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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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크리스마스에도 거리엔 캐럴이 울려퍼졌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잊었던 사랑의 불씨를 피어오르게 하는 캐럴을 듣다보면 어느새 한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이 들곤 했다.

주원규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실 이런 크리스마스 캐럴과 크게 상관이 없었다.

단지 이 소설에서 가장 선했지만 가장 불행했던 한 소년이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가 캐럴이었기에

제목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피가 튀고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이 너무 리얼하고 끔찍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그것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폭들의 피튀기는 현장이 아닌 소년범들이 수감되어 있는 소년원에서의 폭력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말 이런일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하긴 어제 국정농단의 원흉인 최순실을 만나러 국회의원들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하는 장면에서 공권력의 허술함이 느껴지긴 했었다.

TV만 틀면 쏟아지는 단어의 주인공때문에 나라꼴이 개판이 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큰 독방에서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단두대가 있던 시대라면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질 죄인이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죄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죄인을 가두는 구치소의 어이없는 현실들.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들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성폭력과 폭행의 현장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또다른 지옥의 모습임이 틀림없다.


 


정신지체 3급판정을 받은 열 여덟의 소년 주월은 어느 날 심한 폭행을 당하고 아파트 저수조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임대아파트에서 집나간 부모를 대신하여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쌍둥이인 주일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눌하지만 선했던 소년을 과연 누가 해친 것일까.

졸지에 가장이 된 주일은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기 위해 철거현장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주월이가 죽던 그 날도 주일이는 현장에서 피를 묻히고 있었다. 그 날 주월이가 애타게 눌렀던 휴대폰을 받았다면 주월이는 죽지 않았을까.

할머니마저 싸늘한 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자 주일이는 세상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괴물이 되기로 한 것이다.


주월이의 마지막 전화에서 들리던 일진의 목소리들. 그 아이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년원에 수감된다.

주일 역시 소년원으로 향하기 위해 의도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그렇게 일진의 아이들과 마주서게 된

주일.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교정하기 위해 머무는 소년원의 풍경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아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교정선생 한희상. 그가 바로 괴물 그 자체였다.

일진의 아이들조차 한희상의 폭력에 기를 꺽이지만 일진의 우두머리 문자훈의 지시로 주일우를 처리하기 위해 투입된 고방천은 한희상마저 꺾어버린다. 그리고 서서히 일우을 없애기 위해 다가드는데..


우리는 실제 연쇄살인이나 성범죄가가 의외의 얼굴을 하고 우리 주면에 함께 살고 있었음을 알게된다.

선한 양의 탈을 쓴 변태성욕자의 탐욕은 불쌍한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가고 그 사건에 얽힌 아이들은 서로가 죽음을 무릅쓰고 폭력을 가한다. 그 사이에 어정쩡한 어른들은 무관심을 넘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이 현실이라면 세상에는 괴물이 너무도 많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말종들의 삶을 답습하는 소년들의 치기는 단순히 넘기기 힘들다.

장애를 가진 쌍동이 형제를 바라보는 일우의 모습도 이중적이다. 오히려 자신도 일진의 아이들처럼 월우에게 상처를 주었음에도 복수를 하기 위해 괴물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형제애보다는 세상을 향한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이 있다'는 것을 막판에 입증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소년원내에서의 폭력과 동성애장면같은 것은 차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문제는 이게 소설안에 이야기만이 아니라면 세상은 온통 괴물들의 놀이터이고 우리곁에 너무 많은 괴물들이 함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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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시는 카페
최지운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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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이 즐비한 동네 회험동에 가면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가 있다.

튤립과 해바라기로 둘러싸인 정원을 지나면 마치 19세기 유럽의 어느 로코코양식의 기둥과

돔으로 이루어진 2층 목조건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저마다 다른 이름드이 왼쪽 구석에 음각으로 새겨진 고풍스러운 테이블을 비롯하여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고 특이한 음료와 디저트, 주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우스이다.


 


이 카페는 특이하게 모든 메뉴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붙여있다.

프로야구 홈런왕 타이틀을 수상한 최성혁선수, 아이돌 인기가수 유하, 인기작곡가 강태호,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감독, 베스트셀러작가 강훈들이 단골 손님이다.

매일 개업일이고 내일이면 폐업을 한다는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에 가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오딘의 심술궂은 장난으로 과거의 내가 미래의 연인을 만나기도 하도 미래의 성공한 내가 과거에

실의에 빠진 나를 만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카페 아스가르드는 영국드라마 '닥터후'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을 닮았다.

