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의석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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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정신의학과란 병원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병원수도 적었고 무엇보다 '정신병'에 대한 안좋은 인식때문에 병원이 조금 숨어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동네마다 정신의학과가 보일 정도로 환자들이 많아진 것일까. 아님 숨겨왔던 아픔을 드러낼 정도로 인식이 좋아진 것일까.


사실 1년 전쯤 충격적인 일을 겪은 딸이 너무 힘들어하면서 정신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상담으로 마음의 아픔을 조금씩 덜어내기도 하고 약으로 처방을 받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 역시도 그 일로 트리거가 된 것인지 가뜩이나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는데 더 심해져서 의욕도 없어지고 식욕마저 사라지는 현실을 겪으면서도 선뜻 병원을 찾을 용기가 없달까, 여전히 가야하는데 하는 마음만 먹고 있다.


의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전생에 업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종목이든 쉽지 않은 직업이 아닌가. 몸이 아프던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만나야하고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를 해야하는 책임감이나 스트레스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나도 딸아이가 병원을 다녀오면 무슨 상담을 했는지 묻곤 하는데 '그렇게 마음 아픈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의사는 어떻게 자신의 무거움을 내려놓는대?'라고 묻는다. 내가 정신의학과를 다니는 환자라면 여기 저자의 사례처럼 묻고 싶었을 것이다.


몸의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수련과 많은 임상치를 쌓으면서 실력을 늘려가겠지만 정신의학과 의사들은 여기 저자처럼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나 독서같은 걸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다.

너무 곱게 큰 걱정없이 자라온 사람보다 자신도 어려움을 겪고 이겨낸 경험치가 상담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저자처럼 전학도 많이 다니고 실제 공황장애를 겪어본 경험이 환자치료에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환자에게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 치료를 하는 사람들도 일정 기간이 되면 사기(死氣)를 덜어내기 위해 좋은 터를 찾아 자가치료를 한다고 한다. 저자처럼 홀로 여행을 떠나보거나 명상을 하거나 해서 자신의 무거움을 덜어내는 것 같다.

어느 병원에 의사이신가 싶어 검색을 해서 찾아냈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조만간 찾아가볼까.

사진으로 만나보니 퍽 자상해보이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아마 많은 환자들이 나처럼 망설이고 고심하다가 병원문을 열었을 것이다.

'마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라는 말이 마음에 고인다.

나의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 책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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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 - 율곡 이이·신사임당 편 세계철학전집 5
이이.신사임당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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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 각국의 지폐나 동전을 보면 그 나라의 상징적인 이미지나 위인들을 새겨넣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폐에 새겨진 인물을 보면 이황, 이순신, 세종, 이율곡, 그리고 가장 지폐의 가장 큰 단위인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새겨져있다.

대략 10명도 안되는 인물들중 한 집안에서 두 명의 인물이 새겨진 경우는 신사임당과 이율곡 두 분이 유일하지 싶다.


신사임당이 새겨진 5만원권에는 그녀가 그린 그림도 함께 새겨져있는데 그 정교함에 그녀의 그림 실력이 어떤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여자의 권리랄게 별로 없는 조선시대에서 태어난 사임당이지만 자존감높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던데다 집안을 잘 보살피고 아이들 교육까지도

성공한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표본이 아니던가. 그런 어머니를 둔 이율곡의 됨됨이가 어머니로 부터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사임당의 능력을 알아본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과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지낼 수 있었던 당시의 풍습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태어나 지독한 시집살이와 차별을 겪었던 허난설헌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조건을 가진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남편 이순신은 좀 찌질한 인물로 기록되어있는데 사임당이 죽음을 앞두고 재혼하지 말라고 당부했던만 냉큼 재혼을 하고 평생 벼슬자리도 시원치 않았던 것을 보면 이율곡은 어머니를 닮은 듯하다.


이율곡은 어려서부터 이미 총명한 것으로 유명했고 과거에도 여러차례 급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는 하지만 이율곡이 살았던 시대에 군주가 하필 조선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왕으로 알려진 선조였다. 오히려 난세에 이순신이나, 이율곡, 유성룡같은 영웅들을 만난 선조가 행운의 남자가 아니었나 싶다. 이율곡의 '십만 양병설'은 유명하다.

선조가 이율곡의 말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율곡 역시 세종이나 정종같은 제대로 된 리더를 만났더라면 그의 재능은 훨씬 빛이 났을 것이다.


하늘이 조선에게 이율곡같은 인물을 내렸으나 시대가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격이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저서와 여러기록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거의 성인에 가까운 그의 격과 삶에 대한 가치가 높았음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필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리를 설파하던 이율곡은 하늘에서 어머니를 만나 그리움을 해소했으려나. 지금과 같은 난세에 이율곡과 같은 바른 리더가 간절하게 기다려진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형편없는 자들이여 이 책을 읽고 깨우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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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태도 - 삶이 버겁고 아직 서툰 어른들을 위한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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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에는 매일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게 메모가 가능한 달력이 있다. 병원예약이나 읽어야 할 책의 순서가 빼곡히 적혀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 하루 한 장정도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스케줄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하루를 시작하기 전 그날의 할일을 살펴보면서 이 책에 있는 글귀같은걸 읽을 수 있다면 준비된 하루를 잘 살아낼 것 같은 든든함이 생길 것 같았다.


인생 살아보니 정말 잠깐 소풍나온 것 같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들이었다.

한 번뿐인 삶인데 나 잘 살아온 것일까. 기어이 닥칠 마지막 날, 잘 살고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진다. 적어도 나 자신한테만큼은 부끄럽지 않았어야 할텐데.


