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 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김수영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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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파티”는 간단히 말해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뜻입니다. 네가 가는 모든 길, 네가 내리는 모든 선택과 결정은 필연적이니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이죠. 불행한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숙명론과는 다릅니다. (...)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그런 실패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네 안에 있으니 이를 한껏 펼치기 위해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충고와 격려의 말입니다. (...)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엎질러진 물을 앞에 두고 우는 아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 먼 길을 떠나려 신발 끈을 조이는 아이에게 전하는 용기의 메시지입니다. 네가 선택하는 길,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사실, 그것을 믿어라. (p.31~32) 

 

 

10월의 독서 모임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로 정해졌다. 철학 분야에서 이미 높은 순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철학책은 관념적이고 따분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서 기분 좋은 책”이라는 평을 한 덕분에 이미 꽤 유명한 책. 나도 이미 '읽을 책' 목록에 기록해두었던 것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먼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쉽고 간략하다. 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수준일 뿐 아니라 얇은 책에 서른여 사상을 담을 만큼 간략하여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청소년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의 장점으로 '쉽다'를 꼽은 만큼, 철학가들을 깊이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다소 가볍다고 여길 수도 있을 듯하나, 워낙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신 터라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읽은 철학책들을 정리하는 기분도 들어 좋았다. 내가 이미 읽은 이론을 한결 쉽고 간략하게 정리하는 기분이랄까. 각 잡고 앉아 읽기보다는 아, 이런 개념이구나! 내가 처한 상황을 이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으로 이 책을 만난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전작,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 역시 강의를 듣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무척 좋았는데,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도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 한결 이해가 쉬웠고, 기존에 알려진 이론들을 풀이해주는 느낌이라 편안히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메멘토 모리, 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장은 더 강한 응원의 힘을 실어주었고, 현대의 용어들로 본질에 무뎌져 버린 타불라라사, 메타 등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독서 모임의 책으로 선정된 것이다 보니 다른 회원님들은 어떤 문장이 인상적이었을지, 어떤 이론이 마음에 닿았는지 궁금해하며 읽느라 이 책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육아, 아이 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라 그런지 이 책 역시 그런 방향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런 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타불라라사”였다. 깨끗한 백지상태를 의미하는 이 말이 더 반갑게 느껴진 까닭은 아이가 원하는 삶을 빈 백지에 그리며 살아가고, 나는 그것을 그저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욕심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학문에서 '본질'을 이야기하고-특히 철학에서는 더욱 그렇겠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본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탐구가 “철학”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열린 결말로 보아도 무관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것을 상단에 인용한 “아모르 파티”와 연결 지어 본다. 깨끗한 백지상태로 태어난 우리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며 살 수 있기를, 나는 그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또 나 자체도 아모르 파티를 실현할 수 있기를!

 

네가 선택하는 길,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사실, 그것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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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겁먹을 필요 하나 없는 일상 에피소드
노승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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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말이, 부모라는 단어가 고맙고 애틋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녀의 심리적 독립도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야 이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서로 의지하는 법도, 용기가 되어주는 법도, 함께 하는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아직은 서툴고 막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유리 벽을, 나의 모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조금 더 늦지 않게.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진짜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그려본다. (p.153) 

 

 

일 년 중 360일 정도는 책을 읽으며 살지만, 여전히 책이 너무 좋은 건, 책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같은 작가의 글도 그때그때 다르고, 읽는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에 도무지 책은 지겨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 수많은 맛의 음식 중 쌀밥을 기본에 두는 한국인인 것처럼, 세상 수많은 책 중 역시 가장 익숙한 편안함을 주는 것은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 냄새가 난달까. 지난주 읽은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도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나서 무척 푸근한 마음이 들었던 책이었다.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는 카*으로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사실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유추되지 않았다. 기대하나 없이 펼친 책의 프롤로그에 “제목 하나로 일상은 특별해진다.”라는 문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나 역시 내 일상을 부지런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블로그도 운영하지만, 내 일상에 제목을 붙여서 하루하루가 특별해진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소중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소중하다'와 '특별하다'는 또 다른 느낌 아닌가. 문득 작가님은 자신의 하루를 특별히 아낄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분명 남는 게 있는 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촘촘히 기록된 그녀의 일기는 때론 웃겼고, 때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와의 이별 이야기에 나도 코가 시큰해질 때도 있었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도 있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 보니 나는 그녀의 문장에 동화되어 나의 일상을, 그녀의 문장을 번갈아 느끼고 있었다. 가장 푸근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도 있었을 법한 경험을 나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점이었는데, 또 한 번 시각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 맛에 책 읽는 거지! 하며 좋아하다가 참 한결같은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에 “책을 참 좋아하는 나”라고 제목을 붙여주었다.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를 읽으며 신기했던 것. 분명 에세이인데 군데군데 '서브퀘스트'라 제목 붙여진 페이지들이 있었다.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마음을 기록해보고, 그것을 글로 남겨보게 도와주는 페이지였는데, 작가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니는 분이라 그런지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질문들이 은근 많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책을 덮은 지금, “무심코 건네다 보면 언젠가 한 사람은 꼭, 나처럼 앞으로의 시간을 새로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리라 믿어서, 그렇게 언제든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P.188)”라는 문장이 마음에 맴돈다. 그녀의 문장에서 응원을 얻었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응원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만으로도 사실은 행복한 사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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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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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관장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의 진상이 뭐든지 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경찰관의 사명이니까요.” 

