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불황의 시대이다. 경제적인 불황에, 문화적인 불황에 마음마저 ​얼어붙은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채워주는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 출판업계는 거의 빙하시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다소 희망이 느껴진다.

제목처럼 바로 이런 시대가 '소설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과연 내가 다 읽었던 것인지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읽었던 책들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의 뇌는 제기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한다고 하지만 기억력 역시 늙어가는 것인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진다.

저자인 엘라 베프투와 수잔 엘더킨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누군가에게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테라피'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로마테라피'같이 책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책 권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녀들의 책권하는 솜씨는 디테일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론 독자가 원하는 책을 권하려면 수천권의 책을 읽었으리라 짐작된다.

더구나 그 책의 내용이며 색깔 분위기까지 기억해내는 재능은 거의 천재적인 수순이라고 봐야겠다.

'맹장염에 걸렸을 때', '감기에 걸렸을 때', 심지어 '치질일 때' 필요한 책까지 권하는 수준이니 그 디테일이라니..

 

 

지금도 나는 대형서점으로 소풍가는 일이 가장 즐거운 나들이라고 여긴다. 그득하게 쌓인 책을 보면 안먹어도 부자가 된 것같고

책을 읽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책과의 만남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렇게 실컷 눈요기를 하다가 무심코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책들은 대부분 그 순간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 싫어질 때'-사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고민해본적도 많다.

여기서 권하는 책은 '토마스 만'의 '거룩한 죄인'이란 소설이다. 주인공 그레고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결혼을 했고

심지어 남매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이였다. (결국 그의 어머니 아버지는 남매였다는 사실)

오이디푸스왕과 비슷한 스토리로 끝날수도 있었지만 그레고리는 속죄를 위해 섬으로 떠난다. 그리고 스스로를 바위에 족쇄를 채워

고행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국 고슴도치정도로 줄어든 그레고리는 교황이 선종하자 뒤를 이어 교황에 오르게 된다.

다음 교황은 섬에 있다는 양들의 예지로 육지로 오게된 그레고리는 예전보다 더 잘생기고 빛나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그레고리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교황 중 한 명이 되며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가장 빛나는 지성과 인물을 가졌음에도 스스로 바위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자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하는 내용이다.

이렇듯 두 명의 저자들은 아주 꼼꼼하고 빡빡하게 어떤 경우도 지나침이 없도록 격에 맞는 책을 알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되는 여러 상황들, 예를들면 읽던 책을 중간에 덮기 힘들다거나, 혹은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거나, 책꽂이에

책이 자꾸 줄어든다거나 하는 간서치들의 고민들까지도 조목조목 조언해주고 있다.

심지어 '오르가즘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때'에 권하는 책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넘어서 '푸주한'이나 '발가벗은 신부'같은 다소 음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권하고 있다. 흠 잠자리에 잘 챙겨두고 책에서 나온 장면을 적용해보라니...슬쩍 얼굴이 붉어진다.

 

'북테라피'언들이 권하는 수백권의 책들은 거의 명작이라고 봐야할 책들이다.

어떤 색을 가지고 있든 인간의 다양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들이 권하는 책의 목록중 100분의

1도 읽어보질 못했다. 나의 책읽기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지 못한 게으름 때문일까.

'소설이 필요할 때'에 나온 목록의 책을 거의 만나지 못했을 때..나에게 권할만한 책은 역시 '소설이 필요할 때'라고 단언한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없이 제대로 된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쉐프의 메뉴'가 바로 이 책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 어쩌면 메뉴라기 보다는 처방에 가깝다. 그저 증상에 따라 골라잡으면 된다. 그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뛰어가면 된다.

그녀들의 처방을 다 섭렵하려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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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제저녁은 날이 살짝 풀려서 김재희작가를 만나러가는 길이 가벼웠습니다.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사이에 자리잡은 '221B'카페는 너무나 멋진 곳이었습니다.

추리물 매니아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카페는 셜록홈즈가 살던 영국 런던 베이카가의 주소와 같습니다.

셜록의 옆모습이 새겨진 이 카페 오늘 모임과 아주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죠.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이 카페여기저기에 느껴지는 셜록카페. 오늘 만남이 즐거울거란 예감이 팍팍 듭니다.

 

 

셜록카페답게 셜록의 이미지들이 그득합니다. 저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 바로 그 소설들입니다.

참고로 오늘 만나기로 한 김재희작가는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추리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추리물의 바이블같은 그녀의

작품들도 존경스럽지만 여든넷이란 나이까지 집필활동을 했던 그녀의 건강과 재능이 한없이 부럽다고 하네요.

