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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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가혹했다. 가난했거나 은둔했거나

성격이상자로 사회적으로 비탄을 받았거나 했다.

너무 세상을 앞서나가 인정을 받지 못해 더 힘들었던 예술가들중에서도 고흐만큼

힘든 삶을 살았던 예술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남긴 엄청난 작품의 그림중

고작 한 점이 팔렸을 뿐이라는 사실이 그의 삶을 얼마나 지난했을지를 가늠케 한다.

 

 

목사로 아들로 태어나 화상이 되어 제법 사회인으로서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그안에 내재된 뭔가가 그를 평범하게 살도록 놔두지 않았다. 선교사가 되어 광산의

광부들을 돌보기도 하고 몇 몇 직업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가 가야 했던 길,

화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운명이었을테니까.

 

 

그림에 관해 많이 아는 것은 없지만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뭔가 강렬한 삶의

열정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가 존경했다는 밀레의 그림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농부에게서 평화스러움을 느꼈던 고흐의 자연풍경들은 인간의 가장 본초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조금쯤은 쓸쓸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들.

사실 그림을 이해하는데 공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게다. 그냥 느낀 그대로 내 맘에

가져가면 그뿐이지 않을까. 고흐 역시 자신의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하고

싶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얼마든 이해해주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누구의 인생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시골에서 자랐던 고흐역시 대도시의 삶보다는 평화로운 농촌이나 바닷가 마을에서

행복함을 더 느꼈던 것 같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술.

깊은 고뇌의 세상에 살았던 예술가로서 고흐는 외롭고 서툴렀던 것 같다.

그를 요양원에 살게했던 망상이나 술들은 때로 독이였겠지만 그가 살 수 있도록

끌고간 동반자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잠시 화상의 길을 걸었던 때를 빼고는 제대로 돈을 벌어본 일이 없었던

고흐에게 화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준 테오가 어쩌면 더 인정받아야 할 사람일지도

모른다. 고흐가 좀더 일찍 세상사람들에게 인정받아 그림이 잘 팔렸더라면 고흐도

테오도 조금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텐데...참 아쉽다.

 

무엇보다 이 책이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은 고흐의 삶을 다룬 그 어떤 책보다도 그의

작품이 많이 실려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유명한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그림외에 어린 소녀나 신발, 붓꽃같은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오래 곁에 두고 꺼내볼 명저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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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베이식 아트 2.0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정재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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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일생을 따라한 여정은 신비롭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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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베이식 아트 2.0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정재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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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좋아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 소녀'는 뭔가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흘깃 나를 쳐다보는 눈길도 그렇고 살짝 벌어진 입으로는

뭔가를 말하는 것만 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남긴 화가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다니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나마 이 책의

저자처럼 그의 작품을 따라 그를 해석하는 사람이 있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일단 그림이라는 것은 아직 사진이 없었을 때 사회적, 역사적 기록으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글로 남긴 기록으로 당시를 짐작할 수도 있지만 한 점의 그림으로도

그게 가능하니 참 다행스럽다. 하지만 나처럼 그냥 그림만 보는 사람이라면 그 해석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림속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가는 것은 셜록 홈즈의 범인찾기 만큼이나 흥미롭기만 하다.

커다란 모자를 쓴 남자와 마주앉은 여자. 그냥 그렇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의 메시지는 바로 뒤에 걸린 지도란다.

당시 영국과 전쟁중이었던 네덜란드의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는 뜻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탁자위에 놓여진 술병과 마주앉은 두 남녀의 그림에서도 강렬한

메시지는 있다. 당시 포도주는 정숙한 주부에게는 금기와도 같았단다.

그런 포도주를 앞에두고 마주앉은 남녀는 말하자면 불륜의 상황을 짐작케한다.

