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출구 있음 YOU TURN - 힐링닥터 사공정규의 유턴 처방전
사공정규 지음 / 가디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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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것도, 힘들 때 힘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낸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서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먼저 나를 만나는 시간부터 갖는 게 어떨까요? 무엇이 나에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생각인지, 감정인지, 행동인지. 사실 우리를 좌우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입니다. (p.9)

 

 

아이와 본 애니메이션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왜 꼭 모두가 행복해야 해? 아니, 왜 행복이 다 같다 생각해? 우울함을 즐기는 사람도 있잖아. 우울한 상태가 편안한데 억지로 다른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해?” 이름조차 글루미인 캐릭터의 말을 들은 주인공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글루미의 습하고 어두운 집에 나란히 앉아 글루미가 보는 세상을 함께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아, 그랬네요. 당신의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웠네요.” 

 

요즘은 양극화되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부자이거나 몹시 가난하거나, 무엇을 잘하거나 완전히 못 하거나. 마치 그 중간은 없는 것처럼 양쪽 끝에 서서 자신과 다른 그룹을 '이상하다' 여긴다. 그런데 기준을 '행복'으로 바꾸어보면 그 경계는 모호해진다. 꼭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지 않나. 만약 우리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시선을 바꿀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사전의 의미를 바꾸었다. 국어사전 속에서의 의미보다, 내가 받아들이는 정의가 내게 훨씬 중요하지 않나.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유의미한 시간을 선물했다. 더욱이 뇌과학을 바탕에 두고 '마음'을 풀어가기에 한층 이해가 쉬웠다. 무의식과 트라우마 등에 대해 매우 쉽고 편안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 배우자나 아이와의 관계에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게 돕는 팁들을 제시하기도 해 유용했다. 그 외에도 청소년의 뇌 특성, 아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칭찬법, 습관을 만드는 뇌과학전략, 아이의 마음 근력 키우는 방법 등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도 많이 제시하고 있어 여러모로 도움을 얻었다.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낀 포인트는 고정되어 있던 여러 단어를 나의 정의로 바꾸게 도와준 점이었다. 사전적 의미, 사회적 개념으로 나에게도 똑같이 강요했던 것들이 '틀'이 되고 있었다 생각하니 오히려 벗어나기 쉬웠다.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때는 작가가 던진 질문을 대답해보려고 노력했고, 'U턴 처방전'의 내용을 소리 내 읽어보았다. 그 과정은 내 안에서 답을 찾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도 했다. 

 

내가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을 읽고 전환해본 단어들을 기록해본다. 열등감은 “부족함을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새로이 채워나갈 수 있는 빈 서랍”으로, 걱정은 “나를 휘감은 불안감”이 아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일시적 불안감” 등으로 말이다. 이 정의들은 시간에 따라 또 변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조금 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며 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모두 아는 말이겠지만, 마음의 출구는 당연히 나에게 있다. 그것을 잘 활용할지, 내 감정에 갇혀 지낼지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고.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에 살짝 R을 넣어본다. 이제 당신이 불행한 감정으로부터 U턴을 할 '차례'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이 당신에게도 마음 사전을 바꾸어볼 멋진 기회가 되길 바라며. ENJOY, YOUR 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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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 - 내 안의 잠든 가능성을 깨우는 시간
김세희(세빛희)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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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너무 큰 목표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면 좋다. 목표는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로 세분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즉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1년 단위, 월 단위, 일 단위로 점점 세분화한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새벽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다. 그게 정해져야 바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07)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원래 아침형이었던 것인지는 모르겠고, '먹고사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회사는 가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내가 쪼갤 수 있었던 시간은 수면뿐이었던 것. 아무튼, 그렇게 새벽에 깨어 책을 읽다 보니 느낀 것은 새벽 시간의 집중력은 다른 시간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 하루가 더 가뿐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꽤 여유로운 지금도 나는 새벽을 즐긴다.


