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7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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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어느새 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전세계는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축제분위기이고 올 상반기에만

크고 작은 사고가 얼마나 많은지 미처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상처위에 상처가 또 쌓이는 것만 같아 우울하다.

그래도 매달 이맘때면 마음을 톡톡 두드려주는 반가운 손님 샘터 7월호가 내 손에 도착한다.

칠월칠석에는 견우직녀가 만난다는데 올 칠석에는 비가 오지 말아야 할텐데 장마가 늦어지고 있다.

어어쁜 소녀가 예쁜 꽃잎으로 비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이번 장마가 아무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빌면서 책을 열기전에

문득 책 뒷면을 보니 작지만 큰 책 샘터는 뒷면조차 그냥 두지 않는다.

적당히 대강대강 하지말고 좀 더 깊이있는 사고를 하자고 다독거리는 글이다.

하긴 앞선 사고들도 대강대강 대충대충 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들이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하는 아쉬움이 크다.

사람들은 한 여름이 되면 입맛이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일년 열 두달 입맛이 없는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평생 살들과의 전쟁을

벌이는 사람이라 가능하면 야식은 자제하는 편이다. 과연 야식을 마음놓고 먹는 사람들은 무얼 즐기는 것일까.

일단 그림에 나온 양은남비에 라면의 모습이 군침을 돌게 한다. 그치 역시 라면은 양은남비가 제격이야...하면서.

외로울 때 찾아갔던 포장마차의 따끈한 잔치국수며, 외국에서 요리사공부를 할 때 조국의 요리사가 보내주었다는 고추장과 멸치.

탱글탱글한 노른자가 살아있는 계란 프라이를 두세 개씩 올린 김치볶음밥을 즐기던 가족들이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지때문에

더이상 그 맛이 아니더라는 아련한 추억까지..야식에 얽힌 사연이 감동스럽다.

 

마침 닭을 사다놓았기 때문인지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소개된 닭고기 냉채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저녁 메뉴에는 닭고기 냉채다. 깔끔하게 냉수와 식초, 설탕만으로 만든 미역냉국도 괜찮겠다.

유독 샘터는 병영의 장병들을 토닥여주는 잡지이다. 군 경험담을 담은 청춘스케치가 병영의 청춘을 응원하는 페이지인데

어느새 열 세번째 병영문학상 작품공모 공지가 실려있다.

강원도 어디에선가 동료들에게 총을 겨누고 탈영한 병장의 뉴스가 시끄러운 때라 그런가...힘든 병영생활에 이런 좋은 행사에

참여해보면 세상이 멈춰도 돌아간다는 군대시계가 더 빨리 돌아가지 않을까싶다.

미처 우리의 마음이 닿지 않는 곳까지 배려하는 샘터의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다.

 

지난 달부터 새롭게 선보인 십자말풀이를 풀다보니 제법 문제가 어렵다. 이럴 땐 단어검색이라도 해야하나.

일부 힌트는 지난 호를 참고하라니..모아두길 잘했네.

얼마 전 읽은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와 아내가 함께 만든 '나는 참 늦복 터졌다'에서 아주 오래전 시골에 시집온 아낙네의

손에 늘 샘터가 소중하게 들려있더라는 글귀를 봤다. 마음이 찡하다. 모진 농사일과 시집살이를 견디는 위안이 되었을 샘터가

문득 기특해진다. 누군에겐가는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어주는 샘터가 널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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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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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가 요즘 대형평수의 아파트가 인기가 없단다.

세대원의 수가 적어지고 일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니 한 울타리안에서

여러세대가 살았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18세가 되면 독립을 하는 외국같은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모양인데 가까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원룸이나 소형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싱글족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젊은 세대들의 실업이 늘어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주 특이한 주거형태를 탄생시켰다.

바로 셰어하우스라는 것인데 한 공간이지만 독립된 세대를 이루는 특이한 주거형태를 말한다.

