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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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기라 불리는 프랑스의 국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고 있다. 프랑스혁명당시 국민 총사령관 라파예트가 시민들에게 나누어준 모자의 표지 빚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를 떠올리면 평등과 박애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 프랑스에 갔을 때에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것에 놀랐었다.

특히 아프리카쪽 인종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사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국가의 노화로 젊은 세대들이 적어지고 있고 그 틈새를 다양한 인종들이 메우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하는데 그런 일들을 하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딱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기나긴 여정 끝에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순박한 청년 삼바 시세도.

말리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곳이다. 19세기 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면서 말리도 프랑스령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지금도 말리의 공용어는 프랑스어이다.

한 때는 프랑스령이기도 했으니 많은 자원들과 인력들이 프랑스를 위해 쓰여졌을 것이다.

프랑스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다가 1986년 프랑스 정부가 말리 이민자를 불법체류자로 국외 추방시킨후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뭐랄까...기껏 쓸만큼 쓰다가 내동댕이쳐진 꼴이 된 것이다.

이미 프랑스문화와 문명에 길들여졌던 말리 사람들은 당연히 프랑스를 동경했을 것이다.

책에는 말리의 현재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로 부터 독립후 오랜 군부의 독재로 피폐해지지않았을까. 조국이 건강하지 않으니 삼바같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등지고 탈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몇 차례의 실패를 겪고 천신만고끝에 프랑스에 도착한 삼바는 오래전 프랑스에 정착한 외삼촌 라무나의 지하방을 찾는다.

프랑스에 온지 25년이 된 라무나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식당 여주인의 배려로 남은 음식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삼바는 임시체류증을 얻어 10년이 넘게 일을 하게 된다. 프랑스는 체류 10년이 넘으면 정식체류증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삼바는 10년동안 프랑스에 머물렀다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벵센 유치소에 감금된다.

여권마저 빼앗긴 삼바는 불법체류자를 도와주는 시마드란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앨리를 만나게 된다.

앨리스의 도움으로 강제추방의 위기에서는 벗어나지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결국 추방될 신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불법체류자신세로 삼촌의 체류증을 가지고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하던 중 벵센 유치소에서 만난 조나스의 애인 그라스외즈를 찾아간다. 언젠가 유치소에서 나가면 그녀를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지만 삼바는 너무도 아름다운 그라스외즈를 사랑하게 된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조나스의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유치소에서 풀려나 정식 채류증을 받게된 조나스는 그라스외즈와 동거를 시작하고 삼바는 자신의 사랑을 접는다.

 

그 사이 삼바는 삼촌의 체류증으로 일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쫓기게 되고 일을 얻기 위해 공사장에 칩입해 다른 사람의 체류증을 훔치게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신부의 은식기를 훔친 장 발장을 떠올렸다.

삼바가 죽음을 무릅쓰고 프랑스에 온 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말리에 있는 엄마와 여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삼바는 프랑스에서 전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정식 체류증이 없어 제대로 품삯도 받지 못하는 일들을 전전하고 그렇게 얻은 돈들은 방세와 가족들에게 부치는 돈으로 다 없어진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도 삼바는 언젠가 정식 체류증이 나오면 당당한 프랑스인이 되리라 꿈꿨다.

하지만 그 꿈마저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오로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잡일과 굳은 살이 박힌 손뿐이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이주노동자들,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고발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온 이민자들은 사실 전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프랑스의 맨 하층에서 겨우 버티고 살아간다. 개중에 많은 사람들은 추방되거나 추방될 공포에 시달리면서 더러운 골목길 뒤에서 서성거린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에 유용하게 이용하면서 프랑스는 시침을 딱 떼고 이용가치가 없는 체류자들을 추방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프랑스의 일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삼바들이 숨을 죽인채 살아가고 있다.

가난한 조국에서 살 수 없어서, 혹은 내전을 피해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삼바들이 조국을 등지고 있는데 반갑게 그들을 맞아주는 국가는 거의 없다.

하긴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거두어 먹이느라 재정이 고갈될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의 현실도 무겁게 다가온다. 삼바처럼 프랑스에 10년 이상 체류한 이주자들은 구제해줘야하지 않을까.

 

 

파키스탄, 콩고, 터키, 방글라데시, 말리....참으로 안타까운 이주자들이 넘친다.

