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거리 - 시그마 북스 001 시그마 북스 1
엘러리 퀸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공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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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앨러리 퀸은 소설을 쓰기 위해 조용하지만 동네에 모든 사람들이 소문을 공유하는 소도시 라이츠빌을 찾아온다.  

마침 라이츠빌은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서 많은 인력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부동산업자는 앨러리가 작가라는 사실을 말하자 흔쾌히 한 집을 소개하게 된다.

마을을 창조했고 거대한 금융회사의 사장인 라이트 부부가 지은 빈 집이었다.

그 집은 라이트의 둘째 딸인 노라의 결혼을 위해 지었지만 결혼 이틀 전에 신랑인 짐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빈 집이

된 곳이었다. 그 집을 짓고 나서 흉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마을사람들은 그 집을 흉가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미신따위는 믿지 않을 것 같은 작가 앨러리에게는 그만한 집이 없겠다는 부동산업자의 판단으로 앨러리는

6개월간 집을 빌리기고 계약을 하게 된다.

 

앨러리가 작가라는 말에 흔쾌히 집을 빌려준 라이트 부부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큰 딸 롤라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후 저택에서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었고 노라는 짐이 떠나버린 후 상심한 채

보내고 있었다. 막내딸 퍼트리샤만은 유쾌하고 머리가 좋아서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밝게하는 유일한 딸이었다.

 

하지만 앨러리가 그 집에 들어온 후 갑자기 떠나갔던 노라의 약혼자 짐이 돌아오고 둘은 전격 결혼하기에 이른다.

할 수 없이 노라의 몫으로 지어졌던 집을 비워주고 라이트부부의 집으로 옮겨간 앨러리에게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게 된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라이트씨의 저택에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짐의 이삿짐에서 우연히 세통의 편지가 발견되고 편지가 끼워져 있던 독물학책에는 비소가 소개된 부분이 접혀져 있었다.

마침 이 상황을 지켜보게 된 앨러리와 막내딸 퍼트리샤는 짐이 노라를 살해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세 통의 편지에는 자신의 아내가 죽어가고 있다거나 죽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편지가 씌여진 날짜에

노라가 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앨러리와 퍼트리샤는 짐을 더욱 의심하게 되고 죽음이 씌워져있던 날짜인 1월1일의 전날인 새해전야제 파티에서 짐을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앨러리의 매같은 눈길에도 불구하고 다니러 와있던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가 독살되고 만다.

로즈메리가 마셨던 칵테일을 만들었던 짐이 범인으로 체포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쓰러진다.

범인으로 지목된 짐은 이제 거의 사형을 면할 방법이 없을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고 재판의 마지막 순간 퍼트리샤의

증언으로 재판은 무효가 되기에 이른다. 영민한 퍼트리샤는 사랑하는 언니 노라를 위해 형부인 짐을 구하려고 일부러

배심원중 한 명에게 접근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짐은 다시 재판을 받기위해 수감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임신했던 아이를 6개월만에 제왕절개로 낳아놓고 죽고만다.

노라의 장례식날 묘지에 나타난 짐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던 중 탈출을 하게 되고...

 

모든 미스터리물의 압권은 바로 반전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독살된 로즈매리를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으노 나는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범인으로 대입해보았다. 분명 방탕하고 천박하게 보이는 로즈메리가 짐의 친여동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왜 여동생을 가장하고 마을에 나타났는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노라에게도 말하지 못할만큼 짐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어쩌면 죽을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왜 짐은 그 사실을 끝내 밝히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일까.

그리고 작가이며 탐정인 앨러리는 왜 뒤이은 죽음들을 막지 못했을까...끝까지 진실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정리된 후 마을을 떠났던 앨러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그 역시 퍼트리샤가 말했던 마지막 힌트를 듣지 못했다면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힌트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들이 지나가고 진실이 묻힐뻔한 순간 다시 나타난 앨러리는

퍼트리샤에게 진실을 말한다. 너무가 고통스런 진실이었기에 앨러리는 주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퍼트리샤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퍼트리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말한다.

 

흔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더니 자신의 삶을 파괴한 남자에게 보낸 복수는 통쾌하기보다는 가슴아프다.