(...)사토시는 그때 처음으로 관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어색하긴 해도 그것은 진짜 미소였다. 고마워.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p.99)

 

 

지난 2015년 문예춘추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붉은 박물관』이 문고본으로 새로운 옷,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당시의 나는 이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지만,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어야 하는 임산부였던 터라, 지금에서야 『붉은 박물관』을 만나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붉은 박물관』의 소감? 말해 뭐해! 완전 쫀득하고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이라는 것에 대공감! 그러면서도 인간의 어두운 면을 모두 본 것 같은 기분에 씁쓸함과 안타까움도 가득한, 그야말로 진짜 이야기꾼의 이야기에 풍덩 빠졌다 나온 기분이다. 

 

『붉은 박물관』은 지난 형사사건의 증거품과 서류를 보관하는 공간인 『붉은 박물관』을 배경으로 설녀같은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1과에서 승승장구 하다 한순간에 미끄러져 이곳으로 좌천당한 데라다 사토시가 지나간 증거품과 수사서류를 보며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 사건 자체가 과거형이다 보니 사건이 주는 긴박함이 없는데도 치밀한 추리와 여러 복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책을 읽는 내내 사토시가 되기라도 한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현재진행형의 추리 소설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 덕분인지, 온전히 이성에 초점을 두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지더라. 때로는 사건을 예상해보기도 하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에 허를 찔리기도 하며 책을 읽다 보니 주말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솔직히 말해 일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붉은 박물관』은 읽는 내내 이야기에 심취해있었고, 『붉은 박물관』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나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질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붉은 박물관』은 빵의 몸값, 복수일기, 불길 등의 5개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소설. 각각 다른 사건을 다루기에 지겨워질 틈이 없었다. '복수일기'는 중반부부터 범인과 사건의 방향을 맞추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고, '죽음에 이르는 질문'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로 흘러 깜짝 놀랐다. 각각의 사건마다 특징적인 전개가 있어 인상 깊었는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할 문제들을 하나씩 던져주어, 소설을 읽었는데도 꽤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불길'은 다소 뻔한 삼류드라마에 섬세한 복선을 깔아 인간의 추악함은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게 만들더라. 

 

직접 『붉은 박물관』을 읽어보니 왜 이 책이 드라마화되고, 여러 분야의 미스터리 상을 휩쓸었는지 공감되었다. 잔인한 장면의 묘사나 다양한 대화문도 없이 이어지는 덤덤한 문체인데도 엄청난 몰입감이 들었으니 말이다. '미스터리 거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었다. 

 

그나저나 작가님! 사에코가 의문을 품었다던 혈연관계는 언제 알려주실 건가요? 붉은 박물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라는 『기억 속의 유죄』에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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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말고 5000만 원 더 벌기 - 돈 모으기 광인의 야물딱진 생활밀착형 재테크 습관
강희연(돈 모으는 벤꾸리)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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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약간의 여유가 주는 달콤함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씀씀이를 늘리기 시작하니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한 번 더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는데, 계속 만나다보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이 입고 있는 옷, 들고 잇는 가방, 누가 명품 가방을 샀네? 누가 호캉스를 갔네? 비교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한껏 불어난 주식계좌가 옆에서 속삭였다. “너도 돈은 넉넉한데 왜 갖고 싶은 걸 못사니? 그냥 지르면 안돼?” 넉넉해진 생활비에서 오던 만족감은 어느새 돈을 더 써야만 치유될 부족감으로 바뀌어있었다. (p.42) 

 

 

『연봉말고 5000만원 더 벌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재테크툰으로 유명한 '돈모으는 벤꾸리'의 비법을 담은 재테크 책이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벤꾸리의 재테크툰을 본 적이 있기에 이 책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여러 리뷰에서 쓴 적 있지만, 내가 가장 읽지 않는 분야의 도서가 경제서인데도 이 책을 읽은 까닭은 쉬워서다. 눈에 익은 심플한 만화체의 일러스트, 인스타툰답게 10장으로 이루어진 만화, 쉽게 풀어쓴 내용 등 덕분에 기존의 재테크책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던 것. 

 

혹시 나처럼 어려운 용어나, 거부감이 들만큼의 자신감 등이 버거워 경제서를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만화를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연봉말고 5000만원 더 벌기』를 추천해본다. 