나는 그저 새벽 시간을 좋아하는 거라면,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쓴 세빛희 작가는 새벽을 알차게 이용하는 '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미라클모닝이라는 사람은 이런 분들이 쓸 수 있다. 나처럼 그냥 새벽을 좋아하기만 하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 이 책이 궁금했던 것도 그것. 이미 10년은 하는 새벽 기상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의미 있게, 조금 더 멋지게 쓸 수 있을지 배우고 싶었다.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은 작가가 왜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는지부터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로 포문을 연다. 또 그 시간을 알차게 보는 방법과 목표를 설정하는 법, 그 시간이 수익으로 바뀌는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나에게 닿은 부분은 '점검'이었다. 나는 이미 새벽 기상을 하던 사람이지만 그 시간을 좋아하기만 했을 뿐, 그 시간으로 나아갈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늘 루틴대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를 점검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읽으며 나를 구체화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일하듯 나를 계획하고 점검해 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나처럼 이미 새벽 기상을 하지만 조금 더 알차게 쓰고 싶은 사람이거나, 아직은 새벽 기상을 하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위해 목표하고 있다면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만나보면 좋겠다. 시간을 알차게, 목표를 명확하게 만드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 물론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원래 타인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의 깨달음을 찾는 것이 교훈이지 않나. 이 책을 재료 삼아 자신만의 '미라클'을 만들어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나에게 맞지 않고 싶으면 포기해도 된다. 해보지 않고 포기한 것은 미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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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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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죽을 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도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p. 207) 

 

 

우리 독서 모임에는 아무래도 문과가 많았는지, 지난달 독서 모임 때 “다음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포함. 지난 독서 모임 책 -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그렇게 선정된 9월 독서 모임의 책은 『훌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 책은 『훌훌』이라는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온 마음을 꾹꾹, 여러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그뿐인가. 술술 읽히는 수준을 넘어,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기 전까지 책을 덮을 수 없다.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고, 가뿐하지만 가볍지 않은 놀라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를 『훌훌』 털고 가뿐해지고 싶은 유리에게는 두 명의 가족이 있다. 자신을 입양해놓고 책임지지 못해 할아버지에게 버리듯 방치해버린 엄마와 언제든 보낼 사람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유리는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적막하리만큼 평화롭던 그들의 일상이 깨진다. 갑작스레 엄마가 죽었고, 엄마의 다른 아이가 유리 네 집에 오게 된다. 수많은 사건을 듬뿍 안고 찾아온 동생이지만 유리는 그 아이로 인해 할아버지와도 더 가까워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훌훌』를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 주제나 상황이 묵직한데, 작가는 판단이나 개입 없이 그저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에게 많은 감상을 안긴다. 또 유리와 세윤의 성장과 깨달음을 보며 너무나 명료하게 '그래, 산다는 것이 그렇게 내 맘처럼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분명 가치가 있어.'하고 느끼게 한다. 『훌훌』은 분명 소설 그 이상의 가치와 생각을 주는 책임을 새삼 느낀다. 

 

정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세윤이었다. 18살 미성년자 엄마에게 태어나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던 아이. 하지만 다행히 좋은 부모님을 만나 그 부모님과 싸울 수도 있는 아이. 소설 속 짓궂은 아이들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주제에 부모님과 싸운다며 세윤을 욕하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세윤이 엄마와 언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하고 다행이라 느껴졌다. 또 버려진 아이에게 남긴 친모의 편지를 코팅까지 해 보관하다 성인에 가까워진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세윤 엄마의 넉넉함도 닮고 싶었다. 때때로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에게도 마음을 다 터놓지 못해 슬퍼하고 하지 않나. 『훌훌』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생물학적, 법적 가족뿐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혹자는 『훌훌』의 유리처럼 과거를 딛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리의 엄마 서정희 씨처럼 아팠던 과거에 발목 잡혀 여전히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에게도- 고통이 진행 중인 사람을 탓할 자격이 없다. 그저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을 뿐, 아직 훌훌 털어버릴 시간이 되지 않았을 뿐이니. 부디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홀가분해지는 날이 오기를 그저 응원하자고, 그렇게 선한 눈으로 바라봐주자고 세상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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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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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런 작은 일로도 기뻐하기로 하자.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모두 정답이다. (p.312) 



사실 표지를 보고 의아했다. 추리 소설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표지라고? 연애소설이 아니고 미스터리 맞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어도 읽어도 그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더라. 참 신기하지 않나. 살인사건이 나오는데 온기가 있다니. 이 책은 분명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가족애, 인간애 등 여러 색깔의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내가 만난 가장 따뜻한 추리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소개한다. 