그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서는 사람들은 모두 고독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신은 고독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덜가진 사람, 결핍으로 고통스러운 사람, 잃어버린 연인과

시간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마법의 시간을 선물한다.


지금은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 유하는 만난지 1주년 기념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선호오빠를 만나 지난 3년간의 고통스런 시간을 치유받는다.

우린 늘 후회를 한다.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가난한 강사였던 남자는 후에 인기베스트셀러작가가 되어 과거의 가난한 자신에게 칵텔일 한잔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왕십리역을 지나 회험역이라는 곳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떠한 댓가를 지불하고라도 가고 말 것이다.

과거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에 나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신의 이름이 붙은 신비한 음료를 마시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십다.

미래의 나는 분명 과거의 지치고 비루한 나에게 아낌없이 칵테일 몇 잔을 사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를 떠나지 못하는 연인의 추억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동생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때문에 나는 회험동으로 향하는 612번이나 577번 버스를 기다릴 것이다.

찾기만 한다면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아름다운 웨이트리스가 슬쩍 쪽지를 건넬지도 모른다.

'미래의 너는 분명 과거의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지금 슬프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  이 시간에 도달할 너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잠시 상상의 세상에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신기한 카페 아스라르드에 들어서는 상상을 하며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고 힘들었던 한해가 조금쯤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신비한 카페에서 고독했던 영혼이 잠시 휴식을 가졌다.

촛불을 들고 고단했던 모든 이들이여 카페 아스라르드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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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보랏빛 설렘 - 설레는 가슴으로 떠나는 우리 강산 45곳 섬 여행
민병완 지음, 나기옥 사진 / 밥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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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류의 기원이 시작된 곳이라 그런지 늘 그리운 고향같은 곳이다.

그런 바다 가운데 덩그라니 떠있는 섬은 그리움을 넘어 연모의 대상이 되었단다.

4년 동안 수십개의 섬을 찾았고 그중 45곳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그중 하나로 소개된 섬에 사는 나로서는 '섬'자만 나와도 고향소식을 만난듯 반가웠다.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는 요즘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수시로 뱃길이 끊기고 한 여름만 빼면 바람에 섬이

떠밀릿것만 같은 극심함만 없다면 섬은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섬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해 가장 먼저 펼쳐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녹산등대길을 압권으로 꼽은 것을 보니 제대로 섬을 느낀것이 맞다. 특히 억새풀이 일렁거리는 가을철이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라 자주 찾게 된다. 100년이 넘은 거문도 등대의 역사며 외세의 침략으로 영국군이 주둔했던 '거문도사건'같은 사실도 기술되어 있고 섬 이름에 대한 유래도 퍽이나 자세하다. 3년 전쯤에 방문했다는데 진작 알았더라면 길동무를 해주었으련만.


 


 


 


3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부산에서 배를 놓치고 충무에 가서 어렵게 들어갔던 비진도를 보니 가슴이 울컥하다.

사진에 나온 저 해변에 텐트를 치고 고작 스무살의 어린 여학생은 한 여름 바닷가가 얼마나 추운지 몸소 체험했었다.

담요를 챙겨온 친구를 흉봤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었다. 그 해변에서 죽어라 도망가던 돼지의 멱따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저자가 소개한 섬중 나는 고작 서너 곳을 다녀왔고 그중 하나에 터를 옮겨 살고 있다.

사진으로 만난 섬풍경들은 모두 닮아 있었다. 이제 섬에 살러 들어오는 사람은 맍지 않다. 자꾸만 비어가는 섬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고립된 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온기가 남아있기를 바라기애.

다만 이 책을 보고 섬을 찾아오고 싶은 이들을 위해 뱃길이며 민박같은 정보가 좀더 자세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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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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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7년이 코앞이다. 정말 한해가 어떻게 지나걌는지 정신이 없었던 2016년을 보내고 보니

아쉬움보다는 시원함이 더 앞서는 것 같다.

부디 2017년에는 조용하고 행복한 일상들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표지의 사진은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주판이다. 첫해 첫 표지사진을 주판으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워낙 오랫동안 경제가 어렵다보니 오래전 숫자를 셈하던 주판이 그리웠던 것일까. 뺄셈말고 덧셈만

끊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석해본다.