 

여전히 가족의 친밀감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역시 일본의 생활형태를 닮아가는 듯 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들은 자신의 집을 개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각각 보면 무척 친절한 그들이지만 사실 속을 잘 보여주지 않는 그들이 셰여하우스와 같은 주거형태로 진화하는 모습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역시 경제적인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저출산으로 인해 형제들의 숫자가 적어지고 외동인 경우가 많아서인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를 지닌 세대들이 많아졌는데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고 살아가는 일은 배려와 예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텐데 아마도 일본인들 특유의 조심성이

이런 주거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완전 개별적인 원룸형태와는 다르게 주택이나 맨션등을 임대하여 독립된 공간과 공동구역을 만들어 소통하는 셰어하우스형태는

서로 지켜야 할 항목이 꽤 많다. 집세를 나누거나 물품의 구매나 비용의 분배, 세탁이나 청소등을 어떻게 나누어 할 것인지에 대한

역할을 확실히 해두어야만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거기에다 서로 활동하는 시간이 다르다면 소음같은 것에도 주의가 필요하고 방문객들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을

서로 규정해 놓는 것이 같이 어울려 사는 일에 꼭 필요한 일이다.

심지어 입주자의 애인이 방문하여 섹스를 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까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글쎄 서로에게 불편함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는 조금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셰어하우스족들이 늘어나면서 결혼후에도 부부가 같이 생활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까지 등장했다니 분명 단점도 있는 것같다.

하지만 대도시로 유입된 이주자들이나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상적인 주거형태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서로 마음이 맞고 생활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겠다.

특히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의 뭉침은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주거형태도 진화한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경제적 부담을 덜기위한 젊은 세대들의 뭉침이나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는 실버세대들에게 이런 주거형태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역시 20여년 후에 실버 셰어하우스에서 나와 비슷하게 늙어가는 할머니들과 노닥거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때 되면 까탈스런 성질이 좀 죽어줘야 할텐데...하며 미래의 셰어하우스를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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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이야기
이재숙 지음 / 연인(연인M&B)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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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디에선가 마주친적이 있는 또래의 아줌마가 틈틈이 써 놓은 글들을 묶어 책을 만들었단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들이 서러워 밤잠을 설치던 내게는 부러움을 넘어 질투심이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적은 글들을 보니 내 모습이 겹쳐 오는 것 같아 정겹기도 하다.

 

 

어린시절을 보낸 신길동의 무궁화나무집 추억은 내가 어린 시절 셋집을 전전하며 보내던 추억과 닮아있었으며 마당가 구석에 놓여있던

마늘담은 함지박이며 뜨거운 여름 밤 우물가에 모여 목욕을 하던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살며시 떠오르는 것만 같다.

'나는 됐다'하시면서도 은근히 당신에게만 없던 휴대폰을 해줬으면 하는 어머니의 모습 역시 내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그러고 작가의 나이를 보니 나와 비슷하게 늙어가고 있어 그랬을까...그녀가 걸어온 흔적에 내가 있었다.

 

무뚝뚝하고 애정표현이 없던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모습에서는 은근하지만 넘치는 사랑이 엿보이고

온몸이 아픈 이유를 모른 채 슬금 슬금 삶이 힘들어지던 갱년기의 모습또한 서글프게 늙어가는 내 모습이었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던 모양이다. 식품회사의 모니터며 주부기자까지...아마도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열정이 이렇게 표출되었을 것이다.

나역시 그러했으므로..

 

음식타박을 하는 가족들 때문에 조리사자격증까지 취득하다니...글 쓰는 노력 못지 않게 재능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다.

어느새 사위를 둔 장모의 모습답지 않게 젊고 어여쁜 모습에서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건강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책을 엮을 만큼 글을 쓰고 모아놓은 부지런함이 기특하다.

