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육아에서 벗어나는 8감 발달 놀이
앨리 티크틴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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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데 아이가 공주 놀이나 해적 놀이가 공주 해적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라. 활동이 숙제처럼 느껴져선 안 된다는 것. 아이가 상상력을 발휘할 무한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길! (...) 편안한 마음으로 느슨하게 활동하다 보면 당신 내면의 창의적인 아이가 깨어날 것이다. (...) 자 이제 한번 놀아보자! (p.18~19) 

 

 

우리 집 꼬마보다 한살이라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께 무조건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바로, 『8감 발달 놀이』. 이 책을 제대로 표현하자면 “하루 15분 아이가 함께하는 96가지 활동 수업을 통해, 아이의 촉각,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전정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 내수용 감각을 키우게 돕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지만, 아주 간단히 줄여 말하자면 “잘 노는 책”이다. 무슨 소리야 싶으신가?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잘 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 아이들은 놀이가 곧 배움이다. 소꿉놀이를 통해 역할놀이, 예절, 감각 등을 키울 수 있고, 자동차 놀이를 통해 규칙, 법규 등을 배울 수 있는 것 아닌가. 영유도 좋고 코딩도 좋고 다 좋은데 그것들은 잘 놀면서 인성과 예절, 규칙과 사회성 등을 배우고 난 다음에 하면 안 되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 모든 것의 앞에 “잘 놀기”를 두고 싶은 엄마이기에 『8감 발달 놀이』를 강력추천 드리고 싶다. 

 

『8감 발달 놀이』는 아이들의 평생을 좌우할 감각을 키울 수 있는 96가지 활동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의 초반에는 이러한 감각의 발달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총 10장에 걸쳐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를 위한 의미 있게 움직이기, 떼를 쓰는 아이를 위한 신체 자각 올리기, 자주 다치는 아이를 위해 만져보기, 손과 눈의 협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또렷이 보기, 편식하는 아이를 위한 살짝 맛보기, 냄새에 민감한 아이들을 위한 향기로운 감각, 목소리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좋은 소리내기, 배변 훈련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내 몸 알아차리기, 스마트폰 중독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한 계획 세우기, 주사용 손이 명확하지 않은 양손잡이들을 위한 속 끝에 깃든 힘 등 무척이나 디테일하고 다양한 행동에 대한 솔루션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런 감각들을 발달시키기 위한 여러 활동을 알려준다. 

 

사실 나는 『8감 발달 놀이』의 큰 주제만을 둘러보았을 때, 과연 우리 아이에게도 도움 될 내용이 있을까 하고 자만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내용을 읽으며, 이 책은 정말 모든 아이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모든 가정에서 꼭 한번은 읽어보셨으면 하고 생각했다. 『8감 발달 놀이』는 단순히 “문제행동”을 교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감각을 더욱 발달시키고, 그것을 다른 감각이나 기능들과 융합시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아이와 살을 맞닿고, 눈을 마주치며 함께 할 시간들을 만들어준다. 좋은 추억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하루 15분이라는 단어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 감각인지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저 우리 아이와 눈을 맞추고 살을 비비며 재미있게 놀면 된다. 어느 날은 10분 미만이 될 수도 있고 어느 날은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저 우리 집의 컨디션대로, 우리 집의 여건대로 이 책을 따라 그냥 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감각이 발달하고, 나아가 아이의 두뇌, 신체, 정서까지 점점 좋은 곳을 향해가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동안 아이와 잘 놀아주었다고 생각했는데, 『8감 발달 놀이』를 읽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아이가 클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구나, 하고. 이제라도 다시 아이와 살을 맞대고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야지. 『8감 발달 놀이』로 더 많은 것을 함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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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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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의 원래 이름은 '훈'인데 굳이 흉노로 쓰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고구려의 원래 이름은 '가우리'이고 '고구려'는 이두문자인데도 고구려를 굳이 구려나 고구려로 쓰는 것도 중국인들이다. 이런 것도 괘씸하거늘, 그것도 모자라서 원래 이름과 맞지도 않는 글자를 가져다가 강노니 하구려니 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왕망의 패망은 당연한 일이다. (p.216)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어떤 이들은 이 말이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아니라고 한다. 무척 멋진 말이고 오래도록 나의 마음을 둥둥 울린 말이었듯, 그것이 누구의 말이던 간에 역사를 사랑한 한 지성인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신채호 선생의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았음에 한 치의 의심이 없다.


