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키우기 1 - 봉봉, 알에서 깨어나다!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기무라 이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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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먹으면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 선과 악을 알려주는 「이상한과자가게 전천당」이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더랬다. 그런 「이상한과자가게 전천당」의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의 신간, 『수호신 키우기』! 신간이 나오자마자 책육아하는 책읽는엄마곰이 발빠르게 만나봤더랬다. 근데 초등학생들을 위해 나온 책인데 어른도 너무 재미있게 읽은 『수호신 키우기』를 소개해본다. 

 

『수호신 키우기』는 우연히 만나게 된 수호신 '봉봉'의 유모가 된 승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대하지만 완고한 면도 있는 수호신 봉봉이는 승우의 박스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꽤 손이 많이 가는 등 수호신의 면모를 찾기 힘들다. 약간 이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수호신의 모습에 엄마와 승우는 점점 빠져들어 가고, 아빠도 가족과 봉봉이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특히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나누는거야”라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봉봉의 모습에 승우네 가족은 점점 사랑을 키우게 된다. 서로 마음을 몰랐던 가족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가족으로 만들어 다행이라는 듯, 봉봉이의 배에는 “다행 행”자가 적히게 되며 1편이 마무리 된다. 

 

처음 『수호신 키우기』를 펼친 우리아이는 생각보다 글밥이 많은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더니 “2권, 2권은 언제 나와요?”라며 볶아대기 시작. 문득 전천당을 읽기 시작할때의 모습이 생각나며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님께 따지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방에 출간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번 『수호신 키우기』역시 전천당 만큼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팍팍 드는 책이었다. 

 

종종 “초등책추천”, “어린이책추천”, “동화책추천”이라는 태그로 책소개를 하다보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잖아요”등의 댓글을 받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마음에 답답함이 생긴다. 십여년간 공부를 해야하는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때 만이라도, 아니 책을 읽을 때만이라도 학습에서 벗어나 그저 재미있는 책, 즐거운 책을 읽으면 안되는걸까 하고 말이다. 또 이런 동화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교과서 그 이상의 것들인데 그것이 너무 간과되는 것은 아닌가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다. 교과서처럼 학습적 깨달음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수호신 키우기』에서 만나는 가족의 소중함, 배려 등은 우리가 세상을 살며 꼭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빛나는지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책, 『수호신 키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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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블랙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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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이 구절은 어디에 등장하는 명대사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어린왕자』입니다. 아마 책을 안 읽은 사람도 이 구절은 익히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전 중의 고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왕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독자로서 여러 버전, 여러 형태의 『어린왕자』를 소장 중입니다. 우리 집과 책꽂이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같은 출판사”의 『어린왕자』 는 여러 권 쟁이지 말자, 다짐하며 남긴 것이 10권가량. 그런데 이 다짐과는 달리 한 출판사의 어린왕자는 두 종류가 책꽂이를 장식 중입니다. 바로 마음시선 출판사의 『어린왕자』입니다.

 

왜 마음시선 출판사의 『어린왕자』는 두 권이나 쟁였을까요? 그 이유를 소개해볼게요. 첫 번째는 일전에 소개해드린 '나만의 필사책' 『어린왕자』입니다. 전체가 펼쳐질 뿐 아니라, 종이의 질, 번역의 완벽함, 책 크기 등에서 아이와 필사하기 무척 좋아 여전히 우리 집 책꽂이를 장식하며 차근차근 필사가 진행 중입니다. (초등학생이랑 쓰다 보니 속도가 나지 않네요ㅎㅎ) 두 번째 마음시선 『어린왕자』. 자 인물부터 보여드릴게요. 그저 인물만으로 소장의 이유가 설명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예쁘지 않은 사람이라, 외모로만 평가되는 세상에 무척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어린왕자』는 보는 순간, 이 책은 들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예쁜 어린왕자라니요!!! 반짝이는 표지와 벨벳 같은 소재의 표지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선물하면 완전히 칭찬받을 것 같은 미모죠. 부록으로 포함된 초대형카드도 왜 이렇게 예쁜 건데! 정말 바라보기만 해도 시선을 빼앗는 미모의 『어린왕자』입니다. 이전까지 우리 집 『어린왕자』 중 가장 예쁜 애는 입체 『어린왕자』였는데, 길었던 미모의 왕관을 바로 몰려주어야겠습니다. 