이런 아내와 엄마를 둔 가족들은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기성작가의 날렵한 글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수줍지만 싱싱하고 살아가는 내음이 팍팍 느껴져 나도 행복했다.

늘 욕망만 주고 재능을 주지 않은 신께 불만만 하는 내게 '나는 해냈어요'하며 부추기는 것만 같다.

멀리서 그녀를 응원한다. 그녀의 긍정과 밝음을 보고 많은 아줌마들이 힘을 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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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와 바나나 테마 소설집
하성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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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단편은 장편의 소설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13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문단에 내노라하는 기성작가들의 단편모음집 '키스와 바나나'는 우리네 역사에 깊이 각인된 사건들이

등장한다. 5.18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사택을 무대로 한 주원규의 <연애의 실질>이나 수원 집단 성폭력사건을

무대로 한 안보윤의 <소년 7의 고백>같은 작품은 권력의 거짓된 모습과 부당함을 고발하고 있다.

보안사령관의 집을 방문한 여자가 찹쌀떡을 먹다 사래가 걸리자 '장군'의 엉뚱한 처치로 피를 쏟고 죽게 되자

턱이 길쭉하여 재산불리기에 능한 관상을 가졌다는 사모가 "그이가 오늘 한 행동 잘한 일이라고 말해줘요"라는

장면은 정치권력의 치졸한 거짓말을 제대로 풍자한다.

 

 

베트남 전쟁을 무대로한 <키스와 바나나>는 유머스러운 성격에 부대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키스'라고 불리는 대원이

적에게 사살당하자 '평정'이라는 이름으로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곁에 동지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 광기에 휩싸인다고 말한다.

가난한 조국의 국민으로 오로지 많은 월급때문에 파병을 결심한 군인들에게 이데올로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살인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버린 광기의 군인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처참함을 느끼게 된다.

 

1930년대 '구보씨의 하루'를 썼던 박태원이 우연히 현대로 회귀하면서 시작되는 <다옥정 7번지>는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작가의 모습이 참으로 흥미롭다. 기실 알려진 박태원의 사진도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든가, 자신의 집터였던 다옥정 7번지가

한국관광공사건물이 들어섰다든가 하는 설정은 드라마를 보는 것같은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의 후손이 봉준호감독이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과연 미래의 세상에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느낌은 어떨까.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모티브로 한 <만년필>이란 작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문학에 붙은 상이란 상은 거의 휩쓸다시피한 대작가 윤기는 어느 날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주위에 있는 누구도 그가 암투병중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의 아내를 통해 사실 윤기가 암을 핑계로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독 수상하지 못한 문학상을 거부했던 작품속에 등장했던 사내가 바로 작가 자신이었음을...유작을 통해 발견한 친구 준석은 실제 윤기가

대구의 참사현장에 있었던 것을 알게되고 탈출시 그의 발목을 잡은 여고생을 그가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던 만년필로 찍어내고서야 살아남은 것이 평생 트라우마가 되어 스스로 죽음의 길에 이르렀음을...삶에 대한 의지가 나약한 여고생의 목숨마저 외면해야했던 작가의 고뇌가

잘 표현되어있다. 비단 이런 사건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방관자가 되어야만 하는 작가들의 고뇌가 이와 같지 않을까.

 

어느 한 편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묵직한 의미를 지닌 소중한 단편집이다.

짧은 글을 쓴다는 것은 장편을 쓰기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곁을 흐르고 있는 시대의 일기들을 쓸 수밖에 없는 작가들의 고뇌도 느껴지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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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산행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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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나를 문학의 심오한 세계로 이끈 책들은 한국단편문학들이었다.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네..등등.

주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기의 지식인들의 고뇌나 해방과 전쟁을 겪는 소시민들의 가난한 삶들이 펼쳐졌던 작품들이었다.

그 속에서 역사를 느꼈고 시대의 아픔을 간접으로 겪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단편문학을 접하면 장편을 받아들었을 때보다

좀 더 숙연해지고 뭔가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오곤 한다.