그나마 자신의 죄를 스스로 단죄한 남자의 최후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역동적이지 않지만 사건 현장에 은근히 끌려들어가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반전은 가장 합리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미스터리물들의 주인공과는 달리 앨러리는 너무 감성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작가이면서 스스로 범인을 쫓는 주인공 앨러리는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게 흥미롭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손색없는 멋진 작품이라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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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7-0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라는 건 내용을 나열하는 게 아니고 장단점이나 정도만 내용을 알면 누가 사 보겠나요...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은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 현재에까지 살아남은 비밀같은

것을 파헤친 것이 아닐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스트라디 바리우스같은 바이올린이나 스위스의 시계같은

명품을을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만난 것은 전세계에서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남은 시장의

이야기였다. 나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깔끔하고 쾌적한 대형마트를 주로 선호하는 사람이라 작가가 만난

전세계의 시장이야기는 처음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같기만 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밀려오는 감동으로 쪽수가 적어지는 것이 서운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마흔 언저리의 여자가 대기업에 잘 다니던 남편까지 꼬득여(?) 1년간의 세계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뭐 요즘은

집을 팔아서 가족들과 전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먹고 살만하면 그럴수도 있지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여행은 그녀가 어렵사리 일과 공부를 병행하여 마친 대학원만큼이나 의미있고 감동스런 여정이었다.

그녀가 만났던 살아있는 시장의 모습에서 왜 평생 우리의 뇌를 1%밖에 못쓰고 가는지 아쉬움이 절로 밀려든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누군가는 희망과 미래를 건져내기도 하고 나같은 한심한 사람들은 그들이 보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우수한 머리를 물렸받았을지도 모를 내 뇌는 주인을 잘못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직업이 '상품가치 연출전문가'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는 특별한 재능이 있을 것이다.

그저 단순히 상품을 보기좋게 진열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하는 아름다운 현장을 둘러보는 그녀의 마음조차 아름답게

다가온다.

전국각지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책 옆에 간장이며 소스같은 특산물을 같이 판다는 서점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같이 생긴 멋진

건물안에 자리잡은 전통시장이라니...더구나 정크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에서 만나는 클래식 연주는 어떻고.

'온기를 팝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단순한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마음까지 더하는 시장상인들의 열정에 절로 감화되고 만다.

불편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우리 전통시장의 모습과 겹쳐서 절호 한숨이 나온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을까.

 

 

8년간의 재개발로 탄생한 스페인의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외관부터가 예술 그자체였다.

바르셀로나의 구도시 산타 마리아 델 마르에 있다는 이 시장은 유명한 스페인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의 작품이라고 한다.

하긴 스페인에는 100년이 넘도록 짓고 있는 가우디 성당같은 곳도 있으니 8년간의 공사쯤이야 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계를 포기하고 기다려준 상인들의 인내심은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인내심이 아닐까.

 

 

과일 하나하나를 예쁜 포장지로 감싸서 탑처럼 쌓아올린 매대의 모습이나 부담없이 집어들 수 있도록 소량포장한 과일이며

먹거리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사온 음식들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공간들이 더 없이 부럽기만 하다.

자신이 파는 제품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하물며 '너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거야'라고 말을 걸어주는 장면에서는 그저 자신의 물건을 '팔거리'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만 같았다.

 

수백년의 전통을 깨뜨리지 않고 현대와 공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멋진 시장과 사람들을 보면서 왜 우리의 전통시장이

도태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도 벅찬 건물틈사이의 아주 적은 틈새앞에 신호등을 설치하고 틈새를 빠져나오면 펼쳐지는 공간에

레스토랑을 차린 사장의 아이디어는 창업에 골몰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의미를 던져준다.

서서 지나다닐 공간도 없는 특화시장의 부산함과 부담없이 먹기에는 만만치 않은 먹거리들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닿기

힘든 우리시장에 적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그저 둥근 돔안에 정갈하게 포장만 하려는 재래시장번영사업은 이제 이벤트가 있고 감동이 있는 그런 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이 책은 희망이 되고 돌파구가 될 것만 같다.

나는 이 책을 장사가 안된다고 한숨짓는 상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랫동안 일하고 휴식하고 싶었던 내게도 뭔가 해보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느슨해진 삶에게 더 없이 적합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준비하는 아들녀석에게도 꼭 읽히고 싶다. 뭐가 되고 싶은지 뭘 해야하는지 고민인 녀석에게

방향등이 될 것같기 때문이다. 1년이란 시간과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은 그녀의 여행이 너무 부럽다.

