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 -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사회정서 교육법
김소연 지음 / 웨일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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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어떤 감정이 찾아오는지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감정을 지혜롭게 해소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그 결정권은 전적으로 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 (p.223) 

 

 

아이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상처에 울고 때론 지쳐서 절망에 갇혀 아프지 않게 마음을 다해 그대의 위로가 되길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윤하, 기도)”라는 가사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처는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 아이가 스스로에게 무리해서 아픔을 참지도 않고, 반대로 스스로를 상처입히지도 않기를, 즉, 마음에도 근육이 붙길 바랐다. 꽤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지만, 딱 맞은 거다! 하는 마음이 드는 책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만난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아이의 정서를 살피고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것(p.5)이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작가님의 책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몇 번을 반복해서라도 완전히 소화하고 싶은 책이다.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는 '정서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감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의 성격이나 관심사, 가치관을 형성하고, 타인이 형성한 가치관을 존중하여 상호 충동적 감정을 줄이고 사회적 규범에 부합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 쉽게 말해 “나도 너도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수학 문제나 맞춤법 등을 배우는 것보다 먼저 받아야 할 교육이 아닐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나라'라는 말은 너무 슬프지 않나.

 

내가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읽으며 가장 집중한 파트는 '자신의 마음을 아는 아이'였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다 보니 불안감과 두려움도 꽤 많은 편인데, 조심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쉬이 드러내지 못하고 아파하다 감정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그래서 아이가 더 쉽게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낼 방법들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었다. 특히 복합감정에 대한 부분은 마음에 닿는 것이 너무 많아,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각각, 또 섞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했다. 

 

또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를 대처하는 법, 감정 대화를 나누는 법도 무척 큰 도움을 받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나눠보는 부분은 아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단지 생각을 전환했을 뿐인데 즉각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내가 물길을 잘 터주면 아이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또 그림책을 활용한 감정코칭도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 이 부분은 이미 익숙한 영역.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더 유익한 활동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자아가 탄탄한 아이', '사회성 좋은 아이'에 속한 이야기들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특히 제대로 공감하는 법과 아이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법 등에 대해 읽으면서 반성과 다짐을 번갈아 했다. 물론 육아서를 읽으며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 가책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위해 가책보다는 노력에 중점을 두기로 하지 않았나. 그 자책할 시간에, 수첩에 빼곡히 옮겨적은 말들처럼, 적어도 나는 내 아이가 스스로를 지키는 활동들에 가장 적극적 옹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는 것에 집중해야지.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를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지 않았다. 여전히 '읽고 있는 책' 자리에 있다. 그 이유는 몇 번을 다시 읽어서라도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요즘, 우리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바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그래야 한다. 

 

아이가 걷기 전 아이에게 사주었던 아기 체육관과 보행기 등을 기억하는가. 물론 그것들이 없어도 걸을 아이는 언젠간 걷겠지만, 그것들로 인해 아이는 더 '잘' 걸을 수 있었다. 바로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 지능이 다릅니다』가 그 아기 체육관이고 보행기다. 마음이 탄탄하지 않아도 수학도 영어도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이 탄탄한 아이는 자신의 삶도, 학습도 분명 더 '잘'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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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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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연정이었어? 다른 사람 다 놔두고 왜 부모도, 형제도 없는 박연정이었냐고.”

“부모도 형제도 없었으니까. 죽어도 울어줄 사람도, 찾을 사람도 없으니까.” (p.247)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보험사기.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입하여 '역시나' 타 먹지 못하는 것이 보험이지만, 보험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보험을 타 먹는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보험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하니, 정말 시쳇말로 “아는 놈만 배부른 세상”이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라는 그 보험사기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다. 이 책이 궁금했던 까닭은 사회에 존재하는 '사각지대'의 어둠 속에서 활개 치는 이들이 궁금했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지만 원래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 그렇게 읽기 시작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불을 털다 9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하반신이 으스러진 박연정. 그녀가 청구한 후유장해 진단비를 위해 파견된 보험조사원 김지섭. 박연정의 사고를 조사할수록 지섭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굳이 집 밖으로 이불을 털어 추락한 박연정에 대한 의심, 찾아올 가족도 친구도 없는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과하게 한 사람에게 의지해온 삶에 대한 답답함 등이 지섭의 마음을 휘감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사건들에 계속 휘말려 들어 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보험의 맹점, 현대사회의 민낯에 같이 분노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라는 무척이나 전개도 빠르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휘몰아친다. 그런데도 단숨에 술술 읽힐 만큼 몰입력이 좋고 사건들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대부분 소설이나 드라마의 초입만으로도 범인이나 스토리를 대강 맞출 수 있는데, 이 책은 범인과 스토리를 모두 예상하고 읽었음에도 읽는 내내 긴장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가 상상한 그대로 전개가 되는데도 순간순간 불안함이 들었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사고의 주인공들'과 같을까 하는 생각에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옮겨둔 것 같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를 읽고 나니, 이 내용이 간절히 소설이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이용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분명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희생되는 이들이 존재하겠지. 슬프지만. 

