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 - 서울대 교수 서승우의 불꽃 청춘 프로젝트
서승우 지음 / 이지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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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으로 희망적이다. 2013년 계속된 불황으로 모두들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었고

다가오는 2014년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해 보인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간이고 밥벌이를 위해서이든 공부를 하기 위해서이든 집을

나서는 일을 '설렘'으로 시작한다면 그 하루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 될 것인가.

'설렘'이라는 것은 '기대'를 한다는 뜻이다. '희망'이라는 빛을 향하는 발걸음이 그대로 연상되지 않은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서울대의 공학부의 서승우교수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이야기에는 '기대'와 '희망'이 담겨있다.

 

 

2011년 10월 세계 최초의 무인태양광자동차경주대회 기획한 운영위원장으로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었고

그 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을 만나고 헤쳐나가는 과정은 전쟁의 스펙터클한 장면처럼

치열하기만 하다.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예산을 배정받아오고 후원자를 모집하고 조율하는 과정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같다. 낯선 대회를 알리는 획기적인 포스터 한 장을 만드는 일부터 이권을 노리고 달려드는 업체를

조종하는 일같은 것들은 자신이 대회를 개최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일 것이다.

인생이 그러하듯 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은 아홉구비 산을 넘는 것처럼 다사다난한 모습이었다.

그럴 때마다 서교수는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혹은 손자병법을 통달한 장수처럼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격파해 나갔다.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그 대회를 맡아 치르는 동안 비지니스와 마케팅까지 통달해야 했고

주무부처와 후원자들에게는 영업사원같이 다가가야 했으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뤄낸 보람만큼 인생의 쓴맛 단맛은

다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다행이었고 어느 순간은 적절한 타이밍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인생이란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자신의 조언들이 제자들에게 어떤 길을 선택하게 했는가에 대한 회한도 가슴 깊이

다가온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에 머뭇거리는 제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뇌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과연 자신이 제대로 된 멘토였는지 돌아보는 것은 그의 마음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물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한 제자들에 대한 아쉬움은 말 할수 없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머리를 가진 서울대의 학생들에게도 쉽게 싫증을 느끼거나 당장에 보이는 돈을 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왜 없겠는가.

 

 

그렇게 협상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곳곳에서 나오면 그는 '명상록'의 글귀를 떠올린다고 한다.

'설득에 의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러나 정의의 이성적 원칙이 그들의 의지에 대항하라고 지시하면 그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가로막고 방해한다면 괴로워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 그 장애물을

어떤 다른 미덕을 쌓는 기회로 삼아라.' -111p

말하자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당장에는 지는 것같아 분하지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유보된 것일 뿐이라고 다독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임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말하는 것은 바로 도전정신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안전하게 둘러쌓인 울타리안에서 어려움없이 자라나 도전정신이 부족하고 근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부족함도 별로 없고 머리는 좋지만 쉽게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화이터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런 이런 정신은 사라지고 말았다.

서교수는 바로 이런 젊은이들에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두렵다고 흘려보낸다면 결국 후회만 남을 선택에 대해 뜨겁게

손을 내민다. 나역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면 이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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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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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이렇게 인류의 모은 언어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저자가 부럽다못해 질투까지 일어난다.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이 남들보다 특출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도 수십년 영어를 공부했지만 콩글리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능력이 따라줘야 한다고 스스로 위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무지 우리말처럼 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단순히 말하고 듣는 것뿐만아니라 어원까지 파헤칠 수 있다면

이건 그냥 '몇 개 국어를 능통하게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 천재적인 능력이라고 판단된다.

단어 하나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니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것처럼 흥미롭고

역사스러울 수가 없다.

 

 

예전 인류의 언어는 하나였다가 신께 향하는 바벨탑을 쌓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바람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탑은 무너지고 이 후 사람들의 언어가 나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이 전설이 그냥 전해진 말이 아니라 어쩌면 사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뿌리를 쫓아 올라가 보면 인도와 서유럽의 언어가 같은 곳에서 나왔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고

인류의 기원처럼 언어의 기원도 비슷하게 내려왔을 것 같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인류의 언어로 본 인문학을 보면 언어의 발생이 필요 불가분하지만 사소할 때가 많아서

웃음이 나온다.

'robot'로봇이란 단어가 체코에서 왔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그 시절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옆에 있었던 체코가 피해국이 되면서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곡물을 죄다 바쳐야 했던 가슴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것은 알지 못했다. 중국이나 일본에 둘러쌓여 늘 골치를 썩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신세였나보다.

