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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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려서 느꼈던 의문점의 하나는 삶은 어디에서 왔으며 죽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죽음은 선택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중에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비록 환경이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었지만 누구나 공평하다고 믿는 죽음만큼은

준비할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과연 죽음은 공평한것일까? 평생 의미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는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모리 슈워츠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이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었다.

물론 모리도 자신의 마지막이 그런모습이 되긴 싫었을것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던 마지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리는 적어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수 없는 가혹한 병으로 온몸이 무너지는 고통속에서도 마지막 강의를

훌륭하게 끝낸 모리교수에게 인간으로서, 스승으로서 완벽한 삶을 살다간 것에 경의의 마음을 보낸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많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싹에게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서 탄탄하게 세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애쓰는 스승이란 존재는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라기 보다

한사람의 삶에 있어 멘토와 같은 존재인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존경하고 기억하는 스승은 사실

많지 않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을 향해 달려야 하는 모순적 교육형태에 휘둘려 정작 스승과 제자가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성장하는 기회는 거의 갖지 못한 채 '꼰대'라는 비아냥속에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미치 앨봄이 대학시절 만난 모리교수역시 자신의 학창시절에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스승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졸업식에는 서로가 친구가 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러했듯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친 세파속에서 한때는 멘토라고 생각했던 노교수의 존재는 쉽게 잊혀질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아니 차라리 사형선고가 나을지도 몰랐다. 서서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으면서

몸이 굳어지고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같은 루게릭 병이라는 선고가 내려진다면 과연 나는 어떨것인가?

미칠듯이 억울하고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칠것이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하늘을 원망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죽음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깐힘을 쓸것이다.

물론 치료약이 없는 병이니 그렇게 허망하게 삶의 욕망에만 허우적 거리다가 아주 비인간적인 최후를 맞을것이다.

 

모리교수역시 무척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가난으로 교육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도 못하고 성장한 그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되물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오고 남을 배려하며

살아온 그의 생은 훌륭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망할놈의 그병만 아니었다면..

어차피 인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하여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듯이..

하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다는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가 없다.

모리교수의 말처럼 준비할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수 있겠는가.

 

명예와 성공을 향해 치닫던 미치 앨봄은 어느날 모리교수의 발병을 알고 다시금 그를 방문한다.

매주 화요일 그들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마지막 논문을 완성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일것이다.

세상을 떠나기전 마지막 불꽃이 피어오르듯 자신의 모든것을 전하고 싶어한 모리교수는 무서운 죽음마저도

어쩌지 못할 인간으로서의 고귀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한채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다.

 

결혼을 해야하는지 자식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살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 발견하라고..나이를 먹는다는 일은 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추억이 모두 녹아있으므로..어떤 나이든

될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쁜일이라며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말에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인간의 마지막이 어떻게 아름다울수 있는지...스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겨야 하는지..

절망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맞서는 법에 대해서...모리교수는 마지막 논문을 훌륭히 마치고 자신의 능력을

120% 완수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잠이 들었다.

인생은 예측할 수없는 수많은 복병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끊임없이 시험하고 위협한다.

하지만 모리교수처럼 이런 멘토가 내손을 잡아준다면 나는 힘을 내어 열심히 세상을 살아낼수 있을것 같다.

성실했던 삶과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리교수의 그 모든 과정이 살아있는 지침서였으므로..

화요일마다 진지하게 진행되었던 그의 강의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각인되어 삶의 지침서가 될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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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한 교수의 딸에게 쓰는 편지
왕상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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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완고하고 권위있는 가장의 모습으로만 기억된다.

이책을 읽는내내 내 아버지가 만약 나에게 이런 편지를 써주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훨씬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캔디빠빠라고까지 표현되는 요즘 아빠들은 양육과

가사에도 적극적이고 아이들과 교감에도 열심인 모양이다.

