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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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지만 크고 강한차 MINI!'

​아 정말 예쁘다. 길에서 가끔 작지만 멋진 차를 보곤 했는데 바로 이 차가 미니였다니...

확실히 여자들은 차에 대해 남자들보다는 좀 둔한 것 같다.

나 역시도 그저 고장 안나고 튼튼하면서도 연비가 좋은 새차를 선택하여(혹시나 잦은 고장이라도

날까봐 절대 중고차는 사지 않는다)줄기차게 타고 다닌다. 튜닝을 한다거나 꾸미는 일같은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잘 고장없이 잘 굴러가고 세금 적고 오래타면 짱이다.

그런 내가 눈을 반짝이며 새차에 대한 욕망이 살금 살금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에너지도 고갈되어가는 지구가 지향해야 할 완전한 모델이 바로 이 차가 아닐까.

특히 덩치가 작은 여자들에게 딱인 차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매니아들은 남자가 압도적이다.

혹시 또다른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품안에 쏙 안기는 날씬한 미녀.

하지만 절대 얕보면 큰일난다.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는 레이싱카로 유명한 모델이란다.

저 조그만 녀석이 사막을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안젤리나 졸리가 무장을 하고 사막을 달리는 것 같이 멋지다.

이 녀석의 역사는 어느새 55년이 되었다. 개발자인 이시고니스의 역량이 돋보인 이 미니는 '수에즈전쟁'으로

태어난 사연이 있다. 산유국근처에서 일어난 전쟁에 위기를 느낀 BMC 회장의 지시로 태어난 미니는 흔히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선물이었다. 그동안 세로로 배치해왔던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 덕분에 성인 네 명이

타고도 트렁크에 짐까지 실을 수 있는 작지만 큰 차 미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접이식 자전거가 얌전히 앉아 있는 트렁크를 보면 참 대단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최신 미니모델은 세 가지 방식의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니 마치 트랜스포머의 변신을 보는 것같다.

조신하고 새색시같은 GREEN모드에서 야수가튼 SPORT모드로 변신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몸이 자꾸 근질거린다.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MINI는 BMW의 효자모델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들의 애장품이 되었다는 MINI, 나도 갖고 싶다.

MINI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부터 변신에 이르는 일대기를 펴낸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도 MINI를 갖고 있겠지. 경차에 가까운 몸체에 비해 비싼 듯 보이는 가격이지만 사실 엔진이며 내구성,

디자인과 편리성에 비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마침 나의 애마도 10년이 되어간다. 오늘부터 MINI구입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다. 기다려 미니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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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 옆 맛집 - 볼거리 먹을거리 콕 집어 떠나는
유은영.민혜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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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것들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숙박과 먹을거리가 아닌가 싶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풍경도 중요하지만 일단 먹거리가 풍성하고 맛있어야 그 여행

잘 갔다왔다는 포만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얼마전 보도에도 블로그를 이용한 광고대행사들의 엉터리 맛집이 등장했다. 으례 그렇지만 볼거리 많은

관광지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탓이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생활수준 높아지면서 사람들 입맛도 아주 높아졌다. 아무리 멀고 비싸도 맛있다면 찾아가는 시대이다보니

어지간한 맛집수준으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먹을 거 좋아하는 나한테 딱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검색하면서 메모하는 수고를 덜어주겠지 하는 기대와 그래도 웬만한 맛집이라면 기를 쓰고 찾아다니는

내가 알고 있는 맛집이 얼마나 소개되었나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서울의 맛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그것도 서울의 중심인 인사동 근처의 '이문설농탕'을 모를리 없다. 진한 국물맛과 잘 익은 깍뚜기 맛이 일품인 곳이다. 포장도 꽤 많이 해왔었다.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좋아하는 이 설농탕맛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처음 신당동에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에 간 것은 여고때였다. 그 때는 할머니가 살아계실 적이었는데 빨간 떡볶이만 보다가

짜장떡볶이를 보니 너무나 신기했었고 그 맛 또한 기가 막혔는데..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가까워 이제는 아이들과 일요일 점심이면 가끔

찾는 추억의 명소가 되었다. 물론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자제분들이 몇 곳으로 나누어 분점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리고 부모님의 고향인 평안도의 족발 또한 즐겨 가는 곳이다. 서로 원조라고 써붙여 놓은 족발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진짜 원조 족발의

쫀득쫀득한 맛은 특히 몸이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면 그리워지는 곳이다.

