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겁이 났다.

두 아이는 비슷하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옷 입은 것도 비슷하고 웃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 둘.

그중 하나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고 그게 소문이 나고 쫓기듯이 이사를 가고

아마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다.

친척 집에 얹혀살다가 구박을 당하고 가출을 하고 소식이 끊겨 버렸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지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그 아이는 앞으로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슷한 두 아이.

같은 시간 다른 삶.

그 차이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두 아이의 운명이 갈린 걸까.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그 사소한 이유가 내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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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변호사였던 게 아니다. 후천적 법조인이다. 변호사는 그저 자격이고 수많은 직업 중 하나다. 과한 사명감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변호사 자신을 지치게 한다. 내가 지치지 않아야 의뢰인도 지치지 않는다.

사건도 무섭고, 상대방도 무섭고, 의뢰인도 무섭고,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도 무섭지만, 가장 무서운 건 이 일을 앞으로도 한참 더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치지만 힘내야 한다. 적어도 이 일하면서 돈 버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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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는 강한데, 그 에고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 거. 요즘 애들 다 그래요. 다 똑같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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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위기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을 알게 해주고, 새로운 기회도 주는 듯하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으로 4년만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샀다. 김금희 산문집이 동네 서점 에디션으로 나온 건데,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 서점의 가격할인에 저항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 무루의 책은 손수건을 준다고 해서(마일러지 차감도 없다) 함께 샀는데, 온라인에서는 서평과 굿즈, 가격이 좌우했다면, 서점에서는 책을 살펴보면서, 감촉을 느끼고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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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어플을 설치하면 커피를 준다는 등의 뉴스는 들었지만, 액체로 사라지는 커피 보다는 고체로 남는는 책이 좋아서 북플에 기능을 추가했다.  

알라딘을 안했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알라딘을 팔로우 안했으면 몰랐을 기능.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축적하게 해준다.

  

6일간의 라오스-태귝 여행을 하면서 평소보다 많이 걸었다. 평균 2만보를 걸었다  

걸으면서 모르는 길을 만나면 현지인이 길을 안내해준다.(라오스 유심은 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숙소에서 제공한 와이파이로 접속할 수 있다) 낯선곳을 걷는다는 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접속체가 된다.   

태국에서 독보적 읽고, 걷고, 기록하기를 설치한 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25292. 그날 밤 생각한 건 숫자에서 보여주는 성취감 보다는 걸으면서 본 풍경, 길을 가다다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최고를 달성했다는 결과보다는 걸으면서 발견한 의미속의서 삶의 교훈을 얻었다.   

걷다가 발견한 우돈타니 센트랄 플라자 안에 있는 서점에서 한국어 번역서를 블견했다. 김난도, 백세희, 이기주 작가 등 에세이 위주의 책들이었다. (플라자 안에 서점이 3군데나 있는게 신기했다) 

나는 태국어는 읽거나 쓰지 말하지 못하지만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와 이병률의 『끌림』을 구입했다. 태국 물가치고는 비싼편인데, 디자인이 세련됐다. 주인에게 이 책들을 소개했는데 그제서야 내 신상을 물어본다. 책은 대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나는 걷는게 좋다. 왜냐하면 뛰는게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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