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토스트 - 김영주 냅킨 에세이
김영주 지음 / 밑줄서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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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지만 빵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갓 구운 빵의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정도로 나를 유혹한다.

빵순이 딸이 아침에 토스터기에 빵을 구울때면 가스불에 얹어놓은 콩나물국을 슬쩍 포기하고 싶어진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쨈이나 버터를 발라먹으면 정말 맛있다. 




얼핏 토스터 레시피가 있는 책일까 싶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작고 가벼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그래서 누구나 집어 들 수 있는 친근하고 만만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바람이 잘 녹아든 토스트 한 개 보다 조금 큰 정도의 책이었다.

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한, 매일 뭔가를 적어보겠다는 다짐이 만들어 낸 소중한 기록!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백지에 뭔가를 쓰려고 맘을 먹으면 첫 줄부터 썼다가 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잘 해보려고 하면 막상 어려워지는 일들.

저자의 말처럼 '잘'을 지우면 조금 더 편하게, 정말 잘 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며칠 전부터 장마같은 비가 내렸다. 비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막상 외출하려고 하면 난감한 날씨인데 이제 비가 그치면 하지 뭐, 하는 여유도 생겼다. 그게 나이를 먹었다는 뜻은 아닌지. 엊그제 읽은 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에 태어났다고 하더니 내 생일도 얼마남지 않았다. 비 한번에 가을에 훌쩍 여름을 제끼고 달려왔다.




손톱밑에 가시가 얼마나 아픈지 안다. 잘 보이지도 않아서 뽑기도 힘든 그 조그만 존재가 얼마나 성가시고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지. 하지만 가슴에 박힌 가시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누군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박히면 보이지도 않아 빼내기도 힘들다.

지금도 내 가슴속 여기저기 박힌 가시가 콕콕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아마 죽어야만 잊혀질 가시들.




책을 너무 좋아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어려서는 헌책방에 자주 갔었다. 청계천 책방에 가면 그렇게 행복했었다. 지금은 대형 문고에 가도 실컷 책을 읽을 수 있어서인지 헌책은 사지 않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책장에 머물렀다가 내게로 온 책이라는 저자의 섬세한 마음이 퍽 다정하게 다가왔다. 아 헌 책에는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있었겠구나.


잘 구운 토스트위에 버터를 바르고 써니 사이드업 계란을 얹어 바삭하게 씹은 것 같은 고소하면서도 따끈한 책이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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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껴도 맑음 (10주년 기념 특별판) - 달콤한 신혼의 모든 순간
배성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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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긴 워낙 오래되기도 했지만.

알콩달콩 신혼일기를 보니 달콤하고 부럽고 이런 감정들이 제발 오래가기를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안사람'역활을 하는 저자와 바깓일을 하고 있는 아내의 사랑이야기가 참 아름답다. 혼자살면서 요리에 청소같은 살림에 익숙했던 안사람의 털 이야기에 빵 터지고 말았다.

우리집도 사랑스러운 댕댕이가 두 마리 있어서 정말 털 천지인데다 딸내미들의 머리털도 장난이 아니다. 기어이 로봇청소기를 사서 매일 돌리고 있지만 각자 자신의 존재를 아낌없이 발휘하는 가족들덕에 그냥 여기 그림처럼 털이 들어간 음식이 당연해지고 말았다.


정말 안하면 티가 확나고 해도 별로 티가 안나는게 살림이다 보니 안사람의 투정이 확 와닿는다.

그래도 청소를 해놓고 좀 알아봐주었으면,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남편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귀엽다. 성품이 퍽 따뜻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같다. 외려 바깓사람이 좀 와일드해보인다. ㅎㅎ


신혼의 달콤함과 뜨거움이 느껴져서 살짝 열이 오르기도 하는데 눈치없이 냥이들이 침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니 참 난감했겠다. '망고, 젤리 나가있어' 눈치좀 챙기자 망고, 젤리!

그런데 그렇게 귀엽던 젤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긴 이 책은 이미 10년전에 세상에 나왔던 것이고 10주년판으로 새롭게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라니 적어도 10년 이상 살았다는 것인데 그래도 너무 짧게 살다간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우리 댕댕이들도 언젠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널텐데...어쩌나.


첫만남부터 프러포즈, 신혼생활을 그린 작품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거의 매번 등장하는 우리 망고와 젤리 그림이 어쩌면 그렇게 귀여운지 내가 다 행복해졌다.

여전히 신혼처럼 알콩달콩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아기는 안가지는건지 그건 좀 궁금하고.

또 10년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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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트리거 - 나를 이끄는 뇌, 생각을 이끄는 나
김진우 지음 / 리드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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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책이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고 한다. 도파민은 참 긍정적인 호르몬이라고 생각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양면의 날을 지닌 검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성호르몬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지만 도파민의 경우는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급격한 신체, 환경의 변화같은 것들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말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도파민 생성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독이나 불안, 회피같은 자포자기로 이어지기도 한다니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물질이 아닐 수 없다. 부족증의 증세를 보니 행동이 느려지거나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저자처럼 알콜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나도 도파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최근 몹시 우울하고 의욕도 줄었으며 입맛도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시절의 아픔을 극복하고 잘 이어지던 삶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점차 무너졌고 아내의 죽음은 알콜중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슬픔과 아픈 기억들을 술로 잊고 싶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홀로 남겨졌을 무렵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 노부인은 아마도 운명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전생에 덕을 쌓았던지 죽은 아내의 보살핌 덕분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일어설 기미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노력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보였기에 가능했을 기적이었다.