저역시 김재희작가가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수의 나이까지 멋진 추리작품 저도 끝까지 읽고 싶네요.

 

홈즈의 피규어일까요? 그렇다면 곁에 있는 피규어는 왓슨과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피뷰어보다 홈즈의 모자가 더 반갑네요.

역시 셜록 홈즈하면 이 모자죠.

 

 

 

'섬, 짓하다'라는 작품은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섬이 아닌 섬이 된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3명의 여자가 실종되었고 이 사건을 프로파일 하기위해 섬에 내려온 프러파일러 성호와 그의 과거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추리문학이 좀 부진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훈민정음 살인사건'이나 '경성탐정 이상'과 같은 역사추리물을

썼던 작가가 여성이었다는 것에 놀라고-흠 여성비하는 절대 아닙니다. 작업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들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섬,짓하다'의 작품성에 놀랐던 저로서는 오늘 만남이 기대가 컸습니다. 

 

알라딘이벤트 당첨자 명단에서 제 이름이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오랜 섬생활로 문화생활을 못했던 저로서는

애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 모인 독자들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실력있는 독자들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이런 수준의 독자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이미 실력은 검증이 된거나 다름이 없을테니까요.

 

 

참 후덕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엄청 노력하고 프로페셔널한 작가였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고 포스트잇을

붙여나가는 작업을 해왔다는 작가의 열정은 재능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섬,짓하다'는 5개월이상의 자료수집과 1년여의 시간을 들인 작품이랍니다. 머리에 쥐가 날정도라고 표현하셨는데 국립도서관을

오가고 범죄 수사에 관한 책들을 부지기수로 읽고 공부하셨답니다. 우스개소리로 일반인들 중에서는 가장 범인을 잡을 확률이

높을정도랍니다. ㅎㅎ 이미 반은 프로파일러라고 봐야겠지요?

 

미리 올려둔 질문지에 수준이 높아서 준비를 많이 해오셨더군요. 작가를 꿈꾸는 독자가 많아 살짝 대담의 수준을 높여서 정말 피가되고

살이 될 것만 같은 팁이 쏟아졌습니다.

추리물을 쓰려면,

일단 A4용지 10매 정도의 분량이 좋겠고 추리물의 틀을 절대 벗어나지 말것 등을 당부하셨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가면 늘 물어보는 질문,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보시는지..."아 당연히 읽어봅니다."

독자들은 리뷰 한 장 정말 정성껏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풀리지 말고 솔직한 소통이 그들 작품에 거름이 될테니까요.

드라마로 재탄생할 '경성탐정 이상'에 대한 애정이 넘쳤습니다. 우연히 글을 읽다가 이상과 구보의 이미지에 꽂혀 소설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역시 작가란 아무나 되는게 아닌가봅니다. 우리는 이런 걸 봐도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다니...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마구 부러웠습니다.

 

 

이상과 구보의 사진까지 복사해와서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30년대 이런 패션을 소화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상에게 홀딱 반한 심정을

드러내시네요. 하긴 이 사진이 없더라도 이상 그 자체가 소름끼칠만큼 존재감이 있지만 살짝 곱슬진 머리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라니..

글만 잘쓰는 작가가 아니라 패셔니스타였네요.

드라마'경성탐정 이상'에서는 어떤 스타가 이상과 구보를 연기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심,짓하다'를 읽는내내 글보다는 영상이 어른거렸던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기전에 시나리오작가로 활약하셨다네요. 그런 영향이 소설에 녹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이 '섬,짓하다'도 드라마나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참석한 독자들은 김재희작가에게 일본의 추리물들은 연작들이 많은데 '섬,짓하다'의 성호가 다음작품에도 주인공이 되어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멋진 카페였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9시에 폐점을 하다니...

이제 막 불이 붙었건만 아쉽게 막을 내려야했습니다. 너무 짧았던 시간들 다음 작품으로 기약을 해야겠습니다.

그녀의 철저한 작가정신에 존경을 보내며 그녀의 팬으로 열렬히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 달여가 채 안남은 2014년, 그녀와의 만남으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욕심만 주시고 능력을 주시지 않는 신께 늘 원망을 해온 나로서는 이렇게 작가와의 만남으로 해소를 하곤 합니다.

