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씨의 말풍선
홍훈표 지음 / 미래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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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짧고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에 sns는 요즘 현대사회의 소통을 주도하는 매체이다.

'촌철살인'을 넘어서 quick & quick의 대세인 sns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동그라미씨의

말풍선'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었다.

 

 

폭발사고로 우주를 떠돌던 동그라미씨와 네모 씨, 벽돌씨의 영혼은 부활하여 지구에 도착한다.

사실 이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좌충우돌 사고를 일으키고 돌직구를 던지는 이들의

모습은 바로 내 자신인 것이다.

 

동그라미씨가 죽어 천국으로 향했다. 천국입구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하나는 여자, 하나는 남자.

그렇게 계속적으로 나오는 문들을 지나야만 천국으로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천국 혹은 이상적인 삶에 도달하는 과정은 항상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과 싸우고 목사는 사제와 싸우고 부부도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동그라미씨가 말한다. "모든 영혼을 다 독방으로 밀어 넣으시려구요?"

"어허, 이 영혼 보게! 그럼 그게 감옥이지, 천국인가?"

대천사 미카엘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게, 서로 어울려살지 못하고 싸운다고 독방으로 밀어 넣는다면 그게 바로 지옥이지.

이렇듯 우리는 서로 기대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동그라미씨는 각진 네모씨를 잘 모른다.

네모씨는 반지름을 모른다.

하지만 서로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 부족한 걸 채워가는 과정이다.

 

각기 개성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인간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이렇게 빗대어 재미있게

우화로 엮은 말풍선을 통해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때론 실랄하게, 때론 회화적으로...

그저 웃음으로 흘려 듣기에는 새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말풍선으로 잠시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나는 어떤 소통을 하고 살아가는지 생각케된다. 멈추면, 비로소....뭔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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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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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 기차에서 한 여인이 만삭의 몸으로 고향을 향하고 있었다.

출산예정일은 아직 이 십여일이나 남았지만 흔들리는 기차에서 오랜시간 시달려서 인지

갑작스럽게 화장실에서 태어나 선로에 떨어지고 말았다.

'기차가 낳은 아이'는 선로 보수원인 양진바오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아들로 자라게 된다.

'양페이'라 이름 지어진 아이는 마침 삼일 전에 딸을 낳은 리웬전 아줌마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그가 대학 4학년일 때 그의 친엄마가 그를 찾아왔다.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했던 양페이는 친부모의 출현이 그리 반갑지 않았고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자신을 키우느라 긴머리처녀와의 사랑도 포기하고 스무살부터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의 사랑이

너무 충만했기 때문이었다.

 

 

친부모에게 돌아간 양폐이는 친형과 누나, 친부모가 한집에 살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싸움을

본 후 다시 양진바오에게 돌아간다. 그에게 진정한 아버지는 양진바오라고 더욱 더 확신하게 된다.

 

졸업 후, 직장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리칭을 만나게 된 양페이는 수줍은 성격때문에 다가서지 못했지만

양페이의 성실함에 매료된 리칭의 대시로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홍보부차장을 맡을 만큼 사교적이고 아름다운 아내 리칭은 출장길에서 만난 남자와 눈이 맞아

그를 떠나고 만다. 성공이라는 욕망에 사랑을 배신한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그녀는 말한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양폐이는 답한다. "나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림프액에 걸린 양아버지와 살던 양페이는 죽음이 가까워진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고향까지 가지만 그를 찾지 못한다.

직장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잃은 양페이는 단골 식당에서 그의 전 아내 리칭이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읽게되고 마침 불이난 식당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의 세계로 인도된 양페이는 그 곳에서 사랑했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전아내 리칭이 왜 자살을 했는지,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리웬전 아주머니, 그리고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사라져버린 양아버지 양진바오까지.

 

제 7일이란 제목은 성경에서 천지를 창조하고 안식을 맞는 내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허삼관 매혈기'로 근대화에 들어선 중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던 작가의 필력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마침 엊그제 읽었던 조정래의 '정글만리'에서 다뤘던 비상하는 용 중국의 실상과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도시건설을 위해 무고한 양민의 집을 거저 빼앗다시피하고 철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집안에 있어도

그대로 철거를 감행하는 무모함.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도 내지 않은 채 업체들에게 음식값을 떠 넘기는 관료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혹은 자살한 애인의 묘지를 사주기 위해 신장을 파는 가난한 남자들.

 

 

화려한 스카이라인에 묻혀 빛도 들지 않는 지하셋방에서 배고픔을 견디는 수많은 빈민가의 사람들.

 

'...무시 당하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울었어요. 정말 슬프게 울었어요. 그한테 화가 나서

운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너무 불공평해서 울었어요.' -289p

 

가난한 갓난 아이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시신마저 쓰레기 취급하는 병원들.

거대한 쇼핑몰의 화재로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를 속여가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들.