우리도 뼈아픈 역사가 있지만 유럽의 슬라브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미국의 노예로 팔려나가듯 슬라브족들이 유럽인들에게 팔려다니는 노예 신세였다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슬라브'가 '노예'라는 뜻의 영어단어가 된 유례이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크라상빵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마치 초승달 모양의 크라상은 역시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가

터키에 이기고 터키 국가에 그려져 있는 초승달 모양의 빵을 구워 먹으면서 프랑스 말로 초승달이라는 뜻의 '크루아상'

이라는 말이 붙여졌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몬탈보의 소설중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신비로운 섬의 이름이었으며 아랍어로 '리더'를

뜻하는 'caliph(칼리프)라는 스페인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는 금이 나오는 땅이 되면서

젖과 꿀이 나오는 신비의 섬의 이름값을 대신했으니 몬탈보는 미래예언의 능력이 있었던 셈이다.

 

몬태규백작의 영지는 대대로 '모래 덮인 해안'이었다고 한다. 즉 sand+beach.

빵 두개 사이에 고기를 끼워먹어가며 도박을 즐기던 몬태규백작의 이름을 함부로 그냥 부를 수 없어 상징적으로

'샌드위치'라고 부르던 것이 지금의 빵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 요즘 카디건은 겨울철 필수의 옷이 되었지만 실제로 이 카디건의 이름을 물려준

카디건 백작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엄친아였고 인도에서 귀족적인 군생활을 하던 그의 이야기가 부풀려져

군영에서 뜨개질 조끼를 걸쳤다고 소문이 나고 기업들의 돈벌이에 '카디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의 허풍스런 삶이야 어떠했던 후대에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라도 남겼으니 성공한 삶이라고 말해야겠다.

 

이렇듯 우리네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언어들..'스팸'이니 '버그','아바타'같은 말의 유래를 살펴보니 이러다가

나도 몇 개 국어는 능통하지 않을까 싶다.

왜 저자가 '언어 천재'이면서 '공부법'에도 천재였는지 이 책을 읽고 보니 절로 이해가 간다.

이렇게 조목조목 역사와 전설이 깃들여진 연상작용으로 머리에 집어넣는 방법이라면 모든 공부가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때로는 신들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어진다. '왜 어떤 사람에게만' 이런 재능을 주시는 건지.

언어속에 숨겨진 역사를 찾는 여행이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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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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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보내는 아쉬움보다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샘터 2014년 해오름달 편을 펼치고 보니 묵은해를 잘보내고 새해에는 더욱 힘을 내라는 뜻으로 잘 차려진

한식상을 받은 기분이다.

 

 

새로운 연재물들은 갓 따온 신선한 나물을 상큼하게 무쳐낸 듯 반가웠고 필진들도 든든하게만 느껴진다.

 

 

요즘 TV에 자주 보이기도 하고 얼마전 '서민의 기생충 열전'으로 낯익은 서민교수의 '세상에서 가장 금실좋은

주혈흡충'이라는 글은 한낱 미물도 조강지처만 사랑한다는데..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지금도 호시탐탐 곁눈질에 바쁘다니.

부끄럽다. 얼굴이 못생겨서 공부라도 잘해야 밥을 벌수 있겠다 싶어 죽어라 공부했다는 서민의 기생충 이야기는 사실

선입견때문에 멈칫하지만 엄청 재미있다. 앞으로 계속 그의 기생충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려나.

 

 

나도 엄청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의 작가였구나. 단순히 취재만을 위한 글이라고는 생각지 않게 만드는

김현정기자의 '방구석 도서관'은 책욕심 많은 내 맘에 반짝 반짝 등이 켜지는 것 같았다.

한 달이면 열 댓권 이상 책을 읽는 내가 책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도서관으로 달려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대출이 되었나 노심초사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도서관 사이트에 전자책파일이 있다니 이제 발품도

절약하는 기가막힌 방법을 알게 된 셈이다. 기다려라 전자책들..내가 다 읽어주마!

 

 

뭐야 CF에서 잘생긴 남자가 건네주던 따뜻한 캔커피는 그러니까...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을 정답게

건네는거였다니..경악이다. 비스페놀A는 캔이나 통조림의 부식을 막기위해 첨가되는 물질인데 특히 여성과

영유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단다. 이런..이제 캔 음료를 다정하게 건네는 남친을 패줘야 하는 거야?

아 음료수 좋아하는 아들녀석에게 제지 들어가야겠다. 이 글을 쓴 이지영씨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라는데..

