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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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보내는 아쉬움보다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샘터 2014년 해오름달 편을 펼치고 보니 묵은해를 잘보내고 새해에는 더욱 힘을 내라는 뜻으로 잘 차려진

한식상을 받은 기분이다.

 

 

새로운 연재물들은 갓 따온 신선한 나물을 상큼하게 무쳐낸 듯 반가웠고 필진들도 든든하게만 느껴진다.

 

 

요즘 TV에 자주 보이기도 하고 얼마전 '서민의 기생충 열전'으로 낯익은 서민교수의 '세상에서 가장 금실좋은

주혈흡충'이라는 글은 한낱 미물도 조강지처만 사랑한다는데..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지금도 호시탐탐 곁눈질에 바쁘다니.

부끄럽다. 얼굴이 못생겨서 공부라도 잘해야 밥을 벌수 있겠다 싶어 죽어라 공부했다는 서민의 기생충 이야기는 사실

선입견때문에 멈칫하지만 엄청 재미있다. 앞으로 계속 그의 기생충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려나.

 

 

나도 엄청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의 작가였구나. 단순히 취재만을 위한 글이라고는 생각지 않게 만드는

김현정기자의 '방구석 도서관'은 책욕심 많은 내 맘에 반짝 반짝 등이 켜지는 것 같았다.

한 달이면 열 댓권 이상 책을 읽는 내가 책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도서관으로 달려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대출이 되었나 노심초사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도서관 사이트에 전자책파일이 있다니 이제 발품도

절약하는 기가막힌 방법을 알게 된 셈이다. 기다려라 전자책들..내가 다 읽어주마!

 

 

뭐야 CF에서 잘생긴 남자가 건네주던 따뜻한 캔커피는 그러니까...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을 정답게

건네는거였다니..경악이다. 비스페놀A는 캔이나 통조림의 부식을 막기위해 첨가되는 물질인데 특히 여성과

영유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단다. 이런..이제 캔 음료를 다정하게 건네는 남친을 패줘야 하는 거야?

아 음료수 좋아하는 아들녀석에게 제지 들어가야겠다. 이 글을 쓴 이지영씨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라는데..

이런 분들의 노고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달콤한 음료수에 숨겨진 무서운 현실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겠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길을 나서기전 숙소며 볼거리 먹거리 검색은 필수이다.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즐겁고 뜻깊은 여행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은 당연한데 나역시 한 번도 여인숙을

숙소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지저분하고 불편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대전시 대흥동에 숨겨진 '산호여인숙'은 말하자면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방같은 곳인 듯 싶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해도 사람이, 이야기가 있어 좋은 전국의 게스트하우스를 격월고 소개한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슬쩍 잠만 자고 나오기에는 너무 아까웠는데 이런 게스트하우스 정말 가보고 싶다.

 

 

수십년간 잡지를 보면서 광고에 꽂힌 건 몇 번 되지 않는데..이 광고를 보는 순간 눈이 팍 꽂힌다.

섬에 내려와 재미나게 살아보겠다는 엄마를 잘못 둔 죄로 변변한 밥 한 번 먹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줄 '꾸러미'를 보내주겠다는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그동안의 내 걱정을

덜어줄 기가막힌 사업이 아닌가. 당장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회원가입부터 해두었다.

역시 유기농스런 잡지 샘터답게 광고도 첨가물 없는 웰빙이라니...이렇게 도시와 농촌이 서로 직거래를

하고 상생한다면 밭뙈기에 유통마진 왕창 붙이는 누군가는 심란하겠지만 이런 사업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지난 달 '주는 맘 받는 맘'에 올려진 옷을 신청했었는데 감격스럽게도 당첨이 되어 귀한 선물이 도착했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로고가 붙여진 선물을 보니 2014년 1월의 특집 '반가운 손님'란에 투고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잡지가 아닌 따순 온기를 나누는 리얼의 '샘터'가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말이다.

확실히 더욱 풍성해진 새해의 첫 샘터를 보니 2014년은 덜 가난하고 더 많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2014년 첫 '주는 맘 받는 맘'의 선물은 '반크선물셋트'이다. 학교나 공부방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단체에서

신청하면 더욱 유용할 것 같은 이 선물 얼른 신청해보심이 어떠하신지. 어렵지 않아요. 저도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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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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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작지만 크고 가볍지만 무겁고 마치 공기처럼 햇살처럼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책은?

나는 단연코 '샘터'라고 답할 것이다. 그 조그만 몸에 어찌나 큰 사랑이 깃들여 있는지 소박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치를 가진 귀한 책이다.

이런 '샘터'에 43년간 뒤표지글을 써 왔던 김재순님의 글들이 모아져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당연히 '빨리 빨리'서두는 것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이 '빨리 빨리'가 가난하고

자원없는 한국을 지금의 성장으로 이끈 원동력임도 알고 있다.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한 이 조급하고 서두르는 국민성에 뒷짐 지고 나타나서 미소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서둘러라'해주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다독여 주는 것만 같다.

