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죽음 -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는 품격이 있는 죽음을 위하여!
나가오 카즈히로 지음, 유은정 옮김 / 한문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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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먹고 살만해져서일까. 삶과 나란한 죽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지만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죽음'들이 난무했던 봄이었다.
삶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죽음은 간혹 선택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쳐올지 짐작하지 못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기치 않는 죽음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멀리 도시에서 낚시를 왔다가 실종되거나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섬사람이 바닷속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숨지는 등
죽음은 예기치 않게 다가오곤 한다.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고귀한 죽음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같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재택사가 이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이뤄지는 곳은 병원이나
요양시설같은 곳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예전에 80:20 이었던 재택사와 병원사가 20:80로 역전되었다는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는 죽음이란 무엇일까.
고등학교 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자살을 겪으며 인간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의대에 진학했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종말기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존엄하고 의미있게 마지막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재택의료인의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죽음들을 보면서 어떤 죽음이 존엄하고 평화로운 것인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역시 고령화사회로 진행되면서 구십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딱 3일만 앓다 떠나고 싶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마음먹은데로 된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도 평소 강제적인 연명치료는 절대 받지 않겠다고 단언했던 노인들이 막상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 실려가 의미없는 연장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 건강하거나 의식이 명료할 때는 당연히 구차스런 생명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정작 자신의 생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되면 남은 가족들은 쉽게 생명연장치료를 포기할 수 없게 되버린다.
후에 혹시라도 자책을 할 수도 있고 다른 가족들에게 원망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세상을 떠난 막내동생의 경우가 그랬다.
무슨이유에선지 걸음걷기가 불편해지고 약간의 당뇨증세가 있던 동생은 병원을 들어설 당시는 의식이 있고 스스로 걸어다닐 정도로 병이 심각한 경우는 아니었다. 수술도 잘 끝나고 퇴원을 해도 좋을 만큼 병이 호전되어 가던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증세가 생겼다.
호흡만 가쁠 뿐 의식은 명료했던 동생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호흡기를 꽂게 되었다.
의료지식은 없었지만 불길한 예감을 가진 나는 제부에게 아직 의식이 있을 때 호흡기를 뽑고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었다.
왠지 동생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란 예감은 결국 나중에 사실이 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열흘 정도 후에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제부와 가족들은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좋아져서 나올텐데 왜 잠깐이라도 호흡기를 떼라고 하냐고
나를 원망했었다. 결국 동생은 죽음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하고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만약 나였다면 의식이 남아 있었을 때 잠시라도 호흡기를 떼고서라도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일단 연명치료에 들어가면 가족도 의사도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다만 동생의 심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것이 전부였다.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마지막 남은 시간을 존엄하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을까.
동생이 죽고 나는 혹시라도 내가 의식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연명치료는 절대하지말라는 서약서를 쓰자고 결심했다.
존엄한 평온사는 내 선택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머니가 이런 상황이 된다면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죽음은 내가 선택하고 싶다.

"매일 어떤 팬티를 입고 집을 나섭니까?" 다소 엉뚱한 질문에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지저분한 속옷바람으로 많은 사람들앞에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매일 오늘 나에게 죽음이 닥칠지 모른다는 각오로 깔끔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퍽 멋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오늘, 혹은 내일 죽음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친절하게 올려져 있는 '사전의료의향서'를 보고 자신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 될지 곰곰 생각해보자.
남은 가족들에게 폐가 되고 구차하고 의미없는 연장치료를 선택할 것인지 존엄사, 평온사를 선택할 것인지 아직 건강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반드시 짚고 가야할 또다른 삶의 모습이란걸 인식하자.
종합병원에서 대접받는 의사로 살기보다는 인간의 마지막 길을 존엄하게 인도해주기로 결심한 저자의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든다.
과연 우리 곁에 이런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
오늘 세월호사건에 주범인 유병언이 비참하게 시골 매실밭에서 뼈가 앙상히 드러난 채 죽어간 모습을 보니 고귀한 '죽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다시 생각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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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감정공부 - 감정 때문에 일이 힘든 당신에게
함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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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人'자를 보면 서로 기대어 선 모습이 연상된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할지라도 절대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피를 나눈 형제나 부모 자식간에도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하물며 남끼리야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공존하는 존재들이다.
이왕이면 사이좋게 기분좋게 지내면 좋겠지만 이해보다는 갈등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회이다.
처음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았을 때 생각났던 것은 직장생활 4년차인 딸아이였다.
선머슴아처럼 괄괄한 성격인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욱하는 기질이 있어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직장내 갈등이나
적응문제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었다.
나역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으로 사회생활을 구조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딸아이가 느끼는 고통은 절대적으로
당사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지켜보는 일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혹시라도 이런 딸아이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선택한 책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들과 코칭을 알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흔히 남의 돈 벌어 먹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툴툴거리는 사회인들에게 얘기하지만 막상 자신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꽤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직장이, 상사가, 동료가, 후배가 혹은 고객이 문제라고 '남의 탓'을 하는 것이다.
내가 수십년 전 사회생활을 할 때 견뎠던 어려운 점을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대입할 수는 없다.
모두 귀하게 자란 자식들이고 참을성마저 부족한 세대에게 '참아라, 참아라'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 할수록 다양한 직업군이 많이 나타나지만 국내 최초의 감정코치 전문가라는 저자의 직업이 우선 낯설고 흥미롭다.
과연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우리 나라의 기업을 상대로 코칭을 해주는게 주요 업무라는데 예전에는 없던 이런 직업이 나타나야 할 만큼 우리사회는 복잡 다양한 
감정군들이 부디끼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게다.




