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믿는 일 -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최원석 지음 / 마음시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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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했다. 진정한 만남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과 글을 접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말이나 글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남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p.61) 

 

 

나는 거의 매일 책을 읽는다. 모닝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여력이 있을 때마다 읽고, 아이가 잠든 후에도 두 시간가량 읽는다. 한 지인은 '전업 독서가'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책은 나에게 일상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대에 따라 장르를 나눠 읽는 편이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는 자기계발서나 육아서 등을, 밤에는 재미있는 책(문학)을 읽는다. 낮에는 뭘 읽냐고? 말해 뭐해, 에세이지!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는 등 바쁘게 보내는 시간대에 읽는 에세이는 마치 라디오처럼, 친구와의 수다처럼 위로와 응원이 된다. 이번 주 내가 만났던 사람 사는 이야기는 일명 최초딩, 최원석 작가의 『내 마음을 믿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작가님을 안 것이 꽤 된 것 같다. 나 역시 그가 'OO동네'에 있을 때 운영하던 계정의 팔로워였고, 그의 아버지 소식을 읽으며 나도 눈물 꽤 훔쳤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두 번째 에세이, 『내 마음을 믿는 일』의 표지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그가 넘었어야 할 슬픔의 시간과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자 걸어온 길이 절대 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는 어쩌면 쉽지 않았기에 더 단단해졌을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은 술술 읽히는 책이다. 어려운 단어도 전혀 없고, 호흡이 긴 문장도 전혀 없다. 정말 라디오라도 듣듯 일상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어간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편안함에서 위로가 느껴지더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누군가가 공감하고 힘을 내주기를 바랐던 작가의 말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보통사람'이 하루하루를 부지런하고 촘촘히 이어가는 마음을 많이 느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와 깨달음, 지친 날 작은 위로가 되는 소소한 것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깨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부지런히 먹고 사는 '보통'의 하루들. 이미 여러모로 보통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가 『내 마음을 믿는 일』에 기록해둔 그의 '똑같고도 다른 날들'은 나의 '그런 날'들을 돌아보게 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을 읽으며 두어 번 울었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외롭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다면, 체면치레 따위 필요 없었다”(P.178)를 읽으면서는 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 혹은 '중요하다고 착각한 것'을 지키기 위해 정작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나 역시 욕심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지고 나서야 멈추지 않았던가. 욕심에 현혹되어 흘려버린 소중한 것들을 후회한들 소용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후회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내 마음을 믿는 일』은 여리고 약한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 했다. 나를 살펴주고 보듬어주는 일이라 했다. 맞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채울 수 없다. 내가 내 마음을 안아주지 못하면, 나는 그 누구도 안아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진짜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했고, 소중한 이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도 전혀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은, 나를 소중한 이들을- 더 사랑하게 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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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의 시 바람동시책 4
김개미 지음, 경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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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엄마아빠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드라큘라는 사람의 피를 먹고, 어두운 곳에 사는 하얀 얼굴의 '괴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드라큘라는 무서운 느낌보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그 외로운 드라큘라가 아이라면? 

 

늘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김개미 작가의 신작, 『드라큘라의 시』에서는 그동안 '늙지않은 중장년층의 남자'였던 드라큘라 이미지를 '어린아이'로 바꾸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드라큘라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김개미 작가의 전작이었던 「티나의 종이집」에서도 “너는 작은 신처럼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있어”라는 말로 나를 울리더니, 『드라큘라의 시』역시 혼자일 때 느끼는 외로움, 강한 속마음에 가려진 여린 마음 등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 아이가 『드라큘라의 시』를 감상하는 것을 보며, 또 한번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잠시 덧붙이자면, 위에서 언급한 「티나의 종이집」은 바람동시책 1권이자, 김개미 작가의 전작으로 '귤향처럼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노래한다. 「티나의 종이집」이 아프리카 소녀 티나를 향한 진규의 설렘, 불편함, 망설임, 사랑 등을 고루 느낄 수 있어 감성적인 동시집이었다면,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신간인 『드라큘라의 시』는 모든 사람이 느낄 법한 외로움이나 깨달음 등 내면에 더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와 『드라큘라의 시』를 읽으며, 자칫 가볍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외로움이나 두려움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 뜻깊었다. 