 


오래전 황금찬 시인은 어느 TV프로그램에 고정패널로 나와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었다.

하도 오래되어 여전히 건재하신 모습으로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까지 시를 쓰고싶어 했다던

노시인의 천진스런 미소앞에서 잠시 추억을 더듬어본다. 맑은 정신으로 좀더 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30년 후 80%정도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이다.

최소 고졸은 기본이고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대졸의 학력을 가진 요즘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니..

졸업장을 뜯어먹고 살아갈 수도 없고 막노동 자리도 없다니 몸으로 부딪히는 일도 힘들다.

몸도 마음도 연약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잼있는 인생'의 주인공들이다.

무심코 올린 시 한수에 발목을 붙들려 잼을 만들고 있는 멋진 친구들이다. 건강한 잼을 만들어 세상과

맞서보고자 하는 결심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만든 잼만큼 건강한 사고가 너무 대견하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닌 세대에 낀 나로서는 노약자석을 기웃거려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때로 나같은 낀세대든 더 젊은 세대든 노인들보다 몸과 마음이 더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점잖지 못한 늙은이 몇은 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을 나무라며 일어서기를 강요한다고 하지만 버릇없는

젊은이에게 호통이 교육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몸은 젊어도 심한 노동이나 질병으로 서서 가기가

힘든 젊은이들도 분명 있다. 빈 노약자석에 잠시 앉아서 간들 무슨 문제이겠나. 에세이를 쓴 교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세대불문 역시 웹툰은 모두 좋아한다. 새해 첫 만남인 맨발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뭔가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졌다. 그동안 연재되던 시리즈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좀더 알차게 다가온 새해 첫 샘터가 너무 반갑다. 내년은 닭의 해! 상서로운 기운을 상징하고 첫 새벽의 시작을 알리는 닭처럼 희망의 한해를 기대하면서 샘터의 첫걸음이 이렇게 풍요롭고 힘차니 우리 삶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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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아우름 16
최원형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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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는 가끔 몇 년전 오늘 무슨일이 있었나를 알려주는 사진이 뜬다.

바로 얼마전인듯 한데 이렇게 세월이 흘렀었나 싶어 놀랄 때가 많다.

그 사진속의 풍경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사실 속내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은 그때와 결코 같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거울속에 비친 내 얼굴만 안타깝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서히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에 각성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인간의 무지함에 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 로맨틱한 사랑의 징표로 등장하는 장미에게 아프리카의 눈물이 숨어있다니.

유럽에서 팔리는 장미의 70%를 생산하는 국가가 아프리카 케냐이고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람사르

습지인 나이샤바 호수 주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장미농장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난한 국가의 경제를 책임져주는 이 장미가 왜 눈물의 장미가 되었던 것일까.

장미 한송이를 키우는데 대략 1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무한할 것 같은 호수의 물이 장미를 키우기 위해 사라진다는 것이다.

장미를 키우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쓰는 물도 부족해지고 농약의 사용은 늘어나고 수질은 점점

나빠지고 부족해져서 호수에 기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진다고 하니 아름다운 장미에 숨은 눈물의 진실은 가슴 아프다.


 


자연은 순환이다. 아주 오래전 보았던 영화 '대지'에서는 주인공이 복숭아를 먹고 무심코 버린 씨가 자라 무성한 나무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씨를 심기전에 자연은 스스로 알아서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었었다.

그 씨앗하나로 인해 연결된 인연을 보면 씨앗하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 나무가 잘려져 표백제와 방부제로 목욕을 하고 인간에게 나무젓가락으로 자신의 모든것을

내주기까지의 긴 시간과 인연을 생각한다면 나무젓가락의 무게가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무심코 버리는 비닐봉지 한 장, 가볍게 올리는 보일러의 온도 스위치조차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자각하기 시작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이상기후로 인해 태풍과 폭우, 가뭄같은 재해에 시달리면서도 인간은 욕망을 멈추지 못한다. 지구의 허파가 결딴나고 구멍이 뚫려도 당장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한다.

브레이크 없는 욕망은 이제 파멸의 길로 향할 뿐이다.

나비의 팔랑거림이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이 되듯 언젠가 되돌아올 재해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을 대체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욕심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일까.

물 한동이를 채우기 위해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커피콩을 따고 몇푼을 버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살아갈 소중한 지구를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내가 내려놓은 욕심이 누군가에게 웃음으로 연결되고 그 웃음은 내 아이들에게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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