태어난 장소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 사람들. 인간다운 삶을 선물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저려온다.

비록 허리 한 가운데가 동강난 조국이지만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미 하지 않게 된 일들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그라스외즈는 조나스에게 삼바와의 하룻밤을 얘기한 모양이다. 조나스는 의도적으로 삼바에게 술을 먹자고 한 후 문제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도록 일을 꾸민다. 자신의 여자를 사랑했던 삼바에게 복수를 하려던 조바스는 오히려 죽음에 이르고 절망에 빠졌던 삼바는 조바스의 죽음으로 새 삶을 선물받는다.

의외의 반전이 놀라왔다. 누군가의 불행이 행복이 될 수 있다니...선한 삼바에게 이런 반전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삼바는 당당한 프랑스사람이 되어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삼바'라는 이름으로 살지는 못하겠지만.

 

영화로도 제작된 '웰컴, 삼바'! 영화에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진정한 인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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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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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이렇게 만나니 오히려 정겨운것 같다. 그동안 도쿄를 소개한 여행서들은 많았다.

골목골목 맛집에서부터 관광지, 심지어 여행팁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어 짧은 시간 도쿄를 둘러보는데

아무 문제 없는 여행서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 산보책...너무 앙증맞고 재미있다.

 

 

 

사진도 아니고 그림이 이토록 실감나고 따뜻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지 몰랐다.

이 정도의 그림실력이라면 프로의 솜씨이다. 잠깐 언급한 보자르 미술학교 출신인가 싶다.

2006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여 동안 머문 도쿄의 모습을 그림으로 되살려낸 그의 시각이 깊다.

그저 사진 몇장으로 찍어내는 풍경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비록 뭘 타고 움직여야 하고 맛집은 어디인지 여행의 팁은 적지만 오히려 마치 보물지도를 살피듯 숨겨놓은 그의 메시지를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노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돋보기는 필수이다. 아마 눈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의 메시지를 찾으려면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흐흐..내가 찾아낸 메시지는 자전거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흑역사였다.

일본인처럼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영어도 짧은 프랑스인을 어떻게 고문(?)했을지 짐작이 된다.

은근 친절한 듯 해도 외국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무시는 여전한 모양이다. 흠..나는 여전히 일본인에 대해 감정이 많다.

 

 

 

모국인 프랑스가 그리웠다며 투덜거리는 프랑스 청년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다. 근데 이 청년 은근 뒤끝있다.

책 곳곳에 그 날의 기억을 악착같이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책의 말미에는 '나를 붙잡았던 경찰 목록을 적기 시작함'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하긴 그런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그 사건도 오해로 불거진 것 같은데 말은 통하지 않지 영화처럼 범죄인 사진을 찍히면서 무척 곤란했을 것같다. 그럴 때 일본인의 상냥함은 어디로 갔던 것일까.

 

 

 

축제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해학적이고 정교하다. 입에 문 담배하며 쏟아지는 맥주까지..신고있는 게다의 발걸이 부분이 조금 미숙하게 느껴지지만 노인의 표정을 보라! 사실 서양인이 동양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서양인에 비해 평면적인 구조로 되어있는 동양인의 얼굴을...저렇게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대단한 미술가가 틀림없다.

 

 

 

 

푸하하 이 그림은 도쿄와는 상관없지만 나는 빵터지고 말았다. 리얼 그 자체였으니까.

 

 

 

 

아마 북한에서 이 그림을 본다면 프랑스 청년을 암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2006년 당시에는 김정일이 살아있었는데 아마 그가 보았다면 화를 내기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 그린 작품 아닌가? 누가봐도 김정일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배우 윤상현처럼 생긴 프랑스 청년 플로랑 샤부에는 하루에 900엔도 안쓰고 6개월을 버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흠..플로랑 우리나라에 오면 돈 좀 쓰셔야지.

물가 비싼 도쿄에서 잘 살아남았네요. 바퀴벌레에 무슨 도마뱀까지 득시글한 도쿄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말 주먹밥에 넣어 먹었나요? 설마...

정말 멋진 산책이었다. 언젠가 서울 산보라는 책도 나오지 않을까? 언제든지 환영해요. 플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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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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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소재의 단편 아홉편이 실려있는 소설이다.

