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 카드사를 비롯해 은행에서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갖고 난리가 아닌 듯하다.
정보유출 사고가 처음도 아니고 해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한건더 생긴 거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이전에는 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유출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정도로
고객들이 대응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대규모 탈회(해지)로 이어졌다.
게다가 카드사들의 주된 부대사업 원천인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마저 금지되고,
회원들한테 보내는 모든 비대면 채널(텔레마케팅, sms,이메일등)제공까지 당분간 전 카드사가
발송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금융기관에서는 정보보안과 현업 부서 간에는 사사 건건
대립되는 일들이 자주 발생을 해왔다.
회사에서 정한 메일 계정 이외에는 사용이 금지되었고, 망분리가 되어 같으 pc라도 사내 인트라넷과 인터넷 망이 분리되어 인터넷의 자료를 카피하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외부로 이메일을 발송할 때는 자동적으로 암호가 생성되어 이메일을 받는 상대방에게 별도로
암호를 알려주어야 하며, 첨부파일이 있는 경우에는 팀장이 별도 승인을 해야 메일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고객정보라고 볼만한 것들은 별도의 취급 인가자 외에는 pc에 저장할 수 없으며, 자동 탐색되는
프로그램이 돌면서 취급 인가자가 아닌 사람이 고객정보에 해당되는 내용을 갖고 있으면 체크 되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반 usb는 사용이 금지되었고, 회사에서 지급한 보안 usb만 사용해야 하는데 이 보안 usb하나 받는 절차도 두어개 부서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보안 usb를 pc에 꽂을 때마다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보안 usb를 pc에 꽂고 자료를 다운받으면 바로 다음 날 내가 다운받은 자료를 왜 다운받았는지 정보보안 부서에 팀장 결재 받아서 업무연락을 보내야 한다. 그마저도 이번 사건 생기면서 모두 회수해 가버렸고...
담당 업무가 고객 접점 업무가 아니다 보니 친척이나 친구들이 본인 카드대금 문의를 해와도
나는 조회 권한이 없어 알려줄 수 없다.각 pc와 노트북에는 모두 하드 디스크를 뗄 수 있는 위치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이게 손상되면 왜 손상되었는지 또 보고해야 한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보안에 대한 통제장치들이 존재한다. 아마 어지간한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은 내가 써놓은 수준 아니면 그 이상으로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나 장치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렇다보니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나 제휴처랑 정산을 해야 하는 직원들 등등 많은 이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아니면 이전에는 30초면 할 일을 지금은 5~10분씩 걸려서 해야한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번 사건으로 그런 아우성마저도 입밖에 내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정보는 안전한지 문의하는 지인들이 제법 있었는데,
한번이라도 도박, 유흥업소, 대출 등의 문자를 받았거나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았다면 당연히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정보는 이미 악의 무리들에게 넘어가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곤한다...
더군다나 이번 유출은 1년전에 발생했다고 하니, 무한 복제가 가능한 요즘 세상에 얼마나 흩뿌려져 있을지는 가늠하기도 어렵지 싶다..이미 둑이 무너져 사방팔방이 물바닥 되어 버린 형국이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정보유출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었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이스피싱,무단 이메일,sms를 발송하는데 대한 법적,기술적 대책이 없다면 여론의 열기가 식은 후에 우리 모두는 잠재적,예비적 피해자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제발 개인정보 보호관련 법률들이 하나로 단일화 되었으면 바램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기존의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법, 전자금융거래법 등등 다수의 법률에 정보수집과 제공 활용 동의가 혼재되어 있다보니 일선에서는 혼란이 그치지 않는다.
이번 일에 책임이 있는 기관, 인사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겠지만, 그들만 속된 말로 족친다고 파생된 모든 문제가 정리되지는 않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 끄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