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예언 - 키플링 미스터리 단편선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유지훈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인 키플링은 아이들의 꿈과 모험을 그린 '정글북'을 쓴 작가로 그의 동화같은 이미지만

연상했던 독자에게 이 작품은 아주 뜻밖일 것같다.

인도 뭄바이에서 영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키플링은 영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이력은 명작 '정글북'보다는 이 '검은예언'이란 작품에 더 잘 녹아있다고 한다.

모국인 영국의 다소 어두운 분위기와 인도의 다소 신비스런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19세기 인도사회에 퍼져있는 유령과 귀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신비한 경험이 된다.

낡을대로 낡은 여인숙에 묶는 동안 밤새 들려오는 당구치는 소리.

아침에 집사에게 예전에 그 여인숙이 당구장 자리였으며 당구를 치던 사람들은 다 죽어

유령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마을에서 아내를 봤다는 하인이 허겁지겁 뛰어오고

다음 달에 누디아에서 나를 만나게 될거라고 전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남편인 의사는

누디아로 향한다. 그리고 유령인 그녀의 예언대로 의사는 여인숙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을 버리고 새 여인을 택했던 남자에게 옛여인의 유령이 나타나 친구로

지내자고 꼬득인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유령에게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남자는 무서움에

떤다. 몇 개의 전생을 기억하며 현생을 오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며 사람 소리를 흉내내는 이상한

우물등 무서운 유령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오래전 인도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펴보기에

좋은 책이다. 하지만 오래전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하다 보니 다소 문맥이 옛스럽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어권 최초,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였던 키플링의 또다른 정신세계와 그가

살았던 시간과 공간에 깃든 그의 추억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하면 사랑이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스캔들이 조선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실록'21뤈, 세종 5년(1423년) 9월 25일의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전 관찰사 이귀산의 처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이런 사건은 있었을터였다.

자유분망한 요즘 시대에도 세간에 입방아를 바삐 만드는 사건은 바로 이런 스캔들일 진대

유학의 나라 조선에서 간통이라니 세상이 떠들썩했을 것이다.

오로지 이 한줄의 글로만 보면 고관대작의 나리가 고관대작의 안사람과 간통한 것이 된다.

간통한 남자는 영일로 유배를 갔으며 여자는 참수를 당하였노라고 했다.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할 죄였든가.

 

 

옛임금이 죽고 새 임금이 나라를 세웠던 그 무렵 맑은 선비집에 계집아이 하나가 부모와 형제를

잃고 천애고아로 남았다. 멀 일가붙이인 청화당 할머니댁에 의탁된 계집아이는 그 집 손자 서로와

단짝 친구가 된다. 갑작스런 화재로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녀는 말문을 닫았지만 소년이 그 말문을 연다.

그렇게 둘은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둘의 사이를 눈치챈 소년의 어미는 계집아이를

산속 암자에 비구니로 들여보내고 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남자가 붙여준 이름 '녹주'는 자칫 평생을 비구니로 늙을 수도 있었건만

선승 운공의 예언대로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나 환속하게 된다.

얼마 전 끔찍이 사랑하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늙은 이귀산이 녹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산 속에서

끌어내 자신의 아내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귀산의 극진한 사랑에도 녹주는 헛헛 하기만 하다.

그녀에게 사랑은 오로지 서로뿐이었음을 알게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서로와 녹주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도와 예를 거스른 사랑은 위험천만하기만 하다.

 

 

'다들 어떻게든 사랑하고 있을 거다. 그걸 필사적으로 숨기며 들키지 않을 뿐이지.

사랑하는 않고는 아무도 살 수 없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그건 다만 사는 시늉을 하는 것뿐이다.'-289p

 

그들에게 다가오는 참혹한 결말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멈추지 못한다.

껍데기처럼 살았던 지난날들이 너무 아쉬워서 설령 불꽃처럼 살다가 스러진대도 그들은 끝내

사랑을 태웠을 것이었다.

기록되지 못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때문에 목숨을 던진 이들이 한 둘 이었겠는가.

그럼에도 스스로를 태울만큼 강렬하게 살다간 남녀들의 사랑에 우리는 돌을 던진 수 있을까.

유독 역사소설에 강한 작가의 언어들이 빛났다.

어디선가 잠들었던 단어와 고어들을 끌고나와 우뚝 세워놓는 열정에 난 늘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사랑의 죄목으로 국가의 처벌을 받는 조선여성 3부작의 두 번째 편인 불의 꽃은 또 이렇게 피어났다.

마지막 한 편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처연할 것인지 죽어간 자신들의 사랑을 다시 꽃피워준 작가에게

꿈에서라도 감사하며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불의 꽃잎들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김희아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계집 희(姬), 예쁠 아(娥)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의 눈이란 것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저자인 김희아씨의 얼굴을 보면서 알게 된다.