하긴 이제 대한민국은 조금쯤 발걸음을 늦추고 돌아온 길을 되돌아 볼 여유를 가질 때도 되었다.

 

 

'문학에는 여정이, 음악에는 여운이, 그림에는 여백이 있어야 아름다워지듯 인생도 여생이 중요합니다.'

-본문 중에서-

 

쳑을 펴는 첫 장에서 부터 가슴을 치는 말이 쓰여져 있다.

지나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더 적어진 요즘에서야 인생의 여정이, 여생이 소중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餘)라는 뜻은 '남는다' 혹은 '남긴다'라는 의미인데 뭔가 허전한 것만 같은 인생을 채우려고만 급급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지금쯤은 조금 헐렁해줘도 좋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7선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13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가의 글은 시끄러운 정치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서로를 헐뜯고 자신들의 급여를 올리는 일에는 재빠르고 민생들의 고단한 삶에는 여유가 있는 듯

으르렁 거리기에만 바쁜 족속들이다. 이런 진흙탕같은 정치판에 어찌 고운 심성을 지닌 분이 뛰어들어 수십년을 보냈을까.

마치 고고한 연꽃을 보고 있는 듯 책을 내려놓을 때까지 은은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역사적인 인물들이나 사상,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식은 깊고 글은 아름답다.

분명 많은 독서가 그의 생을 지탱해왔을 것이란 짐작이 들었다. 구십이 넘은 인생 선배로 세상을 보는 눈은 확실히

평범치가 않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투덜거리는 많은 이중에 나도 한 사람이지만 그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기억력보다 소중한 '직관'이 있다. '직관'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부단히 연마해야만 더 정확한 힘을

발휘한다는데 아마도 그가 40년간 '샘터'의 뒷표지에 실었던 글들은 그의 이런 '직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보고 인간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보고 그리고 삶을 알아가는 일.

난 오늘 아주 '천천히', 마치 맛있는 차를 음미하면서 마시듯 그의 글을 천천히 내 헐거운 영혼속에 부었다.

아주 오랫동안 이 충만함이 가실 것 같지 않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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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 - 가깝고도 먼 대국굴기의 중국 중국인의 성격 전격해부
장홍제 지음, 황효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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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기도 쉽지 않지만 나를 안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수민족 출신이긴 하지만 중국인의 '중국 바라보기'는

참 실랄하고 정확해서 놀랍기만 하다.

 

 

동북아의 중심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특색을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일본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자. '위기에 강한 일본'이라고 표현할 만큼 확실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100m달리기에는 1등을 한 것처럼 보인다. 부족한 자원과 불안한 재해에 시달리다보면

예민해지고 검소해지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친절한 마음 뒤에는 정작 속을 내어주지 않는 이중성이라든가.

심지어 사무라이의 잔혹함이 깃든 냉혹함같은 것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와는 반대로 대국의 위엄을 갖춘 중국은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를 둘 만큼 문화적으로 앞선데다가

풍요로운 국가였다. 하지만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선을 분명히 하지 않는 고단수의 처세가 우선 떠오른다.

중국의 유학생이었던 루쉰이나 장제스의 말처럼 일본인들은 소식을 하고 적은 것을 지향하는 문화이지만

중국은 대식가에다 통크고 체면을 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유교에 잔재가 더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로서

효를 중시하고 도덕을 덕목으로 삼는다. 오랫동안 중국을 섬겼던 나라로 통치체재나 사회적인 구조가 중국과

상당히 닮아있는데다 통치자나 권력집단의 부정부패까지도 흡사하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끼인 땅덩어리답게 중국의 장,단점과 일본의 특징같은 것이 고루 섞인 느낌이기도 하다.

기회주의자인 일본은 재빠르게 서구열강의 모델을 답습하여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었고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속에

잠겨 한 동안 세계와 단절된 공산주의 덕분에 잠자는 용의 모습으로 낙후되었다.

그 사이 한국은 놀랄만큼 빠른시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불가사의한 국가로 성장했다.

 

이러한 삼국의 모습에는 그렇게 살게끔 환경에 길들여진 민족들의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점을 역사와 더불어 조목조목 잘 짚어내고 있다.

대국이었지만 수시로 주변국과 전쟁을 일으키고 수없는 왕조들을 거쳐야 했던 중국과 홀로 외로이 떨어져 갇힌 문안에서

평화를 구가하던 일본. 그 틈에 끼어 양국과 사대와 반목, 전쟁을 반복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

오랜세월 그런 환경속에 길들여져 삼국은 각기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투영된 것이다.