 

위화는 묘지를 살 돈도 없이 쓸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세계를 개발바람에 휩싸인 중국의 현실로

비유하여 실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한 채 떠돌아야 하는 가여운 인생들은 중국의 현대개발바람에 쓰러져간

억울한 사람들이다. 살아 생전 가장 인상적인 곳을 떠돌며 살아온 추억을 더듬는 영혼들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저려온다.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은 사후의 세계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여전히 돈을 쫒아 힘 없고 가여운 인생들을 짓밟는 사람들도 결국은 가야할 그 길에서 VIP 대접을

받건만, 그 곳에서 조차 버림받고 떠도는 무리들의 슬픔은 결코 소설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어둔 곳에 숨죽여 살고 있는 가여운 인생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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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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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알음과 소희는 단짝 친구이다. 어려서부터 절친이었던 두 소녀는

폐가로 찾아가 소원을 들어주는 귀신과 계약을 맺기위해 주문을 외운다.

계약자는 소원을 들어주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단다. 단지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소원을 가지고 갈 뿐.

계약자를 찾아갔던 소희의 소원은 등교시간에 마주쳤던 이웃 남자중학교의 신율이란

아이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은 알음은프리랜서 일러스터로 일하는 엄마와 정과 돈이 다 넘치는

운좋은 남자인 아빠사이에 사랑받는 딸이었으나 어느 날 아버지가 데리고 온 남자아이의

출현으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알음이가 보기에 젊고 아름다운 엄마를 두고 넘치는 정을 주체못하던 아버지는 결국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미린이라는 여자의 아들 다움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더구나 '내 강아지'를 연발했던 할머니는 다움이가 친손주라고 믿고 보살펴주기 위해

집으로 온다. 이제 사랑스러운 손녀 알음이는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알음이보다 귀엽고 애교가 많은 소희는 신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신율이 모았다는 피겨를

구입하기 위해 알음이와 함께 신율의 집을 방문하게된다.

하지만 자신보다 알음이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어린 소년이지만 탁월한 상술과 친절로 벌써부터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신율에게는

가슴아픈 가정사가 숨어있었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형과 그 상처를 잊지 못해 삐딱선을

타고 있는 쌍둥이 여동생. 가족이지만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삭막한 집안은 신율에게

커다란 아픔이다.

 

 

사랑받는 외동딸의 자리를 빼앗긴 알음에게 찾아온 계약자는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알음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다움이를 없애달라고 부탁한다.

소희가 좋아하는 신율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과 소희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던 소희는 신율의 쌍둥이 동생 나비에게 끌리게 된다.

 

나비는 오빠를 잃은 슬픔을 '좀 노는 것'으로 발산하고 있었고 그녀를 따르는 무리들은

도둑질이나 삥땅을 치는 거친 모습의 아이들이다.

 

소희에게 수시로 나타나 메시지를 전하는 계약자의 모습은 사실 소희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의

모습이다. 어디에서나 튀지 않고 평범해 보이는 소희에게 계약자의 섬뜩한 예언이나 도발은

분출되지 못한 욕구를 지닌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가상의 대상일 뿐이다.

 

뜨거운 여름날 한바탕 폭풍우가 몰려왔다 사라지듯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혹은 미칠듯한 상황들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아프고 힘든 상처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끙끙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내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 그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내 아이들의 모습도.

 

풋사과처럼 시고 단 사랑을 시작하려는 아이들에게 변덕스러운 감정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과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자신에게만 닥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도 나누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픔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나도 그랬었고 내아이도 그럴 것이고 알음이와 소희도 그럴 것이다.

원하기만 하면 나타나 아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계약자'는 그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일지도 모른다.

때론 악마처럼 여린 아이들을 뒤흔들던 '계약자'는 아이들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 한 발자욱 밝은 곳으로

나오면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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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홍콩 - 짧은 시간, 완벽하게
노소연 지음 / 길벗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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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홍콩을 100년동안 조차했다가 되돌려주는 순간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동양속에 서양, 현대와 전통이 묘하게 공존하는 홍콩은 이제 중국의 한 도시이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국가같은 면모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사람들이 홍콩에 가야하는 이유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쇼핑의 천국 홍콩을 후다닥 다녀올 수 있게 도와주는 참고서가 바로 이 책이다.

 

 

지저분한 도시의 뒷골목도 밤이면 요염하게 태어난다는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홍콩을 가고 싶다. 이왕이면 6~8월 여름세일, 12~2월 겨울세일 기간에 맞춰가면 금상첨화가 될 것같다.

물론 꼭 사야 할 물건은 미리 메모하고 쓸데없는 지출은 줄여야만 돌아와서 후회가 없겠지만.

 

홍콩은 80%이상이 중국인이고 공용어는 북경어가 아닌 광둥어이다.

하지만 오랜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영어가 자유로운 나라이다.

하긴 광둥어이든 영어이든 자유롭지 못한 나는 그저 보디랭귀지를 더 선호하게 되겠지만 관광의

대국다운 홍콩은 분명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시차도 1시간이고 비자도 필요없으니 여행전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가능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홍콩달러는 각 은행의 사이버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훨씬 유리하단다.

흔히 말하는 배낭여행을 할 것인지, 불편함이 덜한 패키지로 할 것인지는 이 책을 보고 결정하면 좋을 듯하다.