 

아이는 『드라큘라의 시』의 구성부터, 내용까지 모두 흥미로워했다. 일단 여러 동시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보였는데, '동시'는 짧아서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동화책처럼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놀라워함과 동시에 재미있어했다. '혼자보는 번개'를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흐린 날의 독백'을 읽으며 슬퍼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고운 심성으로 자라고 있음에 감사했다. 

 

동시가 낯선 아이들도 『드라큘라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편의 시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점에서 동화처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드라큘라라는 소재에서 오는 신선함이 동시도 지겹지 않도록 맛깔스러운 양념이 되어주는 것. 더욱이 개성넘치는 일러스트와 색감은 아이들이 『드라큘라의 시』를 더 사랑하게 하는 요소! 동시와 함께 일러스트를 감상하다보니 아이는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드라큘라라는 소재에 선입견부터 가진 나와 달리, 있는 그대로 드라큘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또 한번 순수한 마음과 선한 눈을 배우게 되었다. 아마 『드라큘라의 시』를 만나는 모든 가정에서는, 아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편,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동시 시리즈인 '바람동시책'은 시를 품은 이야기이자 이야기가 있는 동시집으로, 동시를 한 편 한 편 읽으면 자연스레 큰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동시책이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읽게 하고 싶지만,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졌다면 부디 바람동시책을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동화책을 읽듯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시의 함축성과 표현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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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줄줄 티라뇽 씨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도서
퉁옌 지음, 류페이페이.창보원 그림, 류희정 옮김 / 현암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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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콧물 줄줄 티라뇽 씨』를 읽고 있다고 인별그램 스토리에 올리자마자 표지만 봐도 너무 재미있다며 “믿고 보는 마곰이네 그림책, 당장 리뷰를 내놓아라”라는 친구들의 성화가 빗발쳤다. 훗, 다들 재미있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니까. 일러스트부터 스토리까지, 우리 꼬마가 별 다섯 개가 부족하다고 특별점수도 줘야 한다고 말한 『콧물 줄줄 티라뇽 씨』를 소개한다. 

 

『콧물 줄줄 티라뇽 씨』는 대만 신의 아동문학상 그림책 창작부문 대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도서, 20203년 볼로냐 라가치상 등 이미 세계적으로 굵직한 '메달'을 수여한 그림책! 하지만 『콧물 줄줄 티라뇽 씨』이 수여한 메달은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의 티라뇽 씨는 황금 헬멧 상, 황금 수도꼭지상, 황금 소방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능력자'란 말씀! 처음엔 우리 티라뇽 씨는 불 쪽으로 유명했지만, '불의의 감기'로 인해 볼 대신 콧물이 줄줄 나오게 되고, 더이상 불 뿜는 역할을 할 수 없어 좌절하고 만다. 침울한 시간을 보내던 티라뇽 씨는 우연한 기회에 콧물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새로운 직업까지 얻게 된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너무 귀여운 『콧물 줄줄 티라뇽 씨』가 아이들에게는 더욱 친숙하고 귀여울 터. 더구나 공룡, 콧물이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더러운 소재'다 보니 그 자체로 웃음 포인트! (실제 우리 아이는 '방귀 뿡뿡 티라뇽 씨' 등의 속편(?)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티라뇽 씨 직업을 풍력발전가로 바꾼다나 뭐라나) 일러스트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일단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티라뇽은 콧물을 줄줄 흘린다. 아니, 공룡 중에 제일 강력한 라인이 티라노 아니었나? 어설퍼서 더 웃긴 우리의 티라뇽이다. 그뿐인가 비둘기가 밀크티도 마시고 생쥐는 모던룩으로 멋을 냈다. 티라뇽을 관찰하는 재미도, 깨알같이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도 가득하다. 심지어 속지까지 재미있으니 어느 한 페이지도 놓치지 말고 천천히 일러스트를 감상할 것! 휘리릭 읽어버리기엔 『콧물 줄줄 티라뇽 씨』는 깨알 같은 재미가 너무 많다. 

