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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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이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는 깨달음에 어떤 삶의 태도마저 배우게 된다..

좋은 필기구나 지류는 지금의 인정을 받기까지 견뎌온 지난했던 시간과 스마트폰 시대에 살아남으려는 분투가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몇십 년간 꾸준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제품. 기획자는 그들의 작업을 신뢰하고 응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가 내게도 깃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p.119) 

 

 

학창시절의 내가 옛날이야기만큼 눈을 반짝였던 것들은, '00 브랜드의 탄생 비화', '00 노래의 가사가 나온 배경' 등 어떠한 것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잘은 모르지만, “무엇인가”가 되기까지의 노력이 결괏값보다 멋지단 것을 어렴풋이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주 만났던 책, 『기획자의 사전』을 읽으며 진짜 좋은 기획자란, 그 “무엇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찾아내 “순간”에 담아내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그 순간으로,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끌어내는 사람들. (그것이 결심이든 소비이든 간에)   

정리해보자면 과거에서부터 미래에까지 이어지는 “동사”를 “명사”로 연결해내는 사람이랄까. 

 

정은우 마케팅전문가의 책, 『기획자의 사전』은 기획자나 마케터 등이 업무를 하며 마주하게 될 고민을 풀어낸 책이다. 비록 나는 기획자는 아니지만, 내 생각들을 보다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읽어보게 되었다. 『기획자의 사전』에서는 스물아홉 개의 단어들로 여러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각의 의도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기획자의 사전』을 읽는 내내, 이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분초 단위로 바뀌는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의 걸음을, 시선을 멈춰 세우게 만들 수 있겠구나 싶어지더라. 

 

『기획자의 사전』은 실무 사전, 도구 사전, 태도 사전 등으로 나뉘어 기획자들이 더 감각적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스킬을 담고 있다. 트렌드, 직관, 인사이트 등의 단어를 풀어내는데, 신기하게도 꽤 딱딱할 수 있는 단어들을 무척 섬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획자의 사전』을 통해 기획의 기본, 기획자의 마음가짐,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 등에 대해 읽으며 나도 간과해왔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많은 것을 담고, 기억하는 사함으로 살아왔지만 『기획자의 사전』을 읽으며, 내가 대상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 내 생각의 깊이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실무, 도구, 태도 등의 주제로 풀어내는 단어 스물아홉 가지 모두 인상 깊었지만, 특히 마음에 길게 남은 것은 태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 '등속'에 담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닿았다. “아무렴, 최선을 다했는지 아닌지는 다름 아닌 내가 안다. 이만하면 후회가 없는지, 더 애쓰지 않아도 되는지는 내가 안다. (p.186)”을 읽으며 나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자는 마음을 다졌다. 또 기획자에게 필요한 태도로 “지루함에 굴하지 않고 지속할 동기를 스스로 찾는 행위(p.187)”를 꼽았는데, “꾸준함”의 힘을 명확히 아는 “그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을 아는 사람이구나 싶어져, 그의 “결과”값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기획자의 사전』을 다 읽은 후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자 애쓰는 모든 창작자에게”라는 문장을 읽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어쩌면 우리도 '기획자'다. 그 대상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생각을, 언어를, 음식을 기획하고 나누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우리의 '등속'을 잃지 말고, '공감'과 '호기심' 가득한 따뜻하고도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획하며 살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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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 - 원리로 깨치는 곱셈구구 지식 잇는 아이 3
이경희.한지민 지음, 이주희 그림 / 마음이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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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이토록 팔랑귀인지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며 자주 깨닫는다. “아, 나는 엄청난 팔랑귀이구나”하고 말이다. 그래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바보같은 육아는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작년 이맘때쯤 나를 괴롭혔던 “햄릿급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구구단. 우리때는 그저 놀이처럼 주구장창 외웠던 그 구구단인데, 그 구구단이 아이를 연산지옥에 빠지게 하고,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고? 하지만 학교에선 그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시험도 보는데? 그런 고민이 들 때 만났으면 더 좋았을 책,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이다. 이제 우리 아이는 구구단을 다 아는 예비 초3이지만, 이번 방학동안 다시 한 번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을 풀며 구구단 원리를 깨치고,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 생각이라 소개해본다.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은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닌, 이해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 작가의 말에는 무조건 구구단을 외우기보다는 그 원리를 깨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을 만큼,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 무척 명확하다.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의 첫번째 장에서는 2단부터 12단까지 깨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그 순서는 2, 5, 3, 6, 4, 8, 7, 9, 1, 0, 10, 11, 12단이다. 즉, 평범한 구구단이 아니라는 것! 순서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가장 쉽게 익히는 “쌍”의 개념을 가진 2단부터, 시계와 손가락으로 먼저 만나기에 익숙한 5로 구구단의 개념을 쉽게 익히게 만든다. 그 다음은 3과 6, 4와 8을 통해 각각의 단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각을 확장하면 좋을지에 대해 깨닫게 만들어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예로 들었다는 것. 그렇기에 만약 구구단을 처음 접하는 아이라면 4을 배울 때 집에서 식탁의자다리를 세려보게 하고, 7을 배울 때는 무지개 스티커 등을 활용한다면 한다면, 보다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개념익히기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을 배우고 싶어했던 까닭은 이 구구단으로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주는 두번째 장 때문이었다. “어른들이 외우라니까”, “구구단을 외우면 연산이 빨라진다니까” 등의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 “동물 다리세기”, “구구단 스무고개”, “외톨이 숫자찾기”등으로 구구단도 숫자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이렇듯 재미와 연산능력, 사고력까지 쑥쑥 키울 수 있는 『외우지 않고 구구단이 술술술』! 이제 구구단을 배우는 아이들도, 이미 배웠지만 복스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무척 알차고 재미있는 책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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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목욕탕
한얼 지음 / 미세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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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뜨끈~한 온 탕이 있고, 땀을 쫙 빼는 사우나에, 구운 달걀과 바나나우유까지! 목욕탕은 그야말로 즐거운 요소가 가득한 곳이 아닌가! 어릴 때는 엄마가 때를 너무 박박 밀고, 같은 반 남자애를 만날 위험도 있어서 싫어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좋아지는 것이 참 오묘하다. 그런데, 이 목욕탕을 과연 사람만 즐길까? 그런 귀여운 상상에서 출발한 『동물 목욕탕』! 아이들과 읽으면 재미있는 상상력과 이야기가 끊이질 않으니 꼭 한 번 만나볼 것! 