술잔을 입에 대고 눈웃음을 치는 여자는 뚜쟁이를 통해 매춘을 의뢰받고 승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사회였지만 현실은 아주 방탕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그 뒤로 오랫동안 허가받은 성매매업소가 즐비했고 많은 남자들의 행락지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난 이 그림의 주인공이 너무 궁금했다. 아직까지도 이 소녀의 정체는

밝혀진 것이 없다. 그래서 더 신비롭다. 이국적인 터번을 쓴 것으로 보아 타국의 여인

이었을까. 아님 당시의 유행을 따른 신세대 소녀였을까.

베르메르가 그림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몰랐을 이 소녀의 일생은 영원히

미지로 남을 것 같다.

 

어려서는 유복했지만 가난해진 베르메르는 요즘으로 말하면 처가살이를 한 셈인데

그 와중에서도 열 명이 넘는 아이를 낳았다는게 놀랍다.

처가가 부자여서 망정이지 먹을거리 걱정에 가뜩이나 많지도 않은 그림마저 그릴

형편이 안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가 쫒은 베르메르는 그래도 사회적 인식이나 주관이 뚜렸했던 것 같다.

그의 그림속에 담긴 당시의 메시지를 보면 말이다.

아쉽게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게 많이 아쉽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소중하게 대접받는게 아닐까.

큰 화면으로 만난 베르메르의 작품집은 가끔 꺼내보고 싶은 소장품으로 아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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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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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솔직한 한주의 일탈이 놀랍기만 하다. 아픔을 간직하고 산으로 간 사람들 도망치듯 산으로 향한 사람들의 삶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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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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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듯한 얘기일 수도 있다.

멀쩡한 남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들이 한둘이겠나마는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 한주의 일탈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인 남편은 성실하고 가정적이며 아내인 한주를 사랑한다.

나도 한주처럼 그렇게 특별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를 알고 있다.

정신과는 별개로 몸이 뜨거운 여자. 한주는 상대를 사랑해서 몸을 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해 다른 남자가 필요한 것 뿐이다.

바람도 문제지만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이 한주에게는 그저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있다. 두어번 들켜 문제가 생긴게 겁이 날뿐이다.

 


 

첫 번째 들켰을 때는 잘 넘어가줬다. 사실 처음 핀 바람도 아니었지만 암튼 첨 들켰을 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남편은 용서를 해줬다. 그런데 한주의 몸은 자꾸 뜨거워졌다.

다른 남자와 자지 않으면 해소가 되지 않는게 문제지 살림 잘하고 국밥집 알바도 해서

용돈이라도 벌어다 쓰는 알뜰한 한주가 무슨 죄라고 그러는지 한주는 이해가 안된다.

 

 

결국 두 번재 들켰을 때 남편은 한주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죽이려고 했다.

입은 몸만 가지고 도망쳐 나온 한주는 국밥집 친구 영주에게서 돈을 조금 얻어

도망다니다가 죽기위해 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산에 있는 화장실 청소를 할 미화원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산의 미화원으로 일하게 된다.

똥과 구토물이 뒤범벅이 된 화장실이지만 한주는 청소를 하는 일이 즐겁다.

마치 의식을 거행하듯 성스러운 마음으로 변기를 껴안다시피 하면서 광을 낸다.

하지만 제버릇 개 못준다고 그곳에서도 이 남자 저남자 흘깃거리고 몸을 섞는다.

 

 

한주가 그러는 동안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한주를 쫓는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죽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가 말한 시한이 다가오자 한주는 떠날 준비를 한다. 아니 죽을 준비를 한다.

 

산이란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등산객이 늘었고 사고 또한 늘었다고 한다.

대단한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등산이지만 언제든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사로고, 자살로....그래서 그 산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주처럼 막차를 탄 기분으로 산으로 향한 사람들까지.

한주란 여자는 영악한 듯 보이지만 단순하고 쾌락을 쫒는 사람이다. 그 끝을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몸이 원하는대로 살 뿐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말고 혼자서 실컷 즐기기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으련만.

한주의 리얼한 몸섞기가 민망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사진을 보니 엄청 참하게 생기셨던데 이런 리얼한 글을 경험없이 쓰셨을라나...괜한 의문이 들었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산은 모든걸 품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산을 떠난 한주는 어디로 향했을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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