일단 표지부터가 무척이나 이채롭다. 누가봐도 우주인인 듯한 생명체가 라면그릇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우리가 영원히 포기하지 못하는 라면이 드디어 우주로 진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표지 선정에 고심했다는 출판사에서는 김희선작가가 직접 그려준 그림을 참고로 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글쓰는 재능외에도 그림솜씨가 상당하다.

 

 

그냥 이걸로 표지를 해도 좋았을뻔했다는~~~

 

 

어떠세요. 김희선작가의 그림이 더 나아 보이지 않나요? 암튼 이제 외계인마저도 라면을 먹는 시대가 된 걸까요?

라면이 우주로 진출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라면의 황제'에서의 라면의 몰락은 끔직하다.

20세기 후반부터 라면유해론이 스멀스멀 등장하더니 결국 2천년의 어느 날 라면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내용이다. 분식집 주인이었던 김기수씨는 27년동안 매 세끼 라면만 끓여먹었다는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리려 했지만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고 결국 어느 날 죽음을 맞으면서 경쟁자인 박모노인에게 영광이 돌아간다.

글쎄 라면을 오랜세월 많이 먹어왔다는게 기네스북에 올려질 정도의 영광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우리나라가 배고팠던 어느 시대를 라면이 구원해왔음을 사실이다. 그 후 배가 고프지 않은 시절이 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라면이 악의 음식이라 규정지어지고 없어지다니...상상하기 싫다.

라면이 소멸된 이유도 너무 허접하다. 라면=가난이라는 공식이 거추장 스러웠나?

이 소설을 라면애호가들이나 라면회사가 본다면 기암을 한 일이다.

아마도 이 소설은 대중에게 깊숙이 들어와 사랑받았던 존재도 누군가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악의축으로 몰아 소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인의 정성이 한땀 한땀 깃들인 수제 페르시아산 양탄자에 얽힌 '페르시아 양탄사 흥망사'역시 달도 차면 기울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공식에 들어맞는다. 어찌 어찌 대한민국 서울의 청사에 깔려있던 이란 페르시아산 양탄자의 운명과 우리의 역사를 묘하게 교차시켜 인간의 탐욕과 유행의 역사를 자아내고 있다. 양탄자를 보면서 이런 글을 떠올릴 수 있다는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

 

아이큐215인 최두식의 일생을 그린 '교육의 탄생'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영재아였던 인물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그는 어린나이에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사에서 근무를 했다고 해야하나? 당시의 컴퓨터보다 산술 능력이 더 뛰어났다는 그의 말년은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최두식이 나사에서 만난 몰로디노프박사의 무의식요법의 정체는 무엇일까. 뒤편에 이어진 '어느 멋진 날'에서 식물인간 상태인 이스라엘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의 병실에서 그 정체가 조금 드러난다. 일종의 최면을 거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은데 무의식의 상태에서도 의식은 분명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동생이 죽어가는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샤론은 과거 팔레스타인 게릴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베이루트를 침공하여 수천명을 학살한 인물이다. 뇌출혈을 일으켜 식물인간에 이른 그에게 마치 주문을 걸듯 가장 아픈 기억속을 헤매게 하는 것이 복수는 아니었을까.

'레드썬'이라고 주문을 걸었던 인물이 와서 풀어주던가 영원히 의식을 동결시키는 죽음밖에는 벗어날 방법이 없단다.

 

우주전쟁을 연상시키는 '지상 최대의 쇼'와'경이로운 도시'에 등장하는 W시에 등장한 우주선은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져버린다. 상공에 떠있는 거대한 우주선에서 내려온 외계인은 인간의 형상을 담은 녹색식물(원주사람들은 우주인을 식용하기 위해 이렇게 구분짓는다)로 규정하고 부위별로 판매된다. 엑!!

영화처럼 이상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납치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고 지구인, 하필 W시의 주민들이 외계인을 식용으로 하다니..기상천외의 발상이다. 저 멀리 우주 어디에선가 그걸 지켜보던 우주인들이 떼로 몰려와 지구를 폭파하는....것이 아니고 농장에서 사육되는 우주인들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평화를 위한 쟁기운동가들의 왕'들은 반전운동을 위해 무기가 있는 제철소를 칩입하고 쟁기로 미사일을 부수려고 한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시의 이 퍼포먼스는 경찰에 체포되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던 '월드 인사이드 미러'의 기자 톰 존스는 한국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받고 한국의 W시로 향한다.