 

소설을 읽었음에도 우리들의 도덕성에 대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흡입력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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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짧은 글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조지 오웰 외 지음, 박그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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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취미를 물어보면 쉬이 대답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절친들은 당연히도 “독서!”라고 말하곤 했지만, 나에게 독서는 취미보다는 그냥 일상 같아서, 혹은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으면서 “독서, 음악감상” 등을 취미 칸에 쓰는 사람들과 같아 보일까 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던 것. 그런 나에게도 이제 취미라고 말할 것이 생겼다. 어느새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 필사. 처음에는 책 속 좋은 문장을 옮겨적었다면, 최근에는 필사를 위한 책을 들이기도 한다. 

 

요즘 필사 중인 책은 『어린 왕자』와 『행복에 관한 짧은 글』. 두 권 모두 마음시선 출판사에서 출간된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시리즈로 정말 완벽한 필사가 가능하게 구성되어있다. 오늘은 먼저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은 '행복'을 테마로 저명한 인사들의 명언 50개를 모아놓은 책이다. 왼쪽 페이지에는 명언을 한글과 영어로 적어두고 오른쪽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도록 비어 있어 명언과 내 글씨로 어우러진 책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많은 필사책 중에서 마음시선의 필사책이 특히나 좋은 이유, 첫 번째!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로 편집되어 어떤 페이지를 쓰더라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너무 편안하게 쓸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는 종이의 질! 수많은 필사책을 써봤지만, 이 책만큼 아무 펜이나 쓸 수 있는 책은 없었다. 만년필, 마카, 플러스펜 등 그 어떤 펜으로 써도 뒷면에 배겨 나오거나 번지지 않았다. 그래서 명필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한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한국어와 영어로 명언이 제시되어 짤막한 공부도 가능했던 점. 매일 한두 문장을 쓰며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읽었다. 책의 중반쯤을 썼을 때는 완전히 잊고 사는 줄 알았던 문법이 꽤 많이 떠올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로는 미래의 나에 대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점. 사실 필사를 하는 그 자체로도 잡생각을 없애고 문장에 온전히 집중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 책은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n 년 뒤의 내 모습에 대해 기록하고 생각하도록 돕고 있어, 정해진 시간을 두고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기 전에 한 두 장을 썼는데, 잠에서 벗어나기에도 좋았고, 고요한 새벽 자체에 집중하기에도 큰 도움을 주더라.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모두 필사한 후 책을 둘러보며, 더 예쁜 글씨로 썼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진짜 행복은 나에게 달려있음을, 이걸 쓰는 내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많은 분이 내가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따라 쓰며 느꼈던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보며. “행복하고 싶다면, 그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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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민병래 지음,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기획 / 원더박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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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지 않는 역사, 잘못을 빌지 않은 역사는 모습을 잠시 감추거나 숨길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는다. 오지 뇌병원 자료실에서 묻혀 있던 조선인의 피울음은 일본과 자이니치(재일교포) 두 청년 예술가 덕분에 햇살을 받았다. 언젠가 도쿄도 인권프라자 기획전시실에서 〈in mater〉가 상영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은 역사에 길이 남을 터이다. 일본이 조선인 대학살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첫날과 다름없이 때문이다. 그날이 되도록 빨리 왔으면 좋겠다. (p.231) 

 

 