 

근데 뭐 표지만 예쁘기만 하냐, 아닙니다. 속의 내용도 무척이나 예쁘게 인쇄되었습니다. 진짜 고전에서나 볼 법한 테두리와 연한 갈색의 인쇄, 감성을 자극하는 챕터와 페이지 표시까지. 정말 작정하고 예쁘려고 만든 책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빠지냐. 전혀 아니올시다. 일단 완벽한 번역으로 유명한 박선주 번역가님의 번역본. 사실 저는 여러 버전의 어린왕자를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어린왕자의 매력에 빠졌더랍니다. 읽는 내내, 아 그랬어. 이런 문장이 있었지~ 하고 감탄에 감탄. 그리고 어린왕자의 핵심문장들이 띄어쓰기 되어 있어 의미의 전달 면에 있어서 정말 완벽한 『어린왕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30년 전쯤, 아빠가 생일에 선물해주었던 『어린왕자』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입니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 붙였던 스티커가 누~렇게 변하기까지 해 그냥 보기만 해도 세월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평생을 책을 사랑하고 글을 끼적이는 사람으로 살게 해준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에게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을 선물하며 어린왕자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해주었어요. 나도 모르게 울컥거리는 마음이 우스웠지만, 아이에게도 분명 『어린왕자』의 진한 의미가 전달되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이 많은 아이가 고전을 사랑하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책을 놓은 많은 어른에게 '다시, 시작'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 다시 책을 사랑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의 외모에 반해 시작해서, 그 매력에 풍덩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린왕자』 블랙홀 에디션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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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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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기술을 얻고자 한다면 양적인 축척이 선제 되어야 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시적인 집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거시적 관점이다. 물론 이 작업은 한 사람이 가진 삶의 의미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므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p.195)

 

독서의 효용이란, 머릿속으로 즐기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장을 타고 전해지는 저자의 신체 감각,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리듬과 템포 등 신체적 특성과 관계된 요소들이 독자인 나의 몸에 그대로 전해져 울림을 주는 것이다. 그 울림은 처음부터 편안한 수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위화감을 동반하는 낯선 수준일 수도 있다. (p.290)

 

 

무려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라. 18년이면 강산이 2번 변할 세월인데 이게 가치가 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1년에 버려지는 자기계발서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던 터라, 『일류의 조건』에 대해 그리 좋은 시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왜 사랑받는 책들은 시대를 넘어서도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결론부터 기록하자면 『일류의 조건』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삶을 능률적으로 사는 비법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류의 조건』은 요약하고, 기술화한 것을 추진하는 '숙달'의 과정을 다루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숙달을 신체적 영역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숙달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힘이다. 똑같은 일을 배워도 유달리 더디게 배우는 사람이 있고, 남들보다 빠르게 센스 있게 캐치 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이 당연한 답은 인생에서도 결코 다르게 적용되지는 않을 터. 이러한 숙달을 위한 기술을 소개하는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무엇에든 센스와 기술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름 『일류의 조건』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정리하는 첫 번째 기술, 요약. 저자는 2:8의 공식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데, 일이나 과제에 주어진 핵심을 파악하고 그 핵심에 집중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부분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다독을 통해 전체와 부분을 보는 힘 등을 기를 수 있다고 하니 이 점에 대해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는 훔친다고 표현하는 '내 것으로 만들기'.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타인의 것을 바탕으로 내것화 하는 힘,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을 키워간다면 그보다 단기간의 숙련이 또 어디 있을까. 타인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을 나는 시행착오를 제외하고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높은 기술이다. 

 

다음은 추진하는 힘, 바로 실행력과 추진력, 기획력이다. 사실 내가 과거에 가장 키우고 싶어 했던 부분이 이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왕성히 직장생활을 할 때 『일류의 조건』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 『일류의 조건』을 읽는 내내 여러 장에 걸쳐 추진력을 진짜 '힘'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더욱이 이것이 그냥 이론으로 끝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스타일'이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루어주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나 역시 나만의 스타일이, 나의 존재감이라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다 생각했다. 

 

삶을 요약한다. 어쩌면 무척 빡빡하게 느껴지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을 요약하여 중요한 것을 남기고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습관이 된다면, 그만큼 인생이 알차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들 사이에서 삶이 피로한 지금, 필요한 것만 남기는 기술, 『일류의 조건』은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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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 - 아픈 만큼 단단해지고 있기에 당신의 모든 날은 헛되지 않다
김신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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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도 시기가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때가 있고 눈이 내리는 날도 있고 햇빛이 쨍쨍할 때가 있고 잎이 떨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태풍이 불다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아니한가 생각해봅니다. 누구에게나 시기가 있듯 항상 좋은 일만 있지도 않고 항상 불행하지만도 않습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면 되고 추울 때면 목도리에 패딩을 입은 채 외출하면 됩니다. 만약 태풍이 불어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별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사계절 내내 온도와 날씨처럼 마주하는 사람들과 변하는 하루하루 오늘도 잘 버텨냈습니다. 지금까지 잘 지나온 만큼 앞으로도 무탈하게 지나갈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듯, 당신에게도 시기가 있습니다. (p.117) 