한 남자가 쟁기를 들고 탱크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의 사진. 김홍석이라는 남자는 이미 유서를 남긴채 자살을 한 상태였다.

마치 천안문 광장에서 탱크를 향해 마주섰던 중국남자처럼 전 세계의 시전을 집중할 것이란 기대로 취재에 나섰던 톰은 동북아시아의 한 도시에서 고결한 남자의 투쟁을 극적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뒤에는 어이없는 진실이 숨어있다. 블랙코미디같기도 한 진실을 또 하나의 권력이랄 수 있는 언론에게 어떻게 이용되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우리는 이런 언론놀이에 수없이 놀아났을 것이다. 여전히 진실조차 모른 채 말이다.

 

한 편 한 편 예상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로 놀라움을 주는 소설들이다.

전세계적인 역사와 사건의 일지를 탐독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박식한 글들이다.

실제 언젠가 우주선이 우리 머리 꼭대기위에 나타날지도 모르고 그토록 좋아하는 라면이 멸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알래스카의 모종의 사건이 인도네시아의 쓰나미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는 멍청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보이는 것도 보지 않는 방관자일지도 모른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놓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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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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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의 뜻을 해석하면 '방'은 테두리, 경계선, 고정관념같은 닫힌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외지사'는 '방'을 벗어난 열린공간 혹은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같다.

안락하고-물론 이 개념은 도시의 문명이 주는 혜택을 말한다-, 보장된 생활을 마다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놓은 열전이라 하겠다.

 

 

하긴 자신마저도 '방'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 '방외지사'이다 보니 유유상종이라 유독 그런 사람들과의 친분이 남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방방곡곡 숨어있는 지사들을 이렇게도 잘 찾아다녔는지 그의 역마살이 대단하다.

'한 세상 먹고 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타이틀을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사는 인생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먹고 살려니..할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서 살아가야 하고 결국 굳어져 원하는 삶과는 영판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자가 만난 '방외지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집안도 좋고 대학물까지 먹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시골의 고택으로 찾아들어가 칩거를 하고 잘 나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고를 가진 사람임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의 여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까지도 '최고의 교육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일갈하는 배짱은 우리같은 범인들은 감히 흉내내기도 힘든 결정이 아니겠는가.

 

 

유독 인간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저자라 그런지 그가 만난 '방외지사'중에는 사주를 풀이하고 운명을 예견하는 명리학의 대가들이 많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왜 없을까. 그러다보면 늘 궁금한 것이 과연 사람은 타고난 사주팔자대로 살게 되어있는가 하는 운명론에 부딪히게 된다. 대가들은 하나같이 100%는 아닐지언정 90%이상은 사주대로 살아간다고 답한다.

흔히 사주는 통계라고 해서 어디나 비슷한 해답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나는 풀이법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그들이 그런 해답을 들고 나오기까지는 엄청난 공부와 노력이 뒤따랐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고위 공무원의 길을 걷다가 명리학자가 된 김영철씨는 제2의 인생을 아주 감사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조금이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그의 삶이 참으로 부럽다. 글쎄 그 길 조차도 그가 선택한 것일까? 선택을 당한 것일까?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분류가 아닐 수 없다. 학습기와 가주기를 지나 이제 임서기에 들어선 나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마지막 유랑기를 대비하여야 한다.

과연 깨달음을 얻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그리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소개된 많은 '방외지사'중 유일하게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 분은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으로 등극한 곽종인씨이고 한 분은 제주도의 여산신인 대각심이다. 백 살을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사람의 인생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매서운 분이란다. 혹시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 저자에게 자신은 1000명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고 태어났으니 아직 구해야 할 사명이 남아있다고 답한다. 더 늦기전에 제주 한라산 절물자연휴양림안에 있다는 여산신에게 가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던지는 일갈중에 남은 생의 답을 얻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로.

 

 

유독 뒤숭숭한 사건들이 많았던 한 해를 지나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화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 강박증같은 병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병들의 근원에는 심장이 있다고 하니 심장의 화를 다스릴 자연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방외지사'역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책을 많이 읽어야하며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글쎄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천하를 주유하는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사는 그런 삶에 행복할 수 있는 영혼이어야 하는데 나는 영 자신이 없다.