 

근데 만약 재미있고 끝나기만 했다면 이 정도 사랑받는 그림책이 되지는 못했을 거다. 재미있는 그림책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콧물 줄줄 티라뇽 씨』는 재미에 감동도 더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넘어지는 날도 당연히 있고, 장단점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날도 있다. 우리 아이들도 하루하루 성장하며 그런 순간을 여러 번 겪게 될 터. 그럴 때 좌절하고 주저앉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다른 용기를 꺼내쓸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더 멋진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티라뇽이 소곤소곤 가르쳐준다. 그저 재미있게 『콧물 줄줄 티라뇽 씨』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우리 집 꼬마도 『콧물 줄줄 티라뇽 씨』를 읽는 내내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며 심취하더니 “엄마, 나도 잘하는 게 한두 개는 있겠지?”라며 씩 웃더라. 우리 집 꼬마도, 다른 모든 아이도 저마다 반짝이는 달란트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의 다양한 장점을 말해주는 대신 “그럼! 한 세 개쯤은 있을걸!”하고 같이 웃어주었다. 

 




『콧물 줄줄 티라뇽 씨』를 알차게 즐기는 세 가지 포인트!

1. 여기저기 등장하는 동물들을 찾아보기. (티라뇽 씨 콧물도 몇 방울인지 세려 보기)

2. 티라뇽 씨처럼 마음 같지 않아서 슬펐던 일, 생각보다 잘 풀려서 기뻤던 일 이야기해보기

3. 방귀 뿡뿡이나 똥 뿌지직 등 기발한 상상력으로 티라뇽 씨의 직업을 또! 바꿔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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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초등 온라인 글쓰기의 기적
오수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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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주세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아이는 끙끙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멋진 글을 쓰는 날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때 아이는 한 단계 성장합니다. 딴짓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 그러는 것일 수 있으므로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 쓸거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p.124) 

 

 

입학하고 맞은 첫 방학, 숙제는 일기 쓰기 뿐이었다. 우리 때처럼 '탐구생활'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가 김이 빠졌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정말 신나게 놀아보자! 며 방학 내내 열심히 놀았다. 흡족하게 논 날에는 일기를 쓰자며 자유롭게 두었더니, 개학 후 되찾아온 일기장에는 '물결'이 가득했다. 촌스럽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찾다가 물결만 가득한 일기장에 “설마, 맞춤법을 검사하신 건가?”하고 놀랐다가 이내 감동하고 말았다. '감정'을 적은 부분들에 물결표시를 해주셨던 것. 자신이 일기를 잘 쓰지 못해 일기장에 파도가 치는 줄 알았던지 “멋진 일기”에 표시해주신 거라고 말해주었더니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의 일기를 다시 읽으며(훔쳐보며) 우리 아이가 이렇게 멋진 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고 감격스러웠다. 

 

혹자는 나에게 똑똑한 아이를 왜 그렇게 놀게만 하냐고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뭔가 강요하여 가르칠 생각이 없다. 그냥 역사와 문학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그래서 어린이집 시절부터 역사를 이야기처럼 들려줬고, 한글도 제대로 못쓰던 때부터 그림일기를 그리게 했다. 낙서에 가까운 그림이지만, 그것을 설명하며 아이는 이야기꾼이 되어갔다. 그리고 초등학생이 된 지금, 이제는 좀 제대로 글을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살아가며 힘들 때마다 꽤 힘이 되곤 하더라. 그래서 아이도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는 나같은 마음을 가진 부모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된다.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글쓰기의 두려움과 즐거움, 글쓰기의 동기부여, 글을 쓰는 즐거움, 글쓰기로 마음 다잡기, 글쓰기로 소통하기 등 '요즘 아이들'에 맞추어진 글쓰기 교육을 망라하기 때문. 

 

나 역시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를 읽으며 우리 아이에게 어떤 방향으로 글쓰기를 알게 해주어야 할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기준을 잡기도 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내 아이 글쓰기 교육은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도 다소 막연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를 읽으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확인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다양한 팁을 얻기도 했다. 

 

아이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를 추천하는 이유는, 먼저 아이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볼 수 있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강요하면 독이 된다. 글쓰기를 독으로 만들기 전에 아이의 글쓰기 성향, 글쓰기에 관한 생각을 확인해볼 수 있어 방향을 잡기 좋았다. 

