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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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왔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한다. 이제 지천명을 넘어선 내게

시간의 속도는 시속 60km! 아직은 경제속도라는데 조만간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마구마구 시간위를 달릴 것이다.

늘 정해진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같은 샘터 신간호는 낡은 옷을 버리고 새옷을 입은 청춘처럼 화사해졌다.

 

 

아쉽게 막을 내린 연재도 있었지만 새해 샘터의 지면은 더욱 풍성하다.

사주나 관상에 관심이 많은 내눈길을 끈 것은 '얼굴 읽는 남자'였다. 신세대 관상 전문가 현수의 새로운 등장 정말 기대된다.

얼굴에서 양쪽 눈썹사이에 살짝 나온 부분을 명궁이라 하는데 이곳이 좋으면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한다. 명궁이 기가막히게

좋은 사내를 우연히 마주치고 뒤를 따라갔지만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어 충격이었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 명궁이 빈약했지만

다른부분들이 너무 좋아서 명궁의 빈약을 충분히 메꿔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니 관상이란 어디 한군데만 집중해서는 안되는

일인가 싶다. 어쨋든 앞으로 이 꼭지를 눈여겨 봐두었다가 얼치기 관상가로 거듭나볼까나.

 

 

오랜 출판계의 불황에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서 그야말로 책시장은 어둡기만 하다. 어려서 책이 가득한 서재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던 나로서는 가슴아픈 현실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는 이런 어둠마저도 걷어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북카페야 이제 흔하게 보이지만 Book & Beer 카페라니 신선한 발상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음주운전, 음주가무, 아니..음주독서를

권하는 카페란다. '북 바이 북'카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했던 자매의 새로운 발상으로 탄생되었다.

상암동이라..기어이, 반드시, 기필코 방문하겠다. 혹시 안주도 줄라나? 요즘 각광받고 있는 땅콩이나 마카다미야같은?

 

 

남도에는 유독 재능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같다. 혼과 흥이 넘치는 지리적인 이유때문일까?

나역시 홀린듯 남도의 섬에 둥지를 틀었지만 같은 지역 여수에 사진작가 배병우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들은것도 같다.

여수에 나가면 꼭 들르곤 하는 유명한 게장골목이 있는 봉산동과 교동시장이 그가 어린시절 뛰놀던 곳이라니..이제 그골목을 지나면

그가 생각날 것같다. 여수역시 재개발등으로 옛흔적들이 지워지고 있지만 외갓집 골목은 그나마 추억이 남아있는 듯 돌담이 정겹다.

혹시라도 팬이라고 찾아가면 서대회에 막걸리 한잔 같이 할수 있으려나...은근 기대해본다.

 

 

어린시절 한 때 연극배우를 꿈꿨던 나는 마당놀이패를 무척이나 따라다녔었다. 그 흥겨움과 새로운 무대가 나를 설레게 했는데

바로 그 무대를 처음 만든 장본인이 손진책과 김성녀였다고 한다. 이제 부부의 아들이 대를 잇겠다니 반가우면서도 척박한 길을

가야하는 청년의 앞날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직 우리의 공연시장은 가난하고 외로운걸 아니까.

'손지형'이란 이름 기억했다가 그의 무대도 꼭 가보련다.

 

 

이 달의 특집은 '나를 바꾼 만남'이다. 가난한 어린시절 선생님 몰래 훔쳐먹은 사과때문에 평생 나쁜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는

제자의 이야기, 자신보다 어린 중국동포여성의 말에 힘을 얻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이제는 어엿한 회계담당자가 된 아주머니,

마치 내 가난하고 어린시절 모습처럼 서점에서 몰래 책을 읽었던 소녀가 교사가 되어 다리아픈 아이에게 의자를 내어주던

서점아저씨를 추억하는 글들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나를 바꾼 만남은 무엇이었을까. 너무 많다.

문득 나도 누군가의 삶을 바꾼 만남으로 살았던지 부끄러워진다.

 

 

엊그제 유명한 요리연구가가 이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밥이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라고 했다.

나 역시 그 냄새만큼 맛있는 냄새는 없을 것이라고 동감했다. 그만큼 나는 밥을 좋아하는데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라느니 당을

높힌다느니 하는 말때문에 밥을 푸면서도 멋칫거리게 된다.

