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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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양말 신은 고양이'프루던스는 길고양이였던 시절 중년여인 사라에게 발견되어 함께 생활하게 된다.

고양이의 하얀 발을 보고 사라는 귀엽고 작은 양말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사라의 남편은 어린 딸과 아내를 버리고 떠나고 타이피스트로 일하며 딸인 로라를 키워냈다.

'신중한'의 뜻을 지닌 프루던스는 사실 좀 까칠한 녀석이다.

조금은 저렴한 먹이를 주던 사라와 익숙해질 무렵 사라는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딸인 로라와 사위인 조시는 사라의 바람대로 로라의 집에 옮겨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을 사라의 옷냄새로 극복하고 점차 로라의 집에 익숙해진 프루던스의 눈에 비친

로라와 조시 그리고 사라의 과거의 얽힌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어린 시절 로라는 살던 아파트가 붕괴위험에 빠지게 된 어느 날 이웃인 만델바움씨의 고양이 허니를 구하려

아파트에 뛰어들려 하다가 사라에게 뺨을 맞은 후 엄마에 대한 사랑을 접고 만다.

홀로 살고 있던 엄마 사라를 찾는 것도 그저 의무감 정도 였을 뿐이다.

사라에게 로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붕괴될 건물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해야 하는 고양이 허니보다 훨씬 귀한 존재였다는 것을

어린 로라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사라가 길고양이 프루던스를 키우게 된 이유도 바로 이런 기억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라가 죽고 난 후 단지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이기 때문에 키우게 된 프루던스는 귀찮은 존재였다.

하지만 죽음의 위험에 처한 프루던스에게 달려간 로라는 사라에게 프루던스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이해하게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곤 한다.

아니 그 사랑을 읽지 못해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자존심 강한 도시 뉴욕의 한 복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상처와 아픔들이 존재한다.

로라는 프루던스를 통해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엄마의 친구인 애니스를 통해 엄마가 로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사라가 로라의 곁을 떠나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픔은 길지 않았을텐데.

우리는 너무 늦게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내 상처가 너무 깊다는 자괴감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로라가 기억하는 사라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라의 상자안으로 뛰어들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 코와 발로 뭔가를 끄집어낸다. 이렇게 하면 로라가 얘기를

시작할 뭔가를 갖게 되니까.' -319p

 

사라가 발견하여 키우던 길 고양이 프루던스는 사라의 죽음이후 로라에게 옮겨져 로라의 상처를 치유하는 매개가

된다. 프루던스는 본능적으로 로라의 아픔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게된다. 마치 사라의 바램을

아는 것처럼.

로라는 프루던지를 통해 어느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날에도 프루던스는 로라를 사랑할 것임을,

로라역시 프루던스를 사랑할 것임을 알게된다.

 

조시의 노력으로 재개발로 사라질뻔한 알파빌 스튜디어를 구하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 로라는 뱃속의 아기가

태어날 것을 기다리며 어느 젊은 날의 엄마 사라를 그리워한다.

고양이 프루던스를 통해 본 뉴욕의 모습과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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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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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omebody watching me!'

1949년에 발표된 조지 오웰의 '1984'를 다시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쓰면서 1984년 무렵 자신의 글처럼 그런 일들이 실제할 것이라 믿었을까?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나이이지만 섬뜩하면서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누군가 지켜보는 세상, '빅 부라더'가 지배하는 거대한 감시국가.

저자는 후기에 처가인 정읍근처에서 차가 고장나 보험회사에 SOS를 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내가 어디있는지 알려고만 하면 알 수 있는 세상에 서있다는게 놀라웠다고 했다.

 

요즘 카드사에서는 고객의 정보유출로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다.

나 역시 주민번호부터 주소, 이메일, 신용등급까지 몽땅 털리고 보니 발가 벗겨져서 거리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혹시나 내 정보로 누군가 포탈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마구 돌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는 내가 국경없는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상상을 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솟는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 덕분에 범죄율이 떨어지고 뺑소니사고의 경우는 거의 100% 해결이 된다고 하니

'감시세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위안을 해보지만 역시 '빅 부라더'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육원 출신의 재황은 보육원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간직한 채 성장하여 갖은 고생끝에 명문대에 입학한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머리로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하는 성실한 학생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가의 모기관으로부터 고용된 관찰자 수인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

재황의 겨드랑이에 심어진 인식칩이 움직일 때마다 수인은 그를 쫓으며 매일 일지를 작성하여 기관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우울증과 관음증의 이력을 가진 수인은 바로 그런 병력이 도움이 되어 모기관에

취직이 되었고 재황의 관찰가가 된 것이다.

