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2 - 부족하고 서툰 내 사랑에 용기를 불어넣어 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93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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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반은 남자, 반은 여자'라는말도 있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만약 남자와 여자 말고 다른 성을 가진 종족이 있다면 아마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단지 딱 반으로 나뉜 인류의 종족, 남자와 여자만 같고도 이렇게 복잡하고 골치가

아픈데 A에서 G까지 성이 구별되어 나뉘어졌다면 지구는 너무나 골치가 아파 자폭하지 않았을까싶다.

'그 남자 그 여자'는 10년 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이다.

하지만 10년 후 다시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마 '남자와 여자'라는 명제는 영원불변의

베스트셀러 소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또 다시 증명된 셈이다.

 

 

재기발랄하면서도 고민만땅인 이 책을 읽다보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절로 생각난다. 연애....참 달달하고 따끈따끈한 감정의 소통인데 이 연애가 단지 달콤하지만

않다는 것이 문제다. 도대체 이 남자, 혹은 이 여자의 속은 무엇인지 늘 탐색할 수밖에 없는 긴장의

연속이니 말이다.

'어떤 청혼'을 보다가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을 닦아내다 보니 우리집의 화성남자는 나를 외계인보듯

쳐다본다.

 

 

사실 결혼이라는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질구레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큰 퍼즐이 완성되듯이

결혼역시 그런 소소한 삶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결합일 뿐이다.

치약을 중간에서 짜는 일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외출준비에 꾸물거리는 아내를 닦달하지 않는 것이

남편의 미덕이 되는 그런 현실이 바로 결혼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살면 살수록 기세 등등해지는 아내의 모습을 경계하리라 다짐하는 여자의 답변도 재미있다.

친구들 앞에서 반말로 욕하지 않겠다는 둥, 식구들 앞에서 망신을 주지 않겠다는 배려에

우리 아내들이 그동안 참 미운 짓을 많이 했구나 싶어 움찔했다.

 

뜨거웠지만 서서히 식어가는 연인들의 이야기부터 이미 헤어졌지만 여전히 가슴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하는

연인들의 이야기까지 참으로 절절한 남녀 이야기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 것같다.

아마 이런 공감덕분에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온 모양이다.

 

어차피 인생은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지금 뜨겁지만 영원하지 않을 것임도 알고 당장 지워지지 않을 아픔도 시간앞에서 서서히 사그라진다는 것도

알게된다. 하지만 세월이 수만년 지나도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남자와 여자들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어느 시대이든 우리를 스치는 삶의 이야기들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살아도 후회는 남는 법.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도전하라 청춘이여!

지나고 보니 너무도 짧았던 시간들이 너무도 아쉬웠나니 그대들은 죽을 만큼 사랑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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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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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디엔가 산신령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신기한 일일까.

'해리포터'호그와트의 마법학교처럼 어린 산신령들을 만날 수 있다면 꼭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

더구나 그 학교에는 우리가 알고있는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사슴의 말을 듣고 두레박으로 하늘에 올랐던 나무꾼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고 그 후에 하늘에 있던 선녀는

예쁜 여자아이를 낳았다는데...그 아이의 이름이 두레란다..아주 잘 지은 이름이지.

어디엔가 깊숙히 숨어있을 산신령학교에는 꼬마 산신령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데 어디 한번 들여다볼까?

 

 

귀한 산신령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잘 나가는 산신령집안에서 온 '귀선'이와 이름만 들어도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되는 빼빼와 동글이. 그리고 앞으로 귀선이와 쌍벽을 이루게 될 전학생 장군이의 등장이 심상치 않을 것 같아.

산신령학교에서 힘을 쥐고 있는 귀선이는 카리스마가 짱인 장군이와 힘을 겨루게 되지.

그런데 그게 도깨비와 씨름을 해서 이기는 것이라니...하긴 도깨비가 워낙 씨름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긴하지만.

두 꼬마 산신령의 심판을 봐주는 두레의 똑똑한 심판덕분에 귀선이와 도깨비의 수작이 드러나서 재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다음 시합 또한 설화에서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라니 정말 흥미가 진진하다.

 

 

장군이 세오녀가 짠 베를 찾아서 일본에 있는 세오녀의 집에 숨겨두면 귀선이가 찾아오는 시합인데

그만 일본무사신들의 방해로 귀선이는 큰 위험에 빠지게 돼.

마침 세오녀의 집을 방문하고 있던 변신술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날뻔했지.

 

변신술로 새로 변하기도 하고 물고기로 변하기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무서운 도깨비도 산신령한테는 꼼짝도 못한다니 얼마나 어깨가 으쓱하겠어.

두 번의 시합으로 귀선이와 장군이는 많이 친해지게 되어서 다행이야.

귀선이도 이제 장군이가 붙여준 '달봉'이란 이름이 더 좋대.

아마 산신령학교 다음편에는 꼬마 산신령들의 또 다른 시합이 나올 것 같아. 장난꾸러기 산삼의 소식도 궁금하고.