오히려 밀가루위주의 식사를 하는 서양에서는 쌀이 웰빙음식으로 뜨고 있다는데 도대체 어떤 말이 맞는지 헷갈리던 중이었다.

흠..식이섬유가 많아 절대 비만음식이 아니란다. 이제는 허리띠를 풀고 맘껏 먹어볼까?

 

 

이달의 '주는 맘 받는 맘'의 물건은 대박이다. 2인용 소파와 스툴이라니..아깝다. 바로 보름전쯤 소파를 구입했다. 보름만 참았다면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 찜했을 소파. 소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는 순간 얼른 연락을 해볼 일이다. 한참 먼저 내 손에 온

샘터...지금 바로 ringt now!

 

 

마지막 장에 있는 '이름 요지경'란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박이넷'!

아마 우리나라에는 한 명뿐이지 않을까. 특이한 이 이름에 얽힌 사연은 너무도 감동스럽다. 놀림도 받았으려만 정작 본인은

이 이름으로 행복했단다. 나역시 이 꼭지에 응모를 해봐야겠다. 내 이름역시 만만치 않다. 나름 이름 컴플렉스로 수십년을

살았으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조만간 내 이름에 대한 요지경이 샘터에 실릴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같은 부피지만 새해 첫 호부터 샘터의 무게는 더욱 묵직해졌다. 그게 활자의 힘일 것이다.

어느 한꼭지 만만하지 않다. 새롭고 풍요롭고 발랄하다. 그래서 더욱 젊어진 느낌이다.

인간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책은 활자는 이렇게 언제든 젊은 시간으로 되돌아가 독자를 설레게 한다.

2015년 샘터의 새로운 무대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소나무처럼 마르지 않는 샘처럼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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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하루 60끼, 몸무게 27kg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전해 주는 삶의 메시지!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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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만하다.'

​​로 나와 있고,'예쁘다'는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이란 뜻은 보이는 대상이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생긴모양이 보기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사진에서 만난 리지는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해서 보면 전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0.9kg의 체중에 53cm의 신장으로 태어나다니..그녀의 탄생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다.

준비해둔 옷들도 맞지 않아 인형옷을 입혔다고 한다. 전세계에 3명만 있다는 휘귀병으로 그녀의 몸은 지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전세계는 과도한 지방때문에 고심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지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바로 리지처럼

이런 모습이 되는 모양이다. 그녀의 지금 몸무게는 27kg이라고 한다.

하지만 리지의 부모님들은 그녀를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키운다. 2시간마다 식사를 해야하는 리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해주는 것

이외에도 장애를 가진 그녀를 정상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당당하게 입학시켰고 가능한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도록 키워낸다.

리지는 스스로 인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평범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아이들과 섞여 지내야 하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것부터 배우게 되었다.

리지는 처음에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벌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겠는가.

'왜 나는 예쁜 얼굴을 가지지 못했을까' 수없이 이런 생각에 시달리면서 많이 울었을 것이다.

 

얼마나 간절하게 예쁜 얼굴이 갖고 싶었을까. 하지만 부모님은 그녀에게 긍정의 마음을 함께 주신 모양이다.

스스로 절망하고 우울증에 빠지기 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허물어지려는 마음을 붙들고 생활하던 리지에게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동영상은 결정타가 되고 만다.

그 동영상 밑에 달린 댓글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힌다. 심지어 자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댓글까지 있었다니 그녀의 참담함이 내게도 느껴진다.

 

 

우리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서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지르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 불행을 부르는지 수없이 보아왔다. 심지어 당하는 상대들이 자살을 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평생을 상처를 부여안고 살아야 하는 사실들을.

그러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숨은 가학은 이렇게 선하고 여린 영혼들에게 여전히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리지는 이 칼날앞에 자신을 숨기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한다.

 

 

'빙점'을 썼던 미우라 아야꼬는 평생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속에 허덕이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자신이 간절하게 매달렸던 하나님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왜 이런 고통속에 빠뜨리시나요?'

그녀가 얻은 해답은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심으로 너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보여주시기 위해서이다.'였다고한다.

어린 시절 나는 이 말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고통속에 빠져있던 리지는 해답을 빨리 찾았내고 말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 세상의 빛이 되는 것, 거기에 여러분들이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이 있다.'

세상에 어린 소녀가 어찌 이런 명쾌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단 말인가.

