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 지켜 줄 거지? 읽기의 즐거움 44
정승현 지음, 차상미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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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랐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써 덤덤한 척하며 말했다. 가족이 아픈 경우엔 놀라는 것도 상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p.83)

 

“빠르고, 예쁘고, 늘 반짝반짝, 내 동생. 동생이 제일 좋아”

언니의 말에 가슴이 왠지 시큰시큰 아팠다. 눈에 고인 눈물 때문에 스케치북에 그려진 나비가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다. (p.89) 

 

 

아이와 『내 비밀, 지켜줄 거지?』를 읽으며 조금 울었다. 그저 또래들의 귀여운 비밀을 품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조금 아픈 형제들을 둔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아팠기 때문. 우리 아이 역시 처음에는 언니가 조금 느린 게 왜 비밀이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초희의 행동에 분노하고, 우물쭈물하는 나비의 모습에 속상해하기도 하며 공감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진 듯하다. 어른의 눈에는 작을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내려앉을 수도 있는 비밀들. 어른들은 『내 비밀, 지켜줄 거지?』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아이들도 비밀의 무게와 책임감 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어보면 어떨까?

 

『내 비밀, 지켜줄 거지?』의 주인공 나비는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아픈 언니가 있다는 것. 언니는 그저 조금 느릴 뿐이지만, 나비는 성장할수록 그런 언니를 비밀에 부친다. 그렇다 보니 절친한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점점 소심한 아이로 변해간다. 겨우 사귄 친구들로 인해 속상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아 꾹꾹 참던 나비는, 자신이 우정이라 믿었던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깊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하고 있다. 마치 우리 아이들처럼. 어떤 아이는 친구의 비밀을 지키는 게 버겁고,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의 비밀이 버겁다. 형제에게 치우친 부모의 사랑이 슬프기도 하고, 다른 가정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모르는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으로 아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비밀, 지켜줄 거지?』같은 책이 더욱 소중히 느껴진다.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비밀이 어쩌면 그리 큰일이 아니라고 깨닫게 되기도 하고, 친구의 비밀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배우기도 하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비밀의 무게를 배우고, 자신이 가진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장애가 있는 형제들을 가진 아이들이 겪는 아픔이나 고민을 간접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보호자가 되는 아이들, 일상이 양보가 되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무척 아팠다. 『내 비밀, 지켜줄 거지?』의 마지막 문장, 나비 자매와 같은 상황의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길 바란다는 말에 동감하며, 그런 상황들이 “비밀이 아니어도 되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랐다. 

 

초등학생이 되며 점점 배울 것도, 실천할 것도 많아지는 우리 아이들이 『내 비밀, 지켜줄 거지?』

같은 좋은 책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하고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초등학생 필독서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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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 (스프링) - 매일 아침, 나를 응원하는 자기 확신의 언어 365
이평 지음, 모리 일러스트 / 포텐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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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나를 존중하자. 응원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언제인가 한 리뷰에, 집의 여기저기에 일력을 얹어두고 눈이 닿는 순간마다 읽어본다는 말을 적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일력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가을 감성이 가득한 일력을 하나 선물 받았다. 내 화장대 위를 담당하게 된 아침을 여는 자기확신의 언어,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가 그것이다. 매일아침, 씻고 화장을 하며 내 얼굴을 가장 길게 마주하는 시간,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건네주는 꽃의 언어를 소개한다. 

 

포텐업 출판사에서 출간된 일력,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인스타에서 글귀 맛집으로 유명한 이평 작가의 꽃의 언어를 모리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일력을 무척 좋아해 집안 곳곳 여기저기에 일력이 놓여있지만, 유독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만큼은 화장대 위에 두고 싶더라. “아무 이유 없이 나 자신을 존중하자. 응원하자. 그리고 사랑하자”라는 말을 매일 나에게 해주고 싶어서. 정말 나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데에는 아무 이유가 없어도 되지 않나.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짧지만 강한 자기 확신의 문장들로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또 모리 작가님의 그림은 얼마나 예쁜지. 그저 얹어두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고, 갤러리에 온 듯, 매일 다른 그림을 감상하며 눈도 마음도 호강한다. 이토록 예쁜 그림이기에 사실 모두가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를 내 화장대 위에 둔 것은, 특히 나에게 매일 좋은 말을 건네고 싶어서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침, 나 자신을 응원하고자 한줄 한줄 읽다 보면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은 것처럼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해진다. 