 

 

초당할머니 순두부집은 강릉에 갈 때마다 들르곤 하는 곳인데 그 부드러운 순두부의 맛은 다른 곳에서는 흉내를 내기 힘들다.

아마도 간수대신 동해 바닷물을 이용한 순두부의 맛을 절대 따라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흠흠..역시 내가 간 맛집을 제대로 골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답을 맞추는 수험자의 기분갔다고나 할까?

 

 

남도의 음식은 정말 맛있는 것이 많다. 다음 달 쯤 순천 정원축제를 가볼 예정이라 순천맛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시청 맞은 편 골목안에 있다는 청국장아귀찜집 '갈마골'이 눈길을 끈다. 청국장과 아귀의 만남이라니.

일단 1순위로 방문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다. 이런 메뉴는 전국적으로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국수 좋아하는 내가 국수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진우네 국수'라는 소박한 간판답지 않게 삶은 계란까지 곁들어

나오는 국수의 폼이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멸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에 멸치육수에 삶아낸 약계란이라니..

담양에 가면 꼭 가야할 맛집으로 리스트에 올려둔다.

 

 
일단 낯선 곳에 도착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맛집이 없다면 기사식당을 찾아가는 내 나름의 네비게이션이 있다.
하루종일 좁은 차안에서 운전하는 기사들의 입맛이 은근히 까다롭기 때문에 기사들이 꼽는 맛집중에 기사식당이 많다.
역시 내 짐작대로 특별한 기사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승주 나들목근처의 프라이팬에 끓인 김치찌개집이라니..
역시 리스트에 올려둔다. 꽃구경하고 나오면서 들리기에는 딱이다.
경주라면 돼지고기와 낙지를 매콤하게 끓여낸 짬뽕지개집도 찜해둘 만하다.
 

 
사실 식당은 혼자가기가 싫은 곳이다. 바쁜 시간이라면 자리차지하기가 눈치보이기도 하고 여럿이 같이 어울려
먹어야 더 맛도 있기 때문인데..'혼자 가도 좋은 맛집 베스트 10'은 일행없이 혼자가도 기가 막히게 맛있는 집이라는
뜻일 것이다. 꼽아놓은 전국의 맛집 열 곳중 가본 곳이 두 곳이다. 이 곳 외에도 소개된 맛집 중 몇 곳을 빼면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진정한 맛객이기를 바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는다. ㅠㅠ
이제 이 책은 내 차안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다. 내 입맛을 책임져줄 이 책은 여행 가방보다 먼저 가장 안락한 자리에
모셔놓고 네비게이션에 저장해 놓을 참이다. 봄날이 가고 있는 지금 꽃구경 맛구경 이 책과 함께 하면 어찌 아니 좋겠는가.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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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2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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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어느 시대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국가간의 전쟁보다는 EMP폭탄(전자폭탄)이 아닐까 싶다.

반경 500m내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와 전파가 차단되는 이 폭탄은 이미 전파와 전자기계에 완전하게

기대어 살고 있는 인류에게 엄청난 상처를 야기시킨다.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가상의 세계에서 환상을 누리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캐릭터가 일시에

사라지는 충격을 남겨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파장을 남기기도 하고,

모든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불통이 남기는 충격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무기중에 자신의 몸을 마치 영화 아이언맨이 착용하던 슈트처럼 보호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파워슈트나 합성다이아몬드날로 만든 블레이드같은 것은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 중 직접적인 살상무기가 아니면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부르는 EMP폭탄은

인간이 전자와 전기에 얼마나 의존적인 존재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이다.

 

 

한국의 여자 대통령 강수진은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 사랑과 아이마저 포기했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한 야망을 가지고 있던 마담 리즈는 강수진을 보필하는 정보국장자리에 있으면서

사실 자신이 만든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가진 괴물이다.

전 편에 레이의 난자를 쫓는 사람들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지게 된다.

 

다행히 레이가 그토록 살리고자 했던 파머는 장기이식수술로 살아났지만 리즈의 압력으로 방위군에

입대하게 된다. 국가를 사들일 정도의 권력과 돈을 지닌 국제적 단체의 지역장인 로렌스는 거대한 자본을

발판으로 한국의 경제를 파괴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마저 암살하려고 한다.

강수진의 재선을 지휘하고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던 마담 리즈도 대통령의 삼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로렌스와 손을 잡는다.

