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늘 그렇지만 샘터는 삶에 지치고 갈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샘물과도 같은 책이다.

 

 

 

10월의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푸른색 표지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황금색 깃텃을 지닌 새가 날아왔다.

 

 

'가을이 물고 온 편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양인자작가님의 '남미 무전 여행기'가 실려있다.

'바람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아~~ 어디선가 조용필의 이 아름다운

노래가 마구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천만 원이 넘는 여행비를 이삼만 원만 쓴 무전여행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남미의 2주일 동안 밤마다 탱고 클럽을 다니셨다니..나도 좀 데려가시지.

역시 남미는 피곤할 겨를도 없이 여행자를 몰아부치는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 나도 그 훌륭한 가이드 소개좀 해주세요.

 

 

마침 샘터 11월호를 받아 든 날은 '책의 날이라던가.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 곧 책벌레라고 자칭한 이덕무의 '책을 읽을 뿐이다'라는

좌우명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서얼임에도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정조에게 발탁된 것은 바로 책의 힘일 것이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진다'라는데..나는 지금 부유한지 되묻게 된다. 하지만 박수밀교수의 말대로 부귀하지 않을들 어떠랴.

책을 읽는 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가는 힘인 것을.

 

 

아 내영원한 사랑 '겨울 나그네'의 민우를 탄생시킨 최인호작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기사를 보니 울컥 슬픔이 밀려온다.

수녀인 친구는 작가가 마지막까지 입원해있던 병실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했다.

'최인호작가님의 장례식장에 왔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모두 모인것 같아'

옆방에 있던 추기경님 문병을 왔다가 인사하게된 작가는 환자같지 않게 잘 웃고 잘 웃겨서 눈치보지 않고 많이 웃었다는데.

내 치열했던 질풍노도의 시간들은 그가 다독다독 '가족'이란 이름으로 잠재워줬었다.

나는 그에게 영원한 '다혜'이고 싶었는데. 환자로서 죽어가고 싶지 않다고..작가로 죽고 싶다던 그의 마지막 말처럼

끝까지 만년필을 놓지 않았던 작가에게 나는 '영원한 작가상'을 수여하고 싶다. 더불어 그 곳에서도 부지런히 책을 집필하여

언젠가 마주할 나에게 번듯한 신간들을 자랑스럽게 내주셨으면 좋겠다. 안녕..작가님.

 

 

 

최인호작가님을 추모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김홍신작가를 봤다. 최인호작가가 김홍신작가의 아드님 주례를 서주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을 못지킨 것을 평생 미안해하더라면서 아주 오래전 신춘문예심사원으로 만나 금방 '형','동생'했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든 잘 나가던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소대장 시절(아..rotc출신의 장교였구나)의 사진을 보니 키야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치고 참으로 꽃스럽다. 연애편지를 대필하던 순간부터 이미 작가에 입문한 것이 아닌지.

다행히 군대에서 축구했던 얘기는 없다. ㅎㅎ

 

 

10월은 그렇다고 치고..11월이라는 숫자만 봐도 옆구리가 시리다. 12월보다 더.

이달의 특집 '외로움도 힘이 된다'라는 주제가 왠지 시린 옆구리를 따뜻하게 덮혀줄 것같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에 들어간,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유양수씨는

에어컨도 없는 7평 남짓한 방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힘든 싸움에서 외로움은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이런 담금의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외로움'을 나를 벼리게 하는 '용광로'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가끔은 찾아와도 좋을 친구가 될 것이다.

 

 

 

낙동강에도 섬진강에도 이제 재첩은 귀한 녀석이 되었다는데 40여년을 시어머니에 이어 '재첩국'을 끓여 판다는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그립다. 손톱만한 조개에서 뽀얀 국물을 우려내어 부추를 동동 띄운 재첩국을 앞으로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6개월을 끓이고 부어 삭힌 참게장과 할아버지가 가꾼 유기농 농장에서 딴 매실을 담근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재첩회도 그립다.

내년 3월 딱 한달만 나온다는 벚굴을 먹으로 하동으로 가련다.

친절하게도 40년 비법의 손맛레시피가 100p에 올려져 있다.

아이구 쉽네..했다가는 이순자 할머니의 '쉽기는 뭐가 쉬워 재첩 씻는게 얼마나 어려운데'라는 호통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귀한 재첩은 어디서 구하나.