수인은 '밥'이란 명칭으로 재황을 부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다가 점점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보육원 동기인 광모는 재황을 이용하여 여자장사를 하려하고 보육원의 기억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재황은 광모의 꼬임에 빠져 학교마저 휴학한 뒤 광모와 함께 더러운 용역일을 하게 된다.

 

수인은 왜 기관에서 재황을 관찰하는지 의문을 갖고 전 관찰자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모든 것은 비밀일 뿐

알아낼 수가 없다. 재황을 사랑하는 승희와 보육원시절 좋아하던 문자, 그리고 광모의 애증어린 관계가

펼쳐진다. 이 모든 사건은 1988년 9월 한 조리원의 화재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재황은 국가의 모종의

프로젝트의 실험물임이 밝혀진다.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그렇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이론일까.

 

 

 

우리 인간은 이제 어디에도 숨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있다.

얼마전 미국의 대통령도 더 이상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를 도청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

그 얘기는 이미 그런 일들이 버젓이 진행되어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미 감시는 사회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네.."

재황을 쫓던 수인은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포착한다.

과연 감시의 꼬리는 어디까지 이어진 것일까.

재황의 부모를 찾기위해 결국 기관의 내부까지 침투하게 된 재황과 광모.

그 곳에는 재황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람들의 관찰 기록지가 있었다.

과연 이 소설이 허구이기만 할 것인가. 책을 덮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13월이란 제목은 달력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어딘가 실제하는 '빅 부라더'의 실체가 아닐까.

재황의 탄생과 부모에 대한 비밀을 쫒는 미스터리로 부터 이 사회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의 모습까지

씁쓸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우월한 아리아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행했던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결국 아무죄도 없는 아이들은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어디론가 흩어져 사라져갔지만 지금 우리 곁에

비밀스런 인간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빅 부라더'의 실체를 믿는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나는 '믿는다'라고 답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1984'년 그 소설속의 인간들과 다르지 않음을 서서히 확인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2014년에 만난 '1984'! 등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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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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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어느 새 두번째 달로 접어 들었다. 화살보다 빠른 시간을 느끼게 되는 건 계절을 조금 앞서 나오는

잡지가 아닌가 싶다. 어두웠던 2013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한해에 대한 희망으로 아쉬움을 달랬었다.

아직까지 뚜렷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나리는 숲길 옆을 달리는 기차의 앞머리에 'HAPPINESS'라는

문자가 자꾸 내려놓고만 싶은 기대감을 향해 우리의 손을 잡아 끄는 것만 같은 표지의 그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준다.

 

 

해마다 연말 연시면 맘먹었던 여러가지 미션들에 대한 다짐이 슬슬 느슨해질 조짐이 보이는 요즘 평생 숙제처럼

달고 다니는 다이어트에 일갈을 할 말한 '우리말 돋우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허리가 굵고 뚱뚱한 사람을 흔히 '절구통' '드럼통'이라 부른다는데 살갗이 희고 몸 전체가 예쁜 여자를 이르는

'마늘각시'가 된다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ㅠㅠ

낯설게 내 몸에 붙은 살들은 '푸석살'이나 '비곗살'이 분명하다. 나는 초대한 일이 없건만 불법칩입도 용서를

못하겠지만 이건 아주 돈도 안내고 살림을 차렸으니 어찌 몰아낼 수 있을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역시 요리에 눈이 머무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이번 달에는 할머니의 요리가 아닌 '시아버지의 요리'란다.

하긴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는 거의 다가 남자이니 남자가 요리를 한다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만한 연세에 부엌을 드나들다니..어머님께 역정을 듣지나 않았을까.

요리도 깊은 맛을 내는 맛간장을 이용한 요리들이다. 맛간장의 레시피를 보니 재료며 만들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먹기만 좋아하는 내가 도전해볼만한 레시피라 반갑다.

이번달의 나누고 싶은 물건은 '인라인 스케이트 셋트'란다. 흙 자국조차 없이 신상과 같은 선물이라니 발빠른 사람들은

얼른 도전해보시길...