조금 전 읽은 책에서도 독서의 중요함이 나오더니 확실히 인생의 리더들이나 조언자들이 하나같이 꼽는게 바로 독서였다. 누군가의 경험이나 지혜같은 것들을 어찌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책만한 것이 없다는걸 진심으로 깨달으며 살아온 사람이라 정말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어가면 평생 짊어진 짐들이 좀 가벼워질 줄 알았다.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 푸근해지고 왠만한 어려움에도 흔들림이 적어질 거라는 생각은 맞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나고 삶의 성적표는 더 형편없어지는 것 같아 초조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내 곁에 나를 지지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나는 누구의 그런 사람인 적은 있었나?


내가 살아온 시간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어떤 성적표가 매겨졌을까. 궁금해진다.

낙제나 면했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지난했던 그 시간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치열했고 상처투성이의 삶이었지만 나름 선전은 했다고 위안하고 싶다.

이런 책들을 만나면 자꾸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을 잘 모르지 않는가.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나를,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남은 생을 조금쯤은 더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할 수있는 시간이 된다.

가방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의 책에 큰 가르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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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지혜가 보인다 -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170편의 지혜와 마주하다
Harry Kim 지음 / 더메이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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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둠속에 서있을 때 누군가 손을 잡아 이끌어준다면 얼마나 감사하겠는가.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첫 부분에 등장하는 글귀가 바로 '책 읽는 자가 승자다'였다.

그러고보면 외롭고 험난했던 내 어린시절 나의 손을 잡고 운명을 같이했던 친구는 바로 책이었다.

그래서 든든했고 행복했다. 이 세상에 얼마나 좋은 명언이 많은가 그럼에도 이 글귀가 앞에 있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 그런 사람이 얼마나 지혜로운 삶을 살 가능성이 많은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무지, 무경험, 무소신을 이겨내고 지혜에 이르게 한다'는 말에 200%공감한다.

이 세상은 넓고 닿지 못한 것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 시간들, 그걸 거의 다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을 읽고 지혜를 얻으면 미래를 보는 혜안이 생긴다. 남들보다 몇 발자욱 앞선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흔히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상대를 존중하면 나 역시 소중한 대상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4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기 보다는 사람을 얻은 것이 더 큰 재산임을 깨달았던 나로서는 '사업으로 사람을 얻으라'는 말이 진리일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돈은 정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살아보니 돈이 나를 쫓아야지 사람이 쫓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돈은 누구에겐가 약이 되지만 독이 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러니 돈을 약으로 사용하라는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 자꾸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과연 나는 잘 살아왔는지, 내 아이들에게 본이 되었던 부모였는지를 묻게 된다. 자신이 없다.

내가 그닥 잘 살아온 삶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자식에게 훈계를 하고 내가 살아온 길처럼 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시 돌아간다면 제대로 본을 보여줄 수 있으려나.

자신이 없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자신에게도, 내 아이들에게도.

작지만 큰 책이다. 어느 한 귀절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 않은 글귀가 없다.

두고 두고 곁에 두고 스승처럼 모시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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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늦은 용서
최은주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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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미움이나 증오같은 마음을 품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가장 힘든 게 바로 '용서'라는 것도 인생을 이만큼이나 살아보니 깨닫게 된다.

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미워했고 저주했지만 용서했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게 많이 후회스럽지만 너무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용서'라는 것은.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부모밑에 태어나 대접받으며 컸어도 남자 하나 잘못 만나면 인생은 고달퍼진다. 예전 여자의 팔자는 남자에게 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삼종지도가 뭐라고 한 사람의 인생이 아버지나, 남편, 아들에게 달렸단말인가. 참 한심했던 시절이다.

고명딸이었던 순심이 바리바리 혼수를 해서 시집을 갔건만 몇 년만에 이혼을 당하고 친정에 쫓겨온다.


5년 만에 친정나들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남편이 오빠에게 전해주라고 손에 쥐어준 편지에는 이혼장과 위자료격의 땅문서가 들어있었다.

순심은 자신이 이혼을 당하는 것조차 모른 채 친정에 오게 된 것이다.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고 이미 아이까지 들어섰다고 했다. 순심이 남편의 마음에 들어갈 곳이 없었다. 더구나 아들인 진섭이까지 빼앗아 갔으니 순심의 한은 깊기만 했을 것이다.

50여년의 세월이 흘러 친아들인 진섭이 자신을 모시러 왔다. 같이 살던 오라비가 자식네와 합치기로 했으니 갈 곳이 없었다. 망설이다가 진섭의 집으로 들어간 순심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치고 있었다.


이미 남이 되어버린 진섭의 아버지, 전남편이 진섭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진섭이와는 배가 다른 동생들이 이제는 큰 형이 아버지를 모셔야하지 않겠냐면서 진섭이에게 아버지를 떠맡긴 것이다. 진섭의 집에 전처가 들어온 것을 모른 채 같은 집에 살게 된 진섭의 아버지는 순심의 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지만 순심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떻게 용서가 되겠는가.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버린 인간을.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이제 병들고 늙어서 자식에게 위탁을 하려는 심사도 괘씸하고 새여자와 살겠다고 자신을 버린 남자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순심은 하루만 빨리 용서를 해줬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세상을 버린 전 남편을 위해 절에 들어가 기도하는 생활을 하던 순심은 자신의 삶을 글로 써서 남긴다. 마침 그 절을 찾아오게 된 찬희가 그 글을 읽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된다.

고된 시집살이로 실어증까지 오게된 찬희. 그런 시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해 괴롭던 찬희에게도 후회의 순간이 닥쳐온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왜 좀더 빨리 결정하지 못했을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미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고문과도 같다.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럼에도 용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한 길도 안된다는 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중생의 삶인가 싶어 읽는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 역시도 용서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다. 혹시 지금의 이 망설임이 또 다른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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