 

역시 어느 한 쪽도 버릴 수 없는 알토란같은 기사로 시린 옆구리가 따땃해졌다.

늘 그렇지만 어느새 다음호의 기사가 궁금해진다.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2013년 12월호 특집은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라고 한다.

200자 원고지 5~10매 정도의 분량으로 10월 31일까지 마감이라고 하니 수없이 꿈꾸었던 그 순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볼까?

여러분들도 함께 떠나보심은 어떠하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사진발을 믿어야 할까. 표지에 있는 마흔 여덟의 작가는 꽃미남의 얼굴이다.

도무지 시바(막연히 시바는 내가 알고 있는 열 여덟의 숫자를 가진 탄식의 언어라고 유추하기로 했다)나

조내(조내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 책을 읽는동안 내내 우리말 사전을 뒤지고 심지어 욕말 사전을 뒤져도 답이 없다)

가 결코 긍정이나 순화된 우리말은 아닐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단어를 마구 흩뿌리는 거친 남자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내내 도통 술에서 깨어나질 못하겠다. 전생에 술하고 웬수를 졌는지 비 온다고 한 잔, 꽃잎이 진다고 한 잔,

반갑다고 한 잔, 헤어져 슬프다고 한 잔...도대체 술 안먹을 궁리는 없는 것인가.

 

 

가슴이 철렁하는 은행 우편물을 들고 쫄아서 찾아가보니 하느님이 류씨를 엄청 사랑하사 거금까지 보내시니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볼까 남태평양의 섬을 사서 죽도록 낚시나 해볼까 옛날 애인들에게 경비행기를 하나씩

선물할까...너스레를 떨기에 순간적으로 휴면계좌에 거금 47만 3천 5백 1원...이 잠깐 47억 3천 5백만..으로 보였다.

이런 뒤질랜드같으니라구. 화들짝...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내 입과 의식이 원초적으로 변해버렸다.

 

도대체 시인이란 사람들은 노다지 술이나 푸고 연탄이나 걱정하고 연말이 다가오면 도지는 신춘문예에 대한 짝사랑으로

견디는 존재란 말인가. 이종격투기 선수였던 시인은 차라리 그냥 이종격투기를 하고 알콩 달콩 농사짓는 시인은

그저 농사만 알토란같이 지어 등따시고 배부르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것은 범사에 속물인 내 생각일 뿐.

춥고 배고프고 술고프고 사랑고파야 시도 나오고 시인이란 업을 뒤집어 쓰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옥수동 성당앞..인지-내 기억으로 옆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옆인지 항아리 갈비와 홍대 앞 라 꼼마와

흑석동의 지금은 없어졌다는 개미집은 내 발길도 무수히 닿았던 곳이리라.

추적 추적 비오는 날 사진으로는 멀쩡하게 뵈는 작가와 옷깃이 스쳤을지도 모를 일.

다행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등단 후 18년 만에야 시집을 냈다는 이 시인과 마주쳐 술이라도 기울였다면

술 값을 대신 내주거나 날 밤 새고 간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씨름을 했던가 담날 콩나물 천원어치쯤 담긴 검은 봉투를

건네야 했을지도 모른다. 시인하고 술을 먹으면 안된다는 지론은 바로 이 작가의 말이니 탓하지 말지어다.

 

그래도 가는 곳마다 애인이 있어 좋겠다.

지금은 떠나버린 광석이형이 불러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은 유일했던 그의 첫사랑과 닮았거니.

늙은 애인이건 떠난 애인이건 술 값 내주러 달려오는 애인이건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나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이외수선생을 비롯하여 밍규, 안상학, 박후기, 조동범, 하창수, 이제하, 황인숙...작가들이 불려 나왔다.

전지현이 자신의 꿈에 나와 결혼하고 떠났다고 징징 거리면서..시바..누구 맘대로 자기 꿈에 출현했다고 툴툴거리더니.

졸지에 불려나온 작가들은 툴툴거리지 않으려나.

 

 

'시인이 살지 않는 육신은 버림받은 곳이다......나는 나와 타협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전생을 망설였다.-249P

광고회사로 고추농사를 짓는 농부로(이건 정말 뜬금없다), 훌훌 영혼의 고향이라는 인도를 다녀왔어도

결국 그가 서있는 곳인 시(詩). 자신의 육신에 시(詩)가 실리지 않음은 버림받은 것과 같다니 천상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시를 써야 부지를 할 것이겠지. 시래기국과 연탄 몇 장과 술과 씨름하면서.