 

어떤 문장은 꽤 감성적이고, 어떤 문장은 때때로 유치하다. 어떤 문장에는 눈물이 핑 돌만큼 위로를 느끼고, 어떤 문장은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을 채우는 누군가가 늘 멋진 말만 한다만 한다면, 그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국밥일 때도 있고, 꽃일 때도 있고, 카톡 하나 이기도 하듯- 어쩌면 진짜 위로는 “사람 냄새”나는 것들에게 받는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일력이다. 그저 편안한 대화를 나누듯, 가볍게 읽고- 마음에 남는 날은 두세 번 곱씹어보고, 그렇지 않은 날은 쿨하게 넘겨버리면 된다. 어떤 날은 그림만 감상해도 좋고, 어떤 날은 소리 내 문장을 읽어봐도 좋다. 원래 일력은 그렇게 부담 없이 만나고, 넘기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처음 만나는 문장처럼 다시 읽게 되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 없이 읽더라도, 아니 그냥 두더라도- 분명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 속 어느 한 문장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웃음이 돼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도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를 권하고 싶다. 이 문장들이 어느 날은 장미꽃으로, 어느 날은 들풀처럼 아침을 여는 당신에게 응원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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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기분에 지지 않고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몸 중심 심리연습
미셸 블룸 지음, 동현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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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타인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상상하며 상대가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지 느끼는 능력이다. 우리는 공감을 통해 타인이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다. 연민은 우리가 경험한 공감에 대한 반응을 뜻한다. 공감이 연민으로까지 나아가면 상대의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실천적 행동이 생겨난다. 

(...) 그러므로 공감은 곧 마음을 나누는 느낌이며, 연민은 도움받는 느낌이다. 이해와 인정이 그렇듯이 공감과 연민 또한 공동조절을 확고하게 만드는 상호연결을 촉진한다. (...) 더불어 공감과 연민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너는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야,” 이 메시지는 우리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몸과 마음에 평화와 고요를 가져다주는 강력한 의미 있는 느낌이다. (p.216~217) 

 

 

집중이 잘 안 된다.

너무 피곤하거나 탈진할 것 같다.

호흡이 밭아지거나 멈춘다.

가슴이 뻐근하거나 근육이 뭉친다.

잠들기 어렵다.

강박적 생각에 시달리고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혹시 이런 증세에 시달리는 중인가?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의 저자 미셀 블룸은 이런 불안에 시달린다면, 자신을 감각하고, 관찰하고, 표현하고, 돌아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로 불안에 시달리지만, 그 불안 자체에 힘들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불안과 생활을 관리할 수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에서는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이유를 짚어봄과 돟시에,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불안함을 떨칠 방법들에 대해 거론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불안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의 전반적인 내용이 대체로 좋았지만, 몸의 소리를 들으라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내 몸이 보내는 의미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나는 것에 대해 준비하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때때로 비판받아온 '감각적인' 직감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의미 있는 느낌을 숙고하면 조금 더 심층적인 의미에 닿을 수 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사려 깊은 행동을 끌어내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감각을 보다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였다. 불안이 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책의 내용이 더욱 낯설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도 있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었던 듯하다. 

 

사실 대부분의 책이 마음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는 오히려 몸에 집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점이 신박하게 느껴졌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몸에 귀를 기울여, 내 마음을 관리하게 하는 맥락이었으나,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나의 몸의 소리에 집중해볼 수 있던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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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낚시 -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키키유 지음, 유경화 그림 / 오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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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나라면 그랬겠지. 근데 그림자 덕분인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쑥 솟아올라서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었어. 이미 쓴 돈은 용서해줄 테니까 나머지 돈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어. 유치하게 부모님께 이르지는 않겠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평생 나한테 언니로 인정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당황하는 것 같더니 날 밀치면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더라. 근데 잠시 뒤에 내 방에 들어와서 돼지 저금통을 돌려주는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p.112) 

 

 

만약 당신의 그림자가 어느 날 다른 모습이 된다면? 아마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부터는 놀라 까무러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나를 그림자처럼 바꾸기 위해 나를 제어하기까지 한다면? 이때부터는 일상이 공포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설정은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동화우수상을 수상한 『그림자낚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둘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른인 나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몽땅 읽어버린 것은 안 비밀! 심지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굵직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도 함께 하니, 초등 고학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일단 시선 집중 하셔라!