홍콩은 수십편의 항공편이 있기때문에 이왕이면 여유롭게 저가 항공권을 예약하면 싼 값으로 항공권을 살 수 있다.

 

교통편도 편리하게 되어 있는 것같다. 우리보다 단순한 지하철 MTR은 가난한 여행자에게 딱이다.

유레일패스같은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단다.

아무래도 지하철 노선이 적은 만큼 이층버스를 이용하면 여행기분이 더 업 될 것같다.

다만 현금을 낼 경우 잔돈을 거슬러 주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는 걸 잊지말자.

 

자 일단 홍콩에 왔으니 볼거리를 시작하기 전에 먹어야 하지 않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것은 역시 딤섬. 홍콩에서는 아침,점심 식사로 즐겨 먹기도 한다는데 종류만 해도

1000가지가 넘는다니 평생 다 먹어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유명한 수상시장도 둘러보고 쇼핑도 하다보면 팔도 다리도 아플 터.

유명한 홍콩식 맛사지를 30분에 홍콩달러$88불(대략 만3천원정도)부터 즐길 수 있다고 하니 필히 체험하겠다.

 

 

영화 '화양연화'에 나온 레스토랑에 가서 주인공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화양연화세트'를

즐겨보는 것도 낭만적일 것같다.

 

 

친절한 지도속에는 각종 역과 호텔, 볼거리등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출발전에 이 책을 챙겨 간다면

'아주 친절한 가이드'한 명과 함께 하는 기분이 될 것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니 출발하기전에 꼼꼼히 열독하고 가야할 책 '후다닥 홍콩'으로 미리 홍콩을

만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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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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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저뚱의 아들이 6.25때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중국의 역사는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며 수많은 가정을 한다.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민족 분단을 아픔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거나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하는식의.

 

일본이 세계에 저지른 만행중 우리는 일부만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침탈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노동을 착취당하고 죽어갔던 사실 이외에도 일본의 만행은 처참하기만 했다.

난징대학살의 현장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지옥이었을 것이다.

체면과 위신을 중히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일본의 침략자체도 분했겠지만 상상하기 힘들만큼

짓밟은 그 현장의 기억은 젊은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최근 영토분쟁을 겪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이다오)사건이 벌어지자 중국인들이 보여준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통해 알수 있다.

일본을 향한 중국인들의 시선은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고 있는 동북아공정을 보노라면 중국인들의 자기식의 잣대를 보는 것같아 씁쓸

하기만 하다.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우르르 몰려갔던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인들의 특이한 문화와 이중적인

잣대때문에 혹은 길러준 주인을 물고 달아나는 개같은 배신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야 했다.

물론 진정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섞이려 했던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에게도 우리 고유의 풍속처럼 어른을 공경하고 진정한 친구에게 곁을 내어주는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에 단지 돈만 벌기 위해 그들을 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용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방혁명으로 졸부가 된 리완싱과 고급공무원의 자리를 이용하여 부를 축첩하고 다른나라로

도망간 샹신원,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화려하게 중국의 비지니스시장을 섭렵했던 왕링링.

바로 이 사람들이 현재 중국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사람들의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과 부정으로 부를 축첩하는 관리를 눈감아주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중국당국의 정책에는 그들의 돈과 큰 연관이 있는 셈이다.

개혁의 돈줄을 틀어진 그들을 이용하여 부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

서양의 잣대로도 동양의 잣대로도 짚어지지 않는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와 사고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저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듯 중국만의 방식에 익숙해져야 할뿐.

 

 

오랜 공산국가의 억압에서 풀려난 중국사람들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세계시장을 휘젓고 있다.

불합리하고 어거지뿐인 것같은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과거 우리나라도 모습이 겹쳐져 있음을

이해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물꼬트임이 불러온 부작용들은 이미 승천해버린 용의 나라 중국의 앞길에 방해가 되질

못한다는 것을.

 

"그래, 엉망인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고,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 질서가 있고, 짝퉁천국이면서 이런

진귀한 것도 만들어내고, 알다가도 모를 나라야." -255p

 

고국으로 돌아가는 주재원을 보내는 송별회에서 일본의 주재원들은 이렇게 중국을 평한다.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중국을 보는 일본이라면 영원히 중국을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자국의

욱일승천기와 자동차가 불태워지는 모욕을 몇 번이고 겪어야만 할 것이다.

 

오랜기간 종합상사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전재광은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독립을 선언한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사람의 마음으로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을 공략했던 그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같다.

자신의 후임으로 온 직원에게 전대광은 말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라.'

유대상술을 찜쪄먹을 중국인들이라도 어느 잣대로 재어도 가늠이 안되는 중국인들이라도 그의 말처럼

진정한 마음으로 중국을 사랑하다보면 부조리투성이의 정글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게 정책이 있다면 우리는 대책으로 맞서면 된다.

그게 정글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인 셈이다.

노작가는 언제부터 중국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단순히 중국과 일본, 한국 역사에 관한 통찰을 넘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갈등까지 꿰뚫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기만 하다. 아니 태백산맥의 작가라면 당연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손자의 말처럼 세계 1위가 눈앞에 있는 중국을 알기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종합선물셋트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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