하지만 저자인 왕교수님은 그닥 캔디빠빠라고 할수도 없는 세대의 사람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근엄하기까지 하여 도무지 이렇게 자상하고 섬세한 편지를 딸들에게 남길수

있는 분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그세대가 거의 그러하듯 암울하고 답답한 시대를 거쳤고 청매라는 법명과 계를 받고 상좌를 지낸

독특한 이력을 가진 법대교수이다. 마흔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못한

귀여운 딸 둘을 두고 있는 늦깎이 아빠이기도 하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지만 특히 늦은 나이에 얻은 딸들이 얼마나 예쁘고 소중할까마는 한때는 출가를

결심할만큼 결혼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던 그의 과거사를 보면 아비와 자식으로 만난 이 소중한 인연이

그에게 어떻게 남다를지...짐작이 된다.

 



 

효녀랍시고 부모가 주신 몸을 상하게 함으로써 부모를 아프게 하지 말아라. 물론 사랑하는 부모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희생은 아름다울수도 있지만 차라리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孝라고 일러준다.

현모양처가 그저 시집가서 노력없이 대충 애나 낳고 살겠다는 게으름이라면 그건 꿈이될수 없다고..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꿈...그리고 남의 꿈까지 소중하게 여겨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는 뭐가 되고 싶었을까. 대개가 그저 학교졸업하고 좋은직장 구해 다니다가 조건 좋은 상대만나 결혼하고

좋은 집과 안락한 삶을 살겠다는 막연함속에서 성장하였을 것이다.

아빠가 내게 이런말을 해주었더라면 나는 좀더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했을지도

몰랐을텐데..물론, 지금 이삶이 아무 의미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어려서 부터 설계된 삶을 향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얼마전 시한부 삶으로 죽어가는 엄마가 자라날 아이를 위해 편지를 쓰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해마다 아이의 생일이 되면 배달되도록 지인에게 부탁을 한 그 편지에는 아이가 자라면서 겪어야할 상황에 대한

조언과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고통을 편지로서 위로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엄마처럼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했었다. 도시락편지니..쪽지편지니 하는 엄마의 사랑이 전해지는 편지들이 유명세를 탄적도 있는데 나도

이렇게 아이와 소통하면 내 아이가 좀더 풍성한 감성을 가지고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난 아직도 간단한 메모나 카드이외에 아이에게 이런 편지들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10대, 20대..30대..심지어 중년의 40대의 딸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은 넘치고 넘친다.

아버지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은적이 없단다. 언제라도 내 어깨에 기대렴..하는 저자의 사랑에 콧날이 시큰해온다.

하긴...부모의 존재는..특히 이렇게 늘 등불을 켜고 자식의 앞날을 비쳐주고 싶어하는 부모라면 평생 내곁에

계셔주길 바라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얼마전 우리곁을 떠나신 법정스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 주례사로 선언한 저자의 결혼식 주례사에서

'한달에 산문집을 2권 읽고 시집1권을 꼭 읽으십시오'하셨다던데..아마 저자가 이책에 남긴 수많은 당부와

나침반 같은 지침서는 많은 독서와 성찰로 얻어진 지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등생이었던 저자야 공부좀 잘해라..해도 대들 사람이 없겠지만 수학소리만 들어도 도망가고 싶은 나는

아이에게 수학을 잘하라는 말도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지 못하니 좋은 취미로 평생 친구로 삼으라는 말도

차마 꺼낼 수가 없다. 그냥 내가 못해봤더니 아쉽더라..너라도 해주었으면 어떻겠니..정도라면 모를까.

저자의 너무도 완벽한 주문에 주눅들지만 조금 위안이 된다면 '엄마의 잔소리'에 써놓은 tip이다.

'아빠의 말에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리고 아빠도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하면서 꼼꼼함과 세심함을 당부하는 글에 엄마처럼 덜렁거려도 나름 장점도 있어...한다든지 마마걸이 되어서는

안돼 하는 글에서는 엄마가 쉬는 날에 맘껏 응석 부려도 돼...해준다. 난 이글이 더 맘에 든다.

 

"완벽 아빠, 나는 틈이 많고 결점이 많은 엄마라구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건 자신이 없다니까요."