나는 역사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역사서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부끄럽게도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시공사에서 새로 출간된 『조선상고사』를 읽으며 나는 한 번도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뤼순 감옥에서 투옥 중 '조선사'라는 이름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엮는 이 책은 단군에서부터 백제 부흥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비록 원문을 읽지는 못했지만, 연도나 명칭의 오류를 바로잡고, 현대어로 수정되어 읽기 좋은 상태로 출간된 『조선상고사』라도 읽을 수 있었음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해 『조선상고사』가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워낙에 방대한 자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상고사』를 읽고 난 지금, 『조선상고사』야 말로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선 『조선상고사』를 읽는 내내 단 몇 장에 끝났던 우리 고대사를 이렇게 방대하게 풀어냄에 놀랐다. 나름대로 역사를 좋아하고,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다. 생각했는데도 이 책의 내용은 낯설었고, 어려웠으며 놀라웠다. 그러나 우리 고대사에 대해 읽고 나니,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한 것들에 나도 모르게 답을 얻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다시금 역사의 놀라움을, 참 매력을 깨달았다고 할까. 


또 『조선상고사』를 읽으며 역사에 대해, 또 신채호에 대해 배운 것들이 상당히 잘못된 것임을 깨닫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타국으로 인해 왜곡된 역사를 배우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그의 역사관이 모두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시대에는 존재했던 수많은 책이 지금은 없다. 우리가 그토록 오래도록 배워온 '삼국사기'만이 유일한 역사서이자 진리라고 인식되어 오지 않았나. 역사는 바라본 자의 시각에서의 기록이라는데, 우리는 너무 한 방향만을 보고, 그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해봤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 시간에 그렇게 배워왔던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그의 역사관이 지니는 의미를 이제야 겨우 생각해보게 된다. 『조선상고사』를 읽으며 그간 중국에 의해 편집된 왜곡의 역사, 일본에 의해 잘려버린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다시 구현되어야 하고, 다시 풀이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교과서에도 없는 역사라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내가 배운 역사,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가 잘못된 시각으로 편집된 역사라고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물론 교과서가 다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을 것은 바로잡고- 고쳐 가르칠 것은 고칠 수 있도록 모두가 열린 시각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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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교과서, 이젠 올바르게 개정되어야 할 듯해요.

renai_jin 2023-12-20 14:0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너무공감하는 말입니다

호시우행 2023-12-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renai_jin 2023-12-20 14: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랜드 퀘스트 2024 -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외 지음, 이정동 기획 / 포르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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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이 높은 목표를 가지면 그걸 달성해야 하니까 그만큼 힘들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할 때도 당연히 있다. 연구 과정은 수많은 좌절의 연속이기에 실패했을 때 빨리 회복하고 다시 달려나가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 또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주변 동료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 (p.73) 

 

비밀키를 이용해 컴퓨터나 통신에서 쓰이는 데이터를 모두 열어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의 해킹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암호기술은 계산이 이루어지는 단계까지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p.272) 

 

 

예전의 나라면 이 책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더이상은 4차 산업혁명을 빼놓고는 세상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 아이를 4차 산업혁명의 틈으로 내놓아야 하는 엄마이기에 나도 점점 관심을 가지고 잘 알아두고 싶다. 무엇이든 책으로 배워야 가잘 잘 받아들이는 책쟁이답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도 책으로, 이왕이면 더욱 잘 정리되고 지성이 축약된 책으로 만나고 싶었기에 과감히 선택한 책, 『그랜드 퀘스트 2024』였다. 