 

 

'야만이 때로는 문명을 이기기도 한다. 이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는 항상 결국에는

간단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그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363p

 

일본의 열등감은 당시 부강한 서양을 쫓아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재빨리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똑같이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일본의 침략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방식도 중국과 한국은 다르다.

거대한 국가는 왠만한 아픔정도는 묻혀도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도의 끝자락에서 끊임없이 시달리던

소국은 상대의 상처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 '오기'가 한국을 성장시킨 요인이 아니었을까.

저자가 보는 한국은 긍정이다. 개발도상국이면서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뤄내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나라로 지는 일본에 못지않은 발전국으로 해석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봄이면 황사에 겨울이면 미세먼지를 흩뿌리는 여전히 낙후된 환경의식을 지닌 조국. 교통질서는 한심할 정도이고

졸부들의 부는 정신적인 성숙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도 보여준다.

 

어떤 점에서는 유대인과도 비슷한 민족성을 지닌 중국인들의 지독한 상술이나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엿보인다.

한국을 중국의 롤모델국가로 삼고 싶은 부러움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짚어내고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들의 단점과 과오를 안다는 뜻이다.

이런 냉정한 눈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잎에 쓴 약은 몸에 달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자조적인 시각과 비판이 당장은 껄끄럽지만 우리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음을 알기에 곧 그들의 저력이 세상을 놀라게 할 날이 올 것임을 예감한다.

이미 '잠자는 용'에서 깨어나 용트림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자신을 바라보는'중국인들의 등장에서

알게 되는 것이다. 한국...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겠다는 걱정이 든다. 넓은 저자의 시각에 중국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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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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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일 뻔 했던 한 루저의 이야기이다. IQ 170과 108의 차이는 엄청 큰 간격이다.

분명 인생이 IQ 숫자와 비례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수가 높았다면 자존감 하나는 끝내줬을텐데.

 

마흔의 캐서린은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곤 하는 골치덩어리 엄마이다.

그녀에겐 곧 열 여덟살이 되는 아들 프랜시스가 있고 남편이 다른 열 세살의 아들 니키가 있다.

대학에서 치어리더로 활약할 만큼 미모를 지녔던 캐서린은 가계에 전해지는 유전적인 이유였는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열 일곱 살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만큼 성숙해 보이는 아들 프랜시스는 190 cm에 가까운 키에 건장한 몸을

지녔고 얼마전까지 유망한 레스링 선수였지만 부상을 이유로 그만 두고 말았다.

그에게는 조그만 체구에 소심해 보이는 절친 그로버가 있었고 프랜시스와는 다른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로

예일대학의 입학허가서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도무지 학교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유급상태에 놓인 프랜시스는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엄마에게 군대에나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충격을 받은 캐서린은 유서를 써놓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동안 프랜시스의 친아버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엄마의 유서에서 프랜시스는 자신이 천재들의 유전자를

받아 우월한 인종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의 작품으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우수한 두뇌의 정액으로 태어난 아이임을

알게된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기가막힌 미인 앤메이를 만나 우정을 나누던 프랜시스는 자신이 루저라고 생각했던

열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부인 라이안을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한다.

프랜시스는 이제 두 가지 모험을 이루기 위해 서부로 향하게 된다.

자신의 친아버지와 그동안 자신의 꿈에 수없이 등장했던 라스베가스에서의 도박장에서 엄청난 돈을 따는 꿈을 위해.

 

잘나가는 부모를 두었지만 시원치않은 외모와 소심함때문에 루저그룹에 속했던 그로버와 무슨이유에선지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앤메이, 그리고 덩치만 컸지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프랜시스의 여행이 시작된다.

말하자면 '루저와 정신병자 트리플의 기막힌 여행'쯤이다.

 

 

천재적인 유전자를 받아 우수한 두뇌들을 키워내려던 프로젝트는 사라지고 유일하게 프랜시스의 친부에 대한 정보를

지닌 앤디를 만나 친부인 '이언 도블'의 정보와 주소를 받아 멕시코의 티후아나로 떠나게 된다.

자신이 영원한 루저그룹인줄만 알았던 프랜시스의 친부가 하버드 출신의 천재 박사라니..

설레이는 프랜시스만큼이나 나도 설레기 시작했다.

결국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고 멕시코까지 가서 만난 프랜시스의 친부의 모습이라니.

독일이 자신의 종족인 '아리안'을 양성하기 위해 펼쳤던 무시무시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물론 유전학적으로 우수한 인자가 다음대에 유전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 아닌가.

분명 강력한 유전인자와 더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후천적인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다소 엉뚱하기도

한 천재양성프로젝트가 반인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티후아나에서 만난 프랜시스의 친부의 모습을 보니 정말 피는 속일 수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프랜시스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루저그룹에서 빠져나오기는 글른 것일까.

그렇다면 끊임없이 꿈에서 암시되었던 도박장에서의 한탕은 어떻게 되나..