 

 

이번 달 특집은 '매를 맞았다'이다. 나도 고집스런 성격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피하지도 않은 채 매를 맞았던 추억으로

도전했지만 미역국을 먹은지라 유심히 읽게 된다.

형제들과 싸워 매를 맞았다는 추억으로 부터 무단결석을 했던 아이들을 종이 방망이로 때리셨다는 정 깊은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매는 맞았지만 결국 '사랑의 매'가 되었다는 고백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매달 도전해보지만 택도 없는 '말풍선 퀴즈'는 귀여운 토끼들이 어딘가를 보면서 뭐라고 했을지를 묻는다.

글쎄 영원한 도전자 '거북이'를 기다리며 보이나 안보이나 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월 28일까지 햄터상 작품 공모가 마감이라는 공지와 3월호에는 생일, 4월호에는 흔들리며 피는 꽃에 대한

원고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떠있다. 잘 쓰기보다 진솔한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샘터이니 글 솜씨

탓하지 말고 응모해보며 어떨지.

그동안 무심히 보아 넘겼던 '샘터는 정기구독료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합니다'란 뒷표지의 문구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겨울이면 더 힘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샘물로 몸을 녹여주는 작지만 큰 '샘터'앞에

아랫목 데우고 뜨뜻한 밥과 국으로 몸을 데우는 무심한 나를 자꾸만 따라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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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샘터어린이문고 42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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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꿈인 아홉 살 송송이.

겨울방학을 맞아 다른 친구들처럼 눈썰매를 타러 가거나 스키장을 가고 싶지만 만화를 그리는 엄마는

시큰둥하기만 해서 속이 상합니다.

분이 풀리지 않는 송송이는 빗자루만 있다면 어디든지 날아다닐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엄마가 그렸던 그림책속에 고양이 오디를 만나게 됩니다.

내일이면 1년 가운데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 해마다 이 날에는 마고할머니의 달빛 언덕에서 마녀 축제가

열리는데 보름달이 뜨는 이번 동지 마녀축제에는 특별히 수수께기 대회를 연다고 알려줍니다.

마고할머니가 낸 수수께끼를 다 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오디의 말에 송송이는 오디와 함께 마녀축제에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오디의 꼬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보던 꼬맹이가 그림책을 찢는 바람에 꼬리가 잘려나갔다네요.

송송이는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빗자루를 얻기 위해, 오디는 잘려진 꼬리를 되찾기 위해 달빛 언덕으로 가는

기차를 탑니다. 그런데 기차가 글쎄 제일 느리게 가는 달팽이라니...그리고 달팽이는 송송이가 크레파스로 그려준

당근을 먹고 열 배쯤 빨리 달빛 언덕으로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만난 쌍동이 형제 피노와 키오, 그리고 말이 없는 또래의 소녀 해리.

이렇게 친구들은 달빛 언덕에 마녀 대회에 참가해서 수수께끼를 풀게 됩니다.

 

 

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가 힘들게 동지 팥죽을 젓는 모습을 보고 안스러운 마음에 할머니 대신 팥죽을 저어줍니다.

할머니는 팥죽을 저어준 보답으로 송송이에게 수수께끼를 풀 수있는 세 가지 팁을 줍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보다 자신의 눈을 믿으라거나 나와 반대로 행동하지만 나인 친구, 오디가 송송이의 친구란

것을 잊지 말라니..도대체 수수께기를 푸는 열쇠가 또다른 수수께기 같지 뭐에요. 나도 헷갈렸어요.

이쯤되면 과연 수수께기가 뭔지 궁금해지죠.

첫째, 달빛 언덕을 넘어 북쪽으로 한 시간 뚜벅 뚜벅 걸어가서 커다란 호수를 찾아가라.

둘째, 위로 뿌리를 뻗고 아래로 가지를 드리운 거꾸로 자라는 소나무를 찾아라.

셋째, 그 소나무 꼭대기에 사는 날개없는 새에게서 노란 날개깃을 하나 얻어 오라니..

정말 해괴한 수수께끼입니다.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네요.

 

 

하지만 결국 송송이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 힘을 합쳐 수수께끼를 풀게 됩니다.

어떻게 푸는지는...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그리하여 오디는 무지개색의 꼬리를 얻게 되고 쌍동이 형제와 해리역시 소원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마고 할머니는 송송이에게는 싸리나무가 심겨진 화분하나를 건네줍니다.

싸리나무를 마당에 옮겨 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이 나무로 싸리비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말과 함께.