단지 시각을 통해 투영되는 모습보다 내면을 보지 못하는 맹과니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볼 것은 보지 못하고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어린 희아는

붉은 점이 있는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멀쩡한 얼굴을 가졌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려야 할 것은

못난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버려진 아이.

자신에게도 부모가 있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아이 희아.

구세군이 운영하는 혜천원에서 자란 희아는 늘 허기에 시달렸다고 했다.

가난한 시절이라 풍족하게 먹지 못한 이유보다는 사랑에 굶주리고 정이 그리워 생긴

영혼의 허기가 아니었을까.

 

 

왜 자신이 버려졌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얼마나 궁금했을까.

아마도 남들과 다른 용모때문이었을까. 사는 동안 그녀가 앓았을 마음들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다행히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천사같은 딸 둘을 낳았지만 상악동암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안면은

더 뒤틀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들의 사랑의 힘으로 거뜬히 다시 일어선다.

지금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신의 삶을 얘기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전도사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다시 재발한 암 때문에 얼굴 수술을 했지만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를 엄마를 위해 붉은 점만은 제거하지 않았다고 한다.

TV에 출현한 희아씨는 누구보다도 밝고 긍정적이며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는 남편과 앙증맞은 딸들이 있어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장애가 장애가 아닌 그녀에게 마음이 비틀린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사랑하는 딸들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에게 생명을 나누어준 부모님을 꼭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마트폰 셔터를 누르다 - DSLR과 맞짱 뜬 스마트폰 여행서―칭다오
정영호 지음 / 어문학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좋은 세상이다.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스마트폰이

어디까지 우리의 삶을 점령할지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인 저자는 여행에 필수품인 사진기대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여정을

정리하여 이렇게 책으로 출간을 했단다.

'DSLR와 맞짱 뜬 스마트폰 여행서'라는 부제답게 중국 칭다오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했단다.

하지만 이런 부제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웬만한 DSLR의 기기를 맞먹는 스마트폰의 진화를 확인한 셈이다.

 

 

대국의 사람들답게 먼거리도 가까운 거리라고 말하고 수십가지의 언어가 존재하는 나라.

상하이와 북경시민들이 서로를 헐뜯는 장면에서는 우리의 영,호남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그저 어디에나 지방색은 있는 모양이다.

칭다오 거리에 흔한 마사지샾의 품질부터 가격까지 비교해놓은 것이나

6일간의 여정에 일부러 다섯개의 호텔을 예약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행정보를

얻으려고 한 열정을 보니 이 책이 여행서로서 손색이 없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종류의 택시 이용법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법까지 있으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반가운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1위안이 얼마인지 가격표에 우리돈으로 한 두번 환산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 중국은 지저분하고 시끄럽기만 한 나라가 아니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엄청난 인구가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는 승천하고 있는 용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일본,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를 떠받히고 있는 중국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중국을

똑똑하게 보아야 한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지도가 되듯이 저자의 여정은 내가 걸어갈 길에 약도가 될 것이고

그 길 역시 누군가에게 지침서가 되겠지.

기획자다운 섬세한 눈으로 본 칭다오는 내가 가봐야할 나라 목록에 추가시켜야 될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자전거 1 - 김동화 만화 에세이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글 그림 / 열림원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가슴 따뜻한 만화를 본 적이 있던가.

임하면 야화리!

지도에는 없는 마을이라지만 분명 어디엔가 존재하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편 배달부의

사랑나눔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굳었던 심장이 따뜻하게 덮혀지는 것 같다.

 

 

우체부였던 아버지의 빨간자전거를 물려받아 조용한 시골마을에 메신저로 살아가는 청년의

눈에 야화리는 詩이고 童話이다.

'숲속의 노란집', '시가 쉬어가는 집', '햇볕 잘 드는 집'.

야화리에서는 주소가 따로 필요없다. 딱딱한 숫자보다 향기가 있는 주소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이런 주소를 붙인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사랑 받고 싶은 집', 혹은 '누구나 오고 싶은 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얼굴에 가득한 주름을 그동안 살아온 길 잊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그려놓은 약도라고 표현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문득 마흔 이후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내 얼굴에는 어떤 길이 새겨지고 있을까.

 

혼자사는 애비를 찾아올 딸을 위해 달맞이 꽃을 심는 늙은 아버지.

하루 한 번 외딴집을 찾아줄 배달부를 위해 마당을 쓸어 놓고 기다리는 농부.

비를 피해 들어온 배달부를 위해 넌즈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건네는 수퍼 할머니.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극심한 가난과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피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들어있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그동안 누구도 치유하지 못했던 아픔을 감싸는 기적의

치료제가 녹아있는 느낌이다.

 

성공해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 돌아온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어미의 눈물어린 밥 한그릇을 맛있게 비운 것 같다.

꽃이 지천이었던 봄조차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돈과의 사투때문에 지쳐 자신에게 고향이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빨간 자전거가 배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꼭 받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얼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누군가를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