 

고아로 자란 레이의 뿌리가 밝혀지고 왜 그녀의 난자가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었는지 비밀도 밝혀진다.

세상은 아직 좀비라 부르는 반인간 반로봇 형태의 괴물을 만드는 수준이 되긴 했지만 복제인간이 만들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레이는 임신 4개월의 태아에서 추출되어 다른 자궁에 이식되어 세상에 태어난 아이였다.

경매에 부쳐진 레이의 난자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엄청난 권력의 음모로 이어지고 새로운 무기들의 등장으로

한바탕 전쟁이 치뤄진다. 레이를 지키기 위해, 선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의인들의 활약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마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 멋진 전투장면이 압권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악인이 멸하고 선이 승리하는 해피앤딩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거대한 권력의

음모는 사라지지 않을 것같다.

늘 자신을 지켜주던 아노미아의 사랑을 확인하고 선택했듯이 언젠가 레이가 자신을 버린 부모와 화해하기를

바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동안 악성루머를 퍼뜨렸던 인간들을 찾아내 청소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마지막장에서 시원함 같은게 느껴졌다. 책임없이 퍼뜨리는 말들이 엄청난 비수가 되어 꽂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무지한 인간들이 절실하게 깨닫기를...그래도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한다면 누군가 이런 인간들을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실제 모습이 될 지 모를 소설 속 장면들이 떠올라 잠시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혹은 우리 아이들이

맞닥뜨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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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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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스펙터클한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미래의 어느 날 IT산업과 전자사업은 이제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할 것같은 정점을 이루고

인터넷과 전력등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도시의 동맥이 하나의 선에 연결되어있고 자가용은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비톨이라는 비행선이 대신하는 세상이다.

인류가 시작되고 아주 오랜동안 모계사회로 발전했듯이 이제 세상은 다시 모계사회로 환원이 되었다.

남성들은 여성화되거나 중성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오래전 남성이 차지했던 모든 권력과 책임은 여성에게

이양되었다. 심지어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으로 성전환하는 것을 허용하라는 남성의 권리를 찾는

'남성 권리 연합'이 결성되어 정부에 대항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D 레니라고 불리는 송여지는 스물 세살의 여자로 고아원 출신이며 에니메이션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아원 출신의 남자 파머를 구하기 위해 난자를 채취하여 경매사이트에 등록한다.

인류를 공포에 빠뜨렸던 AIDS는 이미 정복되었지만 새로운 질병 ONS(장기괴사증후군)이 창궐하여 새로운

장기의 수요가 급증하자 여성의 난자를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만든 후 인공장기를 배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성공확률은 4%로 낮지만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 장기배양법은 수많은 난자가 필요했고 결국 난자를 지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난자를 구하기 위해 여자들이 납치되거나 잦은 난자 채취로 인한

사망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파머가 ONS로 죽어가자 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난자를 경매에 올린

레이의 난자가 시세보다 엄청난 가격에 팔리게 되고 누군가 그 난자를 노리고 레이를 뒤쫓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되는 레이와 그녀를 돕는 아노미아에게 위기가 계속된다.

 

 

한국 정부는 제약회사 CEO출신의 장수진이 여성대통령으로 재선되어 고갈이 예상되는 석유자원을 대체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세계최초로 ONS예방백신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국가에게 헌신하기 위해 결혼도 포기한 채

쉰 중반을 넘어서는 중이었다. 그녀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마담 리즈와 리즈의 오른 팔인 준.

그리고 대통령과 경호원인 가희의 기묘한 관계등이 펼쳐지고 돈을 대신하는 제3의 대체수단인 전기를 두고

강국들의 암투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참 경이롭다. 미래자원에 대한 박식한 견해와 가상공간안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실제를

능가하는 장면이라든지 로보캅이나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파워슈트같은 보호장치들의 등장은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믿어진다. 실제로 난자의 중요성때문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득세하는 세상이 온다는

설정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인류가 도달해있는 문명에 근거한 미래의 청사진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작가의 과학적 사고가 탁월함을 짐작케한다.

더구나 고아 출신의 레이의 존재를 안개속에 감춰두고 그녀의 난자를 향한 알수 없는 세력들의 다툼을 모티브로

등장인물들의 미스터리한 관계도도 아주 흥미롭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은 마담 리즈의 세력들이 레이가 살리고자 했던 파머에게 이식수술을 하게되고 막 복부를 닫으려는

순간 전기가 나가게 된다. 정전시에는 당연하게 비상발전기가 돌아가게 되어있지만 왠일인지 병원은 어둠에 휩싸이는데..