요즘 젊은이들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말도 되지 않는 불합리한 사고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상사의 책망에도 항변 한번 제대로 못하고 당해야했던 우리로서는 자기 할 말 딱딱하고 퇴근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요즘 후배들이 전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같은 말이라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예민한 요즘 사람들을 승복시킬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말대응에 경험이 부족한 부하직원들에는 '자네 겨우 이정도인가'하는 책망보다는 '자네의 이런 대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도로 우회하는 답변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나역시 콜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정이 격앙된 상황에서 "고객님 배달이 밀려서 도착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렸잖아요'같은 대답이 돌아오면 가뜩이나 화가 난 상태에서 머리꼭지가 확 돌아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많았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면 일단 진정이 된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우리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귀하게 키운 내 자식이 고객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거나 억울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속이 터질 노릇이지만 억울하다고 대들고
뛰쳐나온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장간의 칼이 뜨거운 불에 달구어지고 망치로 벼려져야 강해지듯이 단련이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인이 되는 정석인 셈이다.

승진에 뒤쳐진 입사동기끼리의 소통방법이나 왕따 상사에게 인정받는 법같은 사회생활의 묘수가 예시를 들어가며 풀어놓고 있다.
어쨋거나 월급이 적어도 출퇴근이 힘들어도 감정 때문에 지치는 일이 더 힘든 법이다.
무조건 상사에게 아부를 하라거나 불합리한 명령에 승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개선할 건 개선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소모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책을 무척이나 아끼는 독자로서 이렇게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도 아깝지 않는 속시원한 해결책이다.
내가 느낀 사회생활 극복의 묘수를 딸아이도 느껴 더 이상 힘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강력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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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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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 장마는 비대신 폭염이 들어앉은 가문장마였다. 홍수끝은 없어도 가문 끝은 있다고 하지만 타들어가는 농부의 마음이 안타까운
그런 여름이다. 그래서일까 8월호 표지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봄부터 깊었던 시름이 천진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잠시 잊혀지는 것같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개그맨 이홍렬이다.



'없으면 말구'하면서 산장 할머니를 연기하던 그를 요즘 tv에서 많이 못만나 서운했는데 기부모금활동을 하느라 바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열 가지 버킷리스트 목록중 하나였던 국토종단이 모금운동의 시작이었다고 하는데 예순까지는 절대 주례를 서지 않겠다는 결심을
깨고 결혼 한건 주례 설 때 마다 아프리카 어린이를 한 명 후원하는 이홍렬다운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단다.
또 다른 탄생인 결혼의 기쁨과 후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한 100쌍쯤 합동결혼식하는 곳은 없나 행복한 상상에 빠진 그가 부럽다.
자신의 재능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 기부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그는 분명 키작은 '키다리 아저씨'가 분명하다.
나도 이참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다보니 시원한 동해안 여행이 간절해진다. 이왕이면 바다와 계곡 동굴이 어우러진 동해안을 자동차가 아닌
기차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일단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막히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기회가 될 것같다.



동해역 근처에 있다는 8천원 무한리필 회냉면 '능라도'는 기어이 가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십자말풀이 흠...풀어보니 문제가 두어개쯤 어렵다. '가까운 길'이면 '단도'인가? 그런데 나온 답은 엉뚱하다.
검색을 해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호 정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도 이번달 미션 '수'자가 몇 번 나오는지는 알아냈다.