 

 

그녀가 적은 '생각 나누기'속에 그녀가 찾은 삶의 해답들이 들어있다.

'약점이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목목으로 작성해두고 틈틈히

읽어보자'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한 두가지 장점은 있을 것이다. 이런 장점들을 찾아내 더욱 발전시킨다면 확실히 자신감이 생길것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소망한데로 동기부여강연가가 되어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단지 말로만 하는 강연이 아닌 자신의 삶자체가 극복이고 희망이기에 사람들은 더 감동을 받고 다시 열심히 살고자 하는 힘을 얻는 것이다.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고 대학도 졸업을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목표는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고 가족이 우리들의 삶에 있어 가장 훌륭한 멘토였음을 알기에

그런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why not?'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름답다'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에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지는 이 세상 그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런 아름다운 여인을 알아볼 그녀의 피앙세가 꼭 나타나리라 확신한다.

언젠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할 그녀의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하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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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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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가상의 인물 소년 장복이의 눈으로 재해석한 동화랍니다.

사실 '열하일기'는 쉬운 책이 아니죠. 박지원은 정조때 실학자로서 그의 사랑과 관찰이 주를 이룬 이 작품은

당시에 양반들 사이에서 베껴가며 읽을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정조로부터 옛글의 권위를 허물고 선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문체반정'의 주범으로 몰려 그 후 백여 년간 금서처럼 필사본으로만 떠돌았다고 하네요.

말하자면 당시 조선보다는 선진문물과 문화가 앞섰던 청나라의 사상이 유교국인 조선으로 흘러들어올까봐

걱정이었다는 말인데 다른 왕도 아니고 실학의 왕 정조가 왜 그런 조치를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이 동화에서는 뚱선비로 나오는 연암 박지원의 외거노비의 아들인 열 세살 소년 장복이는 아비 대신 청나라로 향하는 뚱선비를

모시는 일을 하게 됩니다. 어리긴 했지만 똘똘해보여서 다행스럽게 뚱선비를 모시게 된 장복이는 신세계를 보는 값진 여행을

하게 된 셈이죠.

청나라 왕을 알현하는 사신들 일행에 끼게 된 뚱선비의 종인 장복이는 임진강 나루를 거쳐 의주대로를 걸어 평양과 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게 됩니다.

그 여정에서 당시의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사신을 호위하는 무사들과 종들, 그리고 사신들이 지나치는 마을에서는 일행을 접대하기

위해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모습등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저 불쌍한건 백성들인거죠.

그리고 어려운 살림을 어떻게든 도와볼 요량으로 당시에는 귀했던 백지 예순권을 받아 여비에 쓰지도 못하고 집안에 들인채 도둑질을

해가며 사신단에 끼어든 마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당시 조선의 집들은 흙과 볏집으로 지어졌을텐데 중국의 집들은 벽돌이 지어진데다 이렇게 엄청난 탑까지 있었으니 장복이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더구나 비만오면 허리까지 빠지는 진탕위로 나무다리를 반듯하게 만들었다니 당시 청나라의 수준이 놀랍습니다.

 

 

이런 문물을 왜 조선은 일찌감치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사대주의만 받아들일게 아니고 이런 문명을 받아들였더라면 후대에 치욕을

당하는 역사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복이는 이 여행길에서 당시 유명한 인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유명한 화가 김홍도와 무사 백동수, 기인 광대 광문이등..

실제로 '열하일기'에 이 인물들이 등장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역사속의 인물들을 만나게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엉뚱하지만 똑똑한 장복이는 별난 경험과 커다란 세상을 보면서 마음이 쑥쑥 커갑니다. 심지어 언문까지 공부해서 부모님께

편지를 쓸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소년입니다.

재미있는 여정과 당시의 풍습등이 어른인 저까지 재미를 느낄 정도로 너무 좋은 책입니다.

어려운 열하일기를 이런 동화로 재탄생시킨 지은이의 재능이 너무 놀랍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외에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까지

더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그런 책입니다. 가족들 모두 돌려보면 좋은 이책 강추하고 싶네요.

그리고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격려로 다음편이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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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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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이다. 경제적인 불황에, 문화적인 불황에 마음마저 ​얼어붙은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채워주는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 출판업계는 거의 빙하시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다소 희망이 느껴진다.