하고 도망치고 싶을만큼 저자의 인생지침서는 너무 완벽하다. 태권도에 악기연주에 봉사활동까지..

와 이건 나도 못하겠다. 아빠가 너무 욕심이 많은건 아닌가요?

 

저자가 제일 좋아한다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보다 꽃미남 브로마이드가 더 좋은것도 취미생활이 맞긴 하니까..웃지마시길...

 

가족 기념일에 한 상 가득 차려놓은 식탁에서 아내와 처량하게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는 불쌍한 아비는 되기

싫다고 절대 질투를 숨기지 않겠다고 흥분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지고 만다.

어느 부모가 이렇게 될까봐 조바심이 없을까마는 아직 어린 두딸에게 다짐을 받아두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니

근엄한 얼굴뒤에 감춰진 어쩔수 없는 고슴도치 아빠의 모습이 느껴진다.

 

왕교수의 딸들아. 아니 우리 모두의 딸들아. 이렇게 살면 더없이 좋겠지만 너무 애쓰지는 말아라.

내가 보니 반만 이뤄도 성공한 삶이 되겠더라. 그만큼 부모들의 소망은 끝이 없단다. 물론 왕교수님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온 노력이 많은분이라..당당 하시겠지만...이렇게 살도록 최선을 다해보자는 소리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딸들에게 너무 많은걸 요구하시는거 아닌가요?

물론 틀린 소리는 하나도 없지만...제가 다시 산대도 사실 조금은 벅찬 지침서라구요.

하지만 너무나 둘러서 돌아온 시간들이 많았던 사람으로서..분명 정확한 네비게이션은 맞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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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바이러스 H2C
이승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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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이 있다. 특별한 것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모자랄만큼 이승한회장에게는

창조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숙주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 창의의 싸앗을 뿌리는 긍정바이러스,

매순간 자기 자신을 불태우는 열정바이러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저 너머를 바라보는 비전바이러스..

이런 바이러스라면 나는 기꺼이 감염되고 싶다. 어떤 치료약에도 정복되지 않는다는 바이러스의 특징대로라면

나는 영원히 이 바이러스에 사로잡혀 내 남은 목숨을 저당잡힐터이니..스스로 그들의 숙주가 되리라.

 

칠곡의 정미소와 솜틀집을 운영하는 선비경영인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참 운도 좋은 사람이다.

높은산같은 아버지와 깊은 바다와 같았던 어머니...수재이고 원칙주의자인 큰형에게 바르게 사는법을 배우고

둘째형에게는 편안함과 감수성을, 셋째 형님에게 '정확성'과 '신뢰'를, 넷째형님에게 '희생정신'을 다섯째

형님에게는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물러섬이 없는 '고집'을, 여섯째 형님에게는 '한다'하면 끝까지 해내는

집념을 배웠으니 가족은 그의 인생에 진정한'멘토'였고 삶의 지혜를 멀리 찾을 필요가 없었느니 말이다.

보고 듣고 부딪끼며 살아온 어린시절이 바로 지금의 그를 있게한 초석이 되었음은 정말 부럽기만 하다.

 

"얘야, 절대 혼자 가지 말아라. 주저 앉은 사람까지 함께 데리고 가라. 네가 가진 모든힘을 다해라."

밤새 멸치국물을 우려내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정성껏 칼국수를게 대접했던 그의 어머니의 이 말씀에

나는 눈물이 핑돌았다. 절대 혼자가지 말아라..주저 앉은 사람까지 일으켜세워 함께 데리고 가자..

부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어려운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의 성공뒤에는 이렇듯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게한 그의 어머니의 힘이 있었음에..그의 성공이, 나누는 삶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무도 상상할수 없었던 일..혹은 도전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성을 쌓았던 그가 이제는 유유히 성위에서

자신의 업적을 돌아보아도 좋으련만 영국의 국회의사당인 빅벤을 모티브로한 홈플러스의 시계탑위에서서 늘 고객의

소리를 담아내겠다고 귀를 쫑긋하고 서있다. 그는 '고객의회'의 의장이다.