 

'그래서 나는 몸에 딴 생각을 품게 하면 안된다. 무조건 술로 조셔서 모든 병을 술병으로 단일화시켜야 한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따위에 몸을 내어줘서는 안된다.' -111p

 

이건 뭐 대통령 후보 단일화 선언도 아니고 하긴 목숨이 걸린 일이니 비장할 수 밖에.

스스로 삼류 트로트 통속 연애 시인이니, 막장 술꾼이니 툴툴거리는 이 시인..귀엽다(오십이 낼모레인 사람에게

귀엽다니 시바..)

떠난 여인 그만 붙들고 진정 '사랑이 그대에게 다시 말을 걸어' 조촐한 울타리 꾸미고 살림이나 꾸렸으면 좋겠다.

술과의 사랑은 적당히 하고 이제는 사기도 어려운 연탄대신 사철 누르기만 하면 덮혀주는 가스보일러 틀고

시래기국 맛있게 끓여주는 그런 사랑말이다. 안되려나. 혹시 술값 내주는 애인중에 있으려는지.

내가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건 어찌 알았는지 삼류 트로트 통속 시인 류씨는 제법 산문도 불콰하다.

취한다. 딸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엉망진창이 된 딸아이가 누워있는 병실 침대곁에서 한 남자가 오열하고 있었다.

올해 유난히도 바빴던 영화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도저히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상황이 힘들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영화배우이기 이전에 그는 아빠이고 남편이기에 8살 소녀에게 닥친 비극과 마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57살의 짐승같은 남자가 여린 꽃잎같은 8살의 소녀를 범했다. 아니 범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가볍다.

아이를 때리고 실신시키고 강간하고 자신의 죄를 덮기위해 내장마저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든 법의 잣대로 그는 겨우 12년의 형을 받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꼬박 꼬박 밥을 얻어먹고 살아가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소녀는 짐승같은 그 아저씨가 몇 년후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지 묻고 있다.

 

 

 

얼마전 잠이 오지 않아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돈 크라이 마마'도 이와 비슷한 비극이 펼쳐졌었다.

집단 강간을 당한 딸이 자신의 생일 날 자살을 한다. 법은 강간을 한 청소년들에게 가벼운 형량만 선고한다.

그 참담했던 장면이 인터넷으로 유포가 되었고 그 사실을 안 엄마는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강간한 아이들을 단죄한다.

이 사건 역시 밀양 여중생 강간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다. 무려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번도 아니고 수시로

불러내어 집단 강간을 일삼고 아직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사면이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8살 소녀를 무참하게 강간하고

폭행한 짐승에게도 술을 많이 마신 정황이 인정되어 감형이 되었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연 대한민국이 성범죄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한 아이의 불행을 두고 여론은 그저 뉴스거리로, 일부는 밥벌이로 또 많은 사람들은 전염병을 옮기는 환자로 취급하는

아픔까지 겪었던 소녀의 가족들은 우발적인 살인보다 더 극악스런 성범죄의 법개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재원 작가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세상에 아픔을 드러내기로 했단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는 소작가의 전화번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저장했다지. 그에게 나영이는 지켜주지 못한

땅콩이..또 다른 나영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상업성 영화에는 손을 떼기로 했다는 이준익감독도 손을 걷어 부쳤다.

 

조두순사건이 모티브인 이 소설은 사건의 잔혹성이나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한 내용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 껴안을 수밖에 없는 가족간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사랑스런 딸 지윤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배변주머니를 달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지윤아빠는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억상실과 지능저하의 이상증세를 보인다.

졸지에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된 지윤엄마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남편과 상처투성이의 딸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일에 파묻히는 것으로 진실을 외면하던 지윤엄마는 이혼의 위기를 넘기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행과 맞서기로 한다.

 

극도의 공포로 남자와 대면하기 싫어하는 지윤이를 만나지 못하는 지윤아빠는 지윤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주인공

도라에몽이 되어 지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지윤과 같은 8살의 지능으로.

 

지윤이와 만나기로 한 놀이공원에도 지윤아빠는 도라에몽 옷을 입고 나간다. 정신이상자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에

택시기사도 놀이공원의 직원들도 응원을 보내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학교 입학을 위해 사방을 뛰어다니지만 배변 주머니를 달고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지윤이를 반기는 학교는 없었다.