아 그냥 싸리빗자루를 바로 주시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송송이의 소원에는 할머니의 마법에 한 가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송송이는 기다릴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아마도 송송이는 정성껏 물을 주고 잘 가꿔서 언젠가는 싸리비로 만든 빗자루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덥석 빗자루를 주었다면 빗자루의 고마움은 덜 할거에요.

송송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껏 기르고 만든 빗자루는 그냥 얻은 빗자루보다 훨씬 소중하게 느껴질거에요.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못 풀었을 수수께끼며 소망을 가지고 가꿔야 할 화분에 심겨진 싸리나무는 바로

송송이와 그 친구들에게 보내는 마고 할머니의 선물이었을 겁니다.

내 마음속에도 언젠가 어디든지 나로 데려다줄 빗자루를 만들 싸리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는지 돌아봤습니다.

마녀 축제에 가서 함께 수수께끼를 풀고 선물을 얻어가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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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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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할머니에게 물었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55년 동안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단연코 '쿠바'.

쿠바에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을 거라고 했다.  과거의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여전하고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나라 '쿠바'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군대를 제대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은 지긋지긋한 병역의무를 끝내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가보다.

물론 'WEST'라는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기값과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현지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날아간

미국행이었지만 책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그의 병영시절을 보건대 틀림없이 어디론가 튀고 싶었던거다.

나역시 미국에서 면허를 땄지만 만만하지 않았을텐데 참 쉽게 미국면허를 땄다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한 달만에 사고가 나고 비싼 병원비에 꼼짝없이 붙들릴 뻔했음에도 브로커 비슷한 변호사를

피해 최고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구해 위기를 면했다니 불행중 다행이라 하겠다.

미국이란 나라는 변호사없이 되는 일이 없는 나라이고 변호사는 사기꾼에 버금가는 악당들이 많은데

그나마 그의 영어실력이 제법 되었던가보다. 그 지뢰밭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게 꼼꼼하게 계약서를 살폈다는걸 보면.

 

 

암튼 그렇게 위기와 맞바꾼 보험금을 담보로 남미로 향했다니 역시 젊음은 막힘이 없다.

아직 타지도 않은 보험금을 믿고 나선 여행도 그렇거니와 책을 읽다보니 남미란 나라 정말 무시무시한 나라였다.

앞서 읽은 책에서도 일부러 관광객에게 오물을 묻혀 닦아주는 척하고 소매치기를 하는 일당들이 득시글 거린다는

내용이었는데..이건 뭐 가는 곳마다 도둑에 사기꾼에 삐끼들이 성업중이라니 기가막힌다. 그죠.

때로는 모든 걸 잃고 다시 일어나고 때로는 거지 비슷하게 배고픔을 견디며 길 바닥에 주저 앉아도 분명 매력이

있었길래 그리 오래 남미를 헤맸던 것이 아닐까. 그 미력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참고서를 파듯이 읽어나갔다.

 

글쎄 돗떼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막추피추와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아니면 낙천적이고 해맑은 남미인들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

아니면 다니는 곳마다 부딪혔던 어려움을 자신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하나씩 상쇄시키는 보람으로?

어쨋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치부마저 솔직하게 드러낼만큼 꾸밈없음이 한편으로 맘에 들었지만 저절로 혀를 차게 되는 것은 또

어쩔 수가 없다.

도대체 순진한 쿠바의 중늙은이를 등쳐먹다니..말미에 쿠바로 다시 돌아가겠노라고 맹세를 하더만.

제발 300불은 되갚아주기를 바란다.

 

젊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이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를 배낭을 발에 묶어두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외국인에게는 비싼

환율을 적용하는 사기를 치거나 도둑보다 더 무능한 현지 경찰을 만나는 맹랑한 일을 겪으면서도 분명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마광수교수와는 무슨 인연인지 '난 이 여행을 권하지 않는다'라는 추천문이 아닌 추천문(?)까지 버젓이 올릴만큼 당당하니

딱 부러운 건 바로 그 뚝심이다.

마흔을 넘어 오십을 넘어가면 크루즈여행이나 떠날까 이런 고생덩어리 여행은 생각도 못한다.

그러나 몇 십군데 출판사에 기웃거리다 퇴짜맞은 이 여행서의 후편을 기대한다.

왜냐고? 다시 쿠바로 가서 그 돈을 갚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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