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사회생활은 고달픈 법이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가 많을만큼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조차 부러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이고 보니 '출근'이니 '퇴근'이니 하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지는 젊은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몇 년전만 해도 좋은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스펙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고 한다. 좀더 개성있고 조직생활에 적응이 빠른 인재들을 뽑는다고 하고

'최선을 다하는'사람이 아닌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 김용전은 KBS1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로 시작)에서 최장수 인기 코너 ‘직장인 성공학’을 맡고 있으며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6년간 직장인들의 다양한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으며, 구체적이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방송에서 다룬 400여건의 사례와 회사와 단체를 위한 강의에서 수집한 질문을 토대로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40가지를 추출했다.

하지만 이 책은 직장내에서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문제 자체를 진단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백 년 가게뿐만 아니라 천 년 가게도 존재하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초밥집의 체인점이 없다고 한다. 혹시라도 질이 안 좋은 음식이 나올 수도 있고 이 가게가 안되면 저 가게에서 벌어 메우면 되겠지 하는 안이함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두 개의 화살을 지니지 말라'라는 말로서 이와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인맥을 중요시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와 인맥이 닿는 인물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나와 출신이 다른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등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어떤 '틀'에 사로잡혀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도 속박되어지는 것이다. 멀리보고 다양한 소통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말이다.

 

 

오래전 전쟁으로 지친 보트피플등을 바다에서 구한 전재용선장의 일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혹시라도 국제적인 분쟁이 벌어질까 당국과 본사에서는 모른척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전선장을 도저히 96명의 생명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보트피플중 우두머리였던 베트남인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성공한 후 전선장을 수소문해서 찾아 17년만에 재회하기에 이른다.

전선장은 바다의 난민을 구조하게 되면 자신의 경력과 미래에 치명상을 입을 것임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한 그의 용기는 존경이상의 존엄함이 느껴진다.

결국 그 일이 전선장 개인에게는 타격을 주었지만 멀리 미국 한인사회에서 베트남인들과의 우정으로 싹이 텄으니 그의 결정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경우라면...쉽게 승선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들어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든든한 멘토를 얻은 느낌이다.

단순히 직장생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관한 저자의 조언이 요즘처럼 힘든 시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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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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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전통적인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라기 보다는 심리물에 더 가깝다고 얘기하고 싶다.

소설가를 꿈꾸는 무명작가 기스기 교코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써왔지만 아직 어디에서고 그녀의 존재를 알리지 못한다.

몇 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려 하지만 산더미같은 원고뭉치에서 자신의 작품이 읽혀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고향인 고베에서 올라온 교코는 유명 출판사를 전전하면서 자신의 원고를 읽어봐달라고 사정한다.

오래전 신문예사의 부편집장으로 있던 미무라는 묘한 분위기를 지닌 기스기 교코의 재능을 알아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그녀의 작품을 다듬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교코는 일단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을 다시 수정하는 일같은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미무라에게 고베의 한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의사 히로세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다카오카 마키라는 여성을 알고있냐고 묻고는 자신의 환자인 그녀가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녹색원숭이'라는

작품을 보여주면서 미무라편집장의 이름을 대더라고 했다. 미무라는 '녹색원숭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큰 충격을 받는다.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교코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녹색원숭이'라는 원고를 들고 나타난 마키는 묘하게도 쿄코의 버릇을 그대로 재현했다.

마치 쿄코의 영혼이 빙의된듯이.

 

주간지 기자인 미치코는 3년전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연쇄유괴범의 소행처럼 보였던 사건중 4번째 아이만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그 사건속에서 의문의 여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무명작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유괴사건과는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

 

 

사건의 중심이 된 소설가 지망생인 쿄코는 '신의 손'이라고 부를만큼 엄청난 속도로 글을 써내려 간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떠다니는 말들을 잡는 것이라고. 그리고 소설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고 있다고. 그 괴물을 키우면서 작가가 되고, 그 괴물에 잡아먹힐 때 자살한다...라고요.' -본문중에서

 

작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떠올랐다. 마치 무병처럼 도저히 글을 꺼내놓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던 그 작가처럼 쿄코는 미친듯 글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원석을 다듬어 세상밖에 보석을 내놓고 싶어했던 미무라 편집장은 그녀의 광기를 이해했지만 도저히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를 사랑했던 옛애인이었던 남자는 그녀가 미무라에게 살해되어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미무라에게 의식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여러군데에 덫을 놓고서.