작가님,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챙겨주신 선물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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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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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삼악산자락의 삼벌레고개, 산의 남쪽을 복개하면서 산복도로를 만들고 그 시멘트도로 주변으로 지어진

마을과 그 골목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오래전 자매가 빠져죽었다던 우물은 이제 마르고 돌로 채워져 버려졌고 그 우물집 안주인은 순분은 살짝 하자가

있는 난쟁이식모를 싼값에 알차게 부리는 재주외에도 집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세놓아먹는데다 동네여자들과 계를

모아 계주노릇을 한다.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우물집엔 무려 네 가구가 살았는데 화창한 오월의 어느 날,

우물집 바깓채의 방이 하나 비고 네 식구가 이사를 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계약서에 썼던 필체가 화려한 새댁과 남편인 덕규, 그들 부부의 딸인 영과 원이 우물집으로 이사를 오고 순분의 둘째아들인 은철과

새댁의 둘째딸인 원은 작은 스파이놀이에 빠진다. 일단 동네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저주의 약을 만들어 복수를 하고 모든 사실은 둘만의 비밀로 하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알아낸 동네사람들의 이름과 각각의 사연들이 알려진다. 이북이 고향인 새댁은 과거 교사직에 있었다는 것만 알려져있고

덕규가 경락을 배우고 가르친다고 알려졌을 뿐 그들의 진짜 모습은 오리무중이다.

 

동네 똘마니역할에 신이난 순분네의 큰아들 금철은 아이들앞에서 호기를 부리다가 급기야 은철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영원히 장애인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구나 원이의 아버지 덕규마저 의문의 사내들에게 끌려가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평화로웠다기보다는 부산스럽던 우물집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빨갱이로 잡혀간 덕규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은철의 사고와 새댁네의 불행은 그 시대의 비극을 그대로 반영한다.

삼벌레고개는 그 시대의 인간의 계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산 중턱의 서민들과 산아래의 저택들, 그리고 땅보다는 똥이 더

많이 보인다는 우물집근처의 사람들의 군상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덕규가 잡혀가던 날, 의문의 사내들이 타고온 검은 세단에 긁혀진 똥자욱을 보고 덕규는 삼벌레중턱의 소년들의 담대와 용의주도함에

작은 기쁨을 느낀다. 고작 그들이 할 수 있는건 이런 사소한 반항일 뿐이었다는 게 가슴아프다.

덕규의 죄명이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고 단지 이데올로기적 이단자인 '빨갱이'나 '간첩'으로 묘사되어었지만 분명 그 시대의 이단자 혹은

배신자의 낙인으로 지목된다. 아마도 그 시절에 일어난 어떤 사건이 모티브가 된 것같다. 너무도 급히 사형시킬 수 밖에 없었던 그 사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과 지켜보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시선들이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인 것같다.

 

깔끔하고 엽렵했던 새댁의 몰락, 빨갱이 가족이라고 몰아부치는 이웃들, 그리고 그 이웃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덕규의 큰딸 영이,

입을 닫아버린 호기심소녀 은...나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인가.

 

후일 그 단죄가 잘못임을 나라가 인정하였지만 상처는 치유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했네. 미안해'하기엔 돌이키지 못하는

댓가가 너무크건만 곁에서 손가락질 하던 이웃들은 그 후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기억할까.

얼핏 '마당 깊은 집'같은 아기자기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처럼 따뜻했던 일상들이 비극으로 끝나는 장면이 가슴아프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이 그 후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단죄의 오류가 치욕스럽다.

여린 작가의 얼굴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했을 시간들이 겹쳐진다.

마치 무병을 앓듯 그녀 역시 이렇게 살풀이굿을 하지 않으면 못견딜 시간들을 견뎠을 것이다. 그녀의 굿판으로 새댁 가족의 한이

풀어졌기를 바랄 뿐, 그저 나도 구경꾼이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무심코 읽었던 책에서 비수처럼 번뜩이는 진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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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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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샤오홍이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되었다. 중국의 대작가인 루쉰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는데 이 작품은

샤오홍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1911년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태어난 샤오홍은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하라는 집안의 강압을 벗어나

베이핑여자사범대학에서 공부를 하게된다. 당시 중국은 가부장제도로 여자의 권위는 남자에 의해서만 주어졌던 것같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의 손에서 자란 샤오홍은 유독 자신을 예뻐했던 할아버지의 보호로 공주처럼 자란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외로움에 빠진 샤오홍은 부모가 맺어주려 했던 혼처를 마다하고 자유분망한

삶을 선택하게 된다.

 

 

표지에 실린 샤오홍의 얼굴은 시대를 거스를만한 페미니즘의 선구자라기 보다는 여린 소녀의 모습이다.

과연 이 여린 얼굴에 혁명가같은 열정이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일까.

결국 그녀의 이런 열정은 문학작품으로 꽃피었지만 자신의 삶을 어둠으로 이끈 원인이 된다.