 

『분홍 팬티 싫어!』의 한얼 작가님의 신간 그림책, 『동물 목욕탕』은 표지에서부터 익살스러움이 가득하다. 커다란 엉덩이의 코끼리와 대조적으로 글씨 위에 겨우 몸을 사린(?) 개미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즐겁게 목욕탕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 속 페이지에서부터 꼬리만 살짝 보이는 녀석이 청소 솔을 들고 지나가고 있기에, 주인이 누구일지 상상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우리 꼬마 녀석은 “설마, 목욕탕 주인이 호랑이라서 냉면파는 거 아니야?”라며 그림책 세계관을 섞어버렸다.)

 

『동물 목욕탕』은 꼬꼬마부터 초등학생까지 널리 사랑받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기자기함과 개그가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나란히 들어선 오리 가족부터 너구리 자매(?)들까지 무척 귀여운 외모에 반해, 편의점 사장은 “또” 자리를 비웠고, 너구리 자매들은 먹방을 찍는다. 먹방을 찍는 너구리 자매 뒤로 산만한 코끼리 엉덩이까지! 웃음이 실실 난다. 첫 목욕탕 장면에서 그냥 평범한 목욕탕인가 생각하려는 찰나! 모래탕, 탄력탱탱탕, 보습촉촉탕, 해충훌훌탕, 눈탕, 온천탕, 개미탕, 햇볕탕까지! 정말 다양한 목욕을 즐기는 동물들의 모습에 절로 빙그레 웃게 된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감상 포인트! 어떤 동물이 어떤 탕을 이용하는지 이야기해보며 각 동물의 특성을 이야기해보면 그 자체가 학습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자연관찰 책 속 동물들의 목욕을 찾아본다면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더욱 좋다. (『동물 목욕탕』 안에도 약간의 지식이 포함되어 있어 무척 알차다)

 

두 번째 포인트! 너구리 자매들이 기다리던 둘째, 깨알 같은 수건 멘트, 개미들의 수다 등 군데군데 숨은 재미들을 놓치지 말 것! 동물 크기에 따라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기도 하고, 동물들이 사는 지역에 맞추어 우리나라 사투리를 대입해보기도 하면 아이와 즐길 포인트가 넘쳐난다. 

 

그리고 세번째! 우리 아기곰의 추천 포인트는 “분노하는 아기 하마”! 우리 아이는 이 장면에서 “왜 엄마들은 자꾸 물이 안 뜨겁다고 거짓말을 하고, 더운 사우나를 시원하다고 해?”라며 아기 하마에게 감정이입을 하더라. 

 

목욕 후 보송보송해진 모습으로 각자 좋아하는 간식을 즐기는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큰 재미! 마무리로 한냥이의 목욕탕일지까지 엿보고 나면, 진짜 『동물 목욕탕』에 당장 가고 싶어질 만큼 다양한 재미가 쏙쏙 들어있는 그림책이다. 

 

평범한 일상도, 아주 조금의 상상력만 있다면 훨씬 즐거워진다고 했던가. 『동물 목욕탕』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상상력을 선물해보자. 아이의 일상이 마법처럼 특별해질 것이다. 