나는 추리소설은 무척 좋아하지만, 사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일본 아마존 문예 영역 1위, 12개국에 판권 수출, 일본에서 8.5만 부 돌파 등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2023년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받았다고 하여 궁금한 마음이 들더라.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읽으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도 없는 신인 작가의 책이 이토록 사랑받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란 뜻 아닐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손녀가 주인공이다. 손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뱃속에서 칼을 맞고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 그래서 엄마는 태어남과 동시에 없었고, 아빠 역시 단명하여 그녀의 가족이라고는 할아버지가 전부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녀는 둘 다 선생님이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각별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할아버지에 치매 소식에 슬퍼하지만, 일부러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등 할아버지의 치매를 늦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손녀와 할아버지가 주고받는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킹을 당하던 손녀는 위기를 맞고, 할아버지는 추리력을 발휘해 범인을 찾는다. 놀라운 것은 범인을 찾은 후에도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 아니라, 눈물도, 감동도 느끼게 하는 것. 분명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섬뜩한 느낌이 아니라 잔잔하고 평온하다. 


『명탐정으로 있어 줘』가 특별하게 느껴진 까닭, 첫 번째. 기괴하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 평온한 느낌이라는 것. 이 점이 『명탐정으로 있어 줘』의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의 끝까지 잔잔한 온기가 있고 단순해서 오히려 미스터리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고, 내가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풀고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건마다 반전요소가 가득했던 점.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각 사건이 흥미롭게 이어져서 글씨가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겨운 느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긴밀성. 때때로 어떤 미스터리는 갑자기 지하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사건 끝!”을 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각 인물의 유기성과 사건의 긴밀함이 잘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백이 꽤 많은 편인데도 글씨가 너무 작아 살짝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스토리가 탄탄해 책이 놓이지 않더라. 점점 밤이 길어지는 계절, 재미있는 책으로 가을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같이 재미있는 책이라면- 누구라도 책 읽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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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 가장 쉽게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 심리검사
박소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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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서 심리검사 등이 소개될 때 또 하나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나의 검사만을 가지고 한 사람에 대해 평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색의 풍선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후, 그 색을 선택한 사람들을 단일하게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5가지의 색이면 모든 사람이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 각각의 유형에 속한 사람들의 개인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는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 그림 하나만 가지고 그 사람이 우울하다거나 불안하다거나 편집증이 있다거나 분열이 의심된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척이나 위험하다. 

 

심리검사는 주소호(피검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부터 그 사람의 외양과 행동, 태도, 그리고 각각의 검사들이 재는 것들을 모두 통합해 평가되어야만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p.47~48)

 

 

요즘 공감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이야기를 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 “너 T야?”. 이는 MBTI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는지, 감정적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지만, '공감을 아예 못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언어로 바뀌었다. 이것뿐 아니라 마치 MBTI가 개개인을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에 걱정과 우려가 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학생이었을 때 “A형=소심해”가 공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MBTI는 어디까지나, 다른 심리검사처럼 사람을 '이해'하는 한 요소라 생각해왔기에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이란 책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MBTI부터 그림검사, 지능검사, MMPI 등 심리검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물론 임상 및 상담심리학자들이 공부의 기반으로 쓸 만큼 전문지식을 포함한 '교재'에 가깝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타인을 이해하는 한 방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지식을 가지지 않아도 이 책을 권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심리검사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심리검사가 필요한 이유, 종류, 각종 심리검사에 대한 이해, 지능검사, 지능검사의 해석과 고려사항 등에 걸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 즉, 심리검사나 지능검사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이 책을 통해 개념을 익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을 더욱 상세히 읽으며 도움을 얻었다. 

 

흔히 심리검사라는 말에 심리테스트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심리검사는 오랜 기간 임상을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된 것을 의미한다. 심리테스트는 그저 재미로, 심리검사는 성격ㆍ지능ㆍ적성ㆍ정서ㆍ심리적 측면 등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고 양적ㆍ질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MBTI에서부터 도형으로 시각 운동능력이나 뇌기질 등을 확인하는 BGT, 그림검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검사라는 MMPI 등의 심리검사에 대한 이론과 검사방법, 해석 등을 자세히 다룬다. 또 지능검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심리학 전문가뿐 아니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개념을 익히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리학책들을 읽으며 귀동냥했던 검사들에 대해 지식을 얻는 것도 좋았고, 너무 흔해져서 심리테스트 같아져 버린 몇몇 심리검사들에 대해 지식을 재정비하는 과정도 좋았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심리검사를 배우거나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심리학ㆍ심리검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심리학 또는 심리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질적 도움을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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