이혼한 후 홀로 아들을 키우던중 암에 걸려 투병중인 어머니가 아들과의 갈등때문에 고민이라는 편지가 소개된 '참살이 마음공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타협해보라'는 뻔한 답변대신,



'오늘부터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정을 끊으라'는 법륜스님의 단호한 대답에 속이 다 시원하다.
엄마는 항상 주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넘어서 우선은 암 투병에 전념하고 미워했던 남편을 위해 기도하라고 조언해주신다.
남편을 미워했던 마음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어 엄마에 대한 미움과 저항감이 씨앗이었으니 인연의 고리를 끊으라는 말을 과연
엄마가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불행을 아이에게 되물림해주지 않으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보인다.
부처처럼 웃고 계시는 법륜스님의 따끔한 일침이 마냥 자애롭기만을 강요하는 종교의 무거움에서 벗어난 현답인 듯해서 멋지게 보인다.

이 달의 특집은 '구석구석 동네 명소'이다.
그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흔하디 흔한 동네의 우물터나 당산나무, 그리고 좁은 골목길 같은 그런 곳들이 누구에겐가는 '명소'로 기억된다. 나에게 그런 곳은 어디인지 한 번쯤 기억을 끄집어 내보는 시간도 즐거울 것 같다.
작지만 큰 개그맨 이홍렬처럼 '키다리 아저씨'같은 샘터가 있어 삶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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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TV 닥치고 진실
정규재 지음 / 베가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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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신문구독을 끊고 웬만한 뉴스는 TV나 인터넷을 보는 것으로 대충대충 세상을 보게 되었다.
아침부터 신문의 모든 면을 꼼꼼히 훑어보던 열정이 사라진 것은 '진짜'를 구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신문들조차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로 나뉘었다는 것을 간파하고 나서는 누구의 주장이 진짜인지 활자화된
기사들조차 진위를 가려내는 일이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슬그머니 촉수가 무뎌지고 게을러진 것도 이유가 아니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쨋든 
슬쩍 발을 빼고 멀리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한 척 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은 이런 팩트가 존재했구나 싶어 그동안 무심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넘치는 언론과 SNS의 범람으로 비밀이 존재하기 힘든 세상이겠구나 싶었는데 여전히 어떤 것들은 왜곡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그 왜곡을 진실처럼 떠들고 있거나 자신의 무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대중을 선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정욱교수와의 대담에서 정의되었던 386세대의 전형인 나로서는 진보쪽보다는 보수쪽에 선 사람이다. 독재의 몰락을 지켜보며
환호했지만 독재자의 업적에 대해서는 폄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정권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100%동감한다. 어쨋든 박정희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밥만 먹고 어찌 사냐'를 외치며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밥'이라도 배불리 먹게 해준 사람이라는 진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민족의 비극이라고 일컫는 6.25가 재앙으로 위장된 축복이라는 조갑제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한편으로는 꽤 위험한
발언이겠다는 우려와 함께 실제로 독립운동을 경험한 수많은 국가가 공산화되었지만 6.25의 참상으로 공산주의의 실체를 경험한
국민들에게 선택되지 못하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사실 우리가 공산주의국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명제였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많은 멘토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들이 환영을 받았었다.

어쨋든 쓴소리보다는 달콤한 소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이다. 가뜩이나 의존적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들에게 망치로
두들겨 단단해지는 칼을 만들어주는 일이 옳은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일이 옳은지는 정의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질풍의 시간을 견디고 여기까지 온 내 세대에서 보면 반드시 당근이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만큼이나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덩치만 커진 아이들이 잘 이끌고 나갈만큼 잘 벼려졌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엊그제 끝난 월드컵축구를 보면서 든 생각은 가끔은 오심때문에 뭇매를 버는 심판들을 모아서 경기를 하게 한다면 정말 원칙대로
정확한 경기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이나 비리를 잡아내는 감사들이
막상 자신들이 필드로 나간다면 스스로에게 그린카드를 내밀 수 있겠냐는 다소 우스꽝스런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존재했었는지도 모를 AGC(그레인 컴퍼니)라는 회사의 몰락을 보면서 저자가 짚어낸 '공무원은 법과 윤리적 행동을 따라
규칙을 만드는 자이지,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무릎을 친다.
그동안 우리는 공기업의 나태함과 방만한 운영을 수없이 목격해왔었다. 굳이 앞치마를 두르고 시장판에 나가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아니 심지어 그 장사꾼들이 뭔가 제대로 하는지 세금은 꼬박꼬박 잘 내는지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무슨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심판이 경기를 잘 해내는 것은 거의 본적이 없고, 다만 심판의 위치나 제대로 잘 지켰으면 좋겠다.