우리아이들도 변신술도 배우고 산속의 동식물을 다루는 그런 공부를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수학문제 푸느라 골머리 아픈 아이들이 잠시나마 산신령학교에 꼬마 산신령들을 만나 한바탕 놀기에 딱 좋은

책이야. "애들아 모두 산신령학교로 놀러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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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말한다 - 마음을 여는 심리학, 꿈 설명서
테레즈 더켓 지음, 이사무엘 옮김 / 책읽는귀족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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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꿈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꿈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편이라

잠에서 깨어난 후 꿈을 곱씹어 보면서 그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을 하곤 한다.

개꿈도 없지는 않겠지만 꿈을 통해 징조를 느끼거나 길흉을 짐작하는 버릇이 생긴 후로 꿈에 대한

메시지를 그냥지나치지 못한다.

꿈 해몽에 대한 책도 여러권 있는데다 찾기 힘들 때에는 검색을 통해 확인을 하곤 한다.

해몽하기가 어려운 꿈도 있지만 대개 좋은 꿈은 꾸고 나서도 개운한 편이고 악몽들은 영 개운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에게 꿈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진다. 마침 '꿈은 말한다'라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해몽이라는 차원을 넘어 심리학적인 분석을 한 점이 아주 특이하다.

아무래도 그들의 문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던 해몽과는 그 풀이가 조금 다르다.

 

 

꿈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읽는 것은 비슷하지만 잠재된 자아를 찾거나 과거의 트라우마같은 것을 찾아내어

해석하는 점은 상당히 특이하다. 하늘을 날거나 옷이나 신발은 어떤 것을 입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떠했는지까지

세세하게 풀이하여 꿈을 꾼 당사자들의 심리상태와 과거의 상처까지를 읽어낸다.

더불어 그 꿈이 의미하는 메시지에 접근하는 점은 우리의 꿈해몽과 비슷하다.

 

자신이 죽는 꿈이 실제로 일어날 일임을 암시한다기 보다는 상징으로 풀이한다거나 나타나는 동물에 대한 메시지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 특히 뱀에게 물리는 꿈을 여러방면으로 해석한 점도 특이했다.

우리정서에서 뱀꿈은 주로 태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월의 의미나 치유의 의미까지도 포함한다고 한다.

 

꿈에 조상이 보이면 미래에 대한 암시를 포함하고 아이는 근심을 의미한다는 식의 단순한 우리네 해몽보다는

조금더 심리적으로 접근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적인 세계의 무한한 능력에 대해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깨고나면 잊어버리기 쉬운 꿈이지만 이렇게 놀라운 메시지가 숨어있다는데에 인간의 영적인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생각케된다. 이제 꿈을 꾸고 나면 잊지 않고 메모를 해볼 예정이다. 과연 그 꿈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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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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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길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 보면 내 꿈을 접어야 하겠다는 자괴에 빠지게하는 책을 만나게 된다.

노벨상을 탈만큼 작품성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반열에 오르지도 않는 작품인데도 그저

형편없는 내 글솜씨가 부끄러워 짐짓 '꿈꾸는건 자유니까 뭐'하면서 슬그머니 꿈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마지막장에 '작가의 말'을 보고서야 왜 그녀의 글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후벼놓았는지 알게되었다.

그녀의 삶이 경험이 만들어낸 살아있는 글이었기 때문이었구나.

사랑이 내 가슴에 가득차 있을때에도 그 사랑이 훌쩍 떠나버렸을 때에도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가

유독 가슴을 저미는 적이 있다. 단지 3분정도의 노래속에 들어있는 가사가 몽땅 내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던 기억.

한번쯤 누구라도 있을법한 그 기억은 짧지만 강렬한 가사의 절묘함에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 가사를 기가 막히게 써서 작사가상을 받은 작가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 이 책속의 주인공 정완이처럼 시나리오 작업을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난 그녀의 자전적일지도 모를 이 소설이 참으로 좋다.

 

 

사실 작가에 대한 내 동경들은 숱한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하게 했고 때로는 말고 술로 그들과 소통하면서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인간'을 발견하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환호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이 책의 작가가 '예술의 전당을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재래시장의 물비린내를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라는

말에 내 무모한 동경이 참으로 어리석다고 느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사람이 있듯이 그저 멀리서 작품에서 작가를

동경하는 일들이 훨씬 아름답다고 정리하기로 했다. 난 예술의 전당이 어울리는 작가보다는 감자탕집에 앉아있는 것이

몹시도 어울리는 사람냄새나는 작가를 좋아하기로 했다.

그런 범주에서 내 좋아하는 작가목록에 '한경혜'를 추가하기로 한다.

마흔 이라는 나이는 참...예전에 내가 전혀 도달하지 않을 것 같던 마흔이 멀리 보였을 때 누군가 그랬었다.

마흔은 이미 여자가 아니라고....그저 엄마이고 아내이고 이모이고 외숙모일 뿐..

하지만 6학년 때 만나 마흔에 이른 네 여자들보다 십 몇년을 훌쩍 더 살고 보니 서른 아홉을 넘기는 마지막 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삼십대와 결별하는 그 순간 나는 이제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상실감을 느꼈던 것일까.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아들하나를 둔 이혼녀 정완.