다만 나는 그녀가 본 것들을 거의 보지 못한채 마드리드며 바르셀로나를 지나쳐 왔다는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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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3 - 신들의 전투 샘터어린이문고 45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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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불길한 검은 기운이 가득한 이웃의 무사신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쁜 기운들을 퍼뜨리더니

결국 인간들을 헤치기 시작했어.

 

 

꼬마산신령들은 원래보다 빨리 실습을 나가게 되었지. 아무래도 이 땅과 산에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기 때문이야.

장군이와 달봉이는 자신이 맡은 깊은 산을 떠나 사람들과 가까운 산을 맡고 있는 두레를 찾아갔지.

달봉이는 두레의 엄마인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을 먼저 보고 싶었어. 하지만 두꺼비처럼 생긴 이상한 녀석과

마주친거야. 알고보니 이 녀석은 원래 동네에 있는 집을 지키던 터줏대감인데 일본사람 야마다가 새집을 짓고는 자신을

쫓아냈다는 거야.

그 산은 일본인들이 땅굴을 파고 금과 석탄을 캐느라 동네사람들까지 동원되어 난리도 아니었어.

땅굴을 파기 위해 터뜨린 폭탄때문에 동네아이마저 갇히고 말았지. 그 아이가 바로 쫓겨난 터줏대감이 지켜주던 복길이었어.

 

 

달봉이와 장군이는 터줏대감과 힘을 합쳐 복길이를 구해내고 금을 캐기위해 산에 터널을 마구 뚫어놓고 있는 일본인들과

무사신들을 쫓아내기로 했어.

터줏대감은 장군의 계획대로 마을의 모든 터줏대감들을 동원하고 달봉이는 도깨비들에게 도움을 청해 야마다의 집에

진을 치고 있던 무사신들을 몰아냈고 그동안 꼼짝못했던 동네사람들은 야마다마저 쫓야내고 말거야.

눈치만 보고 무시당하던 사람들이 드디어 만세를 부르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거든.

 

사실 산신령들은 인간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되는데 이웃나라 사람들이 이 땅을 노략질하게 그냥 두면 자신들의 산도

온전치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간들을 돕기로 결정한거야.

 

 

그동안 달봉이네처럼 뼈대있는 산신령가문도 아니면서 멋지게 산신령학습을 해냈던 장군이의 실체도 밝혀졌어.

이 땅을 지키던 장군이 죽자 산신령들이 그 장군의 기운을 받은 장군이를 태어나게 한거야.

그래서 일까 유독 장군이는 이웃나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이 땅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거야.

"내가 어째서 인간의 일에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일은 인간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어.

우리만 살려고 몸을 사린다면, 결국 모두 죽게 될 거야..."

장군이의 이런 마음에 감복한 교장선생님과 인간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했던 다른 산신령선생님들도 장군이의 뜻을

쫓기로 했어. 얼마나 다행한지 모르겠어.

 

산신령 학교 3편은 신들의 전쟁이 정말 볼만했어.

그동안 집을 지켜주던 터줏대감들과 업신들도 꼬마 산신령들을 도와 무사신들을 쫓아내는 장면은 정말 신이났거든.

측신들이 똥을 퍼부어 똥독맛을 제대로 보여주다니 그동안 더럽다고 안 친한 척했던 일이 미안할 지경이었지.

기력을 잃고 죽어가는 복길이를 위해 달봉이가 가지고 있던 벌거숭이가 스스로 복길이에게 가는 장면도 감동이었어.

오래묵은 영험한 산삼은 자신이 쓰일 곳을 스스로 찾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지뭐야.

그래도 장군이가 맡은 칠보산에 벌거숭이의 씨를 심어 싹이 돋아났으니까 다행이었어.

 

우리나라가 이웃인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게 된건 꼬마산신령들과 터줏대감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같아.

우리집 뒤에도 조그만 산이 있는데 장군이나 달봉이가 있는 산보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분명 여기에도 꼬마산신령이

있을지 모르겠어. 이왕이면 장군이처럼 모범적인 꼬마산신령이면 좋겠는데 말야. 내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꿈에라도

한번 놀러와주면 고맙겠는데. 어이 꼬마 산신령님 우리집에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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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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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에서나 한 두개 있을법한 헬스클럽 사브(SAB)에는 특별한 회원들이 저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몸의 근력뿐 아니라 마음의 근력까지도.

