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내가 가진 텃밭보다는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그동안 가꿔온 식물의 종류를 보니 조그만 텃밭의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4인 가족이 먹을 정도만 짓는다고 해도 심는 시기, 수확시기도 다 다른 종류들을 돌아가면서 심고 가꾸는 모습에서는 참농부의 모습까지 느끼게 된다.
나도 첫 번째 마늘 농사는 대풍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위에 마늘잎은 풍성한데 밑에 마늘은 곯아서 썩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결국 마늘 농사는 접었다.
가능하면 약을 치지 않고 짓는 텃밭농사이지만 벌레와의 싸움은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저자처럼 '그래 너도 먹고 나도 먹고'라는 심정으로 지었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텐데.
벌레가 먹어치우는 속도와 양은 거의 수확이 불가능할 지경이 되고 보니 왜 농부들이 약을 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조그만 텃밭이라고 해도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크기와 상관이 없다.
손으로 벌레 하나 하나를 잡고 순을 떼어주고 때맞춰 거름을 뿌려주는 일들은 주말 농장 정도로는 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상하게 사람이 먹지 못하는 잡초는 약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매일 뽑아내도 힘차게 올라온다. 이 삼일만 돌아보지 않아도 '나 여기 있지'하고 올라오는 풀에 지치고 식물사이에 숨어있는 벌에 모기에 쏘이고 물리는 일이 허다해서 늘 벌레기피제를 뿌리고 텃밭에 들어가야 했던 기억들. 그래도 텃밭을 가진 이후 고추는 사먹은게 별로 없다.
작년에 고추가 너무 매워 도저히 안되겠어서 안 매운 고추를 사서 섞느나 다섯 근 정도를 샀다.
텃밭을 가지는게 꿈이었고 열심히 가꿔온 모습이 나의 일상과 비슷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그저 텃밭가꾸기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 아니다. 그 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생명들과의 만남, 어린시절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공간,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
저자의 말처럼 식물과 함께 그리움과 추억을 가꾸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은근 질투심이 폭발하게 된다. 아니 아내분은 왜 그리 요리를 잘 하시는건지.
대놓고 아내자랑을 해도 되지만 우리 남편은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복도 많은 분!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과 오래오래 공존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