제목처럼 바로 이런 시대가 '소설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과연 내가 다 읽었던 것인지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읽었던 책들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의 뇌는 제기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한다고 하지만 기억력 역시 늙어가는 것인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진다.

저자인 엘라 베프투와 수잔 엘더킨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누군가에게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테라피'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로마테라피'같이 책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책 권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녀들의 책권하는 솜씨는 디테일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론 독자가 원하는 책을 권하려면 수천권의 책을 읽었으리라 짐작된다.

더구나 그 책의 내용이며 색깔 분위기까지 기억해내는 재능은 거의 천재적인 수순이라고 봐야겠다.

'맹장염에 걸렸을 때', '감기에 걸렸을 때', 심지어 '치질일 때' 필요한 책까지 권하는 수준이니 그 디테일이라니..

 

 

지금도 나는 대형서점으로 소풍가는 일이 가장 즐거운 나들이라고 여긴다. 그득하게 쌓인 책을 보면 안먹어도 부자가 된 것같고

책을 읽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책과의 만남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렇게 실컷 눈요기를 하다가 무심코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책들은 대부분 그 순간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 싫어질 때'-사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고민해본적도 많다.

여기서 권하는 책은 '토마스 만'의 '거룩한 죄인'이란 소설이다. 주인공 그레고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결혼을 했고

심지어 남매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이였다. (결국 그의 어머니 아버지는 남매였다는 사실)

오이디푸스왕과 비슷한 스토리로 끝날수도 있었지만 그레고리는 속죄를 위해 섬으로 떠난다. 그리고 스스로를 바위에 족쇄를 채워

고행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국 고슴도치정도로 줄어든 그레고리는 교황이 선종하자 뒤를 이어 교황에 오르게 된다.

다음 교황은 섬에 있다는 양들의 예지로 육지로 오게된 그레고리는 예전보다 더 잘생기고 빛나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그레고리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교황 중 한 명이 되며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가장 빛나는 지성과 인물을 가졌음에도 스스로 바위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자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하는 내용이다.

이렇듯 두 명의 저자들은 아주 꼼꼼하고 빡빡하게 어떤 경우도 지나침이 없도록 격에 맞는 책을 알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되는 여러 상황들, 예를들면 읽던 책을 중간에 덮기 힘들다거나, 혹은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거나, 책꽂이에

책이 자꾸 줄어든다거나 하는 간서치들의 고민들까지도 조목조목 조언해주고 있다.

심지어 '오르가즘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때'에 권하는 책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넘어서 '푸주한'이나 '발가벗은 신부'같은 다소 음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권하고 있다. 흠 잠자리에 잘 챙겨두고 책에서 나온 장면을 적용해보라니...슬쩍 얼굴이 붉어진다.

 

'북테라피'언들이 권하는 수백권의 책들은 거의 명작이라고 봐야할 책들이다.

어떤 색을 가지고 있든 인간의 다양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들이 권하는 책의 목록중 100분의

1도 읽어보질 못했다. 나의 책읽기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지 못한 게으름 때문일까.

'소설이 필요할 때'에 나온 목록의 책을 거의 만나지 못했을 때..나에게 권할만한 책은 역시 '소설이 필요할 때'라고 단언한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없이 제대로 된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쉐프의 메뉴'가 바로 이 책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 어쩌면 메뉴라기 보다는 처방에 가깝다. 그저 증상에 따라 골라잡으면 된다. 그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뛰어가면 된다.

그녀들의 처방을 다 섭렵하려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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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제저녁은 날이 살짝 풀려서 김재희작가를 만나러가는 길이 가벼웠습니다.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사이에 자리잡은 '221B'카페는 너무나 멋진 곳이었습니다.

추리물 매니아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카페는 셜록홈즈가 살던 영국 런던 베이카가의 주소와 같습니다.

셜록의 옆모습이 새겨진 이 카페 오늘 모임과 아주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죠.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이 카페여기저기에 느껴지는 셜록카페. 오늘 만남이 즐거울거란 예감이 팍팍 듭니다.

 

 

셜록카페답게 셜록의 이미지들이 그득합니다. 저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 바로 그 소설들입니다.

참고로 오늘 만나기로 한 김재희작가는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추리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추리물의 바이블같은 그녀의

작품들도 존경스럽지만 여든넷이란 나이까지 집필활동을 했던 그녀의 건강과 재능이 한없이 부럽다고 하네요.