이미 이런 '방외지사'들을 만나 한 수 얻어보겠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살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음과 양의 이치로 돌아가듯이 우리들도 모두 '방외지사'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와 같이 '방내지사'가 있다면 저들처럼 '방외지사'가 있어 서로 맞물려 살아가는 것이 또한 세상사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어수선한 속세를 떠나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을 일구어내는 것이 못내 부럽지만 뱁새인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척하면 압니다'할 것같은 저자가 만난 기인들을 보니 세상 참 맑은 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어리석고 탐욕 가득한 세상에 그들이 등불처럼 세상을 밝혀주기를 바랄 뿐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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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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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리사와 아키오였다. 그의 작품은 미리 감동을 예감하게 된다. 그런 기대는 한번도

져버린 적이 없는 고향과 가족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이다.

 

 

 

잘나가는 거대 레코드 회사를 박차고 나와 1인 레코드회사를 세워 홀로 동분서주하는 사쿠라 스미레!

철학자 흉내를 잘 내는 그녀의 아버지는 사쿠라(벚꽃)이라는 성도 특이하지만 스미레(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지어줄만큼 독창적인 분이시다.  

너무나 바빠 애인인 료와 데이트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가 겨우 시간을 내어 료타를 만나러 가던 중

수면부족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져 잠들었다 깨어나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로 그를 만난다.

데이트를 하는 중에도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온통 그녀의 회사에 유일하게 소속된 DEEP SEA의 콘서트

생각뿐이다. 결국 그녀는 료타의 이야기를 놓치게 되고 이 일은 커다란 아픔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다니던 회사의 PD의 농간으로 DEEP SEA는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되고 절망에 빠진 그녀는 삼총사 친구인

미사키와 링코의 권유로 고향으로 내려가 마음을 달랜다. 무뚝뚝해보이는 아버지와 낚시를 하고 수다꾼인 엄마를 통해 자신의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으면서 다시 희망을 품는다.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로 돌아온다는 거야....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늘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지. 그러면 결국 너도 행복해질테니까..: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의 깊은 뜻이 그녀를 다시 희망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역시 사주쟁이 링코의 조언대로 고향에서 힘을 얻은 스미레에게 예전에 잘나가던 보컬이었지만 지금은

인디밴드로 겨우 가수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하루토에게 스미레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다시 힘을 내어 하루토를 메이저가수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미레.

하지만 애인인 료는 엉망진창인 데이트를 마지막으로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고 '바이바이'라는 메시지로

이별을 고하고 만다. 역시 일만 생각하는 여자와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던 것일까.

 

 

 

철부지 시절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 딸 밋치를 낳은 하루토는 노래부르는 것이 가장 멋있다는 딸에게 멋진아빠가 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역시 비슷한 아픔이 있는 친구 음향엔지니어 도시짱도 밋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드디어 하루토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 밋치와 도시짱은 하루토와 스미레를 위해 콘서트에도 오지 못한 채

네잎클로버를 찾아 늦게 나타나고 밋치의 선물은 하루토와 스미레, 그리고 관객들을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이 장면에서는 나역시 코끝이 찡해졌다. 진심어린 사랑은 역시 감동을 불러오는 법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에 하루토는 재기에 성공한다.

 

떠나버린 료때문에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비어있던 스미레에게 료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이별뒤에 숨어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모리사와의 작품에는 비극이 없다. 그리고 늘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엉뚱발랄한 스미레를 통해 절망에서 헤쳐나오는 법을 보여주고 그녀의 친구들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사랑이

얼마나 큰 구원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늘 그렇듯 고향과 부모님의 사랑역시.

아마도 모리사와는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같다.

료에게 배운 로우킥을 이용하여 DEEP SEA 그룹을 빼간 간부에게 발차기로 녹다운을 시키는 장면은 통쾌하기만 하다. 스미레 화이팅!

역자후기에 주인공 스미레의 모델이 실제 존재한다니 놀랍기만 하다. 만화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삶을 사는 레코드 회사의 여사장이란다. 그녀 곁에 있으면 절대 울일은 없을 것만 같다. 스마일 스미레! 스마일 모리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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