 

 

샤오홍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랬다. 아무 느낌없이 정해준 혼처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세상밖으로 뛰쳐나와 스스로 사랑을 찾는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첫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다음에 만난 남자는 자신이 거절했던

약혼자 왕언지아였다. 사실 그 남자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억지결혼이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추문을 일으킨 샤오홍을 반대하는 왕언지아의 집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끊자 왕언지아는 임신한 샤오홍을 버려두고

고향으로 떠나고 만다. 여관비도 내지 못하고 볼모처럼 잡혀있던 샤오홍은 운명처럼 샤오쥔을 만난다.

샤오홍의 사랑은 문득 어린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엄마의 품을 파고드는 어린애처럼 자신을 보호해주려는 상대에게 무조건으로

안겨드는 그런 미숙한 사랑들.

샤오쥔을 통하여 문학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 역시 샤오홍이 그렸던 사랑에 갈망을 채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문학적인 능력이 있었던 샤오홍을 억압하고 여자문제를 일으키는 등 샤오홍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그녀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등을 돌린 가족들을 대신하여 그녀를 이끌어주었던 것이 바로 거장인 루쉰이었다.

마치 그녀를 사랑해주던 할아버지처럼 그녀에게 경제적인 지원은 물론 작품활동까지 도와주었던 루쉰이 없었다면 샤오홍의 빛나는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샤오홍이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에만 매진하였다면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왜 그녀는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했을까. 자유로운 삶을 원했지만 결국 사랑에 얽매어 자신의 삶조차 억압했던

그녀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서른하나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가 그렇게 붙들고 싶었던 사랑은 그녀에게 족쇄가 되었다.

서른 한 살 이라는 나이였지만 마치 백년은 살았던 듯 늙어버린 그녀의 젊은 삶이 가슴아프다.

만약 그녀의 생모가 오랫동안 살았더라면 할아버지가 더 오래 그녀곁에 있었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까.

마치 조선시대 허난설헌의 삶을 보는 것만 같다. 세상에 너무 일찍 등장하여 사라져갔던 여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샤오홍의 삶 자체가 소설인듯 했다. 그녀의 역작이라는 '후란강에서'와 '생사의 장'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녀의 작품에서는 그녀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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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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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년 1월 추운 겨울날 숀가우 근처의 알텐슈타트의  성 로렌츠성당의 안드레아스 코프마이어 신부가 사체로 발견된다.

먹을 것을 너무 탐하다가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독살당했다. 의사인 지몬은 신부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추위를

무릅쓰고 달려가지만 이미 죽은 후였던 것이다. 소문이 날까봐 두려운 성당지기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전편에서 사형집행인인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와 더불어 사건을 해결했던 지몬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신부의 편지를 받고 성당으로 찾아든 여인 베네딕타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교양있는 여인이었다. 포도주 중개상을 한다는 그녀는

프랑스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말도 잘모는 능동적인 여인이었고 지몬은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지몬의 사랑을 받고 있던 막달레나는 심한 질투감에 사로잡히고 결국 약초를 구입하기 위해 아우구스부르크로 자원여행을 떠난다.

 

지몬과 베데딕타는 살인사건을 쫓게되고 이 사건의 중심에 오래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템플기사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템플기사단은 한 때 유럽을 지배할 만큼 힘과 재산을 소유하였지만 어느 순간 지배력을 잃고 사라졌다. 하지만 어딘가 그들이

숨긴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보물을 찾기위한 단서를 코프마이어신부가 발견하였지만 결국 살해당하고 만 것이었다.

중세의 어둡고 추운 겨울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밀스런 보물을 찾는 이들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볼만하다.

더구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아우구스부르크로 향했던 막달레나는 이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사단과 맞닥뜨리고 죽음의

위협에 빠지게 된다.

역시 거대한 체구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형집행인 퀴슬이 이 모든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주인공이다. 물론 지몬은 퍼즐을 하나씩

주워오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의사보다는 탐정으로서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베네딕타의 매력에 푹 빠져 사랑하던 막달레나가 등을 돌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베네딕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고 다시 막달레나에게

달려가는 지몬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귀엽다.

 

아직 의학이 발달하기전 주먹구구식의 치료와 온갖 약초의 등장이 이채롭고 작가의 정보수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슬집안의 후손이기도 한 작가는 이 사건의 무대였던 숀가우를 직접 여행하고 독자들에게 소개까지 해준다.

템플기사단에 대한 영화나 소설은 많았다. 과연 그들이 숨겨놓았다는 보물은 무엇인지 알게된다면 조금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에게 분명 보물일 것이다.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치않는 행동에 치가 떨리긴 하지만.

전편에 이어 박진감있게 펼쳐지는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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