저역시 김재희작가가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수의 나이까지 멋진 추리작품 저도 끝까지 읽고 싶네요.

 

홈즈의 피규어일까요? 그렇다면 곁에 있는 피규어는 왓슨과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피뷰어보다 홈즈의 모자가 더 반갑네요.

역시 셜록 홈즈하면 이 모자죠.

 

 

 

'섬, 짓하다'라는 작품은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섬이 아닌 섬이 된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3명의 여자가 실종되었고 이 사건을 프로파일 하기위해 섬에 내려온 프러파일러 성호와 그의 과거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추리문학이 좀 부진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훈민정음 살인사건'이나 '경성탐정 이상'과 같은 역사추리물을

썼던 작가가 여성이었다는 것에 놀라고-흠 여성비하는 절대 아닙니다. 작업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들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섬,짓하다'의 작품성에 놀랐던 저로서는 오늘 만남이 기대가 컸습니다. 

 

알라딘이벤트 당첨자 명단에서 제 이름이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오랜 섬생활로 문화생활을 못했던 저로서는

애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 모인 독자들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실력있는 독자들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이런 수준의 독자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이미 실력은 검증이 된거나 다름이 없을테니까요.

 

 

참 후덕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엄청 노력하고 프로페셔널한 작가였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고 포스트잇을

붙여나가는 작업을 해왔다는 작가의 열정은 재능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섬,짓하다'는 5개월이상의 자료수집과 1년여의 시간을 들인 작품이랍니다. 머리에 쥐가 날정도라고 표현하셨는데 국립도서관을

오가고 범죄 수사에 관한 책들을 부지기수로 읽고 공부하셨답니다. 우스개소리로 일반인들 중에서는 가장 범인을 잡을 확률이

높을정도랍니다. ㅎㅎ 이미 반은 프로파일러라고 봐야겠지요?

 

미리 올려둔 질문지에 수준이 높아서 준비를 많이 해오셨더군요. 작가를 꿈꾸는 독자가 많아 살짝 대담의 수준을 높여서 정말 피가되고

살이 될 것만 같은 팁이 쏟아졌습니다.

추리물을 쓰려면,

일단 A4용지 10매 정도의 분량이 좋겠고 추리물의 틀을 절대 벗어나지 말것 등을 당부하셨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가면 늘 물어보는 질문,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보시는지..."아 당연히 읽어봅니다."

독자들은 리뷰 한 장 정말 정성껏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풀리지 말고 솔직한 소통이 그들 작품에 거름이 될테니까요.

드라마로 재탄생할 '경성탐정 이상'에 대한 애정이 넘쳤습니다. 우연히 글을 읽다가 이상과 구보의 이미지에 꽂혀 소설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역시 작가란 아무나 되는게 아닌가봅니다. 우리는 이런 걸 봐도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다니...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마구 부러웠습니다.

 

 

이상과 구보의 사진까지 복사해와서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30년대 이런 패션을 소화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상에게 홀딱 반한 심정을

드러내시네요. 하긴 이 사진이 없더라도 이상 그 자체가 소름끼칠만큼 존재감이 있지만 살짝 곱슬진 머리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라니..

글만 잘쓰는 작가가 아니라 패셔니스타였네요.

드라마'경성탐정 이상'에서는 어떤 스타가 이상과 구보를 연기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심,짓하다'를 읽는내내 글보다는 영상이 어른거렸던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기전에 시나리오작가로 활약하셨다네요. 그런 영향이 소설에 녹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이 '섬,짓하다'도 드라마나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참석한 독자들은 김재희작가에게 일본의 추리물들은 연작들이 많은데 '섬,짓하다'의 성호가 다음작품에도 주인공이 되어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멋진 카페였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9시에 폐점을 하다니...

이제 막 불이 붙었건만 아쉽게 막을 내려야했습니다. 너무 짧았던 시간들 다음 작품으로 기약을 해야겠습니다.

그녀의 철저한 작가정신에 존경을 보내며 그녀의 팬으로 열렬히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 달여가 채 안남은 2014년, 그녀와의 만남으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욕심만 주시고 능력을 주시지 않는 신께 늘 원망을 해온 나로서는 이렇게 작가와의 만남으로 해소를 하곤 합니다.

작가님,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챙겨주신 선물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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