 

 

마치 이 소설의 저자 자신의 본능을 이야기하듯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삶을 부정하기 위해 문학이

태어났다고 외치는 것만 같은 작품이다.

사라진 쿄코의 진실은 이미 그녀 자신의 작품속에 해답이 들어있었다.

하긴 어느 정도 광기를 지닌 자여야만 빛나는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쿄코와 유괴된 아이를 쫓는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결국 한 점에 도달하게 된다.

광기여도 좋으니 이런 재능을 타고 날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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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1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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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틀'이라는 뜻으로 여러의미가 있으나 언론보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한다.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인 토드 기틀린은 프레임 개념을 원용하여 매스미디어의 보도가 '프레임'에 갇혀있으며 바로 이러한

'프레임'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는 책의 모두에서 소설은 소설로서만 읽어줄 것을 당부했지만 몇 년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과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님이 지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후 호화병실에서 생활한다는 보도가 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판사 김민기의 장모 윤영자는 그의 이종사촌 동생인 명문대 여대생 오미해와의 사이를 의심하여 조카인

윤기덕을 시켜 불륜의 현장을 잡기 위한 미행을 사주한다.

마침 생활이 곤궁했던 윤기덕은 고모인 윤영자에게 거액의 돈을 받을 목적으로 이를 수락하고 친구인 김용득과 모의하여 오미해의

뒤를 미행하던 중 오미해를 살해하고 만다.

심한 정신적망상증으로 보일만큼 사위의 불륜을 확신했던 윤영자는 불륜의 증거가 나오지 않자 조카인 윤기덕에게 돈을 되돌려

달라며 닥달했고 이미 써버린 돈을 되돌려 줄 가망이 없었던 윤기덕과 김용득은 쫓기는 심정이 되어 오미해를 납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실제로 이종남매인 김민기와 오미해는 불륜의 사실이 없었으므로 증거를 잡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받아 써버린 범인들은 오미해를 납치하여 자백을 받아낼 목적으로 납치를 했으나 오미해의 심한 반항에 몸싸움을

벌이던 중 공기총의 오발로 인해 오미해가 사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범인들은 야산에 시신을 묻은 후 해외로 도피하기에 이르렀고

얼마 후 발견된 시신을 두고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윤영자가 배후에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중국과 베트남을 전전했던 범인들은 결국 잡혀 국내로 압송되고 수사를 받게 된다. 윤영자는 이미 검거되었고 과연 이 살인이 우발적인

것인지와 윤영자가 미행은 지시했지만 살인까지 교사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윤기덕과 김용득은 혹시라도 종범이되면 감형이 될까 싶어 윤영자가 살해를 지시했다고 자백하지만 오히려 죄질이 더 나쁘다는 이유로

윤영자와 더불어 무기징역형을 언도받는다.

자식을 잃은 오미해의 아버지 오달수는 사형을 기대했지만 무기형을 받자 실망하고 아내는 손목을 그어 자실을 시도하는등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범인들이 같은 세상에서 버젓이 살아가는 것이 억울하지만 감형을 목적으로 위증을 한

범인들로 하여 천하의 몹쓸 여인이 되어버린 윤영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이 독자에게 던지는 문제이다.

미행은 지시했지만 살인은 지시한 적이 없다...하지만 이미 언론과 대중에게 죽일년이 되어버린 윤영자의 외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장모의 편집증으로 동생을 잃은 김민기판사역시 언론과 대중에게 몰매를 맞게 된다. 왜 수수방관만 했냐는 지탄과 함께.

하지만 이미 정해진 틀에 갇힌 자신이 외침이 들리기나 했을거냐는 그의 자조적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저 역시 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청부 살해한 윤영자의 사위로만 인지될 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위가 대응한들, 외쳐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어떤 프레임이 옳거나 어떤 프레임이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서로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어느 누구도 프레임의 근본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역시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김민기의 어정쩡한 태도에 분노했었고 미친 할망구의 편집증이 부른 살인에 격분했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윤영자가 살인까지는 지시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져야한다.

우리는 쉽게 분노하고 쉽게 몰매를 때리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사건에서 보듯, 세상 사람들은 장모님이 오미해양을 공기총으로 청부 살해했다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프레임을 굳어지게 하는데, 프레임은 매우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왜곡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김민기판사의 이 말은 대중이 갖는 프레임이 얼마나 큰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지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했던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이 언론과 대중들의 무책임한 프레임때문에 진실이 왜곡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갇힌 '프레임'이 언제든지 진실을 가릴 수 있으며 부화뇌동식의 몰아가기가 엄청난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꼬집는

점에서 대중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날카롭다는데 있다.