쫓기던 레이는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대통령도 백신을 팔아먹기 위해 일부러 병을 유포시켰다는 루머에 휩싸이는

위기를 맞는다. 과연 레이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녀의 난자는 어떤 의미일까...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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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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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터울의 자매 이름을 합쳐놓으면 '도토리'가 되는 아주 재미있는 이름의 자매 이야기이다.

일본어로 '도토리'는 '돈구리'라고 발음하는데 언니 이름은 '돈코' 동생의 이름은 '구리코'이니

그 이름의 유래부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매를 낳은 병원 뒷마당에 도토리나무가 있었고 아이를 낳던 날 나무밑에 떨어져 있던 도토리를

주우며 아이이름을 떠올렸다는 자매의 부모는 조깅을 하러 나갔다가 졸음운전을 하던 생선운반트럭에

치여 죽었단다.

그 후 구리코는 오래도록 회를 먹을 수 없었다. 맛있는 회맛속에 녹아든 부모님의 목숨이 생각나서..

 

 

활달하고 솔직한 언니 돈코에 비해 내성적이고 섬세한 구리코는 그 사건으로 심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같다.

부모님을 잃은 후 여기 저기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했던 자매들은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자신들의 존재가

짐이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아이가 없던 삼촌집에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자매를 입양하여

데릴사위를 보고 싶어하던 까탈스런 이모집에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기어이 언니 돈코는 눈이 내리는 어느 날 구리코에게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가출을 하고 만다.

몇 년후 언니는 친할아버지를 설득하여 구리코를 찾아와 함께 살게 되지만 혼자 남겨졌던 구리코는 몸과 마음에

병을 얻게 된다.

 

연로하신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를 돌봐드리며 살아가던 날들도 평화스러웠지만 혼자사는 삶에 익숙한 할아버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남몰래 노력을 하는 모습에서 두 자매의 외로움과 처지가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좋은 감수성을 가진 언니 돈코는 작가로 활동하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활기차게 살아가지만 동생 구리코는 마치 은둔자처럼

세상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한다.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뭔가 구리코에게는 특별한 영의 세계가 존재하는 듯 느껴졌다.

오래전 같은 학교를 다녔던 남자친구의 꿈을 꾸면서 막연하게 그에게 불길한 일이 일어났음을 짐작한다.

결국 그에게 닥친 불행한 소식을 접하고 그의 흔적을 쫓아 떠난 여행길에서 실제 본적이 없는 그의 엄마를 한 눈에 알아보고

꽃을 건네는 장면은 꿈인듯 현실인듯...구리코의 특별한 영적세계를 확인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당분간 돈걱정이 없어진 자매는 뭔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다.

그 것이 바로 '메일 보내기'였다.

누구에겐가 말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면 누군가 도토리자매에게 메일을 보낸다.

정해진 틀안에 정해진 글 자 수만큼이라는 규칙은 있지만 반드시 답장을 해주는 도토리자매.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외로움과 아픔이 있어서인지 그녀들의 답변은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가끔, 책도 쓰지 않고 텔레비젼에도 출현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자신이 믿는 것과 해 온 일을 말하지 않은 채

죽어간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면이 호수처럼 맑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잔잔하고 우아한 죽음.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던 만큼 고요하게 하늘에 안긴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생채기투성이

손도, 지치고 늘어진 육체도 아름답게 사라진다...' -67p

 

구리코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볼 줄아는 사람이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도 내면이 아름다웠고 부지런한 삶을 살았을 어떤 사람들을

생각해낼 줄 아는 그녀의 감성이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죽은 친구 무기를 찾아가는 여행을 빼면 대단한 사건도 없는 잔잔한 작품이지만 묘하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누구나 숨어있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구리코의 은둔을 보면서 그리고 다시 세상밖으로 발을 내딛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옷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예감하게 된다.

그 희망과 트라우마를 상쇄시키면서 숨어있는 내 안의 어둠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바로 이게 요시모토 바나나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내가 왔다 간 흔적조차 희미해질 어느 날이 오게 되어도 남들은 몰랐지만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격정의 순간이

담겨졌던 내 삶을 그녀만큼은 위대한 사람이었노라고 말해 줄 것만 같아 기운이 난다.

바로 이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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