 

『그랜드 퀘스트 2024』는 「축척의 시간」, 「최초의 질문」 등으로 세상에 놀라운 지성을 드러내셨던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총괄 기획한 책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항노화기술, 양자컴퓨팅 등의 기술에 대해 서울대 석학들의 '질문'과 지식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렇게 설명해놓으니 꽤 어렵고 재미없는 느낌을 주지만, 이것은 나의 한계일 뿐 『그랜드 퀘스트 2024』는 무척이나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고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알차게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읽었다. 여러분도 당연히 읽을 수 있다. 덧붙이자면, 똑똑한 사람들이 역시 알려주는 것도 잘한다.) 

 

사실 『그랜드 퀘스트 2024』을 읽기 전에 목차부터 훑었다. 다행히도 완전히 처음 만나는 단어는 없었다. 인공지능이나 동형암호, 항노화기술, 초저전력 반도체 등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만나본 적은 있는 단어들이었던 것. 그러나 이것들이 미래에 어떤 방향의 발전을 꾀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이것을 잘 활용한 세상에 살게 될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 개인적으로 『그랜드 퀘스트 2024』는 각 분야에 대해 한 두 가지 이론을 풀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짤막한 대담을 이어주는 형식이 무척 좋았다. 마치 강의를 듣듯 이론을 배우고, 이 이론이 성장하면 어떤 질문과 대답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만나볼 수 있었던 것. 

 

또 겁(?)먹은 것보다 훨씬 쉬운 문장으로 풀어주신 덕분에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으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살짝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일반인들도 접해보았을 주제가 등장에 몰입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편집의 한 수! 가장 눈을 반짝이며 읽은 부분은 항노화에 관련한 부분이었는데, 어쩌면 가장 과학적인 '노화'를 과학과 분리해 미용에만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또 단순히 미적인 부분이 아닌 건강, 유전적인 측면에서의 노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했기에 나에게도 퀘스트를 주는 책이었던 듯하다. 노화에서 마음의 준비를 한 덕분에 뒤쪽의 항체에 관한 부분도 어렵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그랜드 퀘스트 2024』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과학기술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도 관심 가지고,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도 길을 모른 채 걷게 되지 않을까. 『그랜드 퀘스트 2024』는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지식이 얕아 깊은 감상문을 남기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나, 이 책을 검색하여 나의 리뷰를 읽고 계신 분들은 이 우매한 글에서, 빛나는 『그랜드 퀘스트 2024』를 발견해주시리라 믿으며, 나같은 사람도 읽고 생각하게 하는 엄청난 책이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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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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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일 때문에 내가 결말에 관해 집착하게 된 걸지도 몰랐다. 예컨대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기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해서 말이다. 이야기에서와는 달랐다. 이야기의 결말은 꼭 해피앤딩이 아니라도 소화할 수 있다. 나는 결말에 잠시 머물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고, 약간의 경이로움과 희망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짜 최후의 작별인사를ㅡ'사람' 말이다. 사물이나 관념과는 다르다. ᅳ해야 할 때는 다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최후의, 최후의, 최우의 작별인사 말이다. 그건 정말 놀랍도록 슬픈 일이다. 절대적인 슬픔이다. 그래, 꽃송이를, 어쩌면 꽃 피우기를 영원히 방해하는 건 일방적인 작별인사일 것이다. (p.522)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요즘 많이 바쁜지 책 리뷰가 덜 올라오는 것 같다고. 사실 바쁘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온전히 이창래 작가의 『타국에서의 일 년』에 메여있었다. 보통의 경우는 여러 종류

의 책을 병렬식으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럴 여력이 없더라. 왜 김연수 작가님이 『타국에서의 일 년』을 두고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고 말했는지 읽는 내내 느꼈다. 

 

『타국에서의 일 년』은 마음의 결핍을 가진 한 인간이 낯선 세계로 가계 되며 겪는 운명적인 만남과 삶에 대해 갈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어머니에 대한 목마름이, 노력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한 청년이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는 시간은 내게도 큰 의미를 주고, 깊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타국에서의 일 년』은 이야기 자체가 무척 흡입력 높은 소설이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임에도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오히려 매력적이었다는 말이 적합하다), 이상하게도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커서 한 줄도 허투루 넘기기 어려웠다. 후에 역자의 글을 읽으며 작가가 문장 하나도 쉽게 놓지 않는 사람임을 알았을 때, 왜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발목을 잡는 기분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숙고하며 태어난 문장은 독자에게도 깊은 생각과 감정을 전달해준다는 것에 감동하고 배움을 얻기도 했다. 