독단도 없이 군림도 없이 그저 우리 고객의 소리를 듣고 쉬고 싶고 들르고 싶고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은 '우리 모두의 城'

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겸손하게 우리의 소리를 기다린다. 그곳이 바로 '고객의회'이다.

그의 이런 귀기울임은때로 공원이 되고 거리미술관이 되고 풍력발전기와 태양집광판이 달린 친환경의 점포로 탄생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임에도 파격적인 그의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점포가 아닌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고 지친 삶을 잠시 내려놓는 쉼터로 다가올수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그는 건조한 사막속의 숨어있는 깊고 시원한 우물같은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임을 알게된다.

 

1등을 향해..최고를 향해 부딪히고 도전하고 결국 성공하는 그의 행보가 욕심많은 CEO란 느낌보다 이루고자 하는

한인간의 열정과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산을 넘는 알피니스트의 도전정신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냉혹하게 독식하고 약자를 누르는 경영인이 아닌 최고를 지향하면서 더 많은것들을 나누려는 합리적인 사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의 머리속에 그려진 미래의 그림은 무엇일까. 종로에 UFO를 띄우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인 리움이 탄생되었지만

아직 지하에서 빛을 못보고 있는 상상속의 도시, '지오네스 시티'는 정말 실현 불가능한 소망일까?

지하깊숙한곳까지 태양빛을 끌어들여 도시를 세우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아직도 읍습하고 어둔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 그의 잠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영화속에서만 그려진 도시가 아닌 그의 이 희망도시가 결국에

이루어져 나역시 향좋은 커피를 마시고 지하 미술관 로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행복을 누릴수 있을거라고 믿어본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암을 앓게된 아내를 일으켜 세우며 자신도 쓰러질법 하건만 겨울의 찬바람을 뚫고 솟아오른 보릿대

처럼 그는 씩씩하다. 고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난을 이해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고난을 세상사는 삶의 가치로 돌려놓는

그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둠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빛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그의 고난의 시간들이 미래를 비추는 햇살이 되기를 빌며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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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애 - 파국의 사랑
김은희 지음, 류훈.권진연 각본.각색 / 피카디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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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를 영화로 본듯하다.

책을 보면서 파노라마 같은 장면들이 줄곧 쫓아온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것 같다.

한여자와 두남자의 사랑..아니 두남자이면서 한남자인 사람과의 사랑.

쌍둥이는 외모뿐아니라 사랑의 감각도 같은 것일까? 왜 같은 여자여야 했는지..

비극적 결말이 예상된 이들의 사랑에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까?

 

 

결혼 2개월만에 불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과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시동생..이 사실은 쌍동이였다는 것을 알게된 여자..우연히 함께한 산행에서

발을 다친 여자를 구해준 남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마지막에 밝혀지기까지 여자를

혼란스럽게하는 의문들..영적인 결합으로 뭉쳐졌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길 위기를 알기나 한것처럼 어느날 의식이 돌아온 남편..

가망없을거라고 믿었고 이제는 시동생이었던 남자를 허락해버린 여자에게 이건 축복일까 재앙일까.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였을까? 혼란스러움속에 건강을 회복해가던 남편은

동생과 자신의 아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되고..과연 두남자와 한여자의

선택은?  불륜이라고 매도할수 없는 세사람의 사랑을 보면서 나도 혼란에 빠졌다.

두남자 모두 여자를 가질 수 없을거라고..그여자 역시 어느 한남자의 여자로 살수는 없을거라고

초조하게 결말을 향해 치달으면서...마지막 휠체어에 탄 남자가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진우이기도 하고 진호이기도 한 이남자가 누구인지 굳이 알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여자는 두남자이기도 한 한남자와 살게 되었으므로..

 



 

1인2역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평을 받은 유지태의 깔끔하고 고뇌에 찬 눈망울이 떠올랐다.

아름다웠던 영화촬영지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다음 여행 1순위로 올려놓았다.