 

두 번째로 군데군데 삽입된 '알쏭달쏭 상담소'를 통해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아이의 글을 교정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던 의문이었기에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마음에 내용을 새겼다. 세번째로 무척 섬세한 글쓰기 강좌를 제공하는 점이 좋았다. 사실 나는 평생 뭔가를 써온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쓰는 것'과 '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 또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에는 온라인글쓰기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요즘 아이들의 성향, 챗GPT기반글쓰기 등 변하는 세상에 맞춘 실질적 교육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정작 날마다 글을 쓰고, 글을 배울 수 있던 학창시절에는 몰랐지만, 내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아플 때 하다못해 일기장에라도 감정을 퍼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를 기반으로 우리 아이에게도 글쓰기라는 친구를 쥐여주어야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책,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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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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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이야기는 『천일야화』처럼 끝이 없다. 1930~1940년대 경성을 누볐던, '곡마단'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듣던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생산물들. 그것은 지금의 우리 유전자에 어떻게든 기억되고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할 문화유산이다. 슬프고도 찬란한 유산. (p.24, 까치집 머리, 털북숭이 수염의 '이상'과 작은 키에 질질 끌리는 외투를 입는 '구본웅'의 기묘한 조화가 곡마단 행차에 비유됐다.) 

 

 

이 책은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렸던 책이다. 비록 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지만, 그럼에도 '글'만큼 '예술'을(어쩌면 '예술사'를) '탐미'하는 나에게 한국의 천재들, 더욱이 '근대사'의 천재들 이야기, 「조선일보」 화제의 칼럼이었던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을 묶어놓은 이 책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 

 

『살롱 드 경성』은 빼앗긴 나라의 설움, 전쟁의 비극 속에서 더 아프고 불안했기에 더욱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을 예술가들의 무성영화 같은 삶을 담은 책이다. '화가와 시인의 우정' 편에서는 이상과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김기림과 이여성, 박수근과 박완서 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화가와 그의 아내' 편에서는 이중섭과 이남덕,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 등의 열렬한 응원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등이 화가의 삶, 김병기, 변시지, 문신 등 예술가들의 고뇌를 엿보기도 한다. 이미 접해본 내용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내용도 있었으나,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이 배우고, 새로이 느끼고, 새로이 깨달았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이 분명하다. 원래도 극적이었을 예술가들의 삶에 어찌나 멋진 제목을 붙여두었는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그 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내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제목은 “그럼에도 삶은 총체적으로 환희다”였다. 국가등록문화제인 '남향집'을 그린 오지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전혀 몰랐던 그의 삶에서 느끼는 바가 무척 많았다. “어둠 속에 직면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 굳건한 정신세계를 지녔기에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것(p.263)”이라는 말이 마음에 짙게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훨씬 나은 환경에 살면서도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대지 않나. 고난이 와도 삶은 총체적으로 환희라는 말을 읽는 내내 그동안의 나는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 할 이유만을 찾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이 어쨌든 총체적으로 환희가 될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행복하리라 결심했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다른 시대나 환경에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백 년을 앞선 생각을 살았던 이상이 지금 시대의 작가였더라면, 이중섭이 넉넉한 환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그저 상상일 뿐이니 이미 멈춰진 그들의 시계 앞에 안타까움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넘어선 고통은 결국 후손들에게 눈부신 아름다움을 남겼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작품의 수, 성공의 여부를 떠나 그들이 시대에 남긴 것,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찬란하고 슬프고, 빛나고 아프다.

 

『살롱 드 경성』은 저자의 말처럼, “많은 작품을 남기지도 못했고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후세가 그들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p.46)”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살롱 드 경성』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가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이 책을 통해 흑백으로 묻힐 뻔한 이야기의 먼지를 털어,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새로운 이야기를 피워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시절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인 먼지 안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독자가 없이는 이야기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부디- 시대에 가려진 많은 예술가의 더 많은 이야기가 완성되기를. 그 어떤 전시보다- 그 어떤 작품보다 감동 가득한 '삶'이 담겨있는 『살롱 드 경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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