 

사실 『타국에서의 일 년』을 재미있거나 쉬운 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쉽지 않은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감정의 허함과 소속감의 부재, 인간의 공허함 등은 우리가 모두 느끼고 살아가는 감정이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도, 그냥 덮어버릴 수도 없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목말라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좌절했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틸러가 여정을 마친 후 큰 성장을 했다면 오히려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인데, 힘겨움을 겪고 나서도 큰 성장을 갖지 못하는 여느 인간의 모습과 같아 위로받기도 하고, 큰 성장하지 못하는 지금이라도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세 살에 미국인이 된 작가에게서 한국 색을 찾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늘 한국의 무엇인가를 쥐고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틸러의 마음 어느 한구석에는 작가의 마음도 담기지 않았으려나 생각해보니 괜히 마음이 더 찡하다. 지난 2주간, 나를 꽉 붙잡고 있던 『타국에서의 일 년』을 놓아주며- 흔들리고 꺾여도 부지런히 살아온 나에게도- 결국 이 모든 걸음걸음은 나에게로 향하는 것임을 기억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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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나에게 - Q&A a day (2024 판타지아 Edition)
포터 스타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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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주변에 선물하기 좋은 책을 몇 권 소개해드렸던 것, 기억하실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써서 선물하기 좋은 “어바웃 유”나 응원의 마음을 전하는 “긍정 확언 일력” 등 연말을 맞아 사랑을 전파할 수 있는 몇몇 책들을 소개해드렸지요! 물론 연말이 되면 주변에 많은 선물을 하고 마음을 전하기도 하는데, 정작 나에게는 어떤 선물을 해주시나요? 1년간 수고한 나의 마음은 누가 다독이고, 나의 내일은 누가 응원해주나요? 


저는 이 질문에 “그것은 바로 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저를 무척 사랑하기에 타인의 응원도 힘을 얻지만, 나의 응원이 더욱 짙은 격려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말 “꺽그마”처럼 내년에는, 또 그다음 해에는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처럼 단단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보심은 어떨까요? 그러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 『5년 후 나에게』입니다. 


사실 이런 류의 다이어리 북, 무척 다양하지만 사실 『5년 후 나에게』가 원조라고 합니다。 그러니 유사품에 주의하시고~“정품 다이어리북”으로 내 마음을 한번 달래봄은 어떨까요?


『5년 후 나에게』는 한가지 의미 있는 질문에 5년 동안 답할 수 있는 스타일의 책입니다. 사실 몇 년 더 어릴 때만 해도 과연 이게 의미가 있나,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작년의 나의 기록과 생각, 마음가짐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이기 때문에 ('윤00' 나이 말고 '헌'나이로) 앞으로의 5년은 더욱 단단하게, 더욱 소중하게 사용해볼 마음으로 『5년 후 나에게』를 더 진지한 마음으로 채워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나의 기록들을 더 성실히 실천하고자 노력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5년 후 나에게』는 저에게 큰 응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5년 후 나에게』의 질문들이 어찌나 중요한 것들이 많은지 한 줄 한 줄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한 문장도 허투루 지날 수 없게 하기 때문에 새해를 시작하며, 새 마음으로 무엇인가에 발을 딛는 분들께 아주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만약 5년간 이것을 쓸 자신이 없다, 하시는 분이라면 가족끼리 『5년 후 나에게』를 같이 써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우리 아이가 글씨를 막 쓰게 될 무렵에 『5년 후 나에게』를 써보았는데 아이와 나의 대답이 나란히 써진 부분들을 후에 보니 눈물이 핑 도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반짝이는 표지와 오로라 빛의 글씨가 더욱 아름다운 『5년 후 나에게』. 우리 스스로에게 한번 선물해보시면 어떨까요? 분명, 5년 뒤 더 큰 선물로- 응답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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