다행스럽게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알콜도 멀리 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럽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술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게 더 많았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였다면 시큰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치열하게 도파민과의 전쟁을 벌였던 사람이었기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이 책이 도파민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도파민 부족증을 겪었던 사람들, 그래서 불안과 중독에 이미 망가져가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다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힘을 얻을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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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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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이다. 승리한 사람이 대체로 살아남고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는 그런 냉혹한 공간이다.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많지 않은 자리를 차지해야만 살아남아야 했던 기억이 유전자속에 새겨져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도 그렇게 키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내가 만약 쌍둥이를 낳았다면? 그것도 말 더럽게 안듣는 똑같이 생긴 +아들녀석이 둘이나 있었다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안다. 그래서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부모가 쌍둥이중 한 아이를 할머니집으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키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모정을 넘어서는 탐욕이 진짜 이유임을 알고 경악했다. 그러니 할머니집으로 보내졌던 은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서울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쌍둥이 동생 지우가 몹시 부러웠고 몹시 서러웠다.

버려진 아이같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은오는 6학년 때 잠시 일탈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인신매매의 덫을 간신히 빠져나왔고 할머니의 재산이 어디론가 빠져나갈까 걱정했던 외삼촌 가족들까지 더해진 좁아터진 할머니집에서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 언제나 지우가 우선이었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던 부모가 살던 서울이 낯설었다.


하지만 계속된 불행으로 또 어쩔 수없이 지우와 한 여고에 다니게 된 은오는 지우와 쌍둥이라는게 너무도 싫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부산 할머니집에 살 때 우연히 알게된 선집이라는 남자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같이 밴드활동까지 하게 되면서 선집이가 은오의 마음에 들어오는데 은오는 지우가 첫사랑이라면서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다. 눈치가 없는거니. 염치가 없는거니.


원하는 노래공부까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은오는 다시 탈출을 감행한다. 불과 삼일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난 이 장면에서 은오를 잡아준 펜션의 그 아줌마가 몹시도 존경스러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준 진짜 어른이 아니던가.

항상 지우에게 양보만 하고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 은오의 '의자 뺏기'는 작가의 말처럼 경쟁사회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아니고 자존감을 갖고 자기 몫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글을 참 잘쓴다. 호두과자속에 호두가 들어있듯 진심이 들어있다.

슬픔과 아픔, 외로움같은건 거의 누구나 다 경험한다. 그래도 은오가 '지우세이'를 빌려 얘기했던 날숨으로 밖으로 내보내보자. 바람으로 흩어져 버릴 수있게.

누군가를 이겨야하고 늘 빼앗기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 아니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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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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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인류를 '위대한 존재'라고 하지 '사소한'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고고학을 전공하고 인류학 교수를 하는 분이 '사소한'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고 비슷하게 진화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의 우리, 내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살아남아 종족을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 저자가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서 조금 우울해진다.


대학을 다녔지만 그 사회에 대해서, 특히 우리보다 더 우월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교수들의 세상은 잘 알지 못했다. 일단 학문을 하는 전당을 이끄는 사람들이기에 대체로 더 공정하거나 어쩌면 순수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없애주었다. 역시 인간은 계급사회를 형성하는데 탁월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 대학은 여성 교수에 대한 편견이 없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이미 그런 편견을 가졌다는 걸 증명한다.

고작 육아휴직 3개월이 비슷한 남자교수들과 6~7년을 뒤처지게 만들었다니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수만년의 진화를 거친 위대한 인류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소한'이 붙었지.


어쩌면 인류를 구했다고 믿어지는 늑대-개로 진화한, 누군가는 늑대와 개의 유전적 차이가 있다고도 하지만-가 더 많은 진화와 계급상승을 누리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외갓집에서 기르던 쫑쫑이가 아닌 멋진 이름을 붙여주는-요즘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집안의 귀염둥이를 넘어서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집도 그렇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현대의 계급은 개, 어린이, 노인, 그리고 여자, 그 다음이 남자라고.

순서가 한 두개 뒤바뀐다 해도 인류를 먹여살렸다고 믿어지는 사냥꾼 남자는 이제 맨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아직 어딘가에서는 여성들보다 대체로 상전으로 군림하는 모양이다.



인류학 교수가 쓴 책이니 뭐 고루한 인류학이나 고고학이 등장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정도에

민족성에 따라 의미를 많이 줌으로써 명성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이다.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로 보면 멀지 않아 은퇴할 시기가 올 것 같은 인류학 교수의 에세이는 그나마 여성교수로 살아남기 조금 괜찮은 나라에서도 전사로서 살아온 투쟁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편견과 더불어, 임신, 출산, 육아, 가사까지 수만년 전의 여성들이 짊어진 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도 몇 년전까지 '여류~~'하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었다. 하지만 어느 작가가 그랬다던가. 왜 '여류'라는 수식어를 붙이느냐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있다. 여의사, 여약사는 왠지 신뢰감이 덜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달려와서 편견을 깨부수고 '여교수''여류'라는 타이틀을 떼어내준 수많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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