 

『그림자낚시』는 하늘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상한 아저씨로부터 시작된다. 악명높은 도둑이었다는 이 아저씨가 훔치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를 도둑맞게 되는 아이는 먹성 좋은 '방소유'다. 어느 날 소유는 친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도넛을 먹다가(!) 친구들이 자신을 두고 “게걸스러운 돼지”라고 표현하는 소리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약해진 마음에 찾아든 낚시꾼은 소유의 그림자를 날씬한 아이로 바꿔주는데, 생각 없이 시작된 교환은 엄청난 일들을 연결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되찾고, 스스로를 더욱 소중히 하게 된다. 

 

사실 『그림자낚시』를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 겨를조차 없었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기도 했고,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긴박함도 있었기에 그저 내용에만 집중했던 것. 또 그림자를 바꾼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기도 했고. 하지만 『그림자낚시』를 덮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아이의 모습이었다.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소유, 재혼가정에서 만나게 된 언니와의 갈등으로 더욱 소심하고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채윤이, 집단행동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민서, 성적에 집착하는 민성이 등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그러다 『그림자낚시』는 그림자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바꾸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작아진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어른들 모두가 “자존감 도둑”은 아니었나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아이들이 하나둘 스스로의 본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내면)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자신의 콤플렉스나 불만을 미워하기보다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자신을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자존감도둑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림자낚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면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동화, 『그림자낚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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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 관계의 건강한 경계선을 찾아가는 바운더리 수업
멀리사 어번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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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보낼 수 있게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해를 끼치는 것 사이에 있는 명확한 선을 알려주므로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 경계선을 분명히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관계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실제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이다. (p.47)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 편이다. 물론 자기계발서가 아무래도 워낙 많이 출간되는 종류다 보니 많이 접하게 되기도 하지만,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혹은 퇴행하지 않으려 읽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것이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역시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라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다소 있었으나, 바운더리에 관련한 책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기더라. 나는 나의 바운더리를 지키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타인의 바운더리도 쉽게 넘지 않는 성향. 하지만 그런 성향이 종종 방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 '그조차 선 넘는 판단'이라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 게 많았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나처럼 바운더리를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당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도움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바운더리의 원칙에서부터 바운더리를 지킬 수 있는 언어, 그것을 구축하는 방법과 힘을 상세히 다룬다. “바운더리는 언제나 옳다(p.46)”는 글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는데, 작가님의 몇몇 문장들을 읽으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이라는 감정으로 모호하게 선을 넘길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까닭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었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를 통해 내가 왜 불쾌감을 느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올바른 언어로 나의 바운더리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앞으로는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의 모든 내용에 공감을 한 것은 아니다. 민족성이 다른 나라의 작가님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러기 어려워요.' 싶은 부분도 종종 있었으나, 가족, 친구, 연인, 공동 양육자 등과의 바운더리를 “다정하고 우아하게” 설정하는 법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또 음식이나 특정 주제로부터 바운더리를 설정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는데, 후에는 이 부분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이 높았다. 특히 나와의 바운더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작가는 셀프바인더리를 통해 자신의 한계선을 설정하고, 내면을 재구성하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감정과도 바운더리를 설정할 수 있다면, 불쾌감을 가지고 가지 않고 나를 객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깨닫게 된 것.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를 통해 나를 내 감정과 분리해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새로운 사람들과 새 관계를 형성하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정신적 피로감도 긴장감도 컸는데,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나의 바운더리에 대해, 나라는 사람의 영역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나의 바운더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해서 그것에 상처를 받거나 불편해하며 죄책감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말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내가 설정한 나의 경계선이 타인에게는 얼마든 낯설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간 내가 느껴온 불쾌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의 인간관계가 완전히 나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최소한 팽팽하던 긴장은 낮출 수 있겠지. 내가 거부하고 싶던 상황들을 조금은 덜 만날 수 있겠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나처럼 바운더리를 지키고 싶거나 바운더리를 지키는 일이 힘들었던 이들에게 특히나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고, '타인에 대한 적당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거리 두기를 할 수 있게 한다. 무척 건강한 책이기에, 많은 분께 추천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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