 

아! 아무리 그래도 목욕탕에서는 수건은 한 장만! 이거 국룰이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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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육월식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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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이 전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이 책을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나의 독서감상문은 무척 다른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덮어버리기에는 일러스트의 색감이 자꾸만 마음을 끌어서, 아이가 잠든 밤- 나는 『검은 돌』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 같은 사랑을. 그리고 그것은 비단, 어느 '특별한'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노래가,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다. 그런데 그 대상이 조금 덜 만날 수도 없고, 조금 덜 기대할 수도 없는 사이라면, 그 관계는 얼마나 아플까. 이 『검은 돌』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인가 한 친구가 엄마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몰라서,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거 같다고 울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검은 돌』의 화자 '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연'을 본다. 연에게서 모든 것을 배우고, 연의 모든 감정을 알아차리며 “내가 연이고, 연이 나”인 관계가 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게 '인'은 '길'을 따라 '새'를 타고 '연'을 떠난다. 하지만 '연'을 떠나도, '연'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닮은 '숨'을 낳아 기르며 비로소 스스로의 진짜 두려움, 진짜 공포를 깨닫고 『검은 돌』을 던지고 훌훌 떠난다. 

 

없던 다리를 만들어 화분을 탈출하는 '연'의 모습은,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를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막연히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참는 엄마의 모습은 대물림하지 말아야지 생각해본 일이 있었다. 모든 딸에게는 정도가 다를 뿐 그런 '대물림'들이 있을 것이기에, 우리의 가슴에는 우리도 모르는 『검은 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 나의 딸에게 그런 『검은 돌』을 쥐여주고 칭칭 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검은 돌』을 읽기 전에는, 부모와 자식이 가지는 과도한 애착 관계가 특정적인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나를 힘들게 한 일이 없다고, 좋은 관계라고만. (더불어 나도 꽤 괜찮은 엄마라는 착각도) 그러나 『검은 돌』을 읽으며 그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모두 어느 면에서는 자녀를 '독립'과 반대되게 하는 부모님을 가지고 있고, 그런 부모가 된다. 그래서 『검은 돌』을 읽으며 나와 부모님을, 나와 아이를 온전히 분리해서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림책 『검은 돌』이 모두에게 온전한 '나'를 생각해보게 하면 좋겠다. 또 온전한 '엄마 자신'을, 온전한 '내 자녀'도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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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 : 기본 이론편
문수림 지음 / 마이티북스(15번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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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햇살 한 줌 받아보겠다고 양팔을 벌린 떡잎을 부러워하지 말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 인생에서 책 한 권 남겨 보고 싶다는 욕심, 그 책이 내 이력을 빛내주길 바라는 욕심은 고작 떡잎이 아니라 굳게 뿌리 내린 나무의 열매에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익어서 탐스러운 상태. 그러니 마음이 흔들릴 때면, 긴 호흡을 유지하며 당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열매를 떠올리자. (p.192) 

 

 

나이를 먹을수록, 엄청난 작품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독자의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임을 깨닫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잘 쓰고 싶다”라는 욕심은 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유명한 작가님부터 유명 강사들의 스킬을 담은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막연히 '꼭 그들 같아야 잘 쓰는 것일까?', '모두 이 책을 읽고 이 사람들만큼만 쓰면 모두 변별력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곤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도 딱 하나의 팁만을 얻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를 읽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거'라도 자꾸, 많이, 자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돌아보니 과거에는 그래도 뭔가 쓰다마다 시도라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그저 리뷰만을 남긴다.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를 읽는 내내, 내가 얼마나 열심히 글을 쓰던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는 이 책이 “기초입문서”이기에 당연할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문장을 '잘' 쓰는 스킬보다는 문장을 '쓰는' 것에 집중한다. 이 말은 같고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까닭은 결국 잘 쓰려면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쓰다 보면 잘 써지기 때문이다. 다른 까닭은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잘 써진다는 보장도 없고, 타고난 달필이라고 해도 쓰지 않으면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는 분명 “쓰는 기술”에 집중한 책이 맞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무엇을 쓸 것인지에서부터, 잘 읽는 방법, 영상화를 고려한 글쓰기, 다양한 장르를 쓰기, 일상기록하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문장을 생산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를 읽으며 공감되는 문장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그럼에도” 쓰라는 것. 잘 쓴 문장이든 아니든 간에, 하다못해 감사일기는 증오일기든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었다. 읽은 것을 잊지는 말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블로그에 글이 수천 개 쌓이면서, 어쨌든 나는 “기록하는 습관”을 꾸준히 들여왔다. 그 덕분에 무엇인가를 쓰는 것에 두려움은 없기에, 일상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무엇인가를 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끌기 위해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쓰는 것이 맞는 일인가, 또 대중매체를 겨냥한 글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등의 고민이 들기도 했다. 

 

사실 글쓰기도 집을 지을 때처럼 기초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작 글쓰기 기초에 관해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문수림의 장르 불문 관통하는 글쓰기』에 담긴 팁들은, 글쓰기의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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