혹자는 과거의 일본의 행적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 자체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빌지도 않은 용서를 왜 우리가 찾아 해야 하며, 과거의 행적에 꾸준히 더해지는 것들까지 물을 수 없는 무엇인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바다의 안위를 해양생태계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을 '괴담' 취급받는 요즈음, 당장 오늘이 아니라고 하여 과거도 미래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를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역사서를 좋아하고 꾸준히 읽은 편이라 간토대학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도 근거자료가 뒷받침되니 가슴이 아팠고, 제대로 모르고 있던 사실에는 화가 치밀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6,661명(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당했는데도 일본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나 배상은커녕 진상규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우리 정부 역시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참으로 힘 빠지는 이야기지만, 우리마저 잊어버리면 머지않아 간도 대학살은 그저 역사한 편의 이슬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피해자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를 가해자가 기억할 일은 없지 않나.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방대한 자료와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회와 민병래 작가가 공동기획한 이 책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해온 노력, 다양한 기록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간토대학살의 실체를 전달한다. 일기장이나 증언이 수없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도 진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간토대학살의 진실보다는 알려진 이야기들만 겨우 알고 있다. 극단적 예로 일본이 집계했던 231명과 독립신문이 집계한 6,661명이라는 엄청난 틈을 지금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불과 100년밖에 지나지 않은 역사인데 이렇게 묻어두고 파헤치지 않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질 만큼 나는 간토대학살에 대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반성의 마음과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번갈아 했다. 

 

아픈 과거에 집착해 미래의 많은 것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말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그들은 부정하는 과거의 역사를 우리까지 잊어야 하냐고. 우리까지 부정해야 하냐고. 진정한 발전은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고, 올바르게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없이는 우리는 단 하나의 과거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앞으로도 똑바르게 살 수 있다.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그저 단순히 간토대학살 그 100년 전의 사건 만에 집중하는 책이 아니다. 수많은 학살의 하나이며, 인간이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그릇된 가치관의 결과물이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거의 것으로 덮어둔다면, 앞으로의 인류에게는 또 다른 모습의 제노사이드가, 또 다른 차별이, 희생이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한다. 특히 역사의 과거를 잊으라는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 그렇게 지워버려도 되는 것들인지 다시 생각할 기회를 한번은 가져보기를 바라본다.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를 읽는 내내, 이 책을 세상에 꺼낸 분들, 그리고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분에 이 책의 독자들이 더해지고, 또다시 그 독자들로 인해 간토대학살에 관심을 끌게 되는 이들이 더해져- 결국에는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사과, 보상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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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아직 늦지 않았을 오십에게 천년의 철학자들이 전하는 고전 수업
김범준 지음 / 빅피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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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위야 비불능야 (不爲也 非不能也)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면 더 잘 살기 위해서, 잘 못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잘 살기 위해서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그 시작은 세상과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존중하는 일일 겁니다. 물론 자신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p.67)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고전의 맛이다. 사실 과거에는 읽고 싶은 욕심에 꾸역꾸역 읽은 것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고전들의 매력을 야금야금 맛보는 것 같다. 물론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려놓음에서 오는 깨달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신간만큼 고전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오십에 읽는 장자」,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등 나도 읽은 책들을 쓰신 김범준 작가의 신간으로,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골조로 여러 철학가의 사상을 풀이해준다. 사실 평소 명언들을 짜깁기해놓은 책들을 즐기지는 않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배움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필두로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책이기에 고민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을 통해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앞서 걸으신 분이 바라보는 고전은 어떤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두고 이 책을 읽었다. 

 

마음에 가장 많이 닿았던 부분은 노자의 사상을 담은 '비우고 내려놓을 때 비로소 채울 수 있다' 편이었다. 요즈음의 세상은 자신의 욕심, 자신의 편의만을 목적으로 무척이나 날카롭지 않나. 이 부분을 읽으며 움켜쥐고 사는 오늘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순자, 맹자, 공자, 묵자 편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순자의 사상에서 쉼 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노력을, 맹자에게서는 타인을 향한 이해를, 공자에게서는 옳고 그름을, 묵자에게서는 발전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다른 책에서도 공자 등의 사상가들이 남긴 진리를 배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사상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준 뒤 두 세 페이지 가량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기도 좋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며 읽기 좋았던 것. 아마 이 책은 공자 등을 한반도 읽지 않은 사람도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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