이런 분들의 노고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달콤한 음료수에 숨겨진 무서운 현실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겠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길을 나서기전 숙소며 볼거리 먹거리 검색은 필수이다.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즐겁고 뜻깊은 여행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은 당연한데 나역시 한 번도 여인숙을

숙소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지저분하고 불편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대전시 대흥동에 숨겨진 '산호여인숙'은 말하자면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방같은 곳인 듯 싶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해도 사람이, 이야기가 있어 좋은 전국의 게스트하우스를 격월고 소개한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슬쩍 잠만 자고 나오기에는 너무 아까웠는데 이런 게스트하우스 정말 가보고 싶다.

 

 

수십년간 잡지를 보면서 광고에 꽂힌 건 몇 번 되지 않는데..이 광고를 보는 순간 눈이 팍 꽂힌다.

섬에 내려와 재미나게 살아보겠다는 엄마를 잘못 둔 죄로 변변한 밥 한 번 먹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줄 '꾸러미'를 보내주겠다는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그동안의 내 걱정을

덜어줄 기가막힌 사업이 아닌가. 당장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회원가입부터 해두었다.

역시 유기농스런 잡지 샘터답게 광고도 첨가물 없는 웰빙이라니...이렇게 도시와 농촌이 서로 직거래를

하고 상생한다면 밭뙈기에 유통마진 왕창 붙이는 누군가는 심란하겠지만 이런 사업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지난 달 '주는 맘 받는 맘'에 올려진 옷을 신청했었는데 감격스럽게도 당첨이 되어 귀한 선물이 도착했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로고가 붙여진 선물을 보니 2014년 1월의 특집 '반가운 손님'란에 투고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잡지가 아닌 따순 온기를 나누는 리얼의 '샘터'가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말이다.

확실히 더욱 풍성해진 새해의 첫 샘터를 보니 2014년은 덜 가난하고 더 많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2014년 첫 '주는 맘 받는 맘'의 선물은 '반크선물셋트'이다. 학교나 공부방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단체에서

신청하면 더욱 유용할 것 같은 이 선물 얼른 신청해보심이 어떠하신지. 어렵지 않아요. 저도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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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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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작지만 크고 가볍지만 무겁고 마치 공기처럼 햇살처럼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책은?

나는 단연코 '샘터'라고 답할 것이다. 그 조그만 몸에 어찌나 큰 사랑이 깃들여 있는지 소박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치를 가진 귀한 책이다.

이런 '샘터'에 43년간 뒤표지글을 써 왔던 김재순님의 글들이 모아져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당연히 '빨리 빨리'서두는 것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이 '빨리 빨리'가 가난하고

자원없는 한국을 지금의 성장으로 이끈 원동력임도 알고 있다.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한 이 조급하고 서두르는 국민성에 뒷짐 지고 나타나서 미소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서둘러라'해주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다독여 주는 것만 같다.

하긴 이제 대한민국은 조금쯤 발걸음을 늦추고 돌아온 길을 되돌아 볼 여유를 가질 때도 되었다.

 

 

'문학에는 여정이, 음악에는 여운이, 그림에는 여백이 있어야 아름다워지듯 인생도 여생이 중요합니다.'

-본문 중에서-

 

쳑을 펴는 첫 장에서 부터 가슴을 치는 말이 쓰여져 있다.

지나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더 적어진 요즘에서야 인생의 여정이, 여생이 소중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餘)라는 뜻은 '남는다' 혹은 '남긴다'라는 의미인데 뭔가 허전한 것만 같은 인생을 채우려고만 급급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지금쯤은 조금 헐렁해줘도 좋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7선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13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가의 글은 시끄러운 정치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서로를 헐뜯고 자신들의 급여를 올리는 일에는 재빠르고 민생들의 고단한 삶에는 여유가 있는 듯

으르렁 거리기에만 바쁜 족속들이다. 이런 진흙탕같은 정치판에 어찌 고운 심성을 지닌 분이 뛰어들어 수십년을 보냈을까.

마치 고고한 연꽃을 보고 있는 듯 책을 내려놓을 때까지 은은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역사적인 인물들이나 사상,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식은 깊고 글은 아름답다.

분명 많은 독서가 그의 생을 지탱해왔을 것이란 짐작이 들었다. 구십이 넘은 인생 선배로 세상을 보는 눈은 확실히

평범치가 않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투덜거리는 많은 이중에 나도 한 사람이지만 그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기억력보다 소중한 '직관'이 있다. '직관'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부단히 연마해야만 더 정확한 힘을

발휘한다는데 아마도 그가 40년간 '샘터'의 뒷표지에 실었던 글들은 그의 이런 '직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보고 인간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보고 그리고 삶을 알아가는 일.