먼나라의 남의 이야기였을 때에는 동정하고 눈물짓던 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섞이는 것은 용서하지 않았다.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외쳤던 예수가 감쌌던 여인은 스스로 남자들에게 몸을 내준 여인이었다.

하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해가자 된 어린 소녀를 대하는 우리들의 시각은 너무도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지윤이네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꿋꿋하게 세상과 맞선다.

그래도 이 세상에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역시 '사랑'밖에 없음을 확인하면서.

한식탁에 모여앉아 맛있는 식사를 나누는 그 단순한 행복으로 되돌아가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지만 지윤이네

가족은 차가운 세상에 더 단단히 울타리를 세우고 우뚝서서 깃발처럼 외칠 것이다.

'그 어떤 시련에도 우리는 견디었다고.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를 보라고.' 

태풍에도 꺾일 것 같지 않은 그 깃발을 보고 우리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수많은 성범죄자들과 어리숙한 법앞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볼 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의 저편 - 페이의 그림자
카렌 마리 모닝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남부 조지아 애쉬포드에 살고 있던 스물 두살의 맥은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고 한가로운 나날을

지내던 중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언니인 엘리나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스물 네살의 엘리나는 1년 전 교환학생으로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떠났었고 더블린의 외곽 골목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 되었다는 것이다.

머리좋은 언니는 공부하는 것을 제일 좋아했지만 맥은 대학을 포기하고 바텐더로 일을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여전히 금슬이 좋은 부모님은 커다란 충격에 빠져 허둥거리고 있었고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자신의 핸드폰을 뒤져보던 중 언니의 마지막 메시지를 듣게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그에게 속았었고

반드시 시서두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언니의 죽음에 음모가 있음을 알게된 맥은 반대하는 부모님을 물리치고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향한다.

언니가 다녔던 학교에서 교수와 학생들에게 언니에 대해 수소문했지만 공부를 멀리하고 뭔가 쫓기는 듯했다는

말만 듣게 된다. 매일 사건이 일어나는 더블린의 경찰은 이국의 학생인 언니의 죽음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달래러 길을 걷던 중 '배런스 서적 & 장식품'이라고 쓰인 건물에 홀리듯 들어서게 되고

점원인 미모의 여인 피오나와 수수께끼의 인물인 서점의 주인 제리코를 만나게 된다.

맥이 무심코 내뱉은 '시서두'라는 말에 표정이 굳어진 제리코는 맥을 추궁하게 되고 '시서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맥은 '시서두'가천년전부터 비밀스럽게 내려온 책이며 많은 존재들이 '시서두'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조각같은 남자를 발견하지만 사실 그는 마법으로 무장한 페이라는 존재였다.

이 책에서 인간세계와 대적하는 무리로 나오는 페이는 빛의 페이와 어둠의 페이로 나뉘어 있고 언제부터인지

인간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려 어둠의 페이들이 인간세계로 섞여들어와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정기를 빨아들여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섹스중독에 빠지게 하는 등 페이의 악행이 이어졌지만

인간의 눈에는 페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맥은 페이가 보이고 그들을 마비시키는 '널 능력자'임을

알게된다.

 

'널 능력자'들은 유전적으로 능력이 이어지는 존재로 맥은 그 중에서도 힘이 쎈 능력자였다.

언니 역시 '널 능력자'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어둠의 페이중에 지도자였으며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었다.

 

제리코 역시 '시서두'를 찾기 위해 '널 능력자'인 맥이 필요했으며 맥 역시 제리코의 도움이 필요하여

'배런스 서적'건물에 머무르면서 서열이 있는 페이들의 세상에 대해 듣게 된다.

 

'시서두'의 복사본만으로도 몸이 반응하는 '널 능력자' 맥은 고대의 언어를 해석하고 시서두의 암호를 깨드릴 수

있는 네 개의 신비의 돌중 2개를 찾게 되고 영원 불사의 존재인 페이를 죽일 수 있는 신비의 돌(창)을 얻는다.