 

 

사실 인스타 등에 띄워지곤 하는 감성글귀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모든 글귀가 좋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맞춤법도 틀린 채 그저 감성에만 호소하는 “술자리 대화” 같은 감성 글귀가 좋지 않다는 거다. 자극적인 태그를 달고 그럴듯한 말로 '감성'의 가면을 쓴 '좋아요 사냥꾼'들의 글귀가 싫다는 거다. 그래서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도 다소 색안경을 끼고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다가 감성팔이 하는 책이면 덮어버려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삶을 기록해놓은 글을 읽으며, 내가 몇 줄의 글로 타인을 평가할 자격이 있나, 지금껏 엄지손가락으로 휙휙 넘겨온 글들에도 그들만의 깊이와 삶이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는, 편견을 깬 책일 뿐 아니라, 나의 하루하루가 나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 책이기도 했다.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는 취업의 고통과 순간마다 상실을 배워야했다는 “9000”년생 출신 청년작가님의 책이다. 제목인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는 첫인상은 그저 감성적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하루하루 스스로를 잘 다독여온 기특하고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어떤 글은 단 한 페이지, 어떤 글은 몇 장에 걸쳐 쓰여있는데, 문장 호흡이 길지 않고 군더더기기가 없는 편이라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어떤 글에서는 젊고 풋풋한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단순히 사랑 노래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은 드물다.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깨달은 과정이 적혀있어, 책을 읽는 동안 힘든 시간을 딛고 좋은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는 오늘을 휘청이며 걷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사람도 그렇게 같이 휘청였지만, 그 휘청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다고,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우리는 간과하고 살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어쩌면 『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느라 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나를 향한 믿음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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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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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주었다. (P.203) 

 

 

안타까운 얘기지만 나는 특별히 뭔가를 못 하는 편도 아니고(아, 요리 빼고), 특별히 뭔가 잘하는 것도 없다. 그렇다 보니 뭔가를 애타게 갈망하는 것도 없었고 뭔가를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는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평범한 삶(?)을 지탱해온 것들은 주로 한결같음이었다. 한결같이 곁에 있는 사람들, 한결같은 취향, 한결같은 취미 등 말이다. 그 한결같음을 유지하자는 다짐은 한차례 크게 아프고 난 후 더욱 강해져 오늘의 나는 그저 “행복한 하루 보내기”가 목표인 사람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은 후의 나는 자꾸만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고 싶어진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은 나의 소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미치도록 질투 나는 문장력”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열다섯 살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었으나, “대한민국의 승리”로서 신나는 일을 찾아 어둠을 헤맨다는 조승리 작가님의 책이다. 무척 좋아하는 출판사의 신간이었고, 무척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사가 씌어있는데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감성 끝판왕인 출판사 타이틀, 우리나라 감성 1열 작가님의 추천사 없이도 충분히 빛나고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무척이나 잠잠한 감정으로 찬찬히 기록된 이 책은, 오히려 작가가 덤덤해서 독자의 가슴은 요동치는 책이다. 그녀는 마치 수십 년 전의 전쟁을 회고하듯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러면서도 그녀의 문장에는 묘한 기운이 있고, 애정이 있었다. 

 

“나는 아저씨가 보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P.74)”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보지 못하는 그녀보다 더 좁은 세상을 보고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오래된 영화처럼 멈춰진 시간의 그리움(P.115)이라는 말에서, 내가 놓아버리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 목놓아 울었다.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조언을 해주고도 '오늘 나는 고객 한 사람을 잃었다.'라고 유세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너른 마음에, 세상의 풍파를 그저 몸을 동그랗게 말아 이겨내는 단단함에 나는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한 줄 한 줄, 너무나 완벽한 이해를 주는 문장들을 읽으며 처음에는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질투가 났고, 나중에는 '넘사벽'이라는 단어를 내내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나 스스로 만들어놓은 한결같은 벽을 넘어, 조금 더 나를 표현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말 그대로, 지랄 맞은 순간순간들이 모여도 결국엔 빙그레 웃게 되는 우리네 삶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모두 얻게 된다. 내가 그녀보다 멋진 문장을 쓰게 될 날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지만, 쓰진 못 하더라도 한결같이 읽는 삶을 유지해온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낄 만큼 멋진 책이었다. 

그녀의 '완벽한 문장;'은 나를, '완벽한 독자'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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