난 오늘 아주 '천천히', 마치 맛있는 차를 음미하면서 마시듯 그의 글을 천천히 내 헐거운 영혼속에 부었다.

아주 오랫동안 이 충만함이 가실 것 같지 않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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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 - 가깝고도 먼 대국굴기의 중국 중국인의 성격 전격해부
장홍제 지음, 황효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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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기도 쉽지 않지만 나를 안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수민족 출신이긴 하지만 중국인의 '중국 바라보기'는

참 실랄하고 정확해서 놀랍기만 하다.

 

 

동북아의 중심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특색을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일본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자. '위기에 강한 일본'이라고 표현할 만큼 확실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100m달리기에는 1등을 한 것처럼 보인다. 부족한 자원과 불안한 재해에 시달리다보면

예민해지고 검소해지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친절한 마음 뒤에는 정작 속을 내어주지 않는 이중성이라든가.

심지어 사무라이의 잔혹함이 깃든 냉혹함같은 것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와는 반대로 대국의 위엄을 갖춘 중국은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를 둘 만큼 문화적으로 앞선데다가

풍요로운 국가였다. 하지만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선을 분명히 하지 않는 고단수의 처세가 우선 떠오른다.

중국의 유학생이었던 루쉰이나 장제스의 말처럼 일본인들은 소식을 하고 적은 것을 지향하는 문화이지만

중국은 대식가에다 통크고 체면을 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유교에 잔재가 더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로서

효를 중시하고 도덕을 덕목으로 삼는다. 오랫동안 중국을 섬겼던 나라로 통치체재나 사회적인 구조가 중국과

상당히 닮아있는데다 통치자나 권력집단의 부정부패까지도 흡사하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끼인 땅덩어리답게 중국의 장,단점과 일본의 특징같은 것이 고루 섞인 느낌이기도 하다.

기회주의자인 일본은 재빠르게 서구열강의 모델을 답습하여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었고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속에

잠겨 한 동안 세계와 단절된 공산주의 덕분에 잠자는 용의 모습으로 낙후되었다.

그 사이 한국은 놀랄만큼 빠른시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불가사의한 국가로 성장했다.

 

이러한 삼국의 모습에는 그렇게 살게끔 환경에 길들여진 민족들의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점을 역사와 더불어 조목조목 잘 짚어내고 있다.

대국이었지만 수시로 주변국과 전쟁을 일으키고 수없는 왕조들을 거쳐야 했던 중국과 홀로 외로이 떨어져 갇힌 문안에서

평화를 구가하던 일본. 그 틈에 끼어 양국과 사대와 반목, 전쟁을 반복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

오랜세월 그런 환경속에 길들여져 삼국은 각기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투영된 것이다.

 

 

'야만이 때로는 문명을 이기기도 한다. 이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는 항상 결국에는

간단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그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363p

 

일본의 열등감은 당시 부강한 서양을 쫓아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재빨리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똑같이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일본의 침략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방식도 중국과 한국은 다르다.

거대한 국가는 왠만한 아픔정도는 묻혀도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도의 끝자락에서 끊임없이 시달리던

소국은 상대의 상처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 '오기'가 한국을 성장시킨 요인이 아니었을까.

저자가 보는 한국은 긍정이다. 개발도상국이면서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뤄내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나라로 지는 일본에 못지않은 발전국으로 해석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봄이면 황사에 겨울이면 미세먼지를 흩뿌리는 여전히 낙후된 환경의식을 지닌 조국. 교통질서는 한심할 정도이고

졸부들의 부는 정신적인 성숙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도 보여준다.

 

어떤 점에서는 유대인과도 비슷한 민족성을 지닌 중국인들의 지독한 상술이나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엿보인다.

한국을 중국의 롤모델국가로 삼고 싶은 부러움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짚어내고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들의 단점과 과오를 안다는 뜻이다.

이런 냉정한 눈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잎에 쓴 약은 몸에 달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자조적인 시각과 비판이 당장은 껄끄럽지만 우리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음을 알기에 곧 그들의 저력이 세상을 놀라게 할 날이 올 것임을 예감한다.

이미 '잠자는 용'에서 깨어나 용트림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자신을 바라보는'중국인들의 등장에서

알게 되는 것이다. 한국...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겠다는 걱정이 든다. 넓은 저자의 시각에 중국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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