 

 

키가 2m가 넘고 상남자처럼 보이는 곤다는 게이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라면 모르는 정보가 없을만큼 박식하지만 애교가 많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바 히바리는 곤다를 곤마마라고 부르는 헬스클럽 동지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마흔 중반에 들어선 게라는 입사동기들이 모두 승진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만년대리로 살아가는 무기력한

남자이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은 이제 그를 보면 등을 돌리고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우연히 신문사이에 끼어있던 광고지를 보고 찾아든 헬스클럽에서 그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꿈도 없는 하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대들었던 딸에게 절망하고 바 '히바리'로 찾아간 그에게 곤마마는

가족들끼리도 '근육통'이 필요하다고 위로한다. 그 상처가 나으면 예전보다 굵고 튼튼해지는 원리처럼.

프랑스로 유학가겠다는 딸이 못미더웠지만 발렌타인데이에 딸의 만찬을 먹으면서 이제 그의 품에서 놓아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만화가로 일하고 있는 미레는 스물 다섯의 나이이지만 연재하고 있는 만화의 인기로

제법 유명해지고 돈도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사브에서 만난 사람들의 근육을 보면서 소재거리를 찾던 미레는

히바리의 바텐더 카오리가 만들어준'있을 수 없는 일'이란 의미를지닌 '블루문'이란 칵테일을 맛보고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게 된다.

바벨을 옮기다 손가락을 부러진 미레는 연재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그동안 쉬지 못했던 자신을 위해

고향으로 향한다.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느냐 아니겠어? 어차피

일어난 일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어난 일을 기회로 삼을 수는 있어....."

곤마마의 이 말이 망설이던 미레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일어난 일뿐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미리 염려하는

소심쟁이들 아닌가. 일어난 일을 바꿀수는 없지만 기회로 삼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나역시도 용기가

생기는 것만 같다. 

 

치과의사인 사카이는 유쾌한 사내이다. 하지만 3년전 사랑하는 딸을 잃고 공허한 마음을 달랠길없어 유쾌한 말로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아이는 자신이 떠날 것임을 알고 엄마 아빠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숨겨두었는데 그렇게 찾은 메모가 100장이 넘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나오지 않자 아내와 사카이는 깊은 절망에 빠져

죽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점심시간 병원에 있는 대기실에서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그림책 뒷면에 씌워진 글을 읽고 사카이가 오열할때는

내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지금 대한민국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사카이처럼 인정해야만 한다.

 

 

더이상 아내와 교감하지 못하던 사카이는 곤마마의 바에서 드라이진과 라임주스가 섞인 칵테일 김렛과 '과묵하다'는 의미가

깃든 '솔티 도그'를 맛보고 비로소 슬픔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동안 떠나보내지 못했던 딸 하즈키를 떠나보내고 아내인 유카와

함께 '솔티 도그'를 마시기 위해 '히도리'로 향한다. 우리도 곤마마의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면 마음속에 고인 슬픔이 사라질 수

있을까.

 

 

예순 여덟의 광고대행사 사장인 스에쓰구는 이른 바 '유토리 세대'(1987~1996년 사이에 태어난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인

직원과의 세대차이때문에 고민중이었다. 이런 그에게 곤마마는 다른 사람을 바꾸려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아..내 딸은 1987년생이고 말썽장이 아들녀석은 1996년생이다. 이 두 녀석때문에 나역시 스에쓰구처럼 가슴앓이를 하고있다.

마치 나에게 해주는 말인 듯 곤마마의 말은 철없이 늙어가는 내게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만 같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내 자신이 변해야 한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멍하니 창밖을 보며 '미래는 줄고, 과거는 늘어간다'는 사실에 허무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스에쓰구의

절망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듯 하다. 이 작가는 아직 그 나이에 도달하지도 않았으면서 어찌 늙어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리 잘 알아내는 것인지..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헤퍼지고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슬픈 땐 울면 되고 불안할 때는 불안해하라는 곤마마의 이야기에

나역시도 위안이 된다.