 



 

두남자와 한여자의 폭풍같았던 비밀스런 사랑이 이제는 순한 파도처럼 잦아들기를..

먼저떠난 한남자의 사랑이 두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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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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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들이 거룩하다니...참 아이러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시인 김수영의 산문 '이 거룩한 속물들'에서 가져온것이라는데 과연 거룩한 속물들이란 어떤 모습일지

들여다보자.  숭고와 봉사를 미덕으로 삼아야 하는 사회복지학과라는 거룩한 학과를 다니는 여대생 명과 지은과 기린은

가장 빛나는 20대에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치룬 막장파 아가씨들이다.

할아버지의 유산이 어디로 갈것인가가 집안의 이슈인 명의 가족들은 사업에 교수에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는 사람들

임에도 호시탐탐 오늘 낼 하는 할아버지의 유산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제주도도 못가봤다고 징징거리는 명의 엄마는

해외골프여행에 보석을 휘두른 부잣집 마나님이고 당연히 엄마를 제대로 닮은 명은 시시한 이나라가 싫어서 졸업하면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새침녀이다.

공인중개사시험을 보라고 윽박지르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지은은 6개월을 넘지 못하는 연애를 밥먹듯이 하고

사귀던 남자들이 사준 명품을 더 사랑하는 불감녀이다. 그녀의 오르가즘은 순전히 서비스용이다.

아무도 그녀의 불감증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의 연기가 탁월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사랑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거다. 불꺼진 집이 싫어서 방황하고 잠깐이라도 남자가 곁에 없으면 초조해지는 그녀는...외롭다.

SKY의 화려한 이력과는 다르게 백수로 전락한 아버지와 늙은 피아노 교습선생인 엄마...TV속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언니와 살고있는 기린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명과 지은의 공주놀음을 가까스로 합류했지만

에비앙생수병에 학교식당정수기물을 리필하는 뱁새 아가씨이다.

졸업을 앞둔 그녀들이 세상을 사는 방법은 참 속물스럽다. 돈이 최고라고 믿고 의사를 만나 결혼해서 급행열차 1등석에

합류하고싶은 골빈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들 나름대로는 삶의 목표가 확실하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있는것들이 더 무서워. 리필녀 기린을 데리고 다니면서 뒤에서는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명과 지은에게 기린은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는 받침대에 불과했던 것일까? 졸업하면 밥벌이를 할 걱정도 없고 물려받은 유산으로 희희낙락 살아갈수 있는

그녀들의 눈에 세상은 참 만만하게 보이기도 하겠다.

 

기린은 왜 황새족 명과 지은과 함께 할수 밖에 없었을까. 같이 있는 순간만큼은 20년넘은 아파트에 지리멸멸하게 살고있는

가족들과 졸업후에 뭘해야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을수 있었던 것일까.

우연히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스크립터가 되면서 기린은 자신이 뭘할 수 있는지 뭘하고 싶은지를 알게된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동운과의 만남은 단지 사모님소리가 듣고 싶었던 속물근성때문이었을까.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쿨하다. 사랑과 의미없는 섹스를 즐기고 책임같은건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하지만 외로움의 골은 더 깊어진다는걸...본인들은 안다.

아쉬움으로 끝낸 어설픈 만남과 헤어짐이 깊은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만들지 않았다는것 뿐.

 

대학졸업식이 축복이기만 한 시대는 갔다. 명과 지은은 그녀들이 살았고 살아야 할 뻔한 세상속에 남겨지고

서울 밖으로, 명과 지은과 잠깐 동안 속했던 세상밖으로 기린은 나올 준비를 한다.

속물들이 없는 세상에 고고한 사람들만 산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질수 있을까.

고고함이 돋보이려면 속물들도 필요한 법. 이제 기린은 편협하고 좁은 세상에서 걸어나와 커다란 세상속에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그녀가 쓰고싶었던 글속에 한때는 속물스러웠던 시간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수많은 속물들이 환호할 그런 글을 쓸것이다. 속물만세! 특히 거룩한 속물 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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