소설속에서 이 사건을 지켜보고 비밀파일을 남기는 기자 정팀장이 바로 작가 자신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의 파일이 소설이 아닌 보도로 세상에 나올지를 기대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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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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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가끔 마음이 메마른 것 같이 버석거리는 날들이 느껴진다면 진한 사랑이야기 한 편쯤 읽어보고 싶어진다.

실제 내게는 다가오지 않을 사랑을 꿈꾸며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열렬한 사랑에 빠져보고 싶은 것이다.

조금은 유치한 주제일지도 모를 '신데렐라 러브스토리'라면 더욱 좋다. 바로 이 '눈꽃'이란 작품이 메마른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읽는내내 재벌 3세의 연인이 된 서영이가 되어 행복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장애물 없는 탄탄대로는 심심하기만 할 터, 역시 아름다운 사랑에는 복병이 있어야 더 감질나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를 따라 뉴욕에 정착한 민영과 서영은 자매지간이지만 너무도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누가봐도 혹할만한 미모에 활발한 성격을 지닌 민영은 주변 남자들에게 추앙받는 여신이었고 결국 그에 어울리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그에 비해 성실하고 차분한 동생 서영은 공부에만 몰두하는 범생이로 화려한 언니에게 눌려 다소 소심한 성격이다.

우연히 스키장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던 민영은 그가 대기업인 에이드리언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제이어드 에이드리언은 진심으로 민영을 받아주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다가가도 내치지만 않을 뿐이다.

 

오래전 민영은 가족들에게 제이어드를 소개했었고 엄마의 등뒤에 숨어 제이어드를 바라보았던 서영은 제이어드에게 막연한 그리움같은

이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언니의 남자! 

사실 더 오래전 제이어드는 어린 소녀를 만났었고 이상한 이끌림에 그 소녀를 지켜봐왔었다.

그 소녀가 서영이었고 사실 민영과의 만남도 서영이를 만나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계 여인과의 사랑을 비극적으로 끝낸 과거때문에 한국계 여자인 서영을 멀리서만 지켜본 채 다가서지 못한다.

자신의 선택이 서영의 불행으로 끝나게 될까봐. 

 

 

 

'그 뒤로 뒤척이며 잠들지 않았던 밤은 단 하루도 없었다....단 20분을 보겠다고 20시간을 비행을 참아가며 미친놈처럼 출장지에서

뉴욕에 왔다가 다시 출장지로 돌아가기도 했다.'-본문중에서-

 

이렇듯 멀리서만 서영을 지켜보던 제이어드는 서영이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고 그녀의 오랜 친구인 데이빗과 결혼하려 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차갑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제이어드 였지만 뜨겁고 거칠게 그녀를 갖게 된다.

서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남자를 인식했었고 언젠가 그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니인 민영의 남자만 아니었다면...하지만 결국 운명은 데이빗과의 결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제이어드와 서영을 묶어버리고 만다.

 

금융재벌의 길을 열었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행장이 될 제이어드에게는 넘어야 산들이 너무 많다.

정략적인 결혼을 시키려는 엄마인 사라와 평범한 여자와의 결혼이 에이드리언가문에 미칠 엄청난 충격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사랑이 비극적인 사고로 막을 내린 아버지의 사랑을 쫓게 될까봐.

서영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서도 100% 다가오지도 못하는 그런 어정쩡한 나날들.

언젠가 그가 원하면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까지 그를 기다리는 서영.

 

어쩔 수없이 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한다.

글쎄 제이어드는 누가 어울릴까. 서영은?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부딪히며 서로의 감정을 숨긴 채 마주치는 시간들의 그 짜릿함까지.

다 가졌지만 단 한가지 서영만을 갖지 못한 제이어드의 안타까운 사랑과 동양의 여인처럼 순종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여인 서영의

사랑은 결국 이별을 맞는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죽음조차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운명처럼 다시 재회를 하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에 입이 타들어갈 것 같은 갈증이 느껴졌다.

사랑하면 뭐가 문제야?..좀 더 용감해지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 만큼 왕자와 거지공주의 사랑이야기에 몰입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푸르던 나무는 서서히 메말라가고 을씨년스런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딱 이런 계절에 어울릴 그런 달콤쌈싸름한 연애이야기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 아주 괜찮다.