 

언니가 죽어가던 골목에서 언니가 마지막으로 쓴 주소를 발견하고 어렵게 찾아가보니 그 곳이 바로 페이와 인간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제리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혼자 그 곳을 찾아갔던 맥은 뱀파이어 말루시와 어둠의 지도자를

맞닥뜨리고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천정에서 나타난 제리코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요양을 하던 중

강한 떨림현상을 겪게된다. 그 것은 바로 '시서두'가 가까이 있다는 사인이었다.

 

자신의 핏속에 흐르는 '널 능력자'의 능력을 무시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언니를 죽인 어둠의 존재와 한판 전쟁을 치뤄야 하는가.

다음편을 예고하며 '안개의 저편'은 막을 내린다.

정기를 빨려 죽어가는 아름다운 여자들과 껍데기만 남은 페이들. 그리고 섹스의 목마름에 빠지게 하는 블레인의 존재.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혼란스러운 전편에 이어 후편에는 분명 이런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다.

 

매혹적인 미스터리 판타지인 이 소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핑크빛 메니큐어가 단종될까 하는 걱정만 있던 맥을

전사로 거듭나게 한다.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어둠의 존재와 그녀를 돕는 제리코, 과연 제리코는 어떤 종족이며

앞으로 맥과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몹시 궁금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이 분다. 멀리 초원에서 부는 바람이 아닌 태평양 한가운데서 만들어진 큰 바람이 우리땅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같은 바람이라도 바다의 것은 습하다. 초원의 바람은 차고 건조하다고 했다.

-대륙을 누비던 살은 흙이 되고 근육은 바람이 됐다- 

대륙의 바람에는 그 전 사람들의 살과 근육이 흩어져 있을 것이다. 아마 혼(魂)까지도.

 

 

이제는 가는 곳마다 숙소를 얻기 힘들만큼 많은 여행자들이 몽골을 찾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오가고 차가운 시멘트로 지은 집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는 그 곳!

지은이는 그 초원의 땅 몽골을 열 한번 다녀왔다고 했다.

그가 몽골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고스란히 작품이 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졌다. 마치 바람처럼.

 

 

그의 전작 '조드'는 그가 울란바타르의 학술팀들과 함께 한 여정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다.

징기즈칸이 다스리던 그 시대에 몽골에는 문자가 없을 것이라는 상식은 초원에서 발견된 오래된 암각화에서

발견되곤 했다. 하긴 고려에 종이와 붓, 먹등을 요청했다니 문자가 없는 그들에게 그 물건들이 장식품으로

쓰여지진 않았을 것이다. 넓은 초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

키우던 양을 잡을 때에도 최대한 죽어가는 혼을 위해 기도하고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시를 쓰는 작가에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몽골의 사람들과 자연의 땅들은 수많은 시가 태어나기 좋은 곳이다.

 

 

'초원에 닿으면 사라진 고향을 되찾는 느낌을 벗어날 수 없다. 대지의 원초의 향기가 코끝에 닿을 때마다

내 몸에서 흩어져 간 동물적 본성이 하나씩 되돌아온다. 그것은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던 내게 자주 쓰게 했다.' 169p

 

오랫동안 절필했던 시인에게 다시 시를 쓰게 하는 그 땅에서 나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무감했던 신경들이 되돌아오고 굳었던 근육들이 나른하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날 것만 같은 그 땅에 닿고 싶어졌다.

 

 

노인 한 명이 사망하는 것은 한 개의 도서관이 불 태워져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이 아프리카에는 있단다.

그렇다면 초원이 한 뼘씩 사라지고 시멘트 블럭이 채워지는 그 땅에 재앙은 '조드'라고 부르는 겨울 재해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광야에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사람과 동물들은 마실물을 확보할 재간이 없어진다.

당장 살자고 미래의 물을 훔치다 보면 점점 초지는 황폐화되고 배는 더욱 고파온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은가.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당겨쓰고 마구 써버린 댓가를 하나씩 되돌려 받고 있으니 '조드'는

이제 당장 우리에게 닥친 재앙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아직은 조금이나마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초원에 서서 작가는 바람을 맞는다.

태고를 씻고 살다 간 사람들의 혼이 담겨진 바람 속에서 그는 그들의 언어를 듣는다.

초원에서 살아가는 순백의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시각을 가졌다고 한다.

아마도 순백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에게 초원의 바람은 태고의 언어를 느끼는 능력을 주는 모양이다.

그 초원에서 '바람이 가져다준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럽혀진 영혼들을 씻어주는 것만 같은 바람의 이야기가 순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