이 책에 나온 주인공들이 마셨던 힐링 칵테일대신 나는 이 책이 내게 칵테일이 되어 서서히 몸이 잠기는 것만 같다.

팽팽했던 긴장들이 느슨해지고 그동안 숨겨두었던 슬픔들이 아우성을 치고 결국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장 밑바닥까지 나를 끌어내리던 감정들은 결국 수면위로 나를 끌어올려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끌려

내려갈 곳이 없어지면 올라갈 일만 남을 것이기에..

 

'무지개곶의 찻집'이나 '쓰가루 백년식당'같이 작가는 따뜻한 음식으로 우리를 위로해주는 사람이다.

마치 역 앞 허름한 골목 지하에 있는 스낵바 '히바리'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곤마마처럼.

가뜩이나 온국민이 슬픔에 잠긴 요즘 나는 힐링 칵테일이 될 이 책을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상처는 모두 이곳에 두고 가세요'라고 멀리 떠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무력하게 남은 우리들에게 등을 두드려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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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지음, 김진아 옮김 / 박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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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여기서 정상적인 사람이라 함은 적어도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을만큼의-이라고

생각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어느정도의 정신적인 문제는 모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멀쩡했던 사람이 어느순간 돌변하여 범죄를 저지르거나 뭔가에 중독되는 현상들을 보면 자신의 본모습을

감쪽같이 위장하고 있다가 불현듯 본연의 모습이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스물 여덟살의 직장여성인 밀라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가 더 이상 일을 할 힘도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

컴퓨터를 끄고 조용히 회사를 나온다. 자신의 머릿속에 '노 배터리' 표시등이 들어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밀라는 모든 끈을 놓아버리고 생명이 없는 인형처럼 모든 것을 멈추어 버렸다.

사람들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정신질환을 확진받았다.

 

 

 

밀라가 정신병원에 간 그 목요일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

거식증에 걸려 앙상해진 몸을 가진 여자들과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여자가 되고 싶어 방황하는 모습.

황폐해진 영혼과 누추해진 마음을 지닌 채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툥해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흔히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과 크게 구별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병원에

모인 사람들의 말처럼 그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아닌 행복과 불행사이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란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들이 단지 칼로리를 계산하는 대상으로 보이는 거식증 환자들의 내면에는 어떤 절박함이 숨어 있는 것일까.

정상적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여성으로 살고 싶어하는 남자의 본성은 유전적인 요인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조금씩 결핍을 경험한다. 경제적인 것이든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든.

그런 결핍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못견디는 사람과의 차이일 뿐, 사실 그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밀라역시 자신이 왜 이 병원에 와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가는 일이 싫어졌을 뿐인데

말이다. 낡은 옷과 신발을 신은 상담의사 헤닝스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닥터헤닝스와 상담을 할 수록 밀라는 자신의 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또다른 자신을 만나게 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결핍을 느꼈고 그 일이 마치 자신이 잘못인 것처럼 상처받았던 밀라는 '착한아이증후군'에 걸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싫은 일조차 받아들여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병원에 들어와 그런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 밀라는 자신의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의사를 밝힌다.

그러자 비로서 그녀에게 자유가 찾아온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다녔던 아주 괜찮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날에 월급을 받는 그런 반복된 일상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기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라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버거운 일상을 내려놓고서야 자유를

얻은 것이다.

 

이 책은 작가 에바 로만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누가봐도 결핍이 느껴지지 않는 일상속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 것은 바로 이런 그녀의 경험때문일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경계에 섰던 사람들은 정말로 미친 사람들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으로, 혹은 일상으로 각각 흩어진다.

밀라역시 자신을 버려두었던 부모와의 상담으로 숨어있던 상처와 대면하게 된다.

'미친 8주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다가 8주전 자신이 앉았던 그 자리에 자신과 비슷한, 혹은 그날 앉았던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다시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밀라는 웃으며 병원문을 나선다.

결국 어디서든 누군가 상처받고 다시 치유받고 그렇게 일상은 계속된다는 사실이..그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멀쩡하게 보이는 나 역시 상처받고 고통받았던 나의 내면과 맞닥뜨리는 일이 두렵다.

아니 사실 나도 결코 멀쩡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보이고 싶어 안깐힘을 쓰고 있을지도.

밀라의 8주간의 기록에서 자유롭지 않은 또다른 나와 마주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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