열 몇 살적에 읽었던 연애소설만큼 가슴이 설렜으니까. 꽃피는 봄에 살짝 흩날리는 눈꽃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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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 소사이어티 - 82명의 살인 사건 전문가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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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설적인 인물 '비독'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어린시절부터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을 들락거렸다는 비독이

후에 프랑스 경시청을 만들고 탐정이 되는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었다니...하긴 '비독'이란 이름은 처음 들었을지

몰라도 그를 모델로 한 여러편의 탐정소설을 접하긴 했다. 프랑수아 비독은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나

그를 쫓는 형사 자베르의 모델이기도 했고 아르세르 루팽역시 그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범죄학을 연구하는 학과도 많이 생겼고 실제로 범죄자의 심리를 읽는 프로파일러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CSI'와 같은 미드에서도 섬세한 범죄인과 이들을 쫓는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이런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오랫동안 수사의 최전방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모여 '비독 소사이어티'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 비독 소사이어티는 비독이 82세까지 살았던 점을 기념해 추천으로 영입한 전 세계 최고 범죄 수사 전문가

8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82명 외에도 100여명의 준회원이 있다니 가히 전세계 최고의 범죄 수사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처음 이 단체를 만든 전직 FBI 수사관 윌리엄 플라이셔는 순찰 경찰부터 시작해 경찰 요직을 두루 거친 정의감과 친화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리고 세계 5대 프로파일러중 하나로 셜록 홈즈와 싱크로율 90%라는 명성을 지닌 리처드 윌터-평생 독신을 고집하고

심한 골초에다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림 솜씨와 신비한 영적 관점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얼굴을

그리고 조각으로 복원시키는 범죄 예술가 프랭크 밴더-섹스 중독자라고 부를 만큼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도 유명하다.

 


 

이 세 명의 천재가 만나 창설한 비독 소사이어티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거나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유가족,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경찰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비독 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은 책에서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쉽게 프랭크는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의 아내와 세 자식 그리고 친어머니를 극악무도하게 살해하고 18여 년간을 도망 다닌 존 리스트 사건아니 마피아가 고용한

전문 킬러 포르하우어 같은 사건을 보면 섬세하고 조금은 괴팍한 리처드의 프로파일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오랜 세월에 흐른 후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를 유추하여 범인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프랭크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어떤 도시에서 어떤 직업으로 살아가는지 심지어 어떤 차를 몰고 다니는지를 추정해내는 리처드의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 책이 우리가 즐겨 읽는 스릴러물이나 미스터리물과 다른 것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책에서 존재하는 악인들보다 더 악랄한 범죄인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이름 없는 소년'이라고 명명된 한 소년의 시체에 얽힌 40년이 넘는 수사관들의 애정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숲 속 상자속에 버려진 그 소년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사실 그리 주목될 사건이 아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소년을 위해 새로운 묘지를 꾸며주고 기념일마다 꽃을 놓아주던 열혈 형사들의 끈질긴 애정은 결국 여성 사이코패스의

아동성애 범죄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물론 너무 오랜 세월에 지나 이미 범죄자는 유유히 자신의 삶을 평탄하게 끝낸 후였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처럼 점점 대담해지고 지능적인 범죄자를 찾아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기있는 TV 범죄 스릴러물 덕에 수사관이 되거나 프로파일러가 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비독 소사이어티의 선배들은 말한다.

"젊은이, 자네의 그 열의는 이해하지만 자네는 너무 정상적으로 보여....(중략) 결혼 생활과 결국은 물론 자네의 영혼까지

망가뜨릴 일에 헌신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군. 이 일은 오직 강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리처드 윌터와 프랭크의 삶을 보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평신 독신으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개성발랄하게 살아온 리처드와 수 많은 여성으로부터 위안을 얻은 프랭크의 삶은

결코 평범해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오로지 신만이 아는 범인을 찾아내려면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http://www.vidocq.org에 들어가면 히스토리와 사건접수에 관한 안내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물론 비독 소사이어티에 사건을 의뢰하려면 사건 발생 최소 2년 이상이 되어야한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미해결 사건이 좀 많은가.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는 공소시효가 있어 안타깝게 사라진 사건이 많다.

우리도 이 비독 소사이어티에 사건을 의뢰할 순 없을까.

멋진 전문가들이 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아서 억울한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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