 

『연봉말고 5000만원 더 벌기』는 사회초년생 벤꾸리가 연봉말고 5000만원을 모아보자는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그래서 책이 첫 장 '다지기'에는 벤꾸리의 실패담, 혼돈에 빠진 통장 등에 대해 읽을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했던 실수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과, 차이는 만회했냐 그렇지 않냐에 달려있음을 느꼈다. 두번째 파트는 '아끼기'. 

 

사실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나도 꽤나 소금으로 살며 알뜰히 저축을 했기에 아끼는 것은 이력이 나있다 생각했는데, 벤꾸리의 절약팁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만약 재테크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지는 않았더라도 경제적 개선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연봉말고 5000만원 더 벌기』 안의 '아끼기'편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안에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절약팁이 잔뜩 들어있어 '쌈지돈'을 지키기 좋다. 나는 최종보스라는 '고정비'를 차마 건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차차 벤꾸리를 따라잡는 날까지 절약팁들을 실천해볼까 생각 중이다. 

 

세번째 장은, 가장 많은 팁이 방출되던 '불리기'편이었다. 단순히 절약하는 것만으로는 돈을 모으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벤꾸리는, 씨드머니를 바탕으로 돈 불리기를 시작한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지만, 비교적 단시간에 도전할 여러 과제들이 포함되어있어 돈 모으기를 목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미리 말해두지만, 『연봉말고 5000만원 더 벌기』을 읽는다고 누구나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짜 '0원'에서 '그래도 살만한 만큼'의 돈을 모은 이야기이기에 더 실질적이고 그럴듯하게 와닿는다. 원래 부자들이 '돈으로 돈먹기' 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 가진 것이라곤 건강함 몸뚱이 뿐이지만, 조금 더 나은 경제를 꿈꾸는 이들, 특히 젊은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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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좋은 시간
김재진 지음 / 고흐의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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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이파리가 윤슬에 반짝일 때

가을엔 외로움도 눈부시다. (p.46 '가을 미술관에서' 중)

 

 

언제인가 그의 시에서 “당신이 만약 혼자라서 외롭다면 외로움의 크기만큼 당신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수록 '혼자라고 느낄 때' 중에서)”라는 문장을 읽고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일이 있다.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철없이, 외로움은 타인이 '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문장을 읽은 후 사실 외로움은 내 내면의 일이구나, 느꼈던 것 같다. 몇 년이 흘러, 다시 만난 그의 시집 『헤어지기 좋은 시간』은 나에게 그런 고민을 또다시 던진다. 사람과의 '이별'은 참으로 작은 한 부분이며, 사실은 추억이나 시간, 사물, 자연 등과도 잘 이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시집, 『헤어지기 좋은 시간』에는 칠십 여천의 시가 담겼다. 3페이지에 달하는 시도 있고 50여 글자의 짧은 시도 있다. 그러나 역시 시는, 분량과 관계없이 읽는 사람에 따라 깊이가 다르게 읽힌다. 나 역시 학창시절 내내 시를 쓰던 사람이지만, 또 한 번 시만큼 '읽는 이'의 입장에서 읽히는 문장들이 또 있던가 생각하게 된다. 문득, 시는 세상 모든 것의 노래이고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통해 나는 김재진이라는 사람의, 바람의, 시간의, 달력의, 고양이의 시를 들었다. 사실은 나의 언어도.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시를 즐기는 나의 팁을 나누자면, 그저 노래라고 생각하라는 것. 우리가 가요를 흥얼거리며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시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그 문장들이 알아서 나만의 이야기로 읽혀줄 것이다. 

 

김재진의 시집 『헤어지기 좋은 시간』 역시 그저 편안하게 넘기다 보면, 내가 추억과 헤어지는지, 과거와 헤어지는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시가 좋은 이유는 참 많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영상 같은 문장'을 꼽고 싶다. 이번 『헤어지기 좋은 시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 “바람은 몸이 없어 꽃 지는 소리나 창문을 두드리는 손가락 예쁜 저녁의 발자국에 얹혀서 온다('바람의 시 1' 중)” 역시 꽃잎이 지고, 땅거미가 넘어가는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넘치는 수식이 없어 오히려 내 머릿속 어느 장면을 쉬이 꺼내게 만든다. 

 

그가 기록한 '최선을 다해 죽는다'라는 말이 오히려 최선을 다해 산다는 말보다 절실히 느껴진다.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깨달았기에 나도 마지막을 향해 성실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문장들은 이렇게 무슨 말인지 다 알 것 같다. 아니, 그가 어떤 의도로 말했든 나의 마음, 생각 어딘가 딱 필요한 곳으로 잘 배달된다. 무릇 시는 이렇게 쉬이 읽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그에게 감히 질투를 느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덮은 후 문득 내다보니, 아, 진짜 가을이구나! 

그래, 가을은 꽤 많은 것들과 헤어지기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어떤 시에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름의 마지막 날은 가을의 첫날이라고 했다. 과거를 떨치는 마지막 날은 다시 새로운 날임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지. 어쩌면 김재진 시인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아팠어도 다시 새로운 날이라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다시 고쳐 써본다. 시작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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