쿨하게 연애하고 쿨하게 이별하기를 밥 먹듯이 하던 지연.

심리학 교수이면서 여전히 사랑다운 사랑은 젬병인 선미.

잘 나가는 학원강사를 둔 전업 주부 현주.

그저 이웃에 흔하게 볼 수 있을 그런 여자 넷의 삶을 통해본 결혼과 사랑의 의미들.

어찌 되었든 더 이상은 같이 살기 싫어 이혼한 남편의 재혼 소식에 쓸쓸해지는 장면이나 그토록 쿨하게 연애를 즐기던

지연이 농약을 들이키는 장면. 그리고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되었지만 헤어져봐야 무슨 득이 있을까 싶어 주저앉는 모습은

바로 내 얘기이기도하고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일기라는게 마음에 들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열 살 태극의 일기에는 재혼한 아버지와 새엄마때문에 상처받고 적극적으로 엄마에게 남자가 필요하다고 외쳤던 태극이가

엄마의 연애에 불안감을 느끼던 장면들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몸도 섞고 마음도 섞고 말도 섞고 인생도 섞는 그런 결혼이 꼭 필요한 것일까.

자신에게 남자는 아들뿐이라고 마음을 다잡던 정완이 구속되는 것이 싫어 연애만 하자는 도영을 떠나는 장면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결혼보다 어려운 재혼이 싫으면서도 연애만 하자는 남자를 굳이 떠나보내는 이유는 뭘까.

연애의 완성이 꼭 결혼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아님 그저 즐기는 상대로 나를 너무 가벼이 여긴다는 심정때문에?

분명 나도 정완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연애가 꼭 미래를 결혼으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안타까웠다.

문득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의 사랑과 결혼을 떠올린다. 모두 다른 색깔로 살아가는 친구들 역시 나름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음력으로 새해 첫날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와는 조금 다른 원작이지만 마흔의 여자들에게 사랑과 연애..결혼은 어떤

의미인지 자꾸 되묻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정직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쓸 수 있는지...그녀의 작품들을

골라 읽어봐야 겠다고 결심했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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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문학의 즐거움 44
우현옥 지음, 흩날린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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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푸근해진다. 서울내기인 나는 시골에 관한 추억이 많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우현옥씨를 검색해보니

이제 겨우 마흔 초반의 나이였다. 그녀가 지나온 시간속에 이 책속에 있는 그림들이 얼마나 겹쳐졌을까.

초봄이면 보리가 출렁거리고 그 맘때면 보리고개라고 할 만큼 식량은 부족하고 배가 고픈 시기라고 한다.

어른들은 한쪽에서 보리를 타작하고 아이들은 아직 베어내지 않은 보리밭에서 보리를 꼬실려 먹는 장면은

가난한 우리의 시간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릿해진다.

 

 

너나 할 것없이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그 시절에 대한 단상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보리타작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게 된 순애 아버지의 아픔과 그런 순애를 지켜봐야 하는 단짝 친구 봉희.

언땅이 녹으면 똥장군에 거름을 져서 날라야 하는 거름품꾼 아버지를 도와 삼태기를 가지고 뒤따르는 봉희는

착하지만 야무지고 섬머슴애 같은 소녀이다.

한껏 물이 오른 버들가지를 꺽어 호드기를 만들어 불고 냇가에 나가 미꾸라지를 잡는 천진스런 시골아이들의

모습에서 가난한 삶의 모습보다는 구김살없는 순수한 모습이 먼저 다가온다.

생각만 해도 징그러운 거머리가 찰싹 달라붙어 피를 빨아도 툭툭 쳐내면 그만이고 아직은 여물지도 않은

개살구로 간식을 삼은 시골아이의 모습이 아름답다.

 

 

감자서리를 하다가 쫓기는 장며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당시 그 감자서리는 단순한 놀이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먹을것이 부족하니 어떡하든 먹거리를 그렇게라도 얻어야 했을 것이다.

 

 

70년대 쯤 어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광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만 가난때문에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서울 공장에 올라가야 했던 봉희 언니의 모습에는 가슴이 아파온다.

손가락이 절단되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된 순애아버지도 농사를 접고 서울로 품팔이로 떠나는 장면도

그러하다.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집 아들 상구는 은근 왕따이지만 귀한 과자로 친구들을 꼬득여 어울리려고 한다.

소심한 상구를 싫어하는 봉희는 기회만 되면 놀려주지만 상구는 은근히 봉희를 좋아하는 것만 같다.

옻나무 호르기를 만들어 상구에게 불게해서 입술과 고추를 부르트게 만들었던 봉희는 꽤나 장난꾸러기이다.

 

아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나고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등만 대면 잠에 곯아 떨어지던 봉희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평생 가장이라는 짐을 지고 자식에게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아픔은 여전히 아픔으로 기억되고

냇가에서 철벅거리며 미꾸라지를 잡던 봉희와 상구 순애는 어딘선가 그 때 아버지처럼 늙어가고 있겠지.

 

가져보지 못한 아름다운 시간속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나이가 든 사람은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가난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과거 우리의 가난한 시간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면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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