 구절이다. 

 

사실 이 책은 읽고 수일이 흘렀다. 보통의 경우는 책을 읽고 하루 이틀 내에 감상문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 책은 감히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 미뤄두었더랬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의좋은 형제들과 지금까지도 우애를 다지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한 것일까 싶어서. 사실 한 편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 정도에 이렇게 화가 나나? 부모님이 이런다고 전화번호를 지우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그저 가만히 표지를 바라보다 며칠이 지났다. 지금이 리뷰는 사실 정리된 생각이 아닌, 남기고 싶은 말 위주로 '마구' 쓰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이 책은 나에게 늘 미완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이 리뷰는 날 것이고, 솔직하다. 

 

그럼에도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으로 늘 아팠던 사람, 사람을 잘 믿지 못했던 사람의 '지나온 터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녀가 이 글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겨냈다는 것일 테니. 어쩌면 살기 위해 남겼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싶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의 띠지에는 '어른 금쪽이들을 위한 회복의 기록'이라고 적혀있는데, 금쪽이라는 단어는 아니든 어른이든 편치 않은 감정을 주지만, 그럼에도 '회복의 기록'이라는 말에 무척 공감이 든다. 이 책은 가족, 특히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실패한 이들의 마음을 도닥여줄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쉬이 읽히는 책이다. 

 

'이제는 사랑을 먼저 주는 것이 사랑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충분한 공감과 사랑 속에 자라며 나도 아이의 투정을 여유롭게 받아줄 수 있음이,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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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몬스테라 지음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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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은 본래 프랑스어로 'mon cher'이다. 'mon'은 '나의', 'cher'는 '친애하는, 사랑하는 소중한 이'라는 뜻이다. 나는 단순히 피고인 누구가 아니라 1970년 이 세상에 온 사람에게 몰쉘의 마음으로 몽쉘을 주었다. 그저 과자이지만, 과자를 전해 받은 그가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은 자신의 앞날에 좋은 일이 많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기를 바랐다. (p.186)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법은 정말 모두에게 공평한 것인지. 그렇다고 말하기엔 당장 뉴스만을 켜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소재가 넘쳐난다. 근래에는 '법의 테두리'에 벗어난 이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아서, 혹은 법을 '잘' 써먹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뉴스도 덜 보게 된다. 사실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어쩜 세상에는 이렇게 힘든 사람이 많은지,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은 많은지, 왜 이렇게 자신의 권익조차 말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지 속이 상했다. 아마 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속상한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것은, 이 책이 도화선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닿아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몽쉘'이 될 수 있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몽쉘로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도, 기꺼이 내 자리에서 몽쉘이 되고 싶다.)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은 '몬스테라'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익명의 국선변호사가 출간한 책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국선변호사들의 짠내나는 스토리들이, 그렇게 속상한 사건들이 다 과장된 일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연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서글픔만은 아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전하는 몬스테라 변호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래도 살만하구나, 희망이 전혀 없는 세상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 아무래도 개인의 일신과 관계된 일을 하시다 보니 익명을 택하셨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들 만큼은 변호사님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지 않았을까.)

 

슬픈 이야기지만 오늘도 분명 누군가는 알지만 제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겠지만, 누군가는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고, 혹은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몰랐다는 것이, 살고자 할 수 없이 했다는 것이 범죄를 옹호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몰라서 필요 이상의 벌을 받아서는 안되지 않나.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되지 않나. 그리고 그들에게도 한 명쯤은 '믿어주는 사람'도 있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이미 유명해진 책이라 꽤 늦은 리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고구마 같은 뉴스가 많은 세상에도 사이다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벅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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