어쩌면 이 책속의 작품을 썼던 작가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짧지만 진한 여운을 담은 작품을 쓰기위해 장편

못지 않은 가슴앓이를 하지 않았을까.

주로 2000년도 초에 등단한 작가들이니 조금은 신선하고 발랄할 것을 기대했는데 시대를 짚어내는 능력은 굳이 나이가 필요없는 듯하다.

 

 

 아주 오래전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도 필리핀의 어느 섬 정글에서 30년이나 숨어 살았다는 일본 군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용준의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그려진 작품인 듯 하다.

오노다중위는 전쟁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섬의 동굴에 살아남은 군인들과 함께 그만의 전쟁을 치르고 살아왔다.

게중에는 질병으로 혹은 약탈중에 숨지기도 하지만 부하인 료우타와 끝까지 살아남았던 오우다는 사실 전쟁이 이미 끝났으니 투항하라는

방송조차 외면한 채 일본군의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맹목에 빠져 스스로 전쟁에 빠진 인물이다.

부하인 료우타가 결국 자유를 향해 세상밖으로 나가려하자 그를 죽이고 혼자만 살아남는다.

그런 그가 발견되고 일본으로 귀환하는 장면에서 맹신의 종교집단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장면이 겹쳐온다.

오노다에게 전쟁은 하나의 종교였고 지키고자했던 신념은 교리와 다름 없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맹목의 삶에서 안타까움보다는 어리석음과 일본인들의 저간에 숨겨져있는 폭력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신라의 충신이었던 박제상과 쓰시마섬에서 흘러온 명화의 사랑이야기도 애틋하다.

조영석의 '추구'에서는 몰락해가는 왕가의 충신으로서의 고뇌와 자신의 곁을 맴도는 명화를 받아들여야하는지 밀쳐내야 하는지

망설이는 사내의 심정이 잔잔하다. 짦은 작품이지만 과거의 어느 한 시절을 되살려내는 능력이나 고어들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명화가 있는 섬에 다시 이르지 못한 제상과 그를 사모하여 섬을 떠나 그에게 향하는 명화의 마지막 모습이 인상깊다.

 

조수경의 '내 사람이여'는 다소 통속적인 내용이긴 했지만 쉽게 읽혀졌던 것은 가장 실제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방송국 PD와 작가의 불륜을 소재로 아내인 영주와 상간녀 유경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두 여자 사이를 오가는

남자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되고 그 죽음에 두 여자의 인과관계과 밝혀진다.

연극 작품을 한 편 보고난 느낌이랄까. 자신을 사랑하지만 항상 아내에게 되돌아가야하는 남자의 등을 보면서 질투에 휩싸이는 여자

유경은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남자는 괴로움에 못이겨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게 된다.

바로 그날 남자의 사망소식이 들리고 유경은 혹시 자신이 그를 떠나보내지 않았더라면 죽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아내인 영주는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에게 여자가 있음을 짐작하고 뒤를 쫓게되는데..

남편의 유품에서 발견된 사진기속에 담긴 필림을 현상하러 사진관으로 간 영주는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혼자 가슴에 묻은 채

사진관으로 급히 현상해 달라던 사진을 찾으러 가는 것으로 끝난다.

짧은 작품이지만 두 여자의 심리적 묘사가 뛰어났고 심지어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복선에 까는 치밀함마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마치 잘 차려진 뷔페식당에 온 것처럼 역량과 개성이 다른 작가의 모음집을 접하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가끔은 너무 심오한 작품이라 몇 번을 되새기며 읽어야 하는 당황스런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슬쩍 넘어가보려는 얕은 수를 헤아리는

작가의 부비트랩인듯 고까와하지 않기로 한다.

든든히 차려입고 나선 한밤의 산행에서 정상을 잘 찍고 내려온 뿌듯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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