양부인 라이언에게서 빌렸던 돈은 허무하게 도박으로 날리고...

엉뚱하게 앤메이는 프랜시스에게 임신사실을 알려온다. 십대에 아빠가 되는 것도 도블이 아닌 도블린스키의 집안의 내력이라니

확실히 유전인자의 힘은 무섭다.

 

프랜시스는 저주받은 유전인자의 힘을 누르기 위해 공부를 결심하고 앤메이는 아들을 낳았지만 여전히 트레일러 집을

면치못하는 프랜시스는 자신을 두고 떠나려는 앤메이와 아들을 붙잡기 위해 진정한 도박을 시도한다.

여차하면 지원입대를 하기위해 머리를 자르고 2년동안 모아둔 종자돈을 가지고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운명을 건

도박을 시작한다. 운명은 프랜시스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키게 할 것인가. 아니면 파병되어 주검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길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결판날 것이다....그리고 공이 속도가 아주 느려져 마침내 한 숫자 칸에 틀림없이 멈춰

설 듯한 소리가 들렸다. 뒤를 이어 실제로 딸깍 하며 공이 최종적으로 어떤 칸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431p

 

과연 프랜시스가 건 50만달러는 어떤 운명을 가져다 줄 것인지...그건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슬쩍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저자가 다소 원망스러웠지만 나라도 이런 결말밖에는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자신을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루저'로 표현하며 외국으로 도피할 것을 결심한 저자에게 거짓말처럼

스위스로 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드디어 이 소설이 빛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면 프랜시스는 '위너'가 판치는 세상에 '루저'로 살아가야했던 저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인지 모른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족쇄같은 운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마지막 순간 떼구르르 구르는 주사위가 프랜시스가 건 숫자에 멈추게 하지 않고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렇지 아무리 인생은 도박이라지만 너무 쉽게 졸부가 되는 이야기로 남기기에는 인생이 만만치 않음을

이미 자신이 겪어왔지..하지만 그런 반전과 기적같은 일들도 있을 수 있는게 인생이라는 것도 좋은 일 아니겠어.

오늘 남은 시간 나는 마지막 주사위게 어디에 멈췄을지 상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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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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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두 소년과 한 엄마가 이사를 왔다.

열 다섯 살 열무와 두살위의 형 나무. 성이 소씨이니까 소나무와 소열매. 희한한 이름이다.

형인 나무는 자신만의 세상이 갇힌 아이이다. 아마도 나무의 존재가 부모님의 별거와 상관이 있지 않았을까.

늘 병신이라고 놀림을 받는 서울이 싫어 엄마는 나무와 열무를 데리고 시골 바닷가로 옮겨온 것이다.

하지만 그 한적한 시골 바닷가마을에 그들외에도 아주 독특한 남자가 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나와 지나가는 그에게 '칸트'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늘 하얀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코트를 입고 절벽위에 서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기위해

나무와 열매는 마치 관처럼 지어진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아무 장식도 없이 덩그라니 지어진 '칸트의 집'.

창문이 하나도 없는 그 집 한 쪽 벽에는 책이 그득하고 이층에는 잠겨져 있는 방 하나와 욕실이 있다.

늘 그림을 그리는 나무는 칸트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열무는 숙제를 하거나 칸트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염탐하지만 늘 표정이 없는 칸트에게서 알아낼 만한 일은 없다.

 

엄마의 절친인 윤미 아줌마를 통해 '칸트'아저씨가 꽤 유명한 건축가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왜 건축가일을 그만두고 바닷가로 오게 됐는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칸트 아저씨는 어느 날 두 아이에게 자신이 살 집을 그려보라고 말한다.

'집이라는 건 말이지, 꼭 필요한 것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 -135p

 

창문도 없는 관처럼 생긴 이상한 집을 지은 '칸트'아저씨가 유명한 건축가라는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나무와 열무는 칸트아저씨에 의해 마음이 열리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칸트아저씨에게 슬픈 비밀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정작 자신의 집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던 칸트아저씨는 사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칸트아저씨는 마지막 선물로 나무가 살고 싶다는 새둥지같은 집을 지어놓고 먼 세상으로 떠난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형을 늘 보살펴야 하는 무거움으로 짓눌린 열무는 한 뼘쯤 성장했고 이제 자신의 집을 짓기

전까지 나무의 집에서 한가족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된장국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집이 참다운 집이 아닐까.

누군가의 집을 지어주느라 정작 자신의 집과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칸트는 외로운 두 소년에게 멋진 집을 지어주고

떠났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글을 쓴다는 작가답게 조금은 어둡고 비밀스런 아픔을 지닌 아이들에게

슬며시 손을 잡아주는 최상희작가다운 작품이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내 가족과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따뜻함을 나누는 그런 집이 내가 원하는 집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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