철도파업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답답함을 속시원하게 풀어놓은 것이나 독일통일의 문제점을 과도하게 부풀림으로써 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양상하는 문제며, 엉터리 통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 속시원한 얘기가 끝이 없다.
정규재TV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로서는 아주 괜찮은 멘토하나를 제대로 얻은 셈이다.
봐도 보이지 않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맹과니같은 사람들에게 '닥치고 진실'을 좀 알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  모난 돌이 정을 맞을지언정 할 말은 해야겠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그의 목소리에 앞으로 귀를 바짝 들이대야 할 것같다.
적어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 어려운 듯한 경제용어가 힘들긴 했지만 참으로 속시원하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화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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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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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아닌 것이 아이도 아닌 것이 마치 털뽑힌 중닭처럼 어중간한 시간에 서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범은 오토바이절도사건에 휘말려 퇴학이냐 전학이냐 갈림길에서 전학을 택했고 인천의 형설중으로 또 전학을 한다. 
전학을 밥먹듯하는 도범에게 이런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전학생을 보는 차가운 시선이 싫다.
어떤 녀석인지 간보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기마련인지라 툭툭 건드리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형설중 사서교사로 부임한 수인은 100년이 넘은 도서관건물앞에서 기가 질리고 만다.
숲속에 둘러쌓인 괴괴한 목조건물에 우중충한 기운이 서린 도서관은 한낮에도 들어가기 싫을만큼 어둡고 싸늘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학교답게 장서가 많긴 했지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들도 오기 싫을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싫다.

수인의 독서회에 모인 아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배당된 아이들이 거의 다 였다.
오로지 책을 좋아한다는 이담이와 혹시나 음침한 도서실에서 개기면 좋을 것같아 지원한 도범이와 새를 닮은 세호, 덩치가 산만하고
늘 책가방에 해머를 들고 다니는 해명이가 그나마 자발적으로 지원한 아이들이다.
억지로 끌려온 아이들은 수인에게 대놓고 괜히 왔다고 투덜거리고 말대답으로 질리게 만든다.
하긴 요즘 아이들은 거의 이런 지경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전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애정을 가지고 독서지도를 할 수 있을까.

수인은 오래사귄 남자친구 율이 결혼얘기를 꺼내기는 커녕 잘다니는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유학을 떠나겠다고 하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에 빠진다. 도대체 야망을 위해 멈출줄을 모르는 남자를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수인이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율은 벌써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인곁을 떠나고 만다.
어린시절 아빠를 잃고 홀어머니밑에서 혹시나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불안한 유년을 보냈던 수인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불안이 유년에서 비롯되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같은 상처를 지닌 도범이와의 대화를 통해 인식하게 된다.

도발적인 아이들에게 햇살이 드는 따뜻한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수인은 교장에게 교무실을 도서관으로 꾸미고 싶다고
건의를 하게되고 동료교사들은 수인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다만 엉뚱발랄하고 도무지 어떤 것에도 주눅들지 않는 괴상한
미술선생 양희순만 예외이다.




공항에서 미처 전화할틈도 없이 갑자기 출국하게 되었다는 문자만 보내고 떠나간 율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사춘기의 아이들.
수인은 외로움과 괴로움때문에 절망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있는 엄마가 그리워 고향집으로 향한다.
"학교를 그만 둘까봐" 말하는 수인에게 엄마는 말한다.
"그애들이 을매나 가렵겄냐. 너한테 투정 부리는 겨, 가렵다고 크느라고 라려워 죽겄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안 알아주고 가려워서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몸부림치는 놈들한티, 대체 왜 그러냐고 면막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겄냐." -216p
눈물이 왈칵 솟는 것만 같다. 그래 뼈도 자라고 날개도 자라고 깃털도 자라야 하니까 만날 가려운 거 였구나.
미치도록 가려운데 긁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면서도 나는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마당에서 이리저리 ?i겨다니는 털빠진 중닭마냥 그렇게 외로웠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수인은 다시 아이들을 껴안는다. 어디에서도 긁어주는 사람없는 아이들의 가려움을 자신만이라도 알아줘야겠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심코 흘린 말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들은 비로소 상대를
존재로서 인정한다.'라는 소신으로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낡은 책을 거래하는 책방주인에게 온 만남의 메시지를 달력에 표시하면서 수인은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본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주 오래전 책으로 인해 이 자리까지 왔다고 고백한 교장선생이 수인의 꿈을 이루어 줄 것이란
믿음도 함께. 

전작인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처럼 작가는 어정쩡한 시간에 갇힌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결코 놓지 않음을 보여준다.
밝고 따듯한 도서관을 선물하고픈 수인은 작가 자신의 모습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싶다는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있는 이 책이 감사한 마음으로 다가온다.
한 때 '미치도록 가려운'시간을 지나던 아들녀석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한 에미가 너무 부끄러웠다.
결국 그 시간이 지나면 멋진 장닭이 되어 마당 한 가운데를 휘젓고 다닐 것임을 왜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지 회한이 밀려온다.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그리고 이제는 가렵다 못해 딱